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탄성사, 섬유·패션 ‘혼방의 벽’ 낮춘다

MIT, 스판덱스·폴리에스터 대신 PE 계열로 탄성사 재설계 이재명정부 폐의류 순환이용·에코디자인 추진…원사부터 회수까지 산업구조 변화

2026-08-11     박채빈 기자
재활용 탄성사, 섬유·패션 ‘혼방의 벽’ 낮춘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옷 한 벌에 몇 % 들어간 탄성섬유가 나머지 소재의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가 섬유·패션산업의 순환경제 전환을 가로막아 왔다. 티셔츠와 청바지부터 레깅스, 스포츠웨어, 속옷까지 폭넓게 쓰이는 엘라스테인(elastane·spandex)이 대표적이다. 패션 포 굿(Fashion for Good)은 전체 의류의 약 80%에 엘라스테인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면이나 울 제품에서는 중량의 1~5% 정도에 불과하지만, 폐의류를 다시 섬유 원료로 돌리는 과정에서는 소량의 혼입도 공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이 개발한 폴리에틸렌(polyethylene·PE) 기반 탄성사는 폐의류에서 엘라스테인을 떼어내는 방식 대신 실을 만드는 단계부터 소재 구성을 바꿨다. 탄성을 담당하는 올레핀 블록 공중합체(olefin block copolymer·OBC)를 중심에 두고, 바깥에는 강도가 높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igh-density polyethylene·HDPE) 섬유를 나선형으로 감았다. 폴리우레탄 계열 스판덱스와 폴리에스터 또는 나일론을 결합하던 기존 구조와 달리 탄성과 강도를 PE 계열 소재 안에서 구현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ACS Materials Letters에 발표됐다. 새 탄성사의 목적은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데 있지 않다. OBC와 HDPE는 구조와 물성이 다른 소재다. 대신 재활용할 때 반드시 따로 분리해야 하는 서로 다른 고분자 계열을 하나의 PE 계열 안으로 좁혔다. 사용이 끝난 뒤 함께 녹여 다시 가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섬유산업에서는 작은 차이가 아니다. 현재 널리 쓰이는 탄성 원사는 신축성과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소재를 결합한다. 스판덱스를 중심에 넣고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원사가 바깥을 감싸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완성 의류로 넘어가면 면과 울, 폴리에스터 같은 원단 소재가 추가되고 염료와 가공제, 재봉사, 지퍼, 단추, 라벨까지 붙는다.

입을 때는 기능이 늘어나지만 버릴 때는 소재를 다시 나눠야 한다. 기계적 재활용 과정에서는 엘라스테인이 섬유를 파쇄하는 작업을 방해할 수 있고, 화학적 재활용에서는 서로 다른 고분자를 분리·정제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폐의류를 많이 모으는 것만으로 섬유에서 다시 섬유로 이어지는 F2F(Fiber-to-Fiber) 재활용이 확대되지 않는 배경이다.

MIT 연구진이 상용 PET-스판덱스 탄성사와 새 PE 탄성사를 비교한 시험에서도 산업화 가능성과 함께 보완해야 할 조건이 드러났다. 비교 대상인 상용 탄성사는 20데니어 스판덱스 코어와 150데니어 폴리에스터 외피를 합친 170데니어 제품이었다. 새 PE 탄성사는 34데니어 OBC 코어와 305데니어 HDPE 외피를 결합해 339데니어로 제작됐다.

PE 탄성사는 잡아당기는 시험에서 상용 탄성사와 비슷한 탄성 거동을 보였고 최대 하중은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전체 실 굵기는 상용 제품의 거의 두 배였다. 같은 굵기와 같은 무게에서 상용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을 냈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레깅스와 스포츠웨어, 언더웨어처럼 피부에 밀착되는 제품에서는 원사의 굵기가 촉감과 무게, 편직 밀도, 착용감에 직접 영향을 준다. 실제 의류용 원사로 확산되려면 더 가는 실에서도 필요한 탄성과 복원력, 강도를 확보하는 공정이 뒤따라야 한다.

