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의원 고압자세 ‘빈축’…“내가 누군지 아느냐?”
가평군의회 이오남 의원…“내가 왜 당선되었는지?” 살펴야
[KtN 조영식기자] 1991년 지방의회 선거가 부활한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지방자치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지방의원의 자질과 품행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의 대표로 선출된 지방의원이 과연 주민을 대하는 자세와 역할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는 지방자치가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과제다.
이런 가운데 가평군의회 이오남 의원이 주민자치회 관계자와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NGN뉴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4시 30분께 가평군 청평면행정복지센터에서 청평면 주민자치회 8월 정례회가 열리기 직전 이오남 의원과 주민자치회 간사 사이에 언쟁이 발생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이 의원은 주민자치회 간사에게 행사 과정에서 연제창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소개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의 말투를 둘러싼 이견이 생기면서 언쟁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이 의원이 간사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부분이다.
물론 당시 상황의 전체적인 경위와 발언의 전후 맥락은 당사자들의 설명을 통해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 역시 “반말로 인한 오해에 대해 사과했지만 시비가 이어져 욕설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관계와 별개로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표현이 주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원은 주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민의 선택을 받아 지방행정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주민의 대표이자 봉사자다.
특히 지방의원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는 일반 시민의 행동과는 다른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직위를 언급하며 상대방에게 신분을 확인시키는 듯한 표현을 사용할 경우, 의도와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위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권위와 힘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흔히 사용돼 온 표현이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성숙한 오늘날에는 더욱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표현이기도 하다.
지방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목소리나 직위에 대한 권위가 아니다. 주민의 말을 듣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자세가 오히려 지방의원의 권위를 높인다.
군의원 당선증은 개인의 권위를 증명하는 증서가 아니다. 주민들이 맡긴 권한을 주민을 위해 사용하라는 ‘봉사의 책임증’에 가깝다.
이번 논란을 특정 의원 한 사람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도 안 된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을 훌쩍 넘긴 지금, 모든 선출직 공직자들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민 위에 서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주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가.”
주민의 선택으로 권한을 얻은 순간부터 선출직에게 요구되는 것은 권위가 아니라 책임이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말싸움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방의원의 언행과 주민을 대하는 자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방자치의 품격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 한 사람을 대하는 말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