[K교육·정착⑤] 이재명 정부 외국인력 정책, ‘도입’에서 숙련·정착으로

E-9 8만명으로 조정, 장기근속·권익보호·통합지원 확대…한국어·체류·노동·지역정책 연결은 진행형

2026-08-13     최경인 기자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 한글 수업에 근로계약·명절체험·지역문화 결합…한국 생활까지 넓어진 교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경인기자]2026년 고용허가제(E-9) 외국인력 도입 한도는 8만 명이다. 2023년 12만 명, 2024년 16만5000명까지 커졌던 규모는 2025년 13만 명에 이어 올해 8만 명으로 내려왔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인력 수요가 상당 부분 충족됐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빈 일자리 감소 등을 반영한 조정이다. 외국인 취업자가 이미 110만 명에 이른 상황에서 정부 정책의 무게도 새 인력을 얼마나 들여올 것인가에서 들어온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보호하며 숙련을 쌓게 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8만 명은 국내에 들어와 일할 수 있는 전체 외국인의 숫자가 아니라 E-9 신규 도입의 연간 상한이다. 제조업 5만 명, 농축산업 1만 명, 건설업 2000명, 어업 7000명, 서비스업 1000명에 업종 구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탄력배정분 1만 명이 포함됐다. 외국인 노동시장에는 E-9 외에도 특정활동(E-7), 계절근로(E-8)를 비롯한 여러 체류자격이 존재한다. E-9 규모 감소만으로 외국인력 정책 전체가 축소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2026년 외국인 고용정책에서 내놓은 방향은 수급설계, 숙련, 권익보호, 통합지원으로 압축된다. 고용노동부는 분야와 직능 수준을 함께 고려해 외국인력 수급을 설계하고 비전문인력이 준숙련·숙련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숙련을 쌓은 외국인이 출국한 뒤 다시 입국하는 절차 없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근로조건·노동안전·취업지원도 체류자격에 따라 갈라놓기보다 ‘일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묶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기존 외국인력 관리체계의 분절이 있다.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에 따라 담당 부처와 제도가 달라 외국인력이 어느 산업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숙련을 쌓는지 노동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고용노동부가 2026년 추진하는 국정과제에도 ‘이주노동자 통합 취업지원 및 고용허가제 개선’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외국인력 통합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뒤 4월 3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 추진방향’을 제시했고, 도입·활용·체류지원·정주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정책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 한글 수업에 근로계약·명절체험·지역문화 결합…한국 생활까지 넓어진 교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포천의 한국어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중앙정부가 말하는 ‘통합지원’이 지역에서는 어떤 형태를 필요로 하는지 보여준다. 교육생에게는 한국어 수업과 일자리가 별개의 일이 아니다. 취업한 뒤에는 근로계약서를 읽어야 하고 임금을 확인해야 하며 사업장을 옮길 경우 새로운 일자리 정보를 찾아야 한다. 체류기간이 길어지면 의료와 주거, 행정기관 이용도 따라온다. 중앙정부가 도입부터 정주까지 연결하겠다고 밝힌 정책 방향은 지역 현장에서는 결국 언어와 노동, 생활정보를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함께 이용할 수 있는가로 나타난다.

정부가 기존의 ‘도입’ 중심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2026년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은 단기적인 인력 공급을 넘어 외국인의 유입과 정주·통합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체계와 컨트롤타워 구축을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중간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제도, 지역특화비자 확대, 광역비자 시범사업 평가도 포함됐다. 체류외국인 증가를 노동력 부족의 보완 수단으로만 다루지 않고 지역과 안전, 인권, 사회통합을 함께 다루겠다는 방향이다.

