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웨어를 다시 입다⑤] mfpen×New Balance 992, 수트에 들어온 Made in USA

창립 10주년 ‘Deadlines’ 런웨이서 협업 모델 공개 2006년 출발한 992, 스웨이드·메시·ABZORB 계보를 코펜하겐 테일러링과 연결

2026-08-13     박인경 기자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회색 재킷과 울 쇼츠, 느슨한 셔츠와 넓은 팬츠 아래 운동화가 들어갔다. 덴마크 브랜드 mfpen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7 봄·여름(SS27) 컬렉션 ‘Deadlines’에는 New Balance Made in USA 992 협업 모델도 함께 등장했다. 수트와 셔츠, 타이를 오래 다뤄온 mfpen이 구두 대신 선택한 모델은 2006년 처음 나온 992였다.

협업은 신발 한 켤레를 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Deadlines’는 마감에 쫓겨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의 옷에서 출발했다. 반듯한 수트는 넉넉해졌고 셔츠는 느슨해졌다. 울 쇼츠와 스커트는 짧아지고 일부 니트의 소매는 손을 덮을 만큼 길어졌다. 구두까지 갖춰 신던 직장복의 순서에서 운동화가 들어오면서 mfpen이 바꾼 오피스웨어의 범위도 발끝까지 내려갔다.

짙은 아우터와 레이어드 상의 아래에는 짧은 하의가 놓이고 발에는 운동화가 이어진다. 재킷의 넉넉한 품과 드러난 다리, 양말과 운동화가 한 차림 안에 들어오면서 정장과 스포츠웨어를 따로 나누던 방식이 흐려진다. 구두를 신었다면 격식 있는 재킷 쪽으로 무게가 실렸겠지만 운동화가 들어가면서 일상복에 가까운 인상이 강해진다.

mfpen은 ‘Deadlines’에서 수트를 없애지 않았다. 재킷과 셔츠, 플리츠 팬츠와 타이를 계속 사용하면서 하의와 신발을 바꿨다. 쇼츠와 스커트가 수트 팬츠의 자리에 들어왔고 운동화는 구두가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출근할 때 한 벌로 맞춘 옷이 업무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풀리는 흐름과도 맞닿는다.

992는 이런 조합에 넣기 쉬운 모델이다. 현재 판매되는 Made in USA 992는 스웨이드와 메시를 중심으로 갑피를 구성하고 뒤꿈치와 앞발에 ABZORB 쿠셔닝을 적용한다. ENCAP 미드솔은 경량 폼과 폴리우레탄 테두리를 결합한다. 원래 고성능 러닝화에서 출발한 99X 계열의 기술적 구조가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992가 처음 나온 해는 2006년이다. 뉴발란스는 현재도 992의 특징으로 기술적인 디자인 선과 착용하기 쉬운 형태, 뒤꿈치와 앞발의 ABZORB를 들고 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에도 기본적인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소재와 색을 바꿔 다시 내놓을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이 협업에도 유리하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회갈색 재킷 아래에는 어두운 쇼츠가 들어가고 밝은 양말과 운동화가 발끝을 받친다. 상체의 재킷은 업무복에 가깝지만 무릎 아래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긴 수트 팬츠와 가죽 구두를 맞추는 대신 다리를 드러낸 쇼츠와 운동화를 사용했다.

mfpen의 SS27에서 운동화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이유도 옷의 비율에 있다. 재킷은 몸을 조이지 않고 팬츠도 넓게 떨어진다. 짧은 하의를 입어도 날카롭게 재단한 포멀웨어보다 움직임을 남긴다. 두께가 있는 러닝화가 발에 들어가도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을 떠올리게 하는 중성적인 분위기도 컬렉션과 신발을 잇는다. mfpen은 검정과 회색, 네이비, 탁한 브라운을 중심으로 색을 낮췄고 협업 992 역시 같은 분위기를 따라갔다. 2006년에 나온 992를 과거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Deadlines’의 색과 옷차림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뉴발란스가 현재 판매하는 일반 Made in USA 992에도 중성색은 중요한 축이다. 2026년 봄·여름 제품에는 밝은 뉴트럴 어스톤 조합이 들어갔고, 회색을 변주한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미국 공식 판매가격은 일반 Made in USA 992 기준 199.99달러다. mfpen 협업 제품의 가격은 별도로 발표되지 않았다.

