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HISTORY④] 국립극장 재건축 이후…온나가타 300년, 기록과 공연을 함께 남기는 방식

이틀간 열린 대극장에 문헌·우키요에·의상·현대 작업 집결…보관에서 공개·연구·재창작으로 넓어진 전통의 계승

2026-08-17     김성은 기자

[KtN 김성은기자]9월 13일 ‘FUTURE HISTORY: Lineage and Form of Onnagata’가 끝나면 도쿄 국립극장 대극장의 특별 개방도 막을 내린다. 재건축을 위해 폐관한 극장을 이틀 동안 열어 300년에 걸친 온나가타(onnagata)의 기록을 꺼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짧다. 100점이 넘는 문헌과 우키요에, 무대 의상, 사진과 영상, 현대 협업 작품이 한자리에 놓이는 기간은 9월 12일과 13일뿐이다.

전시 기간의 짧음은 전통 공연을 남기는 방식에 현실적인 물음을 남긴다. 오래된 극장 건물은 재건축할 수 있지만 공연자의 몸으로 전해진 춤과 동작, 역할의 표현법은 건축물처럼 새것으로 교체할 수 없다. 문헌과 판화, 의상은 남아도 실제 공연에서 움직였던 몸과 음악, 무대와 관객의 관계까지 하나의 물건에 담기지는 않는다.

RANSHOU가 이번 전시에서 선택한 방법은 서로 떨어져 있던 기록을 다시 한곳에 모으는 것이었다. 1689년 목판본과 1753년 나가우타(nagauta) 대본, 도리이·가쓰카와·우타가와 계열의 우키요에, 쇼치쿠 코스튬의 무대 의상을 대극장으로 가져왔다. 후지마 란쇼(Ranshou Fujima)의 영상 ‘de(i)fied’, 사진가 RK의 와시 사진, 건축가 반 시게루(Shigeru Ban) 사무소와 제작한 아크릴 게타도 같은 전시에 들어왔다.

RANSHOU Reopens Tokyo’s Closed National Theatre for ‘FUTURE HISTORY’ Exhibition. 사진=RANSHOU,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수백 년 전 문헌이 지금까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기록이라는 형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은 끝나는 순간 사라지지만 글과 그림은 이후의 세대가 다시 읽을 수 있다. 다만 기록만으로 공연 전체가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한 줄의 대본에는 배우가 손을 움직이는 속도나 몸을 돌리는 각도, 의상 소매가 움직이는 방향까지 남지 않는다.

가부키처럼 신체 기술의 전승 비중이 큰 공연에서는 기록과 실연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 ‘교가노코 무스메 도조지(Kyōkanoko Musume Dōjōji·The Maiden at Dojoji Temple)’가 오랫동안 공연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악보와 대본만이 아니라 배우와 무용가 사이에서 축적된 움직임의 전승이 있다.

‘FUTURE HISTORY’가 문헌 전시에 그치지 않고 후지마 란쇼의 무용과 영상 작업을 함께 놓은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전 기법을 오늘의 몸으로 다시 수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과거의 형식도 현재와 접촉한다. 기록을 보관하는 일과 기록을 토대로 다시 움직이는 일은 서로 다른 기능을 맡는다.

후지마 란쇼의 위치는 기존 가부키 계승 구조와도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세습 가부키 계보 밖에서 고전 기법을 배운 여성 무용가가 온나가타의 역사를 연구하고 공연과 영상, 전시로 옮겼다. 전통의 계승자가 반드시 하나의 혈통이나 제도 안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번 전시가 건드리는 대목이다.

전통 밖에서 들어온 창작자에게 모든 해석을 맡기는 방식 역시 신중해야 한다. 오래된 공연에는 시대별 규칙과 기술, 종교와 사회생활, 배우 집단 내부의 전승이 겹쳐 있다. 현재의 가치만으로 과거를 다시 배열하면 여러 시대에 걸쳐 형성된 차이가 한 줄의 서사로 압축될 수 있다.

보존과 재해석을 분리하지 않되 각각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원본 문헌과 의상은 가능한 상태로 보존하고, 제작 연대와 사용 맥락을 축적하는 작업이 먼저다. 공연 기술은 실연과 교육을 통해 이어지고, 현대 창작자는 남아 있는 기록과 기술을 새로운 매체에서 다룰 수 있다. 세 기능이 한쪽으로 기울면 기록은 박물관 안에 머물거나, 반대로 역사적 맥락이 약해진 재창작만 남을 수 있다.

