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웨어를 다시 입다②] mfpen SS27, 수트와 스커트가 한 옷장에 들어왔다

재킷·셔츠·타이에 레이스와 미니스커트, 스타킹 결합 남성복·여성복으로 나뉘던 품목 섞고 길이와 비율 바꾼 ‘Deadlines’

2026-08-10     박인경 기자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검은 재킷 아래로 흰 셔츠가 길게 내려오고 짧은 하의 아래에는 레이스가 이어졌다. 셔츠와 타이를 갖춰 입은 남성 모델은 긴 수트 팬츠 대신 무릎까지 오는 쇼츠를 입었다. 주름을 촘촘하게 잡은 미니드레스에는 검은 스타킹을 맞췄다. mfpen의 2027 봄·여름(SS27) 컬렉션 ‘Deadlines’에서는 재킷과 셔츠, 타이를 남성복에만 묶어두지 않았고 스커트와 레이스, 스타킹도 여성복 안에 가두지 않았다. 직장복에서 오랫동안 따로 움직이던 옷들이 한 컬렉션 안에서 뒤섞였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mfpen은 수트를 없애는 대신 수트와 함께 입던 옷을 바꿨다. 긴 팬츠가 빠진 자리에는 쇼츠와 미니스커트가 들어왔고, 셔츠 아래에는 레이스가 이어졌다. 여성복에는 넉넉한 재킷과 셔츠의 비율을 가져왔다. ‘Deadlines’가 마감에 쫓겨 늦게까지 일한 사람의 흐트러진 직장복을 다뤘다면, 옷의 성별을 나누던 익숙한 조합도 함께 느슨해졌다.

검은 아우터 안에는 흰 셔츠를 길게 내려 입고 하의는 짧게 줄였다. 검은 레이스 소재가 다리를 감싸고 검은 신발까지 이어진다. 재킷과 흰 셔츠만 떼어 놓으면 직장복에서 익숙한 조합이지만 허벅지를 드러낸 짧은 하의와 레이스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대비를 만드는 것은 장식보다 길이다. 셔츠는 재킷 아래로 충분히 내려오고 하의는 짧다. 다리를 덮은 레이스는 피부를 완전히 가리지 않으면서 재킷의 묵직한 질감과 차이를 만든다. 남성 수트에서 익숙한 어두운 아우터와 흰 셔츠, 여성복에서 자주 사용해 온 레이스를 한 차림에 놓되 색은 검정과 흰색으로 제한했다. 서로 다른 옷이 한꺼번에 들어갔지만 과도하게 장식적인 인상을 남기지 않는 이유다.

mfpen은 SS27에서 남성 착장에도 레이스 스타킹과 태슬 장식을 사용했다. 붉은 꽃무늬 자카드 셔츠는 가슴 부분을 열어 짙은 회색 수트와 맞췄고, 흰 체크 셔츠에는 꽃무늬 타이와 앞주름 팬츠를 더했다. 수트와 타이를 남겨둔 채 레이스와 꽃무늬, 노출의 범위를 넓힌 변화다.

남성복의 형태를 여성복으로 바꾸거나 여성복을 그대로 남성 모델에게 입히는 단순한 교환과는 차이가 있다. 재킷과 셔츠, 타이의 기본 형태가 남아 있는 가운데 하의의 길이와 소재, 신발을 달리하면서 한 벌의 구성이 바뀐다. 익숙한 수트가 남아 있기 때문에 레이스와 짧은 하의가 들어온 차이도 더 분명해진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 재킷 아래에는 짧은 주름 스커트가 놓였다.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양말과 검은 신발을 더하고 어깨에는 검은 가방을 걸쳤다. 상체를 감싸는 재킷의 크기에 비해 하의는 짧고 가볍다. 큰 재킷과 작은 스커트를 한데 두면서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뚜렷하게 갈린다.

스커트의 길이만 줄인 것은 아니다. 짧은 하의 아래로 양말을 길게 올리면서 다리가 드러나는 범위를 다시 나눴다. 미니스커트와 맨다리를 곧바로 연결하지 않고 스커트, 피부, 양말, 신발을 차례로 배치했다. 쇼츠와 스커트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Deadlines’에서 이런 길이 조절은 실루엣을 만드는 중요한 방법으로 쓰였다.

색은 앞선 수트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검정과 짙은 색이 중심을 잡고 가방도 같은 계열로 맞췄다. 스커트가 등장했다고 여성복에서 익숙한 밝은 색이나 화려한 장식을 덧붙이지 않았다. 남성 수트와 여성 스커트를 같은 색 안에 놓으면서 품목의 차이는 남기고 전체 분위기는 이어갔다.

직장복에서 재킷과 하의는 오랫동안 한 벌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다. 긴 재킷에는 팬츠나 무릎 부근의 스커트를 맞추고, 셔츠와 타이는 몸의 중심선을 정리했다. mfpen은 재킷을 크게 줄이지 않은 채 하의의 길이를 먼저 바꿨다. 어깨와 몸통을 넉넉하게 덮는 상의 아래 허벅지가 드러나면서 기존 정장의 비율이 달라졌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 재킷과 흰 셔츠, 가늘고 긴 타이는 남성 비즈니스웨어의 익숙한 조합이다. mfpen은 아래에 긴 수트 팬츠 대신 넓은 쇼츠를 입혔다. 쇼츠는 무릎 부근까지 내려오고 발에는 밝은 갈색 계열의 신발을 맞췄다.