연구진이 실시한 ‘10회 재활용’ 시험도 적용 범위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완성된 옷을 열 번 회수해 다시 만든 시험은 아니다. 새 탄성사의 소재 비율을 근사한 HDPE 90%, OBC 10% 혼합 모노필라멘트를 잘게 자른 뒤 녹이고 다시 압출·방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최초 시료와 1회, 3회, 5회, 10회 재가공 시료를 비교한 결과 영률은 약 515~660MPa 범위에서 유지됐다. 인장강도와 파단신율은 회차별 차이를 보였지만 재가공을 반복할수록 계속 떨어지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적외선 분광과 열분석에서도 연구진이 측정한 범위에서는 뚜렷한 산화 열화나 강한 상분리가 관찰되지 않았다.

시험 조건이 매번 완전히 같았던 것은 아니다. 방사 과정의 드로 비와 섬유 직경에도 차이가 있었다. 연구 결과를 ‘같은 옷을 열 번 재활용해도 성능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확대해서는 안 된다. 반복 용융과 재방사를 거친 PE 계열 혼합물이 다시 섬유로 가공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산업용 방사설비를 이용한 별도의 생산 시험에서는 MDPE와 OBC를 1대1로 섞은 원사 약 0.5㎏을 보빈 형태로 만들었다. 재생 원사를 사용한 작은 평직 직물도 제작했다. 10회 반복 시험에 사용한 HDPE/OBC 9대1 소재와는 다른 배합이다. 산업 규모 생산으로 넘어가기 위한 방사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PE 탄성사로 만든 의류가 이미 대량생산 단계에 들어갔다는 뜻은 아니다.

원사에서 원단으로 넘어가면 검증 범위는 더 넓어진다. 실제 패션제품은 편직이나 제직 이후 염색, 프린트, 발수, 유연 가공을 거친다. 봉제 단계에서는 다른 소재로 만든 재봉사와 지퍼, 단추, 후크, 접착제 등이 더해진다. 재활용이 쉬운 실로 시작해도 완성품이 다시 여러 소재로 구성되면 분리 부담은 되살아난다.

연구진은 지퍼와 버클, 단추, 후크까지 PE 계열로 제작해 의류 전체를 같은 재활용 흐름에 넣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의류를 폐기한 뒤 부자재를 하나씩 떼어내기보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같은 공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접근이다.

패션산업의 제품 개발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지속가능 패션 전략은 버진 폴리에스터 대신 재생 폴리에스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상당 부분 집중됐다. 그러나 재생 폴리에스터 원단에 신축성을 주기 위해 다시 스판덱스를 넣으면 사용 전 단계의 재생원료 비중은 높아져도 폐기 이후에는 혼방 문제가 되풀이된다.

재생원료 사용률과 제품 자체의 재활용성은 같은 지표가 아니다. 어떤 원료를 사용했는지와 함께 몇 종류의 소재를 결합했는지, 사용이 끝난 뒤 서로 분리할 수 있는지, 다시 장섬유 품질의 원료로 돌아갈 수 있는지가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섬유·패션업계가 엘라스테인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패션 포 굿은 2026년 ‘Stretching Circularity’ 프로젝트를 시작해 바이오 기반 엘라스테인과 재생 엘라스테인, 엘라스테인 분리·재활용 기술을 함께 시험하고 있다. 기술용 티셔츠와 일반 티셔츠를 만들어 성능과 환경영향, 경제성, 확장성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세 방향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기존 엘라스테인의 원료를 재생 또는 바이오 기반으로 바꾸는 기술, 폐의류에서 엘라스테인을 분리하는 기술, MIT의 PE 탄성사처럼 신축성을 만드는 원사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다. 어느 한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단계는 아니다.

