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의 질주②] 시속 45.6㎞ 로봇, 누가 멈추나

유니트리 ‘슈퍼맨’ 도심 차량 수준 속도…공장·보도·상업시설 넘나드는 인간형 로봇에 안전기준·사고 책임은 분절

2026-08-20     최기형 기자

 

[KtN 최기형기자]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슈퍼맨’의 최고속도는 초속 12.66m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45.6㎞다. 도심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비슷한 속도다.

유니트리는 다리 길이 0.85m인 시제품이 정지 상태에서 2m 높이까지 뛰었다고도 발표했다. 우사인 볼트의 구간 최고속도와 루네 알멘의 제자리높이뛰기 기록을 넘어섰다는 설명을 붙였다. 로봇의 운동 능력이 인간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기술 시연이었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로봇이라면 최고속도는 기술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충돌했을 때 피해의 크기와 정지에 필요한 거리, 주변 사람이 피할 수 있는 시간을 결정하는 안전 수치가 된다.

슈퍼맨의 전체 중량은 발표 자료에 제시되지 않았다. 속도와 질량을 함께 고려한 충돌 에너지는 계산할 수 없다. 다만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질량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같은 무게라면 속도가 두 배로 높아질 때 운동에너지는 네 배가 된다.

시속 45.6㎞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제 작업장에서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상용 제품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속도와 관절 출력을 제한할 수 있다. 사람이 접근하면 감속하거나 정지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최고속도보다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로봇이 언제 속도를 낮추고, 누가 제한을 풀 수 있으며, 제동에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다.

울타리 밖으로 나온 산업용 로봇

기존 산업용 로봇은 위험한 기계와 사람의 접촉을 막는 방식으로 안전을 확보했다. 대형 로봇팔 주변에 울타리와 센서를 설치하고 사람이 작업구역에 들어오면 가동을 멈췄다. 로봇의 힘과 속도를 낮추기보다 사람을 작업 반경 밖으로 분리하는 구조였다.

휴머노이드는 전제가 다르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계단과 통로, 작업대와 도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간형 설계의 장점이다. 공장과 물류창고뿐 아니라 상점과 공연장, 학교와 병원에서도 사람과 같은 공간을 오갈 가능성이 크다.

이동 경로도 고정된 로봇팔보다 복잡하다. 작업자가 갑자기 앞을 가로막을 수 있고 바닥 상태에 따라 미끄러질 수 있다. 물건을 들고 이동하거나 문을 여는 과정에서 무게중심도 계속 변한다. 이족보행 로봇이 넘어지면 몸체뿐 아니라 들고 있던 물건까지 주변 사람을 덮칠 수 있다.

국제표준 ISO 10218-1과 ISO 10218-2는 산업용 로봇 자체와 로봇 시스템의 통합·운용 과정에 필요한 안전 요건을 규정한다. 사람과 로봇이 작업공간을 공유하는 협동 운전에는 ISO/TS 15066이 접촉 한계와 위험 저감 원칙을 보완한다.

적용 범위에는 경계가 있다. 국제표준화기구는 ISO/TS 15066이 산업용 로봇 시스템을 대상으로 하며 비산업용 로봇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안전 원칙을 서비스 로봇에 참고할 수는 있지만 공장 밖에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전체를 직접 규율하는 기준은 아니다. 

같은 휴머노이드라도 공장에 설치되면 산업용 로봇으로 분류될 수 있고, 쇼핑몰에서 안내를 맡으면 서비스 로봇으로 취급될 수 있다. 보도에서 물건을 운반하면 실외이동로봇 관련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몸체와 운동 능력은 같지만 사용 장소와 목적에 따라 안전 규칙이 갈라진다.

