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카페경제⑦] 커피를 끊지 않고 카페인을 조절한다…디카페인이 바꾼 ‘한 잔의 시간’
스타벅스 지난해 디카페인 4550만잔·39%↑, 이디야 최근 한 달 25%↑…가격대 넘어 선택지 확대 2025년 디카페인 커피 수입 1만t 돌파…4년 만에 2배로 커진 원두시장 식약처도 표시기준 ‘90% 제거’에서 ‘잔류 0.1% 이하’로 개편…‘건강지능 HQ’와 맞물린 조절형 소비
[KtN 최기형기자]4550만 잔. 스타벅스코리아가 2025년 판매했다고 밝힌 디카페인 커피 수량이다. 전년 3270만 잔보다 39% 늘었다. 올해 1~2월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전체 카페 아메리카노 가운데 디카페인이 차지한 비중은 14%였다. 아메리카노 7잔 가운데 한 잔꼴이다. 2017년 8월 국내에 디카페인 커피를 내놓은 이후 올해 2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억 잔을 넘어섰다. 해당 수치는 SCK컴퍼니 자체 판매 집계인 만큼 국내 디카페인 시장점유율로 확대할 수는 없지만, 대형 카페 체인 안에서 디카페인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흐름은 읽을 수 있다.
가격이 다른 브랜드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디야커피의 6월 15일~7월 14일 디카페인 메뉴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아메리카노뿐 아니라 카페라떼와 바닐라라떼 등 커피 메뉴를 디카페인 원두로 변경할 수 있게 했고, 스틱커피와 컵커피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한 달간의 회사 판매량을 전체 시장 성장률로 볼 수는 없지만 스타벅스와 다른 가격대의 프랜차이즈에서도 디카페인을 별도 메뉴가 아닌 원두 선택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에서도 디카페인은 이미 메뉴판 안으로 들어왔다. 메가MGC커피는 음료 메뉴에 아예 ‘디카페인’ 분류를 두고 있고 946mL ‘디카페인 왕메가카페라떼’, 디카페인 헛개리카노 등을 판매한다. 컴포즈커피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콜드브루·콜드브루라떼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0원대 커피의 성장과 디카페인 확대가 서로 반대 방향의 소비가 아니라 같은 시장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가 바꾸고 있는 것은 커피 자체보다 카페인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가깝다. 오픈서베이가 최근 한 달 안에 커피 원두를 변경해 본 399명을 조사한 결과 78.3%가 일정 빈도로 디카페인을 주문했다. 디카페인 선택 비중이 높은 소비자는 ‘커피 맛은 즐기면서 카페인은 피하고 싶은 때’를 주된 상황으로 꼽았고, 일반 커피를 더 자주 마시는 소비자도 저녁이나 밤, 이미 앞서 커피를 마신 날에는 디카페인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전체 커피 소비자 2000명 가운데 78.3%가 디카페인을 마신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두 변경 경험자만을 따로 물은 결과라는 조사 범위를 함께 봐야 한다.
커피를 마실지 말지를 결정하던 선택이 ‘몇 번째 커피인가’, ‘몇 시에 마시는가’, ‘오늘 이미 얼마나 마셨는가’로 세분되고 있다. 오전의 각성 효과와 오후의 커피 맛을 한 종류의 원두로 해결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같은 사람이 하루 안에서 일반 원두와 디카페인을 오갈 수 있게 됐다. 디카페인은 커피를 포기한 소비자를 위한 대체품보다 커피 소비 시간을 뒤로 연장하는 선택지로 자리 잡는 쪽에 가깝다. 스타벅스도 일반 디카페인과 함께 카페인을 절반 수준으로 조절하는 ‘1/2 디카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과거 판매 시간대에서도 이런 특성이 확인됐다. 디카페인 출시 초기인 2018년 회사 집계에서는 하루 디카페인 판매량의 약 70%가 오후 2시 이후 발생했다. 오후 3~5시가 25%, 오후 7~9시가 20%였다. 8년 전 내부 판매자료라 현재 시간대별 소비 비중과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디카페인이 처음부터 오전 커피보다 오후·저녁의 추가 소비와 가까운 상품이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원두 수입량은 기업의 자체 판매자료보다 넓은 시장 변화를 뒷받침한다. 2025년 국내로 들어온 디카페인 커피 생두와 원두는 약 1만40t으로 집계됐다. 2021년 약 4755t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1배 수준이다. 올해 3월 한 달 수입량도 966t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3.3% 늘었다. 특정 프랜차이즈의 신제품 판매가 아니라 원료 단계에서 디카페인 공급량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수입량 증가는 카페 산업의 설비와 운영에도 변화를 만든다. 일반 원두만 사용하는 매장보다 별도의 디카페인 원두를 갖추려면 원두 보관과 그라인더, 추출 동선이 추가될 수 있다. 소형 매장에서는 전용 그라인더를 한 대 더 두는 공간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대형 체인은 전국 점포에 같은 원두와 운영 방식을 공급할 수 있지만 개인 카페와 작은 프랜차이즈에는 늘어나는 선택지가 그대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디카페인 시장 확대를 소비자 건강 트렌드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원두에서 카페인을 빼는 공법도 브랜드 경쟁의 일부가 됐다. 스타벅스는 이산화탄소와 스팀을 이용하는 초임계 CO₂ 공정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생두 기준 99.9% 수준의 카페인을 제거한 원두를 공급한다. 이디야는 콜롬비아 원두에 물을 활용하는 워터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다. 같은 ‘디카페인’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원두 산지와 카페인 제거 방식, 남아 있는 향미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달라진다.