RANSHOU Reopens Tokyo’s Closed National Theatre for ‘FUTURE HISTORY’ Exhibition. 사진=RANSHOU,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우키요에 역시 미술작품으로 보관하는 것만으로는 가부키와의 관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배우의 얼굴과 의상, 몸짓을 담은 판화는 공연이 끝난 뒤 극장 밖에서 배우와 역할의 이미지를 확산시키던 매체였다. 공연사와 미술사를 따로 떼어놓을수록 당대에 서로 연결돼 있던 문화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다.

‘FUTURE HISTORY’는 가부키와 우키요에뿐 아니라 문학과 종교, 사회생활까지 같은 흐름 안에서 다룬다. 메이지 이후 예술이 근대적인 분야로 정리되면서 나뉜 문화의 관계를 다시 묶는 방식이다. 문헌은 문헌대로, 판화는 미술대로, 가부키는 공연대로 분리해 보관해온 체계에서 한발 벗어난 구성이다.

앞으로의 전통문화 아카이브도 이 연결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활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작품명과 제작 연도만 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보다 특정 공연과 대본, 배우, 의상, 판화가 어떤 관계를 가졌는지 함께 연결하면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도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진 환경을 따라갈 수 있다.

RANSHOU Reopens Tokyo’s Closed National Theatre for ‘FUTURE HISTORY’ Exhibition. 사진=RANSHOU,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여성 공연사의 재검토도 기록의 범위를 넓히는 작업과 맞물린다. 온나가타의 계보만 따라가면 남성 배우가 형성한 여성 역할의 기술이 중심에 남는다. ‘FUTURE HISTORY’는 에도성 오오쿠(Ōoku)의 여성 가부키 전통을 함께 다루면서 실제 여성 공연자의 존재를 같은 역사 안에 다시 배치했다.

여성을 새롭게 중심에 놓는 선언만으로 공연사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남아 있는 문헌과 공연 기록을 찾아 연대와 활동 범위를 정리하고, 기존 가부키사와 어느 부분에서 이어지고 갈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이후 연구와 전시가 반복될 수 있을 만큼 기록이 쌓여야 한 차례의 재해석을 넘어 별도의 역사적 층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국립극장의 재건축도 건축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1966년 완공된 극장이 공연을 이어온 장소였다면 새 공간에는 무대를 운영하는 기능과 함께 축적된 공연사를 어떻게 접근 가능하게 만들 것인지도 남는다.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관객이 과거의 대본과 의상, 공연 영상까지 이어서 접할 수 있다면 극장은 공연장과 아카이브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넓어질 수 있다.

이번 전시처럼 관객에게 무대 자체를 개방하는 방식은 상설 운영과는 다른 조건을 가진다. 공연 시설은 안전과 보존, 공연 준비를 우선해야 하는 공간이다. 모든 관객이 상시 무대를 걸을 수는 없다. 대신 특정 기간의 공개 프로그램과 전시, 아카이브 열람, 기록 영상 상영 등을 연결하면 공연이 없는 시간에도 극장의 역사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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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이 넘는 자료를 한꺼번에 모은 이번 전시는 디지털 기록의 필요성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원본을 지속해서 이동시키거나 공개하기 어려운 문헌과 판화, 의상은 고해상도 기록과 상세 정보가 축적될수록 접근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디지털 자료가 원본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두 차례의 관람일만으로 끝나는 접근 시간을 늘리는 데에는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동시에 공연을 디지털 영상으로 남기는 것만으로 신체 기술의 전승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카메라에는 동작이 남지만 무게 중심과 호흡, 무대에서 배우가 느끼는 거리까지 전부 전달되지는 않는다. 영상 기록과 실연 교육, 문헌 연구를 나눠 운영해야 하는 이유다.

반 시게루 사무소와의 아크릴 게타 협업, RK의 와시 사진 같은 현대 작업은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통문화를 과거 형태 그대로 복제품으로 만드는 대신 건축과 사진, 영상 같은 다른 분야의 창작자가 기존 형식을 가져와 새로운 재료와 매체로 다룰 수 있다. 역사적 원본과 현대 작업의 구분을 분명히 유지한다면 재창작은 전통을 소비하는 장식보다 새로운 관객을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9월 12~13일 이틀 동안 열리는 ‘FUTURE HISTORY’는 국립극장이 재건축되는 시기에 온나가타 300년의 기록을 다시 무대로 가져온다. 1689년 문헌과 1753년 대본, 우키요에와 의상, 2026년의 사진과 영상이 한 극장에 모인다.

이틀 뒤에는 특별 개방이 끝나지만 문헌과 의상, 판화와 공연 기술이 가진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국립극장의 재건축 이후에도 남는 것은 새 건물 하나가 아니라 기록을 공개하는 방식, 공연 기술을 전하는 구조, 기존 역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기록을 다시 조사하는 작업이다. 300년의 전통을 이어가는 시간은 무대를 새로 세우는 것보다 훨씬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