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직혁명④] 핵심 사업 외쳤지만 예산과 인력은 그대로였다

전사 자원 재배분 기업 30%에 그쳐 리더 74% “인력 10% 넘는 이동 고려하지 않아”…부서 보호주의가 성장 막아

2026-08-20     최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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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최기형기자]최고경영진의 56%는 회사가 반드시 이겨야 할 핵심 사업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임원·고위관리자는 44%, 중간관리자는 27%만 같은 답을 내놨다. 경영진이 정한 전략이 조직의 아래 단계로 내려갈수록 흐려지면서 예산과 인력도 기존 사업과 부서에 묶였다.

맥킨지가 2026년 발간한 ‘조직의 현주소 2026’에 따르면 전사 차원에서 예산과 인력을 재배분하는 조직은 30%에 그쳤다. 나머지 조직은 사업부나 기능별 조정에 머물렀다. 회사 전체의 우선순위보다 기존 조직의 경계가 자원 배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인력 이동에는 더 소극적이었다. 리더의 74%는 전체 인력의 10%를 넘게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예산과 인력을 1년에 한 번 이하로 검토하는 비율은 47%였다. 분기별 검토는 45%, 월별 검토는 7%에 불과했다.

연초에 확정한 예산을 다음 회계연도까지 유지하는 방식은 시장과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환경과 맞지 않았다. 사업 우선순위가 달라져도 자원은 기존 계획에 남았다. AI와 신사업에는 소규모 실험 예산을 추가하면서 성과가 낮은 기존 사업의 예산과 인력을 줄이지 못했다. 새로운 사업과 오래된 사업을 함께 유지하면서 조직의 부담만 커졌다.

자원 재배분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은 돈과 인재의 부족이 아니었다. 조직 내부의 저항과 관리자의 부서 보호주의가 41%로 가장 높았다. 비효율적이고 긴 의사결정 절차는 38%, 과감한 결정을 내릴 의지 부족은 32%, 우선순위의 불명확성은 30%였다.

예산과 인력을 옮길 제도가 없다는 응답은 29%, 필요할 때 자원을 수시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26%였다. 우수 인력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응답은 21%, 자원 이동 뒤 성과를 점검하는 절차가 없다는 응답은 19%였다.

사업부 책임자는 인력과 예산이 줄면 조직 안의 권한과 영향력도 잃는다. 성과가 부진한 사업의 축소보다 회복 가능성을 강조하고, 성장 사업에 필요한 자원은 기존 조직에서 옮기기보다 신규 채용과 추가 예산으로 확보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모든 사업부에 비슷한 비율로 비용 절감을 요구하는 방식도 자원 배분의 변화를 막았다. 성장 가능성과 전략적 중요도가 다른 사업을 같은 기준으로 다루면서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필요한 자원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

핵심 사업의 범위도 조직 안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최고경영진은 시장과 투자자에게 새로운 전략을 설명했지만 중간관리자는 기존 목표와 평가 기준에 따라 움직였다. 기존 업무를 중단하거나 줄이라는 결정이 빠진 상태에서 새 전략은 추가 과제가 됐다.

핵심 우선순위가 명확하다고 답한 리더는 향후 1∼2년을 긍정적으로 전망한 비율이 56%였다. 우선순위가 불명확한 리더는 46%였다. 조직이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31%와 14%로 차이가 났다.

보고서가 인용한 맥킨지의 기존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기업 성장의 약 80%가 핵심 산업에서 발생했다. 핵심 사업에서 경쟁사를 앞선 기업은 연간 주주수익률도 5%포인트 높았다.

핵심 사업의 성장률이 산업 중간값보다 낮은 기업 가운데 전체 성장률에서 경쟁사를 앞선 기업은 6곳 중 1곳에 그쳤다. 최근 10년 가운데 7년 동안 매출 성장을 이어간 대기업도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핵심 사업 집중은 현재 보유한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방식과 다르다. 시장 지위와 경쟁력이 약해진 사업을 정리하고 확보한 자본과 인력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리더의 43%는 매각해야 할 자산을 너무 늦게 처분했거나 필요한 매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매각 가격에 대한 이견과 분리 시점, 이미 투입한 비용, 남은 사업에 미칠 영향이 결정을 늦췄다. 과거 투자와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가 사업의 현재 가치보다 앞섰다.

자본을 크게 움직인 기업은 성과에서도 차이를 냈다. 맥킨지의 기존 분석에 따르면 10년에 걸쳐 자본지출의 절반 이상을 재배분한 기업은 경쟁사보다 약 50% 많은 가치를 창출했다.

자원 이동의 규모만 키운다고 성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성장 전망을 잘못 판단하면 대규모 자본이 한 사업에 묶인다. 단기 유행에 따라 핵심 역량을 훼손하거나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을 성급하게 정리할 위험도 있다. 투자 근거와 중단 기준, 사후 점검 절차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인력은 예산보다 이동이 어렵다. 직원의 전문성과 근무지, 경력 경로를 고려해야 하고 성장 사업에 필요한 역량이 기존 사업의 인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재교육과 보상체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소속만 바뀌고 실제 역할은 달라지지 않는다.

부서별 성과지표도 자원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 부서 매출과 비용만 평가하면 전사 우선순위에 인력과 예산을 내준 관리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관리자는 회사 전체의 성장보다 소속 부서의 자원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제조와 에너지·소재, 유통·소비재처럼 현장 인력이 많은 산업은 정보통신·미디어·기술과 전문서비스 산업보다 예산과 인력을 재배분하는 절차의 민첩성이 2∼5%포인트 낮았다. 생산설비와 지역 거점, 숙련 인력처럼 단기간에 이동하기 어려운 자산이 많은 산업에서 격차가 컸다.

전략의 우선순위는 자원의 이동으로 확인된다. 핵심 사업을 새로 정한 뒤에도 예산과 인력이 지난해와 같은 비율로 배분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을 유지한다면 전략은 실행되지 않은 상태다. 성장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능력은 새로운 투자보다 기존 사업과 부서의 몫을 줄이는 결정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