국내 섬유산업은 폐의류에서 복합소재를 분리하는 기술개발을 이미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5년 2월 착수한 ‘폴리에스터 복합섬유의 F2F 리사이클 기술개발사업’에는 2029년까지 총 35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비 299억원과 민간자금 53억원으로 구성됐으며 2025년 국비는 40억원이었다.

연구 영역에는 염료와 가공제 제거, 폴리에스터와 다른 섬유의 분리, 폴리에스터-면 해중합과 함께 폴리에스터-스판덱스 복합섬유 처리 기술도 포함됐다. 폐섬유·폐의류 가운데 폴리에스터 복합소재 비중이 40~50%에 이른다는 산업부 분석이 사업 추진 배경에 놓였다.

해당 사업은 이재명정부 출범 전에 시작됐다. 현 정부의 신규 정책으로 묶을 수는 없다. 다만 국내 섬유산업이 이미 스판덱스가 포함된 복합섬유를 F2F 재활용 기술개발 대상으로 다루고 있었다는 점에서 MIT 연구와 비교할 수 있다.

국내 F2F 사업은 이미 만들어진 PET-스판덱스 폐섬유를 분리하거나 해중합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MIT는 실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분리할 필요가 적은 조합으로 바꾼다. 폐기 이후의 기술과 생산 이전의 설계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문제를 다루는 셈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뒤에는 폐의류의 수거와 선별, 재생원료화로 정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폐의류와 폐타이어 재활용 기술개발에 총 730억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폐의류 분야에는 250억원이 배정됐다.

폐의류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리·선별 자동화 시스템과 재생원료화 기술을 개발한다. 정부가 제시한 섬유 소재별 선별 정확도 목표는 95% 이상이다. 재생원료의 최종 용도에는 다시 의류를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자동차 내장재, 건축·토목 자재도 포함돼 있다.

2026년 폐의류 순환이용 정책은 동일한 재질의 옷이 대량으로 나오는 단체복부터 시작한다. 단체복을 파쇄해 충전재나 보온재로 이용하거나 해중합을 거쳐 장섬유 원료로 되돌리는 체계를 구축하고, 처리량을 늘리기 위한 자동 선별 기술도 개발한다. 경찰복 등 폐의류를 재생 폴리에스터로 활용하는 방안도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정책에 포함됐다.

일반 소비자가 버리는 폐의류까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기는 어렵다. 한 수거함 안에는 면 티셔츠와 폴리에스터 재킷, 스판덱스가 들어간 청바지와 레깅스가 함께 들어온다. 브랜드와 제조연도, 소재 조성도 서로 다르다. 폐의류 재활용에서 자동 선별 기술과 제품의 소재 정보가 함께 중요해지는 이유다.

의류를 다시 의류 원료로 만드는 방식과 충전재·건축자재로 돌리는 방식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두 경로 모두 폐기물을 다시 이용하지만 섬유산업에서 원하는 순환은 가능한 한 높은 품질의 원료를 다시 원사로 되돌리는 데 있다. 의류가 지속적으로 낮은 등급의 제품으로 이동한다면 폐기 시점을 늦출 수는 있어도 섬유가 다시 섬유로 돌아오는 폐쇄형 순환과는 차이가 난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에코디자인은 폐기 단계보다 생산 단계에 가깝다. 123대 국정과제에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도입과 생산자책임재활용 대상 확대, 품목별 순환이용 체계 구축이 포함됐다. 올해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탄소발자국과 재활용성을 고려하는 친환경 설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적용 우선품목 선정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섬유·의류가 한국형 에코디자인의 우선 적용 품목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세부 기준도 공개 전이다. 앞으로 섬유·패션이 대상에 포함된다면 재생원료 사용 비중만으로 제품을 평가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혼방 비율과 부자재, 염료와 가공제, 분해 가능성, 재활용 공정과의 호환성까지 설계 단계에서 고려하는 방식으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2027년부터 2036년까지 적용되는 제1차 순환경제 기본계획도 올해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생산과 유통, 소비, 순환이용을 포괄하는 국가 목표와 단계별 정책을 담고 원료에서 생산·수집·처리까지 이어지는 물질흐름 분석을 강화할 계획이다.