셔츠와 타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타이도 목에서 가지런히 내려오지만 재킷과 쇼츠의 크기가 전통적인 비즈니스 수트와 다른 균형을 만든다. 상체에는 수트의 형식을 남기고 하체에서 긴 바지를 덜어냈다. 무릎을 덮는 넓은 쇼츠는 스포츠웨어의 짧은 반바지와도 거리가 있고, 전통적인 수트 팬츠와도 다르다.

짧은 하의를 여성복의 영역에만 두지 않은 대목도 눈에 띈다. 쇼츠의 폭을 넉넉하게 잡고 재킷 역시 여유 있게 떨어뜨리면서 허리와 다리의 선을 과하게 강조하지 않았다. 타이와 셔츠, 쇼츠가 한데 놓이면서 남성 정장의 기본 품목과 새로운 하의 길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Deadlines’에서 수트는 한 벌로 고정되지 않는다. 재킷과 팬츠가 반드시 짝을 이루지 않고, 셔츠도 긴 수트 팬츠와만 만나지 않는다. 재킷은 스커트와 쇼츠로 옮겨가고 셔츠는 짧은 하의와 연결된다. 남성용과 여성용을 가르는 품목보다 어떤 옷을 어느 길이로 함께 입는지가 앞에 나온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한 회색 계열의 민소매 미니드레스에는 세로 방향의 촘촘한 주름이 잡혔다. 허벅지 위에서 끝나는 짧은 길이 아래로 무늬가 있는 검은 스타킹을 신고 검은 신발을 맞췄다. 검정과 회색을 중심으로 한 앞선 수트의 색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실루엣은 크게 달라진다.

넓은 재킷과 긴 팬츠에서 만들어졌던 부피가 빠지고 짧은 원피스와 스타킹이 몸의 선을 따라 내려온다. 같은 컬렉션 안에서 남성 수트의 큰 비율과 여성복의 가벼운 비율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한 가지 몸의 형태를 계속 반복하지 않았다.

여성복에서도 전형적인 사무복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단정한 블라우스와 무릎 길이 스커트를 한 벌로 맞추는 대신 짧은 원피스에는 패턴 스타킹을 넣고, 다른 차림에서는 몸에 붙는 얇은 상의에 낮은 허리선의 팬츠를 연결했다. 큰 재킷과 넓은 바지도 여성 모델에게 이어졌다. 남성복에서 쓰던 넉넉한 테일러링을 여성복으로 옮기고, 여성복에서 익숙한 짧은 길이와 레이스는 남성복까지 넓혔다.

mfpen이 선택한 방식에는 과장된 성별 기호가 많지 않다. 남성복에 레이스를 사용했다고 색을 화려하게 바꾸지 않았고 여성복에 큰 재킷을 입혔다고 어깨를 극단적으로 키우지 않았다. 검정과 회색을 유지하고 재킷과 셔츠의 원형도 남겼다. 품목 사이의 이동을 크게 선언하기보다 실제로 함께 입을 수 있는 조합 안에서 변화시켰다.

직장복이라는 배경도 중요하다. 수트와 셔츠, 타이는 오랫동안 조직과 직업, 격식을 나타내는 옷으로 사용됐고 남성과 여성에게 요구되는 형태도 달랐다. 남성에게는 재킷과 긴 팬츠, 셔츠와 타이가 중심이었고 여성의 오피스웨어에서는 블라우스와 스커트, 스타킹이 별도의 조합을 이루었다. ‘Deadlines’에서는 두 옷장의 품목이 서로 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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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패턴을 사용한 긴 셔츠형 상의는 허벅지 위에서 끝나고 검은 스타킹과 신발이 아래를 받친다. 셔츠의 칼라와 긴 소매는 앞서 등장한 업무용 셔츠와 연결되지만 길이를 늘려 원피스처럼 입으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셔츠와 원피스의 경계가 겹치는 부분도 ‘Deadlines’의 방향과 맞닿는다. 같은 셔츠라도 팬츠 안에 넣으면 전형적인 직장복에 가까워지고, 길이를 늘려 스타킹과 입으면 전혀 다른 옷이 된다. 품목의 이름을 바꾸기보다 재단과 길이, 함께 입는 옷을 달리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었다.

체크 역시 남성 셔츠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앞선 수트와 셔츠에서 사용한 무늬가 짧은 셔츠형 옷으로 옮겨오면서 컬렉션 앞뒤를 연결한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색과 패턴으로 갈라놓지 않은 선택이다.

mfpen의 SS27은 남성과 여성에게 같은 옷을 입히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남성복에서는 재킷과 셔츠, 타이를 남겨둔 채 쇼츠와 레이스를 넣었고, 여성복에는 넉넉한 테일러링과 셔츠를 가져오면서 미니스커트와 스타킹을 함께 사용했다. 한쪽 옷장을 다른 쪽으로 그대로 옮기기보다 두 옷장에서 필요한 품목을 꺼내 한 벌씩 다시 조합했다.

창립 10주년 컬렉션의 중심에는 여전히 수트가 있다. 다만 수트 팬츠만이 재킷의 짝은 아니고, 셔츠와 타이도 남성복의 전유물로 남지 않았다. 레이스와 미니스커트, 쇼츠와 스타킹이 같은 검정과 회색 안으로 들어오면서 ‘Deadlines’의 오피스웨어는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나뉜 두 벌의 정장보다 하나의 옷장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