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직혁명③] 조직도 바꿔도 회의와 결재는 남았다
글로벌 리더 3명 중 2명 “조직 복잡하고 비효율적” 생산성 정체 원인은 투자 부족보다 부서 장벽…업무 흐름 재설계 부상
[KtN 최기형기자]글로벌 리더 3명 중 2명은 소속 조직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비율은 43%, 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61%였다.
맥킨지가 2026년 발간한 ‘조직의 현주소 2026’에 따르면 직원 5만명이 넘는 대기업의 리더는 직원 1000∼5000명인 기업의 리더보다 생산성 압박을 매우 크게 느낀 비율이 두 배 높았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부서와 관리 단계, 보고 체계가 늘어나 내부 조정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갔다.
기업은 생산성이 정체되면 사업부를 합치거나 나누고 관리 단계를 줄인다. 인원을 감축하고 보고선을 다시 정하기도 한다. 조직개편은 책임 소재를 빠르게 정리하고 단기간에 고정비를 줄일 수 있어 우선적인 대응 수단으로 사용됐다.
조직도만 바꾼 기업에서는 같은 문제가 되풀이됐다. 부서 이름과 보고선이 달라진 뒤에도 회의와 보고서는 남았다. 서로 다른 시스템에 같은 자료를 반복 입력했고, 한 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을 다른 회의에서 다시 논의했다. 조직개편 직후 줄어든 비용과 업무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늘어났다.
전략 수립과 예산 편성, 실적 전망, 성과평가 등 여러 부서가 함께 수행하는 업무는 관리직과 간접부문 업무시간의 40∼65%를 차지할 수 있다. 최고경영진 아래에서 전체 과정을 책임지는 주체가 없으면 부서마다 별도의 절차와 자료를 만든다.
영업과 생산 부문이 각각 수요 전망을 작성하고 재무 부문이 숫자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에서 같은 업무가 반복된다. 자료의 기준과 작성 시점이 다르면 회의는 사업 판단보다 숫자를 맞추는 데 사용된다. 최종 결과에 대한 책임은 흐려지고 각 부서의 절차 준수가 앞선다.
생산성 정체의 원인으로 단기 비용 절감과 장기 방향 부족, 조직 내부의 장벽을 꼽은 비율은 각각 30%였다. 조직의 저항은 29%, 불분명한 책임과 권한은 26%였다. 중복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업무 흐름도 26%를 기록했다.
의사결정 단절과 변화관리 부족은 각각 25%, 반복된 혁신에 따른 피로는 24%였다. 투자비 부족을 지목한 비율은 13%로 가장 낮았다. 생산성 회복을 막는 원인이 자본 부족보다 업무 중복과 부서 간 갈등에 집중돼 있었다.
기업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도 기존 절차를 없애지 않으면 업무는 더 복잡해진다. 직원은 기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에도 같은 데이터를 입력한다. 자동화가 적용된 앞 단계에서 시간을 줄여도 검토와 승인 단계가 늘어나면 전체 처리시간은 달라지지 않는다.
부서별 효율 개선도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영업 부문이 주문을 빠르게 확보하더라도 생산과 물류가 처리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납기 지연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구매 부문이 단가를 낮춰도 품질 검사와 사후 대응 비용이 늘면 전체 비용은 커진다.
직원 평가를 부서 실적에만 연결하면 내부 장벽은 높아진다. 다른 부서와 협력해 전사 성과를 높이는 일보다 소속 부서의 매출과 비용 목표를 지키는 행동이 보상받는다. 중복 업무를 없애는 과정에서도 인력과 권한을 내놓아야 하는 부서가 반발한다.
리더의 39%는 향후 1∼2년 동안 생산성 장벽을 넘을 수단으로 업무 흐름 재설계를 꼽았다. 혁신 역량 투자와 지속적인 개선 문화는 각각 47%를 기록했다. 조직 내부 장벽 축소는 35%, 행정 부담 감소는 31%, 현장 권한 강화는 29%,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은 28%였다.
업무 흐름 재설계는 전략과 예산, 제품 개발, 판매·생산계획 등 핵심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하는 작업이다. 중복된 회의와 승인, 보고서를 없애고 시장과 사업부, 본사 사이의 정보 전달 시점을 맞춘다. 의사결정에 사용되지 않는 자료를 줄이고 각 단계의 결정권자와 최종 책임자를 정한다.
맥킨지는 업무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설계하면 의사결정 주기를 최대 세 배 단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의사결정 기구의 참석 범위를 줄이고 중복 보고와 자료 항목을 정리한 프로젝트에서는 관리자가 전략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20∼60% 늘어났다.
효과는 회의시간을 줄이는 데서만 나오지 않았다. 참석자와 결정권자, 필요한 자료를 함께 조정하고 부서별로 달랐던 데이터 기준을 통일하면서 결정이 번복되는 횟수와 수작업 보고 부담이 줄었다.
업무 흐름은 한 차례 정리한 뒤 고정할 수 없다. 시장과 고객, 기술이 바뀌면 병목 구간도 달라진다. 처리시간과 오류, 중복 보고, 승인 횟수를 계속 측정하고 절차를 조정해야 생산성 개선이 유지된다.
조직개편의 성과는 줄어든 부서와 관리자 수보다 실제 업무의 변화에서 갈린다.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 회의와 승인 횟수, 중복 보고서와 수작업 시간이 그대로라면 조직도만 달라졌을 뿐이다. 생산성 향상은 부서의 명칭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불필요한 업무와 겹친 권한을 없애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