소비자가 알아둘 부분도 있다. 디카페인은 ‘카페인 0’을 뜻하지 않는다. 메가MGC커피가 공개한 영양정보를 보면 946mL 왕메가카페라떼의 카페인은 347.1mg, 같은 용량의 디카페인 왕메가카페라떼는 11.2mg이다. 카페인 양은 크게 줄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제품과 원두, 추출 방식에 따라 실제 음료의 잔류 카페인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 기준도 올해 이 차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커피의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하면 ‘디카페인’ 또는 ‘탈카페인’ 표시를 할 수 있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월 표시기준을 개정해 카페인을 제거한 뒤 커피원두의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지를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제거하기 전 카페인 양과 비교하는 방식에서 최종적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기준축을 옮긴 것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규정 강화에 따른 비용도 생긴다. 기준에 맞는 원두 확보와 성분 확인, 기존 제품의 표시 변경이 필요한 사업자는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특히 자체 원두를 사용하는 중소 로스터리나 개인 카페는 대형 체인보다 구매량이 작아 원두 단가와 검사·관리 비용의 영향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표시기준 개정 이후 업계에서도 중소 사업자의 원두 교체와 성분 분석, 포장 변경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디카페인 확대가 곧 ‘건강한 커피’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을 줄였더라도 시럽과 크림, 당류가 많이 들어간 음료의 영양구성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디카페인은 카페인 섭취를 조절하는 선택이지 해당 음료 전체의 건강성을 보증하는 표시가 아니다. 소비자가 ‘디카페인’과 ‘저당’, ‘저칼로리’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 정보 구분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올해 소비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건강지능 HQ(Health Intelligence Quotient)를 제시했다. 영문 표현은 ‘Widen your Health Intelligence’다. 카페 시장에서 디카페인 소비를 이 키워드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건강을 이유로 좋아하던 것을 일괄적으로 끊기보다 자신의 시간과 상태에 맞춰 섭취 방식을 세분하는 소비는 디카페인 시장의 실제 변화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오전 8시의 아메리카노와 오후 4시의 아메리카노를 같은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는 소비가 늘어나면 카페의 메뉴 전략도 달라진다. 원두를 일반과 디카페인으로 나누고 다시 절반 카페인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음료 종류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하나의 메뉴에서 여러 소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원 모어 커피’ 혜택에서 두 번째 음료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할인 판매하는 방식도 같은 구조에 놓여 있다. 첫 커피 이후의 추가 수요를 카페 안에 붙잡아두는 전략이다.
저가 브랜드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메가MGC커피에서 대용량 커피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가격과 용량을 먼저 계산하면서 동시에 디카페인을 고를 수 있다. 컴포즈커피에서도 일반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일반 콜드브루와 디카페인 콜드브루가 같은 메뉴 체계 안에 놓여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가 반드시 비싼 프리미엄 카페로 이동한다는 공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가격 민감성과 카페인 조절은 한 사람에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구매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60%라는 회사 집계도 연령에 따른 인식을 다시 볼 대목이다. 디카페인을 임신·수유나 중장년층처럼 특정 소비자만 찾는 제품으로 설정해왔던 시장에서 젊은 소비자가 상당한 구매층으로 들어왔다는 회사 내부 수치다. 전체 국내 디카페인 소비자의 연령 분포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형 체인이 관련 프로모션과 메뉴 확대에 나서는 사업적 배경은 설명한다.
2026년 카페 시장에서 벌어진 변화들을 한 사람의 하루에 놓으면 서로 떨어져 있던 흐름도 연결된다. 출근길에는 2000원대 아메리카노를 고르고, 오후에는 중국계 차 브랜드에서 밀크티를 마시며, 사무실에서는 배달앱으로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늦은 시간에는 같은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바꿀 수 있다. 가격과 브랜드, 메뉴, 주문 방식, 카페인 여부를 한 번에 고정하지 않고 시간마다 다시 조합하는 소비다. 저가 커피의 성장과 차 전문점의 등장, 배달의 일상화, 디카페인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배경도 이런 세분화에서 찾을 수 있다.
디카페인 경쟁은 앞으로 ‘있느냐 없느냐’보다 품질과 가격, 선택 범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원두 수입량이 이미 연간 1만t을 넘어섰고 대형·중가·저가 프랜차이즈가 모두 메뉴를 갖추기 시작했다. 식약처도 잔류 카페인을 기준으로 표시제도를 손질했다.
커피 소비를 줄이는 대신 한 잔마다 카페인의 양을 다르게 고르는 소비자는 카페 업계에 추가 구매 기회를 만들고, 사업자에게는 또 하나의 원두와 설비·관리 비용을 요구한다. 2026년 디카페인의 확장은 ‘건강을 위해 커피를 포기하는 시장’보다 커피를 더 오래 마시기 위해 카페인을 조절하는 시장에 가깝다. 오전에 집중을 위해 마셨던 커피가 저녁에는 맛과 습관을 유지하는 음료로 남으면서, 하루 한두 번으로 묶였던 카페의 영업시간도 소비자 선택 안에서 더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