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nite·Netflix가 크리에이터를 품는 이유…엔터산업, ‘검증된 IP’를 산다

Addison Rae는 게임 속 유료 상품, LilyPichu는 'Overwatch' 캐릭터의 목소리로 ExtraEmily 영상은 OTT용 15부작 재편집, 600억뷰 ChuChuTV는 Netflix 편성 제작 뒤 흥행 기다리던 방식에서 플랫폼 반응 확인한 인물·포맷·카탈로그 확보로

2026-08-10     전성진 기자

 

[KtN 전성진기자]유튜브에서 600억회 넘게 재생된 어린이 영상이 Netflix 편성표로 들어갔다. TikTok에서 출발해 팝 가수로 활동 영역을 넓힌 애디슨 레이(Addison Rae)의 얼굴과 음악은 Fortnite에서 돈을 주고 사는 디지털 상품이 됐다. Twitch 스트리머 릴리피츄(LilyPichu)의 목소리는 11일부터 'Overwatch'의 새 영웅 D.Mon에 입혀진다. 엑스트라에밀리(ExtraEmily)가 온라인에서 해온 도전과 야외방송은 15편짜리 프로그램으로 재편돼 Disney+에 올라갔다. 서로 다른 네 건의 움직임은 크리에이터와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관계가 광고와 출연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임사와 OTT가 가져가는 것은 유명인의 얼굴만이 아니다. 소셜 플랫폼에서 먼저 검증된 인물과 연기 능력, 영상 형식, 수년간 축적된 콘텐츠까지 기존 산업의 상품과 편성 자산으로 들어오고 있다.

전통적인 콘텐츠 사업은 대체로 돈이 먼저 들어갔다. 기획안을 만들고 출연자를 정하고 제작비를 투입한 뒤 작품을 공개해야 비로소 시청자의 반응을 알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 산업에서는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유튜브와 TikTok, Twitch에서 콘텐츠가 먼저 공개되고 수백만명이 반응한다. 구독과 조회, 댓글, 반복 시청이 쌓인 뒤 게임사와 OTT가 들어온다. 기존 미디어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인물과 포맷을 처음부터 키우는 방식과 달리 시장 반응이 축적된 콘텐츠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흥행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에 이용자가 반응했는지 확인할 자료를 가진 상태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크리에이터 플랫폼이 콘텐츠 유통망인 동시에 거대한 공개 오디션장과 시험 유통망처럼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애디슨 레이가 Fortnite에 들어온 방식은 이런 변화가 가장 직접적으로 상품화된 형태다. Epic Games는 Addison Rae와 Famous Addison Rae 두 종류의 의상에 음악과 이모트, 등 장신구, 곡괭이, Jam Track 등을 묶은 상품을 내놨다. 전체 번들 가격은 3600 V-Bucks다. 'Diet Pepsi'와 'Fame Is a Gun'도 게임 안에서 사용하는 음악과 동작으로 나뉘어 판매된다. 판매는 8월 16일까지 예정돼 있다.

연예인을 게임 광고에 등장시키는 방식과는 경제적 구조가 다르다. Fortnite 이용자는 애디슨 레이의 영상을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캐릭터의 외형을 자신의 아바타로 사용하고 음악과 동작을 구매한다. 한 사람에게 축적된 대중적 이미지를 의상, 액세서리, 음악, 행동으로 잘게 나눠 게임 내부의 상품으로 바꾸는 구조다. 팝스타와 영화 캐릭터, 스포츠 선수, 크리에이터가 Fortnite의 같은 상점 안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명인의 인지도가 광고 도달률을 높이는 수단에서 게임 안에서 직접 판매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이동한다.

애디슨 레이를 ‘TikTok 스타가 게임에 진출했다’고만 설명하기도 어려워졌다. 출발점은 TikTok이었지만 음악과 패션, 연기 등으로 활동 범위가 이미 넓어졌다. Fortnite에 들어간 상품 역시 초기 소셜미디어 활동보다 현재 음악 활동과 외형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크리에이터와 가수, 배우처럼 산업이 나눠놓은 직업 분류보다 여러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물 브랜드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 변화다.

LilyPichu의 D.Mon 캐스팅에서는 다른 자산이 거래된다. Blizzard의 'Overwatch' 시즌4는 8월 11일 새 탱커 영웅 D.Mon을 추가한다. 한국 MEKA Squad의 리더로 설정된 D.Mon은 에너지 검과 방어막을 사용하는 캐릭터이며 LilyPichu가 영어판 목소리를 맡았다.

