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카페경제⑥] 카페 이름보다 맛·가격·배달비…커피 주문을 가져간 플랫폼
최근 한 달 카페 배달 경험 63.9%…배달 선택에 ‘아는 카페’보다 가격·최소주문액·배달비 앞서 입점업체 매출 36% 배달앱서 발생, 이용료 만족은 28.3%…편리함 뒤 점주 손익은 별도 계산 배민은 독일 Delivery Hero, 쿠팡이츠는 미국 상장 쿠팡 지배구조…카페와 소비자 사이 커진 플랫폼 권력
[KtN 최기형기자]카페를 고르는 출발점이 거리의 간판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한 달 카페·베이커리 음료를 마신 소비자 가운데 63.9%는 카페 배달을 경험했고, 배달 경험자 가운데 직접 주문해 본 비율은 73.0%였다. 직접 주문자의 35.4%는 지난해보다 이용 횟수가 늘었다고 답했다. 증가 이유로는 ‘매장에 직접 방문하기 귀찮아서’가 50.7%로 가장 많았고 배달 가능한 카페 증가 41.1%, 집이나 회사에서 편하게 카페 음료를 즐기는 습관 37.1%가 뒤를 이었다. 오픈서베이가 2026년 7월 실시한 조사에서 잡힌 변화다.
배달앱 안으로 들어가면 브랜드의 순서도 달라진다. 카페 선택 기준 1~3순위를 합산하면 맛이 43.6%, 메뉴 가격 39.2%, 최소주문금액 32.2%, 배달비 30.5%였다. 할인·프로모션 23.3%, 배달 소요시간 20.2%, 다양한 음료 메뉴 20.0%, 리뷰·평점 18.8%가 이어졌다. ‘아는 카페인지 여부’는 12.8%였다. 길을 걷다 익숙한 간판을 보고 들어가던 소비와 앱을 열어 주문하는 소비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브랜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카페 배달 직접 주문자의 69.4%가 메가MGC커피·빽다방·컴포즈커피 등이 포함된 소형·저가 프랜차이즈를 이용했다. 대형·고가 프랜차이즈는 44.9%, 중형·중가 프랜차이즈 43.9%, 개인 커피전문점 29.6%, 베이커리·디저트 전문점 27.7%였다. 배달에서도 저가 프랜차이즈의 점포망과 가격 경쟁력은 강하게 작동한다. 다만 여성, 특히 20~30대에서는 개인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 이용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거리에서는 브랜드가 소비자를 불러들였다면 앱에서는 브랜드와 함께 다른 숫자들이 먼저 붙는다. 할인 뒤 가격, 최소주문금액, 예상 도착시간, 배달비, 리뷰와 평점이 한 페이지에 놓인다. 같은 아메리카노라도 소비자가 실제 결제하기 직전 비교하는 대상은 옆 건물의 카페만이 아니다. 앱 첫 화면에 함께 노출된 수십개 점포와 쿠폰, 배달 조건이 한꺼번에 경쟁한다.
카페 사업자에게 배달앱은 단순한 주문 통로를 넘어 매출이 발생하는 상권으로 바뀌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배달앱 입점업체 808곳을 조사한 결과 2025년 상반기 월평균 매출액의 36.0%, 주문건수의 34.6%가 배달앱에서 발생했다. 점포당 이용하는 배달앱은 평균 2.3개였고,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1순위 앱 하나가 전체 앱 주문의 평균 67.7%를 차지했다. 플랫폼 여러 곳에 입점해도 실제 주문은 한 곳에 집중되는 구조가 확인됐다.
입점업체가 배달앱을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와 비용에 불만을 갖는 이유가 같은 조사 안에 들어 있다. 배달앱 전반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63.2%였지만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등 이용료 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8.3%였다. 배달앱 3사에 대한 체감도는 평균 49.1점이었고 수수료 적정성은 38.2점으로 거래조건 55.0점, 협력노력 50.7점보다 낮았다. 입점업체가 생각하는 적정 중개수수료는 평균 4.5%였지만 실제 매출 1순위 앱의 평균 중개수수료는 8.2%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는 통계법상 승인통계는 아니다.
배달 과정까지 플랫폼 의존도가 높았다. 조사 대상 입점업체의 90.9%가 배달앱 자체 라이더를 이용했고, 이때 점포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평균 3333원이었다. 지역 배달업체를 이용할 때의 평균 2808원보다 높았다. 소비자에게 무료배달이나 할인배달로 표시되는 주문도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점주·플랫폼 가운데 누가 어느 정도를 부담하느냐가 달라진다.
