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카페경제⑤] 커피를 끊지 않고 차를 더한다…중국 차 브랜드가 넓힌 ‘두 번째 음료시장’

차지·차백도·헤이티 잇단 한국 진출…기존 카페 이용 62.4% 그대로, 대체보다 추가 소비 나스닥 상장 CHAGEE·홍콩증시 차백도…서울의 밀크티 경쟁 뒤에는 중국 대형 차 자본의 해외 확장 2030 여성 이용 의향 높지만 전체 이용률은 아직 한 자릿수…수도권 밖 확장이 성장 속도 가를 변수

2026-08-15     최기형 기자
중국 차 브랜드 차지(CHAGEE) .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KtN 최기형기자]4월 30일 중국 차 브랜드 차지(CHAGEE)가 서울 강남과 용산, 신촌에 매장 3곳을 한꺼번에 열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역삼과 시청으로 점포를 늘렸고, 8월 현재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는 강남·용산·신촌·시청·역삼·건대·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7개 매장이 올라와 있다. 2017년 중국 윈난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한국에 첫 매장을 낸 뒤 석 달여 만에 서울 주요 상권을 따라 점포망을 넓힌 셈이다.

차지만 들어온 것은 아니다. 차백도(CHAPANDA), 헤이티(HEYTEA), 미쉐(MIXUE)가 먼저 국내 영업을 시작했고 차지가 가세하면서 중국에서 성장한 대형 차 브랜드들이 서울 카페 시장의 한 축으로 들어왔다. 차백도는 한국에서 가맹점 모집까지 진행하고 있다. 서울 몇몇 상권에 외국 브랜드 매장이 생긴 수준을 넘어 앞으로 가맹망을 통해 점포 수를 늘릴 가능성까지 열어둔 사업모델이다.

소비자의 이동은 커피에서 차로 갈아타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오픈서베이가 2026년 7월 전국 만 20~59세를 조사한 결과 차 전문 카페 이용 경험자 420명 가운데 62.4%는 차 전문점을 이용한 뒤에도 기존 카페 이용량이 그대로라고 답했다. 기존 카페 이용이 줄었다는 응답은 30.4%였다. 이용이 감소한 업종은 대형·고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26.6%로 가장 높았고 밀크티·버블티 전문점 20.3%, 소형·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19.5% 순이었다. 차 전문 브랜드 전체 이용률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고 수도권 지표가 비수도권보다 높았다.

커피 한 잔을 차 한 잔이 그대로 빼앗는 경쟁보다 소비 횟수가 하나 더 생기는 쪽에 가깝다. 출근길에는 아메리카노를 사고 오후에는 우롱 밀크티나 과일차를 마시는 식으로 한 사람이 서로 다른 음료 시장에 동시에 들어갈 수 있다. 저가 커피의 성장이 스타벅스 이용 감소와 맞물렸던 앞선 시장 변화와 달리 중국계 차 브랜드는 당장 커피 전체를 대체하기보다 기존 카페 소비 위에 별도의 선택 시간을 얹고 있다.

20~30대 여성에서 나타난 수치는 이 흐름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차 전문 카페를 알고 있는 소비자 가운데 향후 이용 의향은 헤이티 36.7%, 차지 34.9%, 차백도 30.1% 순이었다. 헤이티는 20대 여성에서 47.7%, 차지는 20대 여성 53.8%와 30대 여성 41.5%, 차백도는 20대 여성 45.5%로 전체보다 높았다. 아직 전체 시장의 이용률은 작지만 다음 소비를 생각하는 집단에서는 연령과 성별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중국 차 브랜드를 단순히 ‘새로운 밀크티 유행’으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한국에 들어온 회사들은 중국 현지의 작은 음료점이 아니다. 차지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이고 차백도를 운영하는 쓰촨바이차바이다오실업(Sichuan Baicha Baidao Industrial Co., Ltd.)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서울에서 판매되는 한 잔의 차 뒤에 상장기업의 자본과 공급망, 해외 진출 전략이 놓여 있다.

차지의 지배구조는 특히 복층적이다. 글로벌 최상단에는 케이맨제도에 설립된 Chagee Holdings Limited가 있고, 싱가포르의 Chagee Holdings Pte. Ltd.와 Chagee Investment Pte. Ltd.를 거쳐 중국 사업법인을 지배하는 구조다. 중국 내 핵심 법인과 싱가포르 중간지주회사는 모두 100% 지분 관계로 연결돼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2025년 연차보고서에는 차지의 중국 사업과 해외 사업이 이 상장 지주회사 아래 연결돼 있다는 구조가 적시돼 있다.

