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을 찾아서③] 단골만으로는 부족하다…지역 문구점의 다음 생존법
기관 맞춤 공급 정교화하고 희소 수요·온라인 접점 확대…개별 점포 넘어 상권 공동 대응도 과제
[KtN 박준식기자]대구 혁신도시에서 알파문구 대구혁신센터점을 운영하는 김병영 대표의 고민은 매출이 떨어진 뒤 시작되지 않았다. 현재 영업 상황이 나쁘지 않을 때 다음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공기관과 지역 고객의 주문에 빠르게 대응하며 거래를 유지했지만, 기존 방식이 앞으로도 같은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구 소비는 줄고 온라인 구매는 늘고 있다. 가격과 물류 규모를 갖춘 대형 업체가 지역 시장에 들어오면 거래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아주 잘되는 것처럼 보여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변화가 필요하다면 잘 모르더라도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파문구 대구혁신센터점이 마주한 과제는 분명하다. 공공기관 맞춤 공급이라는 기존 강점을 정교하게 다듬고, 일반 고객이 매장을 찾을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쌓은 신뢰를 온라인의 검색과 방문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빠른 납품’을 반복 가능한 체계로
김 대표가 내세운 경쟁력은 대응 속도다. 기관 실무자가 필요한 품목을 요청하면 상품을 확인하고 일정에 맞춰 공급한다. 주문이 바뀌거나 추가 요청이 들어오면 다시 움직인다.
대표 개인의 경험과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은 거래가 늘어날수록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자주 주문하는 품목과 공급 주기, 담당 기관별 결제 방식, 주문 변경 사례를 축적해야 대응 속도를 유지하면서 재고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반복 주문이 많은 상품은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수요가 드문 상품은 주문이 확정된 뒤 들여오는 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긴급 주문과 정기 주문을 나누면 납품 일정을 조정하기도 수월해진다.
빠른 납품을 대표 개인의 성실함에 맡기는 데서 벗어나 매장의 운영 체계로 만드는 작업이다.
기관과의 상생도 같은 지점에서 구체화된다. 모든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 주문 확인과 변경, 반품 기준을 분명히 하고 기관에는 안정적인 공급을, 매장에는 예측 가능한 거래를 보장해야 한다.
지역 점포의 기동성과 기관 구매의 안정성이 맞물릴 때 상생은 선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거래 구조가 된다.
많이 파는 상품보다 ‘찾으러 오는 상품’
문구점은 상품이 많은 업종이다. 그러나 모든 품목을 온라인에 등록하거나 충분한 재고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판매량이 적은 물건까지 쌓아두면 자금과 공간이 묶인다.
대형 유통업체와 인기 상품의 가격을 놓고 경쟁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지역 문구점이 확보할 수 있는 틈은 ‘잘 팔리는 상품’보다 ‘꼭 필요한데 구하기 어려운 상품’에 있다.
멘토링 과정에서는 다른 매장에서 취급하지 않지만 특정 고객이 계속 찾는 품목을 선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모든 상품을 갖추는 만물상 방식이 아니라, 실제 문의와 구매가 반복되는 희소 수요를 찾아 매장의 차별점으로 삼는 구상이다.
김 대표가 강조해 온 운영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문구 사용량이 줄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곳에는 필요합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물품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희소 품목 전략의 출발점은 상품을 더 들여놓는 데 있지 않다. 고객이 무엇을 찾았고, 매장에 없어 돌아간 품목은 무엇인지 기록하는 일부터 필요하다. 문의가 반복되는 상품은 재고로 확보하고, 수요가 드문 물건은 주문 공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객에게 ‘없는 것이 없는 매장’으로 보이기보다 ‘필요한 물건을 찾아주는 매장’으로 기억되는 편이 재고 부담과 서비스 가치를 함께 관리할 수 있다.
조회 수보다 방문 전환
김 대표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첫발은 내디뎠지만, SNS 활동의 목적은 여전히 정리하는 단계다.
