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웨어를 다시 입다③] mfpen SS27, 바랜 니트와 거친 밑단에 남긴 사용감

매끈한 수트 사이로 햇빛에 바랜 듯한 저지와 가죽, 풀어진 셔츠 배치 ‘Deadlines’의 늦은 업무시간, 색과 소재·마감의 변화로 이어져

2026-08-11     박인경 기자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잘 다린 셔츠와 매끈한 수트만으로는 ‘Deadlines’가 말하는 늦은 업무시간을 담기 어려웠다. mfpen은 2027 봄·여름(SS27) 컬렉션에서 바랜 듯한 저지 니트와 매끈하게 감추지 않은 밑단, 광택이 도는 가죽을 정장 사이에 끼워 넣었다. 셔츠는 목까지 반듯하게 잠그지 않았고, 니트와 티셔츠는 오래 입은 옷처럼 힘을 뺐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덴마크 브랜드가 수트의 형태와 함께 손본 것은 옷의 표정이었다.

컬렉션 이름 ‘Deadlines’는 마감을 맞추기 위해 늦은 밤까지 프로젝트를 붙잡고 일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넉넉해진 재킷과 길어진 팬츠가 옷의 비율을 바꿨다면 소재와 마감은 시간이 지난 흔적을 더했다. 햇볕에 오래 노출된 듯 색을 낮춘 저지 니트와 재단한 끝을 그대로 살린 밑단이 들어갔고, 매끈한 수팅 소재 옆에는 사용감이 느껴지는 상의를 배치했다. 새 옷 특유의 팽팽함을 컬렉션 전체에 유지하지 않은 선택이다.

짙은 수트 안에는 밝은 셔츠를 느슨하게 입었다. 셔츠의 목 부분을 열고 허리에는 갈색 계열 벨트를 둘렀으며, 바지는 넉넉하게 떨어진다. 재킷과 팬츠만 보면 전통적인 수트의 구성과 가깝지만 안쪽 셔츠를 입는 방식에서 반듯한 업무복과 거리가 생긴다.

셔츠가 완전히 정돈되지 않은 상태는 ‘Deadlines’에서 여러 차례 반복된다. 타이를 단단히 조이거나 셔츠 단추를 목까지 잠그는 대신 목과 가슴 주변을 열어두고, 넓은 팬츠와 함께 입는다. 회사에 도착한 직후보다 몇 시간 동안 일을 이어간 뒤에 가까운 차림이다.

mfpen은 이런 변화를 과도한 찢김이나 강한 워싱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수트의 형태는 남겨두고 안쪽에 입은 옷의 여밈과 질감, 색의 정도를 조절했다. 정장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간이 지난 흔적을 조금씩 더하는 방식이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짙은 상의와 회색 계열 하의를 맞춘 차림에서는 재킷이 몸에서 떨어져 손에 들려 있다. 상의는 장식을 거의 덜어낸 채 몸을 따라 내려가고, 아래쪽에는 부드럽게 주름지는 소재가 이어진다. 수트 재킷과 셔츠를 모두 갖춰 입던 앞선 차림보다 훨씬 가벼워졌지만 검정과 회색을 중심으로 한 색은 그대로 남았다.

소재가 몸에 닿는 방법도 달라졌다. 두께가 있는 수트와 아우터 옆으로 얇은 니트와 저지가 들어오고, 넉넉한 팬츠와 몸에 붙는 상의를 번갈아 사용한다. 같은 어두운 색 안에서도 울과 저지, 가죽처럼 서로 다른 질감이 나란히 놓이면서 착장마다 무게가 달라진다.

‘Deadlines’에서 햇볕에 바랜 듯한 저지 니트를 사용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새로 생산된 옷을 지나치게 깨끗한 상태로 보이게 하기보다 이미 여러 번 손이 간 옷처럼 색의 강도를 낮췄다. 오래된 옷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직장인의 일상에서 반복해서 입는 옷이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 부분을 디자인에 끌어들였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 가죽 재킷 아래에는 줄무늬 상의를 겹쳐 입고 넓은 어두운 팬츠를 맞췄다. 가죽의 광택과 안쪽 니트의 부드러운 질감이 한 차림에서 맞붙는다. 말끔한 수팅 소재와 다른 표면을 넣으면서 ‘Deadlines’의 직장복도 한 가지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가죽은 컬렉션에 조금 더 거친 인상을 보탠다. 광택이 있는 가죽 메신저백도 함께 사용됐고, 벨트에는 크롬 그로밋을 넣었다. 정장과 셔츠처럼 익숙한 품목 사이에 반짝이는 가죽과 금속을 배치하면서 전통적인 비즈니스웨어의 차분한 질감에 차이를 냈다.