카페에서는 주문금액이 낮다는 업종 특성이 비용 계산을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아메리카노 한두 잔을 주문하는 소비자는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비에 민감해지고, 매장에서는 한 건의 주문에 붙는 중개수수료와 배달 관련 비용을 음료 몇 잔의 마진에서 감당해야 한다. 카페 배달 조사에서도 20대가 최소주문금액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했고, 전체 소비자에게도 최소주문금액이 맛과 가격에 이어 상위 선택 기준으로 나타났다.
빵과 케이크가 배달 장바구니에 함께 들어가는 흐름도 같은 구조에서 읽을 수 있다. 배달 직접 주문자의 34.9%가 베이커리·빵류, 25.5%가 케이크·디저트류, 23.6%가 샌드위치·브런치 등 식사류를 함께 주문했다. 특히 20~30대 여성에서는 음식 메뉴 주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음료만 팔던 카페가 배달에서는 디저트와 식사까지 갖춘 사업자와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최소주문금액을 채우기 위한 행동인지, 소비자가 애초부터 음료와 디저트를 함께 원했는지는 이번 조사만으로 구분할 수 없다. 다만 배달이 카페 메뉴의 경쟁 범위를 아메리카노 한 잔에서 한 번의 주문 바구니 전체로 넓히고 있다는 흐름은 확인된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배달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조건도 여기에 있다. 촘촘한 점포망은 배달거리를 줄일 수 있고, 표준화된 메뉴와 포장 규격은 여러 매장에서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본사가 전국 단위 프로모션과 신메뉴, 앱 연동을 설계할 수도 있다. 실제 카페 배달에서 저가 프랜차이즈 이용률이 69.4%로 가장 높다는 수치는 이런 구조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조사에서 프랜차이즈 이용률 상승의 원인을 점포 밀도나 포장 표준화로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어서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
개인 카페에는 반대 방향의 기회도 있다. 거리에서 알지 못했던 작은 매장이 앱에서는 인기 메뉴와 사진, 리뷰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다. ‘아는 카페인지’보다 맛과 가격, 배달 조건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소비자 응답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어도 주문을 얻을 통로가 열렸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노출이 매출로 이어질수록 플랫폼 비용에 대한 의존도도 같이 올라간다. 전체 배달업 입점업체 조사에서 매출의 36%가 배달앱에서 나왔고 1순위 앱의 주문 집중도가 67.7%에 달했다. 점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부담스럽다고 앱을 끊으면 상당한 주문 접점을 함께 잃을 수 있다.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비용을 낮추기를 요구하는 자영업자의 태도는 서로 모순되는 행동이 아니라 현재 배달시장의 구조에서 나온다.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상생요금제는 이미 도입됐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2024년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논의를 거쳐 거래액에 따라 중개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합의안은 하위 매출 구간의 중개수수료를 2%까지 낮추는 내용을 포함했다. 요기요도 중개수수료 인하안을 시행했다.
제도가 발표된 뒤 점주 체감에서는 간격이 남았다. 2025년 9~11월 실시된 입점업체 조사에서는 거래액 하위 20%에 적용되는 2% 중개수수료를 실제 적용받았다고 답한 점포가 한 곳도 없었다. 조사 대상과 적용 시점, 각 업체의 매출 구간 등을 추가로 따져야 해 상생요금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 조사에서 실제 체감 요율과 제도상 최저 요율 사이의 차이가 확인됐다는 점은 후속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2026년에도 요금체계는 움직이고 있다. 쿠팡이츠는 4월 1일부터 일부 매장을 제외한 포장·픽업 주문에 6.8%의 중개이용료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통시장 음식점과 상생요금제 4구간 매장에는 포장 중개이용료 무료 프로모션을 2027년 3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배달 주문뿐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는 포장 주문까지 플랫폼 안에서 발생하면 중개 비용이 붙는 영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배달의민족은 다른 방향의 실험도 진행했다. 지난해 입점업체 단체와의 사회적 대화에서 1만원 미만 주문의 중개수수료를 면제하고 배달비를 구간별로 지원하는 중간 합의에 도달했다. 소액 주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내용은 한두 개 메뉴 주문이 발생할 수 있는 카페 업종에서도 눈여겨볼 변화다. 다만 카페만을 대상으로 만든 제도는 아니며 실제 점포별 적용 조건과 손익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배달앱 자체도 국내 서비스명만 보고 소유구조를 판단하기 어렵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Delivery Hero 그룹의 한국 사업이다. Delivery Hero는 우아한형제들을 자사의 한국 사업으로 명시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국내 스타트업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지배구조의 최상단에는 독일 상장 플랫폼 기업이 있는 셈이다.
쿠팡이츠는 쿠팡의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Coupang, Inc.가 한국 쿠팡 법인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쿠팡은 로켓배송·로켓프레시와 함께 쿠팡이츠를 주요 서비스로 운영한다. 카페 한 잔을 주문하는 국내 배달시장에서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와 개인 카페, 독일계 플랫폼 자본과 미국 상장기업의 서비스가 한 주문 안에서 만난다.
