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의 질주①]유니트리 ‘슈퍼맨’, 상장 이틀 전 달렸다…로봇 기록 경쟁과 IPO 흥행의 함수
12.66m/s·2m 도약 발표 뒤 STAR마켓 입성…청약은 이미 흥행, 기술 영상은 고평가를 설명하는 서사로
[KtN 최기형기자]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상하이 증시 상장을 이틀 앞둔 8월 17일 새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슈퍼맨’이라는 별칭이 붙은 시제품은 영상에서 빠르게 달리고 2m 높이의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유니트리는 최고속도가 초속 12.66m에 이르렀으며, 제자리높이뛰기에서도 인간의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 무대는 실험실에서 증권시장으로 바뀌었다. 유니트리는 19일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판인 STAR마켓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가 150.8위안이었던 주가는 개장과 함께 1100위안까지 치솟았다. 장중 상승률은 629%에 달했다. 종가는 공모가보다 460% 높은 845위안이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500억달러로 평가됐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로봇 영상과 기록적인 증시 데뷔가 이틀 간격으로 이어졌다. 다만 슈퍼맨 시연이 주가 급등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개인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은 영상 공개 전에 이미 끝났고, 주문은 배정 물량의 8000배를 넘었다. 초속 12.66m라는 숫자가 나오기 전부터 유니트리 공모주는 흥행한 상태였다.
슈퍼맨 영상의 역할은 투자 수요를 새로 만드는 데 있기보다 유니트리에 붙은 높은 가격을 설명하는 데 있었다. 유니트리 공모가는 2025년 순이익의 약 219배, 매출의 약 36배에 해당했다. 현재 실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가치에 ‘인간보다 빠른 로봇’이라는 미래 서사가 더해졌다.
상장 이틀 전 공개된 것은 단순한 신제품만이 아니었다. 유니트리가 투자자에게 판매하려는 미래를 가장 짧고 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청약은 영상 공개 전에 이미 끝났다
유니트리는 이번 기업공개에서 약 4045만주를 발행해 61억위안가량을 조달했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610억위안이었다. 개인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8000대 1을 넘었다. 150.8위안으로 정해진 공모가는 회사가 애초 예상했던 수준을 웃돌았다.
투자 열기를 뒷받침할 실적은 있다.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유니트리 투자설명서를 토대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사족보행 로봇 3만3294대와 휴머노이드 로봇 5632대를 판매했다. 2025년에만 휴머노이드 로봇 5500대 이상을 출하했다.
유니트리 매출은 2023년 1억5913만위안에서 2024년 3억9277만위안, 2025년 17억위안으로 늘었다. 2025년 순이익은 2억7821만위안이었다. 해외 매출은 7억3166만위안으로 주력 사업 매출의 43.65%를 차지했다. 제품 개발 단계에 머물거나 적자를 내는 휴머노이드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판매량과 이익을 함께 확보했다는 점이 유니트리의 강점으로 꼽혔다.
실적과 기업가치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다. 유니트리 로봇 가운데 상당수는 대학과 연구기관, 전시·공연 분야 등에 공급됐다. 제조공정이나 물류센터에서 사람의 노동을 지속적으로 대체해 발생한 매출과는 성격이 다르다. 로이터는 상업 현장에서 운용되는 로봇이 아직 많지 않고, 상당수 판매가 일회성 거래라는 시장의 평가를 전했다.
공모가 기준 PER 219배는 현재 판매량보다 미래의 로봇 노동시장에 더 높은 값을 매긴 결과였다. 연구용 장비와 공연용 로봇이 공장과 물류센터, 상업시설에서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단계로 확대된다는 기대가 가격에 먼저 반영됐다.
슈퍼맨은 그 기대를 시각적으로 압축했다. 작업 성공률이나 가동시간을 설명하지 않아도, 인간보다 빠르게 달리는 장면만으로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전달할 수 있었다.
공장 생산성 대신 인간 기록을 꺼낸 이유
유니트리는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엔지니어 왕싱싱이 설립했다. 비교적 저렴한 사족보행 로봇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 H1, G1, R1 등 휴머노이드 제품군으로 사업을 넓혔다. 달리기와 춤, 격투 동작을 수행하는 영상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중국 로봇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슈퍼맨도 같은 홍보 방식을 따랐다. 회사가 밝힌 시제품의 다리 길이는 0.85m에 불과하다. 개발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유니트리는 로봇이 초속 12.66m로 달리고 정지 상태에서 2m 높이를 뛰어넘었다고 발표했다. 추가 성능 개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교 대상으로는 우사인 볼트와 스웨덴 높이뛰기 선수 루네 알멘이 등장했다. 볼트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9초58을 기록했을 당시 구간 최고속도는 초속 약 12.42m로 분석됐다. 알멘은 1980년 제자리높이뛰기에서 1.90m를 넘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슈퍼맨은 볼트보다 초속 0.24m 빠르고 알멘보다 10㎝ 높이 뛴 셈이다. 인간과의 비교는 모터 출력이나 관절 토크, 제어 주기를 설명하는 기술자료보다 이해하기 쉽다. 짧은 영상과 숫자 두 개만으로 유니트리의 기술력을 전달할 수 있다.