유명 스트리머를 화제성을 위해 성우로 앉힌 일회성 캐스팅으로 보기는 어렵다. LilyPichu는 이미 'Genshin Impact'의 Sayu, 'MapleStory 2'의 Joddy 등 여러 게임에서 성우로 활동해 왔다. 스트리머이면서 음악가이고 성우 경력을 가진 창작자다. D.Mon에서도 외부 홍보대사가 아니라 캐릭터를 구성하는 제작 인력으로 참여한다.

게임 출시를 홍보하는 스트리밍 방송은 캠페인이 끝나면 역할도 대부분 끝난다. 캐릭터의 목소리는 다르다. D.Mon이 게임 안에서 사용되는 동안 연기는 IP의 일부로 남는다. 크리에이터 산업에서 확보한 인지도와 전통적인 성우 노동이 한 사람 안에서 결합한 경우다. ‘크리에이터를 캐스팅한다’는 표현 안에서도 초상과 팬덤을 구매하는 거래, 실제 제작 능력을 계약하는 거래는 구별해야 한다.

Disney+에 올라온 'ExtraEmily: Creator Essentials'에서는 사람보다 온라인 콘텐츠의 제작 방식이 이동한다. Disney+에 공개된 시즌1은 15편이다. 요리 도전부터 스케이트보드, 동물 체험, 비치발리볼, 아이스하키, 미니골프, 페인트볼, 운전 연습, 워터파크까지 ExtraEmily가 인터넷 방송에서 구축해 온 IRL 콘텐츠를 회차별 프로그램으로 묶었다. 제작 주체는 Disney가 아니라 크리에이터 미디어 기업 pocket.watch다.

15편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영상이 OTT에 들어가기 전에 거치는 과정이다. pocket.watch는 올해 여러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15편 안팎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스트리밍 사업자의 심의·편성 기준에 맞는 영상을 고르고, 유튜브에서 사용하는 구독 유도 요소를 제거하고, 음악 권리를 다시 정리하고, 새로운 로고와 그래픽을 입혔다. 이미 존재하는 온라인 영상을 서버만 옮겨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OTT가 편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상품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이다.

인터넷 영상과 TV 프로그램 사이에서 새로운 중간 사업자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유튜버가 수년 동안 쌓은 영상에는 상당한 시청량이 있지만 모든 영상이 다른 서비스에서 그대로 유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 저작권과 영상 길이, 플랫폼 고유의 그래픽과 광고·구독 문구, 심의 기준을 다시 처리해야 한다. pocket.watch는 크리에이터의 기존 라이브러리와 Disney+·Hulu·Prime Video·Tubi 같은 편성 사업자 사이에서 콘텐츠를 다시 포장하고 권리를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공개한 12개 크리에이터 프로그램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ExtraEmily만 떼어낸 실험도 아니다. pocket.watch가 제작한 10부작 'Rabbit Hole'은 7월 13일 Disney+와 Hulu에서 공개됐다. 36명의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참여했고 당시 공개된 이들의 소셜·디지털 플랫폼 합산 도달 규모는 6억7500만명이었다. ExtraEmily도 출연진에 포함됐다. 한 사람의 기존 라이브러리를 OTT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방식과 여러 크리에이터를 모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 방송사가 스타를 발굴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를 모았다면, 여기서는 이미 시청자를 가진 사람들이 먼저 존재한다. 제작사는 해당 인물들의 온라인 콘텐츠를 골라 방송형 상품으로 바꾸거나 여러 인물을 묶어 신규 프로그램을 만든다. 출연자를 결정한 뒤 팬층을 만드는 순서가 아니라 팬층이 확인된 뒤 출연자와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다.

ChuChuTV의 Netflix 진입에서는 사람보다 카탈로그 자체의 가치가 더 뚜렷하다. 2013년 시작한 인도 키즈 채널 ChuChu TV Nursery Rhymes & Kids Songs는 현재 구독자 9810만명, 영상 약 1100편을 보유하고 있다. 누적 조회 수는 601억회를 넘어섰다.

Netflix에는 8월 6일부터 'ChuChuTV Nursery Rhymes', 'ChuChuTV Drawing with ChuChu', 'ChuChuTV Colors in FunZone', 'ChuChuTV Surprise Eggs' 등 4개 컬렉션이 들어갔다. 새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는 계약이 아니라 기존 ChuChuTV 콘텐츠에 대한 라이선스다. 계약금과 라이선스 기간을 비롯한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600억회라는 숫자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키즈 콘텐츠의 소비 방식과 맞닿아 있다. 동요와 색깔 학습, 그림 그리기, 유아용 놀이 영상은 개봉 첫 주의 화제성보다 반복 시청과 긴 유통기간의 가치가 크다. ChuChuTV는 10년 넘게 유튜브에서 방대한 이용 기록을 쌓았다. Netflix 입장에서는 새로운 유아 콘텐츠의 반응을 처음부터 기다리는 방식과 함께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소비가 발생한 라이브러리를 확보하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유튜브의 누적 조회 수가 Netflix의 시청시간으로 그대로 전환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Netflix의 키즈 전략을 놓으면 ChuChuTV는 단발성 편성으로 보기 더 어렵다. Netflix는 올해 Ms. Rachel의 새 시즌과 Mark Rober의 'CrunchLabs', 'Sesame Street', 'CoComelon Lane' 등을 키즈 라인업에 배치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Netflix에서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 10개 가운데 6개가 키즈 장르에 포함됐으며, 장르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큰 시청 영역이었다고 회사가 밝혔다.