상품 사진을 많이 올린다고 고객이 매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일상만 이어지면 문구점 계정이라는 성격이 흐려진다. 매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주문과 수령은 어떻게 하는지, 찾는 상품이 없을 때 문의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으로 실제 매출 증가가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호하다”며 “그래도 조금씩 다듬어 가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목표는 팔로워 수 자체가 아니다. 대구 혁신도시에서 문구점을 검색한 사람이 계정을 발견하고, 상품을 문의한 뒤 매장을 방문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지역명과 업종을 일관되게 사용하고, 매장 위치와 영업시간, 문의 방법을 쉽게 찾도록 정리해야 한다. 입고 상품을 나열하기보다 고객이 어떤 물건을 찾았고 매장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지역 점포의 강점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온라인 판매는 다음 단계다. 매장 방문과 전화·메시지 주문을 먼저 연결한 뒤 택배나 지역 배송 수요를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수천 개 상품을 한꺼번에 올리는 부담을 피하면서 온라인 접점을 넓힐 수 있다.
폭염기의 음료 한 병이 남긴 것
알파문구 대구혁신센터점은 폭염으로 방문객이 줄었을 때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음료를 제공했다. 매출 감소를 할인으로 만회하기보다 방문 자체에 작은 혜택을 더하는 방식이었다.
음료 한 병이 실적을 바꾸는 결정적인 수단은 아니다. 다만 가격 이외의 이유로 매장을 기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역 점포의 방향을 보여준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가격과 배송에서 앞선다.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물건을 물어보고,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의 필요를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과정은 자동화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김 대표가 말하는 ‘나눔’도 고객 경험과 연결된다. 구매 금액만큼 혜택을 돌려주는 판촉보다 매장을 찾은 사람을 먼저 살피는 태도에 가깝다. 빠른 공급이 기관 고객과의 신뢰를 만든다면 세심한 응대는 일반 고객이 다시 찾는 이유가 된다.
한 점포의 노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
대구 혁신도시 상권이 안고 있는 약점은 개별 점포의 경영 개선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대구시의회가 2022년 발간한 ‘대구지역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 연구’는 적은 배후 주거 수요와 유동 인구, 부족한 대중교통, 뚜렷한 상권 이미지의 부재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혁신도시 상권의 대응 방안으로 공동 마케팅과 상인 조직 활성화, 문화·공공시설을 연계한 방문객 유입을 제시했다. 유동 인구가 상점가에 머물도록 상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대구시의회 ‘대구지역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 연구’
공공기관도 지역 상권과의 관계를 단순한 구매처 선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거래 조건을 살피고, 반복적으로 필요한 품목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상인에게는 공동 홍보와 고객 편의 개선이, 지방자치단체에는 유동 인구와 소비를 잇는 기반 조성이 요구된다. 교육 한 번이나 SNS 콘텐츠 제작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 방문과 매출로 연결되는지 살피는 후속 과정도 뒤따라야 한다.
상생은 지원이 아니라 거래다
알파문구 대구혁신센터점의 생존 전략은 세 갈래로 모인다. 공공기관 주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고, 다른 곳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수요를 붙잡으며, 온라인에서 매장을 발견할 통로를 넓히는 일이다.
어느 하나도 단기간에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희소 품목은 재고 부담을 남길 수 있고, SNS는 조회 수에 머물 수 있다. 기관 맞춤 공급도 주문 변경과 가격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각각의 시도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지 살피고 효과가 낮은 방식은 조정해야 한다.
김 대표는 규모의 열세를 인정한 자리에서 출발한다. 대형 업체보다 더 많은 상품을 쌓거나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보다, 가까운 현장에서 고객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지역 문구점의 지속 가능성은 과거의 문구 소비를 되살리는 데 있지 않다. 기관과 주민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수요를 찾아내고, 이를 반복 가능한 거래로 전환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상생도 보호나 지원만을 뜻하지 않는다. 기관에는 필요한 물품을 제때 공급하고, 매장에는 지속 가능한 매출을 남기는 거래여야 한다. 알파문구 대구혁신센터점이 찾는 다음 길은 ‘도와주는 지역 점포’를 넘어 ‘다시 찾을 이유가 있는 공급 거점’으로 자리 잡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