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웨어를 다시 입다⑥] mfpen 10년, 작은 수트 브랜드에서 글로벌 유통망까지
2016년 출발해 여성복·첫 단독 매장·LVMH Prize 준결승 거쳐 10주년 코펜하겐서 서울·도쿄·뉴욕까지 판로 확대…New Balance 992 협업으로 맞은 다음 10년
[KtN 박인경기자]수트와 셔츠로 시작한 덴마크 브랜드 mfpen이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2016년 시구르드 뱅크(Sigurd Bank)가 코펜하겐에서 시작한 뒤 남성복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고, 여성복과 단독 매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2024년에는 코펜하겐 패션위크 공식 런웨이에 데뷔했고 2025년 LVMH Prize 준결승 20개 브랜드에 포함됐다. 2026년 8월에는 10주년 컬렉션 ‘Deadlines’와 New Balance Made in USA 992 협업 모델을 함께 공개했다. 지난 10년의 변화는 옷의 규모보다 브랜드가 옷을 판매하고 보여주는 범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출발점에는 테일러링이 있었다. mfpen은 몸에 바짝 맞춘 전통적인 비즈니스 수트보다 넉넉한 팬츠와 재킷, 셔츠를 앞세웠다. 검정과 회색, 네이비처럼 낮은 색조를 자주 사용했고 유행에 따라 컬렉션 전체의 인상을 크게 바꾸기보다 익숙한 남성복의 비율을 조금씩 조정했다. 초기부터 대규모 광고에 의존하기보다 제한된 유통망과 고객층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웠다.
검은 재킷과 넓은 팬츠, 몸에서 여유 있게 떨어지는 셔츠는 10년 동안 이어진 mfpen의 옷을 압축한다. 2027 봄·여름 ‘Deadlines’에서도 재킷의 라펠과 셔츠 칼라, 플리츠 팬츠 같은 전통적인 수트 요소는 남았다. 소매와 바지 길이를 늘리고 셔츠를 느슨하게 입으며 쇼츠와 스커트, 레이스를 섞었지만 컬렉션의 중심에는 테일러링이 자리했다. 10주년을 맞아 전혀 다른 옷으로 방향을 틀기보다 기존의 수트를 다시 손본 선택이다.
브랜드의 규모가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은 2023년 전후다. 남성복에서 쌓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여성복을 시작하면서 재킷과 팬츠, 코듀로이와 핀스트라이프 같은 기존 품목을 여성복까지 확장했다. 남성복과 전혀 다른 여성복을 따로 만들기보다 두 컬렉션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SS27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의 품목이 한 런웨이 안에서 자유롭게 오간 배경도 앞선 확장 과정과 이어진다.
사업 규모도 함께 커졌다. 2024년 1월 공식 런웨이 데뷔 당시 mfpen의 매출은 전년보다 30% 늘어 160만 유로를 넘어선 상태였고, 인력은 1년 사이 두 배 늘어난 8명까지 확대됐다. 대형 패션기업과 비교하면 작은 조직이지만 소수 인력으로 운영되던 독립 브랜드가 생산과 유통, 여성복과 런웨이를 함께 운영할 단계까지 커졌다는 점에서는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수치다.
mfpen은 매출 증가를 곧바로 대량 생산으로 연결하지 않았다. 데드스톡과 잉여 원단을 우선 사용하는 ‘Responsible Hierarchy’를 운영하고, 적합한 원단이 없을 때 재생 섬유와 생분해성 섬유, 천연 소재와 유기농 면 등을 순차적으로 검토한다. 재고도 가능한 한 적게 유지해 과잉 생산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데드스톡은 확보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어 같은 제품을 무한정 늘리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검은 아우터와 팬츠를 중심으로 한 옷에서도 장식은 많지 않다. mfpen이 지난 10년 동안 반복해온 방식은 디자인뿐 아니라 생산량과도 연결된다. 한 시즌의 판매량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보다 확보한 원단에 맞춰 제품 수량을 조정해왔다. 단정한 수트와 셔츠를 만들면서 원단은 패션산업에서 남은 재고와 재생 소재까지 끌어오는 구조다.
2024년에는 코펜하겐에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이전에는 디자인 스튜디오 옆 작은 공간에서 제품을 판매했지만 정식 매장을 마련하면서 고객과 직접 만나는 접점이 생겼다. 현재 매장은 코펜하겐 묀테르가데(Møntergade) 3C에서 운영되고 있다. 금속 구조물과 빈티지 가구를 섞은 매장 역시 화려한 장식을 줄이고 옷을 중심에 놓는 브랜드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단독 매장이 코펜하겐에 뿌리를 내린 공간이라면 도매 유통은 이미 국경을 넘어섰다. mfpen의 남성복은 미국의 Dover Street Market과 Mohawk General Store, 영국의 Liberty와 END, 스웨덴 Nitty Gritty를 비롯해 유럽·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아프리카의 편집숍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도 서울의 Slow Steady Club과 Havati, 대구 Nightwaks 등 여러 판매처가 올라 있고, 일본에서는 도쿄 Adam et Ropé를 비롯한 복수의 매장에서 취급한다. 여성복 역시 유럽과 북미, 한국·일본·중국·대만·호주 등으로 유통망이 이어져 있다.