‘Made in USA’라는 이름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뉴발란스는 해당 라인의 신발에 미국 내 가치 비중 70% 이상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992 외에도 990v4와 1300 등이 같은 Made in USA 컬렉션에 포함된다. 대량의 라이프스타일 운동화를 판매하는 브랜드 안에서도 별도의 생산 계보와 가격대를 가진 제품군이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어두운 아우터와 긴 하의 아래에도 양말과 운동화가 이어진다. 쇼츠처럼 다리를 많이 드러내는 차림과 달리 상의와 하의의 길이가 함께 내려오지만 구두를 사용하지 않아 무게가 과도하게 포멀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같은 운동화를 짧은 하의에만 묶지 않은 점은 ‘Deadlines’ 전체의 스타일링과도 이어진다. mfpen은 재킷을 쇼츠와 스커트, 데님에 번갈아 연결했고 셔츠 역시 수트 팬츠만을 짝으로 삼지 않았다. 신발도 특정 옷의 용도를 결정하는 마지막 표식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992가 패션 협업에서 활용하기 좋은 이유도 기본 실루엣과 관련이 있다. 메시 위에 스웨이드와 합성 소재를 겹친 갑피는 면이 여러 개로 나뉘어 색과 소재를 조정하기 쉽고, 두께가 있는 미드솔은 와이드 팬츠나 넉넉한 재킷 아래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한다. 다만 mfpen 협업 모델의 세부 소재 구성과 일반 992 대비 변경 사양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현재 런웨이에서 확인되는 정보만으로 일반 제품과 동일한 소재나 사양을 적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코펜하겐에서 뉴발란스의 움직임도 넓어졌다. SS27 코펜하겐 패션위크 기간인 8월 4일부터 8일까지 Atelier September와 별도의 레지던시를 열고 새로운 204V를 중심으로 패션과 음식, 커뮤니티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mfpen 쇼가 열린 8월 5일에도 해당 행사는 공식 일정에 올라 있었다. 같은 패션위크에서 브랜드 자체 프로그램과 디자이너 협업이 동시에 움직인 셈이다.

mfpen's 10th Anniversary Runway Show Teases New Balance Collaboration. 사진=Mfpen/Mattson Mar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 상의와 매우 짧은 하의에는 밝은 양말과 운동화가 더해진다. 재킷과 긴 팬츠를 갖춘 전통적인 출근복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검정과 회색을 중심으로 한 컬렉션의 색은 이어진다. 운동화가 포멀웨어의 반대편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옷장 안에서 수트와 쇼츠, 스커트를 오가는 신발로 사용된다.

mfpen의 자체 신발 구성을 함께 놓으면 변화가 더 분명하다. 현재 브랜드 온라인 스토어에는 더비와 로퍼, 부츠뿐 아니라 스니커즈도 판매되고 있다. 신발을 전통적인 포멀 슈즈에만 묶어온 브랜드는 아니지만 10주년 런웨이에서 New Balance Made in USA 992를 꺼내면서 세계적인 스니커즈 브랜드의 대표적인 헤리티지 모델과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협업 상대가 최신 러닝화가 아니라 992라는 점도 ‘Deadlines’와 맞는다. mfpen은 10주년 컬렉션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앞세우기보다 익숙한 수트와 셔츠를 다시 손봤다. 뉴발란스 역시 2006년의 992를 현재 Made in USA 라인에서 계속 생산하고 있다. 오래된 기본형을 남겨두고 소재와 색, 입는 방법을 바꾸는 두 브랜드의 접근이 한 런웨이에서 만났다.

수트에 운동화를 신는 조합 자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mfpen SS27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운동화를 별도의 캐주얼 차림에만 두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재킷과 쇼츠, 스커트와 긴 아우터에 반복해서 연결하면서 ‘Deadlines’가 바꿔온 직장복의 길이와 소재를 신발까지 이어갔다.

창립 10주년 런웨이에서 수트는 남았고 구두의 자리는 열렸다. 20년 전 등장한 992는 울 재킷과 셔츠, 짧아진 하의 사이에 들어가 mfpen의 오피스웨어를 거리의 옷과 연결했다. mfpen과 New Balance는 협업 Made in USA 992의 발매일과 가격, 판매처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