Ms. Rachel과 Mark Rober 역시 유튜브에서 대규모 시청자를 확보한 뒤 Netflix로 콘텐츠 영역을 넓힌 인물들이다. CoComelon은 유튜브에서 성장한 IP가 Netflix에서 'CoComelon Lane' 같은 별도 작품으로 확장된 대표적인 흐름이다. ChuChuTV의 라이선스가 추가되면서 유튜브에서 먼저 검증된 키즈 콘텐츠가 유료 OTT의 편성표로 이동하는 경로가 한층 넓어졌다.

게임과 OTT가 크리에이터를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시청자의 이동도 있다. 2026년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Deloitte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2%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전통 미디어 콘텐츠보다 자신에게 더 관련성이 높다고 답했고, 33%는 TV 출연자나 배우보다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에게 더 강한 개인적 친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콘텐츠·아티스트·게임 등의 팬이라고 밝힌 사람 가운데 55%는 하나의 대상을 스트리밍, 소셜미디어, 상품, 오프라인 행사 등 여러 플랫폼에서 소비했으며 Gen Z와 밀레니얼에서는 비율이 약 70%까지 올라갔다.

콘텐츠를 발견하는 위치와 돈을 쓰는 위치도 갈라져 있다. 같은 조사에서 팬의 52%는 새로운 TV 프로그램과 영화, 음악, 게임, 행사를 발견하는 주요 통로로 소셜미디어를 꼽았다. Gen Z 팬에서는 73%였다. 전체 팬의 44%, Gen Z 팬의 약 60%는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를 발견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해 전체 작품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상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기존 미디어 기업에는 놓치기 어려운 흐름이다. 시청자는 이미 TikTok과 YouTube, Twitch에서 사람과 콘텐츠를 발견하는데 실제 결제와 장시간 시청은 게임과 OTT, 커머스 등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 Addison Rae를 Fortnite 안으로 가져오고, ExtraEmily의 영상을 Disney+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ChuChuTV를 Netflix 카탈로그에 넣는 움직임은 이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오가는 과정에서 기존 미디어가 거래 가능한 자산을 자기 서비스 안으로 가져오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개별 계약 당사자가 밝힌 목적이라기보다 최근 거래와 이용 행태를 함께 놓았을 때 나타나는 산업 변화다.

유튜브와 TV의 물리적 경계마저 예전만큼 분명하지 않다. Nielsen 집계에서 2026년 5월 YouTube는 미국 전체 TV 시청시간의 13.8%를 차지했다. 스트리밍 전체 비중은 48.6%였다. YouTube가 스마트폰과 PC에서만 소비되는 플랫폼이 아니라 거실 TV에서 기존 방송과 OTT의 시청시간을 놓고 경쟁하는 사업자가 된 상태다.

‘유튜브에서 성공한 뒤 TV로 올라간다’는 표현이 점점 맞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YouTube 자체가 미국 TV 시청시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디어 배급 사업자 가운데 하나가 됐다. Disney+와 Netflix가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일을 더 큰 플랫폼으로의 승격이라고 설명하기보다, 서로 다른 수익모델을 가진 유통망 사이에서 IP가 이동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사진=Addison Rae 유튜브 갈무리

이동 과정에서 크리에이터가 제공하는 자산도 세분화된다. Addison Rae에서는 얼굴과 음악이 거래되고, LilyPichu에서는 목소리와 연기 경력이 필요하다. ExtraEmily에서는 인물뿐 아니라 도전과 야외방송을 구성하는 영상 형식과 과거 라이브러리가 상품이 된다. ChuChuTV에서는 특정 출연자가 아니라 10년 넘게 쌓아온 캐릭터와 동요, 애니메이션 카탈로그가 라이선스 대상이다.

‘팔로어가 많다’는 말 하나로 네 거래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크리에이터 경제가 성숙할수록 한 사람에게 쌓인 자산을 초상권, 음악, 캐릭터, 연기, 영상 포맷, 라이브러리, 상품화 권리처럼 나눠 거래할 수 있다. 기존 미디어 기업에도 선택지는 많아진다. 크리에이터 전체를 전속으로 확보하지 않아도 필요한 콘텐츠와 권리만 가져올 수 있다.