경영권은 창업자 장쥔제(Junjie Zhang)에게 집중돼 있다. 차지는 A주와 B주 의결권이 다른 복수의결권 구조를 채택했고 B주는 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갖는다. 상장 당시 장쥔제는 약 89%의 전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였다. 2026년 연차보고서도 복수의결권과 위임계약을 통해 장쥔제가 주요 주주총회 안건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글로벌 차 브랜드지만 경영권의 중심에는 창업자가 자리 잡고 있는 회사다.

한국 사업을 맡은 법인은 차지코리아(유)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김좌현 대표이사와 사업자등록번호가 공개돼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공식 자료만으로 차지코리아의 구체적인 주주별 지분율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한국 법인의 최종 지분관계를 기사에서 더 좁히려면 법인등기와 주주 관계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글로벌 상장사의 구조와 한국 법인의 정확한 지분율은 구분해서 보는 편이 맞다.

차백도도 비슷하게 브랜드의 국적과 한국 매장의 사업주체를 나눠봐야 한다. 중국 본사는 2008년 왕샤오쿤(Wang Xiaokun)이 청두에서 시작했고 현재 홍콩증시 종목코드 2555로 거래되는 상장사다. 왕샤오쿤은 2026년에도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 지배주주 가운데 한 명으로 올라 있다.

한국에서는 2025년 1월 설립된 주식회사 차백도코리아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개 기업정보에는 왕환 대표, 서울 영등포구 소재 법인으로 등록돼 있고 올해 점포개발과 슈퍼바이저 채용도 이어졌다. 한국 공식 사이트에서는 창업자를 모집하면서 가맹점 개설 절차와 매장 실적을 홍보하고 있다. 차백도코리아의 최종 주주 구성과 중국 상장사 사이의 직접 지분관계는 공개 기업정보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등기 확인이 더 필요하다.

차지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 시점은 중국 본사의 해외 확장이 빨라진 시기와 겹친다. 차지는 2026년 3월 말 중국과 해외에 7531개 매장을 보유했다. 1분기 해외 시장 거래액(GMV)은 4억2640만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9.0% 증가했다. 해외 직영 매장도 지난해 3월 41곳에서 올해 3월 236곳으로 늘었다. 한국 진출은 서울의 밀크티 인기에 뒤늦게 올라탄 단발성 출점보다 회사 전체의 해외 확장 전략 안에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중국 내 사정은 해외 확장에 또 다른 배경을 만든다. 차지의 중국 본토 동일점포 GMV 성장률은 2026년 1분기 -16.1%였다. 전체 매장망은 전년보다 커졌지만 기존 점포의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였다. 회사 역시 중국의 경기 부담과 치열한 업계 경쟁을 가맹점 관련 매출 감소 배경으로 적시했다. 1분기 가맹점 관련 매출은 27억4390만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고, 회사 직영점 매출은 8억210만위안으로 230.4% 증가했다. 직영점 수를 크게 늘린 영향이 반영됐다.

한국 소비시장만 바라보면 차지의 출점은 ‘중국 밀크티 인기’로 보인다. 본사의 숫자까지 올려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에서 수천개 점포가 경쟁하고 동일점포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의 거래액은 두 배 넘게 늘었다. 서울은 중국 차 기업들이 성장률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 개척하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한국 소비자의 새로운 취향과 중국 외식기업의 해외 성장 필요가 같은 시기에 만난 셈이다. 이는 공개된 실적과 출점 흐름을 토대로 한 분석이다.

차백도 역시 이미 중국 내 수천개 가맹점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다. 2024년 홍콩증시 상장 당시 약 8000개 점포를 운영했고 사업의 중심은 가맹 방식이었다. 창업자 왕샤오쿤과 류웨이훙(Liu Weihong)이 시작한 브랜드는 2018년 이후 프랜차이즈 확장으로 점포망을 빠르게 늘렸다. 한국에서도 차백도코리아가 가맹점 모집에 나서면서 중국에서 검증한 방식의 일부를 국내 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국내 저가 커피 시장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는 2000원 안팎의 아메리카노를 앞세워 반복 구매를 넓혔다. 중국계 차 브랜드는 같은 가격 경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프레시 밀크티와 과일차, 치즈폼, 토핑처럼 한 잔 안에 여러 재료를 조합하고 메뉴 자체를 선택 경험으로 만든다. 차지는 찻잎과 우유를 조합한 프레시 밀크티를 주력으로 두면서 과일차와 티에스프레소 등을 함께 판매한다. 차백도는 밀크티 외에도 망고 포멜로 사고와 과일 음료, 치즈폼 계열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가격의 역할도 저가 커피와 같지 않다. 매일 여러 번 사도 부담이 적은 아메리카노가 ‘반복 구매의 경제’를 만든다면 중국계 차 브랜드는 토핑과 과일, 우유, 차를 조합해 한 번의 주문에서 선택 요소를 늘리는 방식에 가깝다. 소비자가 같은 음료를 반복 구매하는 대신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메뉴를 바꾸는 시장에서는 브랜드 충성도보다 메뉴 탐색과 경험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픽셀라이프(Pixelated Life)’를 카페 소비에 대입할 수 있는 지점도 여기다. 한 사람이 일관된 소비 성향 하나로 설명되지 않고 잘게 나뉜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는 키워드다. ‘필코노미(Feelconomy)’ 역시 감정과 기분이 구매 선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다룬다. 두 개념을 중국 차 브랜드의 성장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저가 아메리카노와 프리미엄 밀크티를 같은 사람이 다른 시간에 소비하는 현상을 읽는 보조적인 틀로는 활용할 수 있다.

