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직혁명⑧] 비용 줄이던 백오피스, AI 사업 허브로 바뀐다

기업 84% “공유서비스 업무 확대”…기술 효과 충분히 거둔 리더는 6% 기존 시스템 연동 42%·조직 저항 41%가 AI 확산 막아

2026-08-24     최기형 기자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재무와 인사, 구매 등 반복 업무를 한곳에 모아 비용을 줄이던 공유서비스센터가 AI 전환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들은 행정 업무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전략, 혁신 업무까지 공유서비스 범위에 넣고 있지만 여러 업무에서 첨단 기술의 효과를 충분히 거둔 조직은 6%에 그쳤다.

맥킨지가 2026년 발간한 ‘조직의 현주소 2026’에 따르면 기업의 84%는 향후 1∼2년 동안 공유서비스센터의 업무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체계적인 첨단 기술 도입을 시작하지 못한 조직은 40%를 넘었다.

공유서비스센터는 여러 사업부에서 각각 처리하던 공통 업무를 한 조직에 모은 운영 방식이다. 급여 지급과 회계 처리, 구매 요청, 직원 문의, 정보기술 지원처럼 규칙이 분명하고 반복이 많은 업무가 주로 이전됐다.

기업은 업무를 임금이 낮은 지역으로 옮기고 절차를 표준화해 비용을 줄였다. 물리적인 센터에 인력을 모으는 방식이어서 입지와 인건비, 언어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했다.

AI 도입 뒤 공유서비스의 역할은 단순한 처리 업무에서 전체 절차의 운영으로 넓어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문의에 답하고 문서를 작성하면 AI 에이전트는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업무를 순서대로 처리한다. 사람은 예외 상황을 판단하고 기술을 감독하며 현업 부서와의 조정을 맡는다.

현재 공유서비스센터의 업무는 운영·절차 중심 업무가 56%로 가장 많았다. 행정 업무는 49%, 분석 업무는 41%, 전략 업무는 26%였다. 비용 절감에 맞춰 설계된 기존 구조가 여전히 운영의 중심을 차지했다.

기업이 추가하려는 업무에서는 혁신과 분석의 비중이 커졌다. 향후 1∼2년 안에 혁신·전환 업무를 공유서비스에 넣겠다는 응답은 30%, 분석 업무는 27%였다. 전략·자문 업무는 26%, 운영·절차 업무는 21%, 행정 업무는 18%였다.

확대 목적은 기업의 경영 방향에 따라 달랐다. 효율성을 중시한 리더의 62%는 비용 절감을 주요 목적으로 꼽았다. 성장을 중시한 리더의 54%는 사업 확장성과 기술 도입에 무게를 뒀다.

기존 공유서비스센터는 같은 업무를 한곳으로 옮긴 뒤 표준화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였다. 초기에는 인건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절감 폭이 둔화됐다. 절차 자체를 바꾸지 않은 채 처리 장소만 옮기면 중복 승인과 수작업 입력, 부서 간 정보 단절이 남기 때문이다.

AI 기반 공유서비스는 이전과 자동화의 순서를 바꾸고 있다. 업무를 물리적 센터로 옮기기 전에 전체 절차를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한 뒤 필요한 부분만 통합한다. 여러 국가와 지역의 인력이 가상 조직으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장소에 대규모 인력을 모을 필요도 줄어든다.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하는 전환에는 기존 정보시스템이 가장 큰 장애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2%가 시스템 연동을 지목했다. 재무와 인사, 구매 부문이 서로 다른 데이터 기준과 오래된 시스템을 사용하면 AI가 여러 단계를 이어서 처리하기 어렵다.

조직의 변화 저항은 41%로 뒤를 이었다. 인력 부족은 29%, 투자 부족과 기술에 대한 접근·지식 부족은 각각 27%였다. 분절된 업무 절차는 26%, 책임과 권한의 한계는 24%, 현지 전문성 부족은 22%였다.

공유서비스 부문의 책임자가 여러 기능과 사업부를 통제할 권한을 갖지 못하면 전환 속도는 늦어진다. 각 부서가 데이터와 승인권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공통 절차를 만들기 어렵다. 자동화 범위와 오류 책임을 둘러싼 갈등도 커진다.

재무 업무에서는 거래 자료 취합과 분류, 정산, 보고서 초안을 AI가 처리할 수 있다. 사람은 회계 판단과 예외 승인, 사업 전망에 집중한다. 인사 부문에서는 직원 문의와 서류 처리를 자동화하면서 채용과 인력 배치, 조직 분석으로 업무를 넓힐 수 있다.

구매 부문에서도 공급업체 자료 확인과 계약서 비교, 주문 처리를 자동화할 수 있다. 가격과 납기, 공급망 위험을 함께 분석하면 단순 구매 지원 조직에서 사업 운영을 지원하는 분석 조직으로 역할이 달라진다.

업무 범위 확대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러 기능을 한 조직에 모아도 각 부서의 업무 기준과 데이터가 다르면 내부에 새로운 장벽이 생긴다. 중앙 조직의 규모만 커지고 현업 부서와 공유서비스센터가 같은 자료를 따로 관리할 가능성도 있다.

AI가 처리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사람의 감독 기준도 세분화해야 한다. 급여와 세금, 채용, 계약처럼 직원과 거래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무는 오류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크다. 자동 처리 대상과 사람의 승인이 필요한 업무를 구분하고 작업 기록을 남겨야 한다.

국경을 넘는 데이터 이동도 운영 구조에 영향을 준다.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별 AI 규제, 사이버보안 기준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할 장소와 업무를 수행할 센터가 달라진다. 가상 조직으로 운영하더라도 모든 업무를 한 국가의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유서비스 인력의 역량도 바뀐다. 반복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보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AI의 결과를 검증하며 현업 부서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비중이 커진다. 디지털·분석·AI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새로운 경력 경로가 필요해졌다.

보고서는 AI 기반 글로벌 비즈니스서비스가 기존 공유서비스보다 비용 효율성을 20% 추가로 높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생산성은 50%, 고객 경험은 20%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혁신에 접근할 기회는 40배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비용과 생산성 개선 폭은 이번 글로벌 리더 설문에서 직접 측정한 평균값이 아니라 맥킨지의 연구와 사업 경험을 토대로 제시된 추정치다. 기업마다 자동화 수준과 기존 시스템, 업무 범위가 달라 실제 효과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경영진의 책임도 전환의 속도를 좌우했다. 응답자의 42%는 공유서비스 전환에 명확한 비전과 경영진의 권한 부여,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유서비스 책임자가 분기별 경영회의에 참여하고 전사 의사결정에 관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공유서비스센터의 경쟁력은 처리 인원과 인건비 차이에서 업무 전체를 통제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 절차를 그대로 옮긴 뒤 AI를 덧붙이면 비용 절감은 제한된다. 데이터와 승인권, 사람과 AI의 책임을 함께 재배치한 조직에서 백오피스는 비용 부문을 넘어 분석과 혁신을 담당하는 사업 기반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