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혁진 엘라부띠끄 대표, 매장 대신 라이브 방송…세컨드 럭셔리 유통의 변화
THE MOST Valuables 2026 ‘세컨드 럭셔리 명품관’ 참가…프리오운드 명품을 실시간 판매로 연결, 글로벌 리세일 시장도 온라인 중심 확대
[KtN 박준식기자]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제품이 반드시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편집숍에서만 거래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2025년 세계 중고 패션·럭셔리 시장은 2100억~22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됐고, 2030년에는 최대 36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10%로 신제품 시장보다 세 배 빠른 수준이다. 가방과 주얼리 같은 고가 품목이 성장의 한 축을 차지한다.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THE MOST Valuables 2026’에도 프리오운드 럭셔리가 별도 영역으로 들어왔다. 행사장 1000번 부스에 마련된 ‘세컨드 럭셔리 명품관’은 검증된 프리오운드 명품과 스타일링을 함께 다루는 특별관으로 구성됐다. 파인주얼리와 보석·귀금속을 중심으로 열려온 전시 안에 2차 럭셔리 유통이 별도의 소비 영역으로 배치됐다.
세컨드 럭셔리 명품관에 참가한 엘라부띠끄(ELLA BOUTIQUE) 박혁진 대표가 강조한 판매 방식은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라이브’였다. 박 대표는 “요즘 홈페이지로 많이 구매하시는데,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가 라이브 방송으로 쇼호스트들이 실시간으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라부띠끄는 여러 럭셔리 브랜드를 취급하는 편집숍 형태로 운영하며 중고 명품을 온라인과 실시간 방송으로 판매하고 있다.
엘라부띠끄가 라이브 판매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국내 온라인 쇼핑 환경의 변화가 놓여 있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은 한국의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2024년 6억7800만달러 규모였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해 약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패션과 뷰티는 라이브커머스 활용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소비자가 방송 중 제품을 보고 판매자에게 질문하며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상품 페이지와 다른 구조다.
중고 명품에서는 실시간 소통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 신제품은 같은 모델과 규격이 반복 생산되지만 프리오운드 제품은 사용 흔적과 연식, 구성품, 보관 상태가 개별 상품마다 다르다. 같은 모델의 가방도 실제 컨디션에 따라 거래 가격이 달라진다. 사진 몇 장과 상품명만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기보다 가죽 상태와 모서리, 손잡이, 금속 장식 등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판매 방식이 중고 거래의 특성과 맞닿는다.
박혁진 대표도 오프라인 명품 편집숍이 많았던 과거와 지금의 유통환경을 구분했다. 브랜드가 국내에 직접 매장을 확대하고 소비 채널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편집숍의 역할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엘라부띠끄는 중고 명품이라는 상품 특성에 맞춰 방송 판매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럭셔리 시장에서도 리세일은 주변부 거래에서 독립적인 유통시장으로 커졌다. 베인앤컴퍼니 집계로 2025년 세컨드핸드 럭셔리 시장은 약 500억유로까지 성장했다. 2026년에는 럭셔리 소비자의 절반가량이 새 제품을 구입하기 전 중고시장을 살펴본다는 조사도 나왔다. 신제품 매장과 중고 플랫폼을 완전히 별개의 시장으로 이용하기보다 가격과 희소성, 향후 재판매 가치까지 함께 비교하는 소비가 늘어난 셈이다.
리세일 소비에서 가방은 특히 비중이 높은 품목이다. BCG와 베스티에르 콜렉티브가 2025년 7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소비자 옷장의 28%가 이미 중고 제품으로 구성돼 있었고, 중고 제품의 55%는 온라인 리세일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고 패션·럭셔리 시장에서도 고가 가방과 주얼리가 성장을 견인하는 품목으로 제시됐다. 다만 해당 조사는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이용자를 중심으로 진행돼 전체 소비자 시장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박 대표가 엘라부띠끄의 상품 구성 가운데 가장 많이 보유한 품목으로 언급한 브랜드는 샤넬이다. 샤넬 가방처럼 신제품 가격이 높은 품목은 리세일 시장에서 상태와 연식, 모델에 따른 가격 비교가 활발하다. 소비자는 새 제품의 판매가격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모델이 중고시장에서 어느 수준에 거래되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다. 럭셔리 소비가 최초 구매와 보유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판매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순환 구조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리세일 시장의 확대와 함께 ‘검증’의 중요성도 커졌다. THE MOST의 세컨드 럭셔리 명품관 역시 ‘검증된 프리오운드 명품’을 전면에 내걸었다. 글로벌 리세일 시장에서도 정품 여부와 상품 상태에 대한 신뢰가 거래의 주요 조건으로 다뤄진다. 2026년 리세일 유통을 분석한 업계 조사에서도 AI를 이용한 상품 검색과 추천이 확대되는 동시에 사람을 통한 검수와 정품 확인, 판매자 신뢰도가 중요한 요소로 제시됐다.
온라인 판매가 확대된다고 오프라인 공간이 사라지는 흐름으로만 볼 수는 없다. 중고 럭셔리는 실물을 직접 확인하려는 수요가 강한 동시에 온라인에서는 더 많은 재고를 빠르게 비교할 수 있다. 전시회에 마련된 세컨드 럭셔리관은 소비자가 실물을 보고, 사업자는 평소 온라인과 라이브 방송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오프라인에 꺼내 놓는 접점이 됐다. 박 대표의 인터뷰도 오프라인 편집숍 중심의 과거와 온라인·방송 판매가 결합된 현재의 차이를 짚었다.
2026년 전체 럭셔리 시장은 급격한 성장보다 완만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베인앤컴퍼니는 올해 글로벌 개인 럭셔리 상품 시장이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브랜드 가격 인상과 소비자 이탈도 동시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22년 이후 럭셔리 시장을 떠난 소비자는 약 7000만명으로 추산됐다. 높은 신제품 가격과 소비층 축소 속에서 중고시장이 새 고객의 진입 통로이자 기존 소비자의 가격 비교 채널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THE MOST Valuables 2026이 파인주얼리 전시장 안에 세컨드 럭셔리 명품관을 별도로 마련하고, 엘라부띠끄가 라이브 방송을 주요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흐름은 럭셔리 유통의 변화와 맞물린다. 박혁진 대표가 말한 판매 방식도 매장을 몇 곳 더 늘리는 전략보다 홈페이지와 실시간 방송에서 개별 상품을 보여주는 데 가까웠다. 프리오운드 럭셔리 시장이 커질수록 상품 확보만큼 정품과 상태에 대한 신뢰, 실시간 설명,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판매 구조가 유통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들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