서울이 mfpen의 판매 지도에 들어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코펜하겐의 작은 남성복 브랜드가 별도의 한국 법인이나 대형 플래그십 없이 편집숍을 통해 국내 소비자와 만나는 구조다.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진입할 때 자체 매장을 먼저 내기보다 취향이 분명한 편집숍의 고객층과 연결되는 방식이 mfpen의 성장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을 포함한 현재 유통망은 브랜드가 더 이상 북유럽 안에서만 소비되는 소규모 레이블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회색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 아래 워싱 데님을 입힌 ‘Deadlines’의 조합은 mfpen이 판로를 넓히면서도 무엇을 유지했는지를 보여준다. 수트 재킷을 대중적인 캐주얼웨어와 연결하고 셔츠와 데님을 같은 차림에 놓는다. 새 시장을 겨냥해 눈에 띄는 로고나 강한 색을 추가하기보다 오래 다뤄온 재킷과 셔츠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런웨이에 대한 태도도 천천히 달라졌다. mfpen은 초기 코펜하겐에서 소규모 프레젠테이션을 열었지만 공식적인 첫 런웨이는 2024년 1월 31일이었다. 당시 24명의 모델을 세운 쇼는 이전의 작은 프레젠테이션보다 규모가 컸다. 브랜드가 여성복을 시작하고 조직과 매출이 커진 시기에 맞춰 코펜하겐 패션위크 공식 일정으로 들어왔다.
2년 뒤 상황은 더 달라졌다. 코펜하겐 패션위크가 출범 20주년을 맞은 SS27 시즌에는 34개 쇼와 프레젠테이션 가운데 mfpen도 공식 일정에 포함됐다. 8월 5일 오후 8시 열린 쇼에서 브랜드는 창립 10주년 컬렉션 ‘Deadlines’를 공개했다. 2024년 공식 데뷔 무대가 독립 브랜드의 성장 자체에 무게를 뒀다면 2026년 쇼에는 지난 10년 동안 다뤄온 수트와 셔츠를 다시 정리한 컬렉션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협업까지 함께 올라왔다.
그 사이 국제 패션산업의 평가도 한 단계 올라갔다. mfpen은 2025년 LVMH Prize 준결승 20개 브랜드에 덴마크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후보군은 15개국에서 선정됐으며 mfpen은 여성복과 남성복을 함께 전개하는 브랜드로 소개됐다. 최종 8개 브랜드에는 들지 못했지만, 코펜하겐의 독립 레이블이 글로벌 신진 디자이너 경쟁 무대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10년 성장 과정의 한 이정표가 됐다.
회색 티셔츠와 검은 팬츠처럼 가장 단순한 조합도 10주년 컬렉션에 남았다. mfpen의 성장 과정에서 반복되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여성복을 시작하고 단독 매장을 열었으며 국제 유통망과 런웨이를 넓혔지만 옷 자체를 매 시즌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수트와 셔츠, 티셔츠와 팬츠를 계속 만들고 같은 품목의 길이와 소재, 입는 방식을 조정했다.
2026년 New Balance와의 협업은 지난 확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자체 여성복과 단독 매장, 해외 편집숍이 mfpen이라는 이름 안에서 사업 범위를 넓힌 과정이었다면 Made in USA 992는 외부의 글로벌 브랜드와 제품 단위에서 만난 작업이다. 2006년 등장한 New Balance 992를 ‘Deadlines’의 수트와 쇼츠, 스커트 아래 배치하면서 mfpen의 테일러링과 미국 헤리티지 러닝화가 한 컬렉션에서 연결됐다.
10년 동안 mfpen이 선택한 성장 속도는 대형 독립 브랜드의 전형적인 확장 공식과 조금 다르다. 코펜하겐에서 남성복을 시작한 뒤 7년가량 지나 여성복을 더했고, 8년째에 첫 정식 매장과 공식 런웨이가 나왔다. 9년째에는 LVMH Prize 준결승에 진출했고 10년째에 New Balance 협업을 공개했다. 각각의 변화 사이에 시간을 두면서 기존의 수트와 셔츠를 브랜드의 중심에 남겨뒀다.
2026년의 mfpen은 코펜하겐 단독 매장과 자체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북미와 유럽을 넘어 한국·일본·중국·대만·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편집숍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생산에서는 데드스톡과 재생 소재를 우선하는 체계를 유지한다. 창립 10주년 무대에서는 수트와 셔츠를 다시 꺼냈고, 발끝에는 New Balance 992가 들어왔다. 코펜하겐의 작은 남성복 브랜드로 시작한 10년은 옷의 뿌리를 그대로 둔 채 여성복과 매장, 해외 유통과 협업으로 영역을 넓혀온 시간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