브랜드와 플랫폼의 힘이 겹치면서 소비자가 보는 시장과 점주가 상대하는 시장도 달라졌다. 소비자는 메가MGC커피와 스타벅스, 개인 카페를 비교하지만 점주는 카페 경쟁자뿐 아니라 배달앱의 노출 방식과 수수료, 배달비, 프로모션 조건까지 함께 계산한다. 플랫폼의 첫 화면에서 어느 위치에 노출되는지, 무료배달이나 쿠폰 혜택에 포함되는지에 따라 같은 메뉴의 주문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제로클릭(Zero-click)’은 AI가 이용자의 취향과 행동을 바탕으로 선택지를 먼저 제시하면서 탐색과 클릭이 크게 줄어드는 소비 변화를 뜻한다. 소비자가 검색하고 비교한 뒤 구매하던 과정을 기술이 압축하거나 대신한다는 개념이다.
2026년 카페 배달을 곧바로 ‘제로클릭 소비’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는 여전히 앱을 열고 카페와 메뉴를 직접 선택한다. 이번 카페 조사 역시 AI 추천이나 알고리즘 노출 효과를 측정하지 않았다. 다만 소비자가 거리의 카페를 하나씩 찾아 비교하지 않고 앱이 한곳에 배열해 놓은 가격·평점·배달비·예상시간·프로모션 안에서 판단한다는 변화는 선택 과정이 플랫폼 안으로 압축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선택 단계가 짧아질수록 앱이 어떤 가게를 먼저 제시하는지는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검색을 적게 하고 추천받은 후보 안에서 주문한다면 카페 사업자에게 브랜드 인지도와 함께 플랫폼 안의 가시성이 새로운 자산이 된다. 소비자가 알고 있던 매장을 찾아가는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입구였다면, 추천된 여러 매장 가운데 고르는 시장에서는 플랫폼이 입구가 될 수 있다.
플랫폼이 브랜드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해석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배달 이용 매장 유형에서 69.4%를 차지한 사실은 이미 형성된 브랜드와 점포망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플랫폼은 브랜드를 없애기보다 브랜드의 경쟁 조건을 바꾸고 있다. 유명세만으로 끝나는 경쟁에 메뉴 가격, 배달비, 최소주문액, 리뷰와 배송시간이라는 숫자를 더하는 방식이다.
점주와 플랫폼 사이의 비용 갈등이 정부 정책 영역으로 들어온 이유도 주문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동반성장위원회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땡겨요와 온라인플랫폼 동반성장 시범평가 협약을 체결했다. 입점업체 체감도와 플랫폼의 상생협력 실적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요기요는 이번 시범평가 참여 3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시범평가는 수수료를 정부가 직접 정하는 규제와는 다르다. 입점업체와 플랫폼의 거래관계를 평가하고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장치에 가깝다. 올해 2월 조사에서 수수료 적정성이 38.2점에 머물렀고 이용료 만족도가 28.3%에 그친 만큼 향후 평가는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배달비, 광고비, 계약조건과 분쟁 처리까지 폭넓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카페 배달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편리함과 점주의 비용을 따로 떼기 어려워졌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커피를 받는 소비자는 이동시간을 아낀다. 개인 카페는 상권 밖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저가 프랜차이즈는 촘촘한 점포망을 새로운 주문 채널과 결합할 수 있다. 같은 주문에서 플랫폼에는 중개수수료와 배달 서비스라는 별도의 사업이 생긴다.
한 잔의 커피가 매장을 떠나는 순간 가격표에도 다른 비용이 붙는다. 메뉴 가격만으로 경쟁하던 2000원대 커피도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비를 만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최종 가격이 달라진다. 개인 카페의 독특한 메뉴가 앱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주문이 플랫폼에 집중될수록 수수료와 프로모션 비용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하반기에는 배달앱의 상생요금제 실제 적용 비율, 소액 주문 수수료 정책, 포장 주문 과금, 온라인플랫폼 동반성장 시범평가가 차례로 점포 손익에 영향을 줄 변수로 남아 있다. 카페 업계에서는 배달 비중이 더 높아지는지,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비가 소비를 어디까지 제한하는지, 프랜차이즈 본사 자체 앱과 배달 플랫폼의 주문 비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거리에서 가장 잘 보이는 카페가 주문을 가져가던 시절과 다른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소비자는 이제 아는 간판만 찾지 않는다. 맛과 가격을 보고, 최소주문금액을 확인하고, 배달비와 리뷰를 비교한다. 카페와 소비자 사이에 들어온 플랫폼은 주문을 전달하는 통로를 넘어 어떤 매장이 선택될지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유통시장으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