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직혁명⑤] 성과 높인다며 압박했지만 직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속적인 성과 개선에 성공한 조직 25% 미만 경력 정체 47%·보상 부족 43%…개인 목표와 조직 전략 연결이 갈랐다
[KtN 최기형기자]기업들은 직원에게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성과 개선을 지속한 조직은 4곳 중 1곳에도 미치지 못했다. 목표를 높이고 평가를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직원의 업무 몰입과 기업 실적을 함께 끌어올리지 못했다.
맥킨지가 2026년 발간한 ‘조직의 현주소 2026’에 따르면 리더의 약 45%는 직원들이 이전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답했다. 생산성 압박이 낮은 조직에서는 50%가 직원의 의지 향상을 확인했다. 압박이 높은 조직은 43%였다.
직원의 의지가 낮아졌다고 답한 비율도 압박 수준에 따라 달랐다. 생산성 압박이 낮은 조직에서는 14%였지만 압박이 높은 조직에서는 23%로 올라갔다. 더 강한 압력이 더 높은 성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성과가 낮은 조직일수록 직원의 무관심이 두드러졌다. 직원의 성취 의지가 낮은 조직에서는 리더의 58%가 무관심한 직원을 주요 장애물로 지목했다. 직원들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조직에서는 31%였다.
고성과 문화를 막는 가장 큰 요인은 경력 발전 기회의 부족이었다. 응답자의 47%가 승진과 성장 경로의 한계를 꼽았다. 맞춤형 보상 부족은 43%, 직원의 무관심과 경직된 성과관리 제도는 각각 38%였다.
경력 정체에 대한 우려는 젊은 세대에서 컸다. 밀레니얼 세대의 50%가 제한된 경력 발전 기회를 문제로 지목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38%였다. 승진 단계가 촘촘하고 위계가 강한 산업에서 비율이 더 높았다.
첨단 제조업은 50%, 은행은 49%, 에너지·소재 산업은 48%가 경력 발전 기회의 부족을 성과 저해 요인으로 꼽았다. 공공부문은 38%, 교육 분야는 42%였다.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 목표가 회사의 전략과 분리된 문제도 나타났다. 응답자의 64%는 개인 목표를 조직 목표와 연결하는 것이 성과 향상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무엇을 많이 했는지보다 조직의 우선순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됐다.
성과관리 제도는 과거 실적을 평가하는 데 집중됐다. 연초에 정한 목표를 연말에 평가하는 방식은 시장과 기술 변화에 맞춰 업무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기 어려웠다. AI를 활용해 처리시간을 줄이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성과를 낸 직원의 기여도 기존 평가 항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성과가 개선된 조직에서는 46%가 상황에 따라 목표를 조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성과가 하락한 조직은 33%였다. 목표를 한 번 정한 뒤 고정하기보다 사업 환경에 맞춰 수정하고 직원과 진행 상황을 계속 확인한 조직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정기적인 대화도 직원의 동기에 영향을 미쳤다. 맥킨지가 인용한 별도 조사에서는 관리자와 지속적으로 성장·개발 대화를 나눈 직원의 77%가 업무 의욕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런 대화가 없었던 직원은 21%였다.
관리자의 역량은 제도의 효과를 갈랐다. 직원의 약 25%는 관리자가 성과평가를 제대로 진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평가 양식과 등급체계를 바꾸더라도 관리자가 목표를 설명하고 피드백을 제공하지 못하면 직원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식노동자의 성과를 높일 수단으로 경력 발전 경로를 꼽은 비율은 43%였다. 정기적인 성과 대화는 42%, 경쟁력 있는 보상은 40%,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목표는 37%였다.
비금전적 보상이 성과를 의미 있게 높인다고 답한 리더는 20%에 그쳤다. 리더들은 승진과 보수, 공식적인 평가제도를 성과관리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했다. 업무의 의미와 자율성, 인정, 참여 같은 내적 동기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젊은 리더일수록 맞춤형 보상을 중시했다. 밀레니얼과 Z세대 리더의 45%가 맞춤형 보상을 요구한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31%였다. 연령과 경력 단계에 따라 성과를 끌어내는 조건이 달랐다.