20대 여성이 오전에는 저가 커피를 사고 오후에 6000원 안팎의 밀크티를 산다고 해서 가격 민감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사는 음료에는 가격을 따지고 새로운 맛이나 경험을 원하는 순간에는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 1편에서 다룬 ‘프라이스 디코딩’과 5편의 ‘픽셀라이프’는 서로 반대되는 흐름이 아니라 한 소비자 안에서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

중국 브랜드라는 출신 국가도 소비를 일괄적으로 결정하지 않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6월 서울 용산의 차지 매장에서는 주문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줄을 이뤘다.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정치·외교 영역에서 반복돼 왔지만 식음료와 캐릭터, 여행 등 생활소비에서는 제품과 디자인을 별도로 판단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특정 매장의 대기 행렬을 중국 브랜드 전반에 대한 호감 상승으로 확대해 해석할 근거는 없다.

실제 조사에서도 아직 선을 넘지 못한 수치가 많다. 헤이티와 차지의 보조인지율은 20%대 초반이고 차백도도 19.5%에 머물렀다. 최근 1개월 이용률은 헤이티 5.6%, 차지 5.3%, 차백도 5.0%였다. 수도권에서는 지표가 더 높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인지율과 이용률 모두 크게 떨어진다. 서울 강남과 용산에서 줄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전국적인 카페 판도가 이미 바뀌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차지가 한국 진출 초기에 서울 도심과 대형 쇼핑몰을 먼저 선택한 것도 현재 시장의 범위를 보여준다. 강남역, 용산 아이파크몰, 신촌, 시청, 역삼, 건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 소비자와 직장인, 쇼핑객이 겹치는 상권이다. 전국 생활상권으로 점포를 넓힌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의 확장 방식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중국 차 브랜드의 성장을 가를 변수도 서울의 첫 매장 흥행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강남과 용산의 초기 수요가 재방문으로 이어지는지, 수도권 밖에서도 같은 가격과 메뉴 구성이 통하는지, 직영 위주로 갈지 가맹점을 얼마나 늘릴지, 원재료와 물류를 국내에서 어느 정도 조달할지가 점포 수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 차백도가 이미 가맹 모집을 시작한 반면 차지의 한국 사업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매장이 아직 7곳이라는 점에서도 브랜드별 확장 방식은 갈리고 있다.

중국 본사에서도 경쟁은 계속된다. 차지는 7500개를 넘는 점포망을 갖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순이익률은 전년 20.0%에서 12.6%로 낮아졌다. 영업이익도 8억2080만위안에서 5억4720만위안으로 감소했다. 해외 시장 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본사의 수익성까지 같은 속도로 좋아지는 구조는 아니다. 신규 직영점 확대에 따라 인건비와 임차료, 점포 운영비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반영됐다.

한국에서 한 잔을 더 파는 일이 중국 상장 차 기업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는 사업이고, 국내 소비자에게는 커피와 다른 음료를 하나 더 선택하는 일이다. 두 흐름이 겹치면서 국내 카페 시장에는 저가 커피와 대형 프랜차이즈, 개인 카페에 이어 중국계 신식 차 브랜드라는 경쟁축이 추가됐다.

아직 커피의 자리를 차가 넘겨받았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기존 카페 이용을 유지한다는 소비자가 10명 가운데 6명을 넘고 중국계 주요 차 브랜드의 최근 이용률도 한 자릿수다. 대신 커피 한 잔으로 묶였던 카페 소비 시간이 아메리카노, 밀크티, 과일차, 디저트 음료로 더 잘게 나뉘고 있다. 중국의 대형 차 기업들은 바로 늘어난 선택의 틈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

하반기에는 차지의 서울 밖 출점 여부와 차백도의 가맹점 증가, 헤이티·미쉐를 포함한 기존 중국계 브랜드의 점포 확장 속도가 시장의 크기를 가늠할 기준이 된다. 중국 본사의 해외 매출 성장과 한국 소비자의 재방문이 동시에 이어져야 초기 대기 행렬이 독립된 음료시장으로 굳어진다. 2026년 카페 시장에서 차가 만들어낸 변화는 커피의 퇴장이 아니라 한 사람이 하루에 고를 수 있는 한 잔이 더 늘어난 데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