반대편에서는 소유권과 수익 배분의 중요성이 커진다. 플랫폼을 넓힌다는 사실만으로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고 볼 수는 없다. Addison Rae와 Epic Games의 수익 배분, LilyPichu의 성우 계약 조건, ExtraEmily와 pocket.watch 사이의 권리·수익 구조, Netflix의 ChuChuTV 라이선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출되는 플랫폼은 커졌지만 IP와 2차 이용 권리를 누가 얼마나 보유하는지가 사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결정할 수 있다.

YouTube 콘텐츠를 OTT용으로 바꾸는 작업에서 음악 권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사실도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온라인에서 수백만회 재생됐다는 것과 다른 플랫폼에서 합법적으로 장기간 유통할 권리를 확보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크리에이터가 여러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할수록 콘텐츠의 원본 파일보다 저작권과 초상권, 음악 사용권, 캐릭터 권리, 지역별 유통권을 정리한 계약 구조의 가치가 커진다.

팬덤 역시 어디든 따라다니는 고정 자산으로 볼 수 없다. 9810만명의 ChuChuTV 구독자가 Netflix 이용자로 그대로 이동한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TikTok이나 음악 팬이 Addison Rae의 Fortnite 상품을 얼마나 구매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ExtraEmily의 15개 에피소드가 Disney+와 Hulu에서 기록한 시청시간도 알려지지 않았다. D.Mon은 8월 11일 정식 투입을 앞두고 있어 이용률과 반응을 평가할 단계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쌓은 숫자와 다른 산업에서 발생하는 매출 사이에는 전환 과정이 남아 있다. 무료 동영상과 유료 OTT의 이용 동기는 다르고, 스트리머를 보는 사람과 게임 캐릭터를 구매하는 사람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많은 팔로어가 초기 관심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도 상품의 완성도와 재구매, 장기 시청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기존 미디어 기업에도 위험은 남는다. 검증된 콘텐츠만 가져오는 방식이 반복되면 이미 규모를 확보한 상위 크리에이터에게 거래가 집중될 수 있다. 새로운 인물과 형식을 직접 발굴하고 투자하는 기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플랫폼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형식이 OTT와 게임에서도 계속 반복되면 이용자가 접하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는 또 다른 선택이 생긴다. YouTube와 Twitch에서 직접 광고와 후원, 멤버십 수익을 얻는 대신 기존 미디어 기업의 제작·유통망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노출과 유통 범위는 늘지만 제작 규격과 권리 조건, 수익 배분은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계약 체계 안으로 들어간다. 독립적으로 팬을 확보한 사람이 다시 대형 플랫폼과 협상해야 하는 구조다.

8월에는 실제 성과를 가늠할 일정이 이어진다. ChuChuTV의 4개 컬렉션은 6일부터 Netflix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Addison Rae의 Fortnite 상품은 16일까지 판매가 예정돼 있으며 D.Mon은 11일 'Overwatch' 시즌4와 함께 정식 투입된다. ExtraEmily의 15부작도 Disney+에서 이미 서비스 중이다.

이후 볼 숫자는 구독자와 팔로어가 아니다. Fortnite에서는 실제 상품 판매, OTT에서는 시청시간과 추가 시즌·라이선스, 게임에서는 캐릭터 이용과 후속 협업이 사업성을 가른다. ChuChuTV의 600억회와 9810만명, ExtraEmily가 온라인에서 확보한 팬층, Addison Rae의 대중적 인지도는 계약이 시작되는 지점의 숫자다. 다른 플랫폼에서도 돈과 시청시간으로 전환되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해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제작 순서도 조금씩 뒤집히고 있다. 먼저 제작비를 투입하고 시청자를 기다리는 방식 옆에, 공개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선택한 사람과 콘텐츠를 확인한 뒤 게임과 OTT가 상품화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YouTube와 TikTok, Twitch에서 크리에이터가 쌓아온 시간은 더 이상 해당 플랫폼 안의 조회 수로만 남지 않는다. 얼굴은 아바타가 되고, 목소리는 캐릭터가 되며, 방송 형식은 OTT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들어지고, 오래된 영상은 라이선스 가능한 카탈로그가 된다.

8월에 이어진 네 건의 거래가 보여주는 변화도 ‘크리에이터가 주류에 진출했다’는 말보다 여기에 가깝다. 크리에이터 산업과 전통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나누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경계 사이에 거래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누가 더 많은 팔로어를 가졌는지보다 어떤 권리를 보유했고, 어떤 포맷을 다른 유통망으로 옮길 수 있으며, 플랫폼에서 축적한 관심을 실제 시청과 구매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콘텐츠 IP의 값을 정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