가죽 재킷과 넓은 팬츠의 조합도 출근복과 일상복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재킷 안쪽에는 단정한 셔츠 대신 줄무늬 상의를 입고, 바지는 길고 넉넉하게 떨어뜨렸다. 사무실에서 입을 수 있는 옷과 퇴근 뒤 그대로 입을 수 있는 옷을 별도로 나누지 않는 구성이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 아우터와 회색 상의, 어두운 팬츠를 맞춘 차림에서는 색보다 옷의 겹과 길이가 먼저 드러난다. 아우터는 몸을 단단하게 조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려오며, 바지도 발목에서 지나치게 정돈하지 않았다. 회색과 검정 사이에 밝은 양말이 들어가면서 무거운 색을 조금 덜어낸다.

‘Deadlines’에는 완성도를 과시하기 위해 모든 선을 매끈하게 감춘 옷만 등장하지 않는다. 일부 밑단에는 재단의 흔적을 남기고, 쇼츠와 스커트는 안감이 밖으로 드러날 정도로 길이를 줄였다. 평소 바깥에서 보이지 않던 옷의 안쪽이 드러나면서 새 옷의 완벽한 마감이라는 기준에서도 벗어났다.

안감 노출과 거친 밑단은 장식처럼 덧붙인 요소가 아니다. 길이를 줄이고 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분을 그대로 남긴 데 가깝다. 수트의 라펠과 셔츠 칼라처럼 정교하게 정리된 구조 옆에 이런 마감을 두면서 한 벌 안에서도 완성된 부분과 덜 정돈된 부분이 함께 나타난다.

mfpen은 생산 과정에서도 데드스톡과 잉여 원단을 활용해 온 브랜드다. 다만 SS27 전체의 개별 원단 출처가 공개된 것은 아니어서 ‘Deadlines’의 바랜 질감이나 거친 마감을 곧바로 데드스톡 사용과 연결할 수는 없다. 컬렉션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소재를 새것처럼 균일하게 보이도록 정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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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니트와 어두운 팬츠를 입은 차림에서는 수트 재킷이 빠졌다. 상의의 패턴과 부드러운 질감이 앞서 나온 가죽과 울 수트의 단단한 표면을 대신한다. 넉넉한 팬츠와 함께 입으면서 사무복과 일상복의 구분도 한층 옅어진다.

니트는 ‘Deadlines’의 시간감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일부 니트는 소매를 손보다 길게 만들었고, 저지는 햇빛에 오래 노출된 듯 색을 낮췄다. 니트를 반듯하게 접어 셔츠 위에 입는 전형적인 사무복보다 소매가 길게 흘러내리고 몸 주변에 여유가 남는 형태가 많다.

수트와 니트를 함께 사용한 방식도 눈에 띈다. mfpen은 테일러링을 중심에 남기면서도 모든 옷을 울 수팅 소재로 통일하지 않았다. 저지와 니트, 가죽을 번갈아 사용해 한 사람이 하루 동안 겉옷을 벗고 다시 입는 과정처럼 옷의 무게를 조절했다.

색도 소재의 사용감을 받쳐준다. 검정과 회색, 네이비 같은 어두운 색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새 옷의 선명한 색보다 차분하고 낮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꽃무늬와 체크, 스트라이프가 들어와도 전체 색조를 크게 흔들지 않는다. 바랜 저지와 어두운 가죽, 회색 울이 같은 컬렉션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배경이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mfpen은 ‘Deadlines’에서 새것의 완벽함을 기념하지 않았다. 수트와 셔츠의 형태를 남긴 채 셔츠를 풀고 니트를 늘이며, 저지의 색을 낮추고 일부 밑단에는 재단의 흔적을 남겼다. 가죽과 울, 니트와 저지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직장복의 표면도 매끈한 한 가지 상태에서 벗어났다.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보다 먼저 흐트러지는 것도 옷이다. 오래 앉아 있던 바지에는 주름이 남고, 셔츠는 처음보다 느슨해지며, 손목에서 끝나야 할 소매는 아래로 흘러내린다. mfpen의 SS27 ‘Deadlines’는 늦어진 퇴근 시간을 거창한 상징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하루 동안 입고 일한 옷에 남는 작은 변화를 소재와 재단, 마감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