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aret Howell FW26②] 넓어진 재킷과 팬츠…마가렛 하웰이 풀어낸 겨울 일상복

셔츠·베스트·재킷에 여유 있는 실루엣…격식 덜어낸 테일러링과 유틸리티웨어

2026-08-14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마가렛 하웰(Margaret Howell)의 2026년 가을·겨울(FW26) 컬렉션에서는 재킷과 셔츠, 팬츠, 니트처럼 익숙한 옷이 반복된다. 새로운 형태를 앞세우기보다 재킷의 품을 넓히고 팬츠에 충분한 여유를 두면서 기존 일상복의 비례를 바꿨다. 테일러링을 바탕에 두되 몸을 단단하게 잡는 정장과는 거리를 두고, 유틸리티웨어도 기능적인 인상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FW26 캠페인에 등장하는 옷은 대부분 몸과 일정한 간격을 둔다. 어깨와 허리선을 날카롭게 잡지 않은 재킷, 다리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팬츠, 셔츠 위에 겹쳐 입은 베스트와 니트가 여러 착장에서 이어진다. 검정과 회색, 흰색을 중심으로 색을 줄인 만큼 실루엣의 폭과 길이, 서로 다른 옷을 겹쳤을 때 생기는 비례가 상대적으로 크게 드러난다.

Collier Schorr Lenses Margaret Howell’s FW26 Campaign. 사진=Collier Schor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흰 셔츠 위에는 짙은 베스트가 놓이고, 하의에는 넓은 팬츠가 이어진다. 셔츠의 큰 칼라는 베스트 밖으로 충분히 드러나고 소매 역시 여유 있게 떨어진다. 상체는 베스트가 한 번 정리하지만 팬츠는 무릎 아래까지 폭을 유지한다. 셔츠와 베스트라는 익숙한 조합을 사용하면서도 몸에 맞춘 정장식 비례와는 다른 구성이 만들어진다.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도 팬츠가 다리에 붙지 않는다.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남겨둔 여유가 앉았을 때 더 분명해지고, 상체의 짧은 베스트와 하체의 넓은 실루엣이 대비를 만든다. 옷의 장식을 늘리지 않고 길이와 폭만으로 착장의 균형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마가렛 하웰이 FW26에서 제시한 중성적인 테일러링도 특정한 남성복이나 여성복의 형태를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셔츠와 재킷, 팬츠처럼 남성복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품목이 등장하지만 허리를 강조하거나 어깨를 크게 세우지 않는다. 몸의 굴곡을 드러내는 방식도 최소화했다. 성별에 따라 실루엣을 뚜렷하게 나누기보다 옷을 입었을 때 생기는 여유와 움직임을 공통된 기준으로 삼았다.

유틸리티웨어 역시 거친 작업복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일상복 안으로 들어온다. 재킷과 셔츠는 장식이 적고 착용과 겹쳐 입기에 필요한 기본 구조가 먼저 보인다. 기능적인 옷에서 출발한 요소를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테일러링과 함께 놓으면서 두 영역의 간격을 좁혔다.

Collier Schorr Lenses Margaret Howell’s FW26 Campaign. 사진=Collier Schor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길게 내려오는 짙은 재킷 안에는 밝은 셔츠가 겹쳐졌다. 재킷은 허리에서 급격하게 좁아지지 않고 곧게 떨어지며, 팬츠도 발끝까지 넓은 폭을 이어간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려 손목과 팔 일부가 드러나면서 긴 재킷과 팬츠가 만드는 묵직한 비례를 덜어낸다.

재킷의 길이가 짧지 않은 데다 팬츠까지 넓어 전체 착장이 몸에 밀착되는 부분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옷을 지나치게 크게 부풀리지는 않았다. 어깨에서 재킷 밑단으로 이어지는 선과 팬츠의 폭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몸 주변에 필요한 여유를 남겼다. 셔츠를 바지 안팎으로 강하게 정리하지 않은 스타일링도 격식을 낮춘다.

테일러링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재킷과 셔츠, 팬츠라는 기본 조합은 유지되고 옷의 구조도 무너지지 않는다. 변화는 재킷의 허리를 조이는 정도와 팬츠의 폭, 셔츠가 밖으로 드러나는 면적에서 만들어진다. 정장과 캐주얼을 분명하게 갈라놓기보다 익숙한 테일러링을 평상복에 가까운 상태로 옮긴 구성이다.

소재의 질감도 장식 대신 옷의 표정을 나누는 요소로 쓰였다. 매끈한 표면만 이어지지 않고 재킷과 니트, 셔츠에서 서로 다른 질감이 드러난다. 색의 대비를 크게 사용하지 않아 소재 차이는 가까이에서 더 잘 나타난다. FW26가 자연스러운 질감을 주요 요소로 내세운 이유도 이런 조합에서 확인된다.

마가렛 하웰의 옷에서 반복되는 실용성은 특별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과 다르다. 셔츠 하나에 베스트나 니트를 더하고, 재킷을 겹쳐 입으며, 넓은 팬츠를 여러 상의와 연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 착장만 완성해 보여주기보다 같은 옷장 안에서 다시 조합할 수 있는 품목의 비중이 높다.

색도 같은 흐름을 따른다. 검정과 짙은 회색, 흰색처럼 서로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색이 중심을 이루고 강한 장식색은 제한적이다. 단순한 색 구성은 옷 자체를 눈에 띄게 만들기보다 재킷의 길이와 팬츠의 폭, 셔츠와 베스트가 겹치는 부분을 먼저 보게 한다.

FW26에서 마가렛 하웰은 테일러링을 새롭게 꾸미기보다 평소 입는 방식에 가깝게 풀어냈다. 재킷은 몸에서 조금 떨어지고 팬츠는 폭을 남기며, 셔츠와 니트는 한 겹씩 더해진다. 익숙한 품목을 유지하면서 착용했을 때 필요한 여유를 늘린 구성이 이번 시즌 옷의 중심을 이룬다.

콜리어 쇼어(Collier Schorr)가 뉴욕에서 촬영한 캠페인 역시 이런 비례를 그대로 보여준다. 모델의 몸에 옷을 정확히 맞추기보다 앉고 서는 동안 달라지는 셔츠의 주름과 팬츠의 폭, 재킷의 길이를 남겼다. 마가렛 하웰 FW26는 새로운 품목의 등장을 앞세우기보다 오랫동안 입어온 재킷과 셔츠, 팬츠를 다시 조합하면서 겨울 일상복의 범위를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