한국어 교육도 이 정책 구조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6년 시행계획에는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입문·기초·심화 단계 한국어 교재를 보완하고 교사용 지침서와 수업 보조자료를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장기 거주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에게는 입국 전 한국어와 한국사회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이 담겼고, 계절근로자의 조기적응교육 의무화와 조선·건설업 종사자를 위한 맞춤형 산업안전 교육도 추진 대상에 올랐다. 한국어가 체류 뒤 선택적으로 배우는 문화교육에서 입국과 노동, 안전을 연결하는 기반교육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0~4단계로 운영하고 이후 한국사회 이해 과정을 두고 있다. 영주자격 취득 과정은 한국사회 이해 70시간, 국적 취득 과정은 100시간으로 구성된다. 2026년에는 사회통합프로그램과 지방자치단체 사업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으며, 8월 5일 기준 연계프로그램 지정 목록이 갱신됐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체류와 사회생활에 연결하려는 공공제도는 이미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고용과 체류를 담당하는 정책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보호도 강화되는 방향이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임금체불이나 노동안전 법령 위반으로 처벌받은 고용주의 외국인 근로자 초청을 제한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은 고용주와 체불임금사업주 명단에 공개된 고용주,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처벌을 받은 고용주를 대상으로 제한 근거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8월 현재 국가법령정보센터에 표시된 시행규칙은 1월 23일 시행본이어서, 6월 입법예고안은 확정 시행 여부를 별도로 구분해 봐야 한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정책의 단위는 더 잘게 나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도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선정했다. 법무부는 지역특화 체류정책과 사회통합프로그램을 맡고, 각 지방정부는 외국인주민지원센터와 한국어·상담·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외국인 한 사람이 한국에서 겪는 취업과 체류, 언어, 의료, 주거는 하나의 생활이지만 정부 조직에서는 여러 부처와 지방정부의 사업으로 나뉜다.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처럼 민간에서 한국어 수업과 노동상담, 취업정보, 문화활동을 한데 연결하는 움직임이 생기는 배경도 공공정책의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체불임금 문제를 겪은 교육생에게는 노동기관이 필요하고, 체류 문제에는 출입국 행정이 필요하다. 한국어 수업은 교육기관, 가족 문제는 가족지원기관, 의료와 주거는 또 다른 기관을 찾아야 한다. 지원제도가 존재하더라도 당사자가 어느 기관을 찾아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거나 필요한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면 제도 접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도 중앙과 지방을 연결하는 구조를 정책 논의에 올려놓았다. 외국인력 통합지원 논의에서는 입국과 초기 적응, 숙련 형성, 경력 개발, 귀국 또는 정주까지 이어지는 관리체계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체류지원 역할, 중앙·지방 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가 4월 제시한 추진방향 역시 전체 노동시장 관점의 수급설계와 숙련인력의 장기체류, 고용허가제 개선, 부처 간 정보 연계를 통한 지원체계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잡았다.

정책의 세부 설계는 아직 진행되고 있다. 사업장 변경제도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이동권과 사업주의 안정적인 인력 운용이 부딪히는 영역인 만큼 정부도 사업장 변경을 외국인력 통합지원 논의의 주요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7월 27일 사업장 변경제도의 구체적인 개선 방향과 9월 정기국회 논의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단계다.

8월 4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에도 이주노동자 권익보호와 통합관리체계 구축이 다시 포함됐다. 상반기에 제시된 방향이 일회성 발표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 정책 항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반면 5월 정부가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의 구체적인 제도별 내용은 사업장 변경처럼 아직 세부 조율이 이어지는 영역이 남아 있다.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 한글 수업에 근로계약·명절체험·지역문화 결합…한국 생활까지 넓어진 교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외국인 정책을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변화의 방향은 더 분명해진다. 기존에는 취업을 위해 외국인을 선발하고 사업장에 배치한 뒤 한국어와 생활적응을 별도의 지원 영역으로 두는 구조가 강했다. 2026년 정책에는 입국 전 한국어·한국사회 정보 제공, 산업안전교육, 취업지원, 숙련 형성, 장기체류, 지역정착을 연결하려는 내용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한국어 교육도 단순 회화나 TOPIK 준비에 머물지 않고 노동과 안전, 체류, 지역생활을 연결하는 교육으로 범위가 넓어질 여지가 커졌다.

포천의 교실에서 교육생이 배우는 ‘임금’과 ‘근로계약서’, 명절에 경험하는 세배와 떡국,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중앙정부 정책 문서에서 각각 노동, 한국어교육, 사회통합, 지역정착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분류된다. 당사자의 하루에서는 같은 생활이다. 이재명 정부가 외국인 취업자 110만 명 시대에 내놓은 정책 전환도 여러 제도를 한 사람의 이동과 생활을 기준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실제 작동 범위가 달라진다.

E-9 신규 도입 한도는 올해 8만 명으로 낮아졌지만 이미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규모는 110만 명을 넘어섰다. 앞으로의 정책은 입국자 숫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숙련을 쌓은 노동자가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임금과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지, 한국어와 생활정보를 가까운 곳에서 배울 수 있는지, 체류와 취업·교육·지역지원이 실제 현장에서 이어지는지가 다음 변화의 수치가 된다. 정부가 제시한 ‘도입-활용-체류지원-정주’의 연결은 방향으로 제시됐고, 고용허가제 세부 개편과 부처·지방정부 간 연결 방식은 2026년 하반기에도 계속 구체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