섬유·패션 분야에서 순환경제가 작동하려면 어느 해에 생산된 옷인지보다 어떤 섬유가 몇 % 들어갔는지, 어떤 가공을 거쳤는지, 폐기된 뒤 어느 재활용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제품 소재 정보를 생산 단계에서 관리하고 회수 단계까지 이어주는 체계가 갖춰져야 자동 선별과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도 가능해진다.

유럽 시장에서는 규제가 이미 제품 설계와 판매 단계까지 들어왔다.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ESPR)은 2024년 발효됐다. 내구성과 수리·재사용 가능성, 재생원료 함량, 재활용성, 물질 회수 가능성, 탄소·환경발자국 등을 제품별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다.

섬유·의류는 우선순위 제품군에 포함돼 있다. 제품의 소재와 환경 관련 정보를 담는 디지털제품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DPP)도 ESPR 체계에서 추진된다. 세부적인 섬유·의류 에코디자인 요건은 아직 마련되는 과정에 있다.

2026년 7월 19일부터 EU에서는 대기업이 팔리지 않은 의류와 의류 액세서리, 신발을 폐기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중견기업에는 2030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뿐 아니라 남은 재고와 반품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까지 패션기업의 책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섬유·패션기업에는 소재 개발과 재활용 기술을 따로 볼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 유통된 폴리에스터-스판덱스와 면-스판덱스 제품은 고도화된 선별·분리 기술이 필요하다. 앞으로 생산할 옷에서는 소재 종류를 줄이고 재활용 공정에서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조합을 선택하는 방식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모든 의류를 PE로 바꾸는 방향은 아니다. 면과 울, 리넨은 고유한 촉감과 흡습성을 갖고 있고 폴리에스터와 나일론도 내열성, 마모 특성, 발색, 형태 안정성에서 용도가 다르다. 패션제품의 소재는 재활용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촉감과 드레이프, 무게, 색상, 세탁 조건, 내구성, 원가까지 맞아야 한다.

PE 탄성사의 산업적 가능성은 스판덱스가 맡아온 신축성 기능을 반드시 다른 고분자 계열과 결합해야 하는지를 다시 검토하는 데 있다. 스포츠웨어와 액티브웨어, 언더웨어, 양말처럼 탄성섬유 사용 비중이 높은 제품에서는 소재 조합을 단순화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실제 상용제품과 적용 기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환경성도 재활용 가능성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PE는 화석 원료로 만들 수도 있고 바이오 기반 원료로 생산할 수도 있다. 이번 탄성사 연구가 완성 의류의 생산과 세탁, 장기 사용, 회수, 반복 재활용까지 포함한 전과정 환경영향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원료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과 미세섬유 발생, 실제 회수율까지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MIT 연구진의 다음 단계에는 PE 탄성사를 편직·제직 제품으로 확대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는 2029년까지 폴리에스터 복합섬유 F2F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폐의류 재활용 R&D는 2030년까지 이어진다. 한국형 에코디자인과 2027~2036년 제1차 순환경제 기본계획의 세부 내용도 올해 마련될 예정이다.

섬유·패션산업의 재활용 경쟁은 폐의류를 많이 수거하는 단계에서 원사와 원단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폐기된 뒤 복합소재를 정교하게 분리하는 기술과 처음부터 분리 부담이 적은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동시에 필요해졌다. 재생원료의 사용량뿐 아니라 한 벌의 옷이 사용을 마친 뒤 다시 어느 품질의 섬유로 돌아갈 수 있는지가 원사기업과 섬유업체, 패션브랜드의 생산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