AI 확산은 성과 측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AI가 자료 수집과 문서 작성, 분석을 맡으면 직원이 직접 수행한 작업량은 줄어든다. 기존 평가제도는 작업량 감소를 낮은 기여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처리 속도와 품질은 높아질 수 있다.
AI로 확보한 시간을 직원에게 추가 업무로 모두 채우면 기술 활용의 이익이 업무량 증가로 돌아간다. 직원은 AI 활용을 통해 얻은 생산성 향상을 체감하기 어렵다. 처리량뿐 아니라 오류 감소, 고객 만족, 의사결정 개선, 새로운 아이디어와 동료 지원까지 성과 범위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한 뒤에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람에게 남는다. 성과지표에는 AI의 산출물과 직원의 판단을 구분하고, 최종 승인과 오류 대응을 맡은 사람의 기여를 반영할 기준이 필요하다. AI가 만든 결과의 양만 측정하면 속도를 높이는 대신 검증과 안전을 소홀히 할 수 있다.
높은 성과와 직원에 대한 투자를 함께 유지한 조직은 재무성과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맥킨지의 기존 분석에 따르면 사람과 성과에 함께 집중한 조직은 일반 기업보다 10년 가운데 9년 동안 최상위 재무성과를 유지할 가능성이 4.3배 높았다. 장기간 고성과 기업으로 남을 가능성은 1.5배였다.
수익 변동성은 경쟁사의 절반 수준이었고 매출 성장률은 성과에만 집중한 기업보다 두 배 높았다. 인적·조직 자본에 투자한 금액 대비 매출 성장률도 경쟁사보다 약 30% 높았다. 직원 이탈률은 성과만 강조한 조직보다 약 5% 낮았다.
직원의 건강과 회복 능력도 생산성과 연결됐다. 건강과 복지에 대한 투자는 결근뿐 아니라 출근했지만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상태를 줄였다. 고혈압과 심장질환, 우울증은 미국 고용주에게 직원 1인당 연간 300달러가 넘는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제시됐다. 치료받지 않은 불면증에 따른 손실은 해당 직원 1인당 연간 약 2280달러로 추산됐다.
롤스로이스는 재무성과와 운영성과, 인력 지표를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성과관리 체계를 바꿨다. 2022년 1월부터 최고인사책임자를 맡은 세라 암스트롱은 맥킨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재 발굴과 육성, 채용에 같은 전사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는 2025년 1월 새로운 리더십 기준을 도입하고 최고경영진부터 일선 관리자까지 단계별 교육에 반영했다. 1000명이 넘는 직원이 자원봉사 방식의 변화 추진 인력으로 참여했다. 경영진은 직원의 정서와 복지, 윤리·징계 관련 지표를 분기별로 점검했다.
전략이 명확하게 설명됐다고 답한 롤스로이스 직원은 82%로 전년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회사 성과에 관한 정기적인 정보를 받는다는 응답은 88%로 4%포인트 상승했다. 회사는 경영 성과가 개선될 경우 직원도 이익을 나누도록 전 직원에게 조건부 주식도 지급했다.
성과를 높이는 제도는 목표와 평가, 보상 가운데 하나만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조직의 전략을 개인 업무와 연결하고 관리자가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며 직원에게 경력 발전의 경로를 제시한 조직에서 성과가 이어졌다.
AI 시대의 성과는 사람이 처리한 업무량만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AI가 높인 속도와 사람의 판단, 고객에게 전달된 결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직원에게 더 많은 목표를 부과하는 방식은 단기 산출량을 늘릴 수 있지만 지속적인 성과는 조직 목표와 개인의 성장, 건강을 함께 관리하는 체계에서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