공장 성능은 설명하기가 더 어렵다. 로봇 한 대가 하루에 몇 시간 가동되는지, 같은 작업을 반복할 때 얼마나 자주 실패하는지, 고장과 수리에 얼마의 시간과 비용이 드는지까지 제시해야 한다. 작업 과정에 사람의 원격조종이나 보조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밝혀야 한다. 성공한 장면뿐 아니라 멈춘 시간과 실패 횟수도 성능에 포함된다.
슈퍼맨 영상에는 이런 수치가 없었다. 최고속도와 도약 높이만 전면에 나왔다. 기업공개를 앞둔 유니트리가 산업 현장의 생산성보다 인간 기록과의 경쟁을 보여준 결과다.
비교 조건 빠진 ‘인간 기록 경신’
유니트리가 발표한 두 수치는 독립기관이 같은 조건에서 재현한 공인 기록이 아니다. 볼트의 초속 12.42m는 공식 100m 경기에서 측정된 구간 최고속도다. 출발과 가속, 최고속도 유지, 감속을 포함한 전체 기록은 9초58이었다.
슈퍼맨의 초속 12.66m는 회사가 발표한 순간 최고속도다. 정지 상태에서 해당 속도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거리와 시간, 최고속도를 유지한 구간은 제시되지 않았다. 시험 장소와 측정 장비, 전체 시도 횟수, 외부 검증기관 참여 여부도 공개되지 않았다.
제자리높이뛰기 역시 같은 기준으로 측정됐는지 알기 어렵다. 도약 전 허용된 움직임과 장애물 통과 기준, 착지 조건이 같아야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제자리높이뛰기는 20세기 초 올림픽에서 사라져 현재 세계육상연맹이 공인기록을 관리하는 주요 국제대회 종목도 아니다.
유니트리가 인간 기록을 넘어섰다는 표현은 엄밀한 기록 경쟁보다 홍보 문구에 가깝다. 로봇의 성능이 낮다는 뜻은 아니다. 다리 길이 0.85m의 이족보행 로봇이 고속으로 달리고 2m 높이를 넘으려면 고출력 모터와 경량 구조, 정밀한 자세 제어와 충격 흡수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적 성과와 공인 기록은 별개의 문제다. 전자는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후자는 같은 조건에서 반복 측정하고 외부 검증을 거쳐야 성립한다.
상장과 세계로봇대회 사이의 공개 시점
슈퍼맨 공개 이틀 뒤에는 두 행사가 함께 열렸다. 유니트리가 STAR마켓에 입성했고 베이징에서는 세계로봇대회가 개막했다. 다수의 중국 로봇기업이 세계로봇대회를 전후해 신제품과 기술을 공개했다.
슈퍼맨 공개 시점이 상장을 겨냥해 결정됐다는 근거는 없다. 개발과 영상 제작 일정이 세계로봇대회에 맞춰졌을 가능성도 있다. 상장 이틀 전이라는 시간표만으로 주가 부양 목적을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공개 의도와 시장에서 수행한 기능은 다르다. 유니트리는 상장 직전 인간보다 빠른 로봇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했다. 공모가 기준 610억위안이었던 기업가치는 상장 첫날 종가 기준 약 500억달러로 커졌다. 이미 흥행한 공모주에 슈퍼맨 영상이 미래 기술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구도다.
기술기업의 신제품 공개가 상장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제품과 기술을 알려 투자자에게 성장 가능성을 설명하는 것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다. 쟁점은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기술 수치가 어느 수준까지 검증됐는지다.
비상장기업의 홍보 영상과 상장사의 성능 발표는 시장에서 다른 무게를 갖는다. 상장 이후 제품 성능은 판매뿐 아니라 주가와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고속도와 도약 높이를 기술 우위의 근거로 제시하려면 측정 방식과 시험 조건, 반복 성공률이 함께 공개돼야 한다.
영상 이후에는 실적이 남는다
유니트리가 상장으로 조달한 61억위안은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대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투자자에게 제시된 미래가 현실이 되는지는 더 빠른 로봇 영상보다 판매처와 가동 실적에서 드러난다.
대학과 연구기관 중심의 판매가 제조·물류 현장의 반복 수요로 확대되는지, 일회성 장비 판매가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첫 번째 관문이다. 배터리 지속시간과 작업 성공률, 고장 주기, 유지비도 상용성을 가르는 수치다.
상장 첫날의 숫자는 거래소에서 확인됐다. 공모가 150.8위안, 장중 최고가 1100위안, 종가 845위안이다. 개인투자자 청약은 배정 물량의 8000배를 넘었고 유니트리는 61억위안을 조달했다.
슈퍼맨의 숫자는 아직 회사 발표에 머물러 있다. 초속 12.66m를 어느 거리에서 측정했는지, 2m 도약에 몇 차례 도전했는지, 외부 기관이 같은 결과를 재현할 수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슈퍼맨 영상이 유니트리의 IPO 흥행을 만들지는 않았다. 청약은 영상 공개 전에 이미 흥행했다. 영상이 한 일은 높은 기업가치에 인간을 넘어서는 로봇이라는 미래를 붙인 것이었다.
주가는 하루 만에 공모가의 5.6배가 됐다. 상장 이틀 전 달린 슈퍼맨이 그 가격에 걸맞은 산업 생산성으로 이어지는지는 다음 실적에서 판가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