한국 안전인증은 배송로봇에서 출발

한국은 실외이동로봇이 보도를 통행할 수 있도록 운행안전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안전인증을 받은 로봇은 보도 등에서 운행할 수 있고, 운영자는 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인적·물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인증을 신청할 때에는 로봇의 구조와 운영에 관한 설명서, 최대 속도와 질량 등 주요 사양을 제출해야 한다. 횡단보도 통행 방식과 통신장애 대응, 사고 발생 시 조치, 혼잡 상황 대응 방안도 운행계획서에 포함된다. 속도와 제어 성능뿐 아니라 사고 이후의 보상까지 요구하는 구조다. 

지능형로봇법은 실외이동로봇을 ‘배송 등을 위하여 자율주행 또는 원격제어로 운행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으로 정의한다. 제도는 바퀴를 이용해 물건을 운반하는 배송로봇의 보도 통행에서 출발했다.

범용 휴머노이드는 한 가지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로봇이 물건을 나르면 배송로봇이 되고, 거리를 순찰하면 보안 장비가 될 수 있다. 상점 앞에서 호객하거나 공연을 하면 서비스·공연용 기계가 된다.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가 배송 목적으로 보도를 다닌다면 실외이동로봇의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안내와 순찰, 작업 보조를 위해 움직일 때도 같은 인증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운용 목적과 법적 분류에 따라 달라진다.

보도 밖에서는 조건이 다시 바뀐다.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은 쇼핑몰과 공연장, 병원, 학교 내부의 운용을 직접 대상으로 삼은 제도가 아니다. 산업용 로봇 표준 역시 생산시설이 아닌 다중이용시설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람은 같은 모습의 로봇을 마주하지만 법은 로봇의 용도와 장소에 따라 나뉜다. 공장 안에서는 산업용 기계, 보도에서는 실외이동로봇, 매장에서는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가 여러 공간과 업무를 넘나들수록 규정 사이의 경계도 늘어난다.

출고 뒤 빨라지는 로봇

휴머노이드의 위험은 출고 당시 사양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조사가 제공한 기본 제어 프로그램 위에 고객사와 연구기관이 새로운 동작을 학습시킬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부품 교체를 통해 이동속도와 관절 출력, 장애물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유니트리는 지난 4월 특별 개조한 H1 로봇이 초속 10m로 달리는 모습을 공개했다. 당시 로봇은 무게가 62㎏이었고 운동 성능을 높이기 위해 머리와 손을 제거했다. 슈퍼맨 역시 아직 개발 중인 시제품이다.

출고 때 안전기준을 충족한 로봇도 제어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다른 기계가 될 수 있다. 최고속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관절의 출력 제한을 해제하면 기존 인증에서 평가한 위험 수준이 달라진다.

유럽연합은 2027년 1월 20일부터 기계류 규정(EU 2023/1230)을 본격 적용한다. 기존 기계류 지침을 대체하는 제도로, 제조사와 수입자에게 위험 평가와 적합성 평가, 기술문서 작성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 인공지능이 결합된 기계와 안전에 영향을 주는 소프트웨어도 규율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학습 기능을 갖춘 로봇은 생산 시점과 사고 시점의 동작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출고 후 고객사가 새로운 행동을 학습시키거나 제3자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면 제조사와 개발사, 운영자 사이의 책임 범위도 복잡해진다.

속도 제한을 누가 변경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일반 사용자가 설정 화면에서 제한을 풀 수 있는지, 제조사나 인증받은 정비자만 변경할 수 있는지에 따라 위험 수준이 달라진다. 안전에 영향을 주는 변경에는 기록과 재검증 절차가 따라야 한다.

사고 책임자는 하나가 아니다

휴머노이드가 사람과 충돌했을 때 책임 후보는 네 갈래로 나뉜다. 몸체와 모터를 만든 제조사, 로봇을 작업 현장에 맞게 설치한 시스템 통합업체, 동작 소프트웨어를 만든 개발사, 실제 운용 범위와 속도를 정한 사업자다.

모터나 센서가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하드웨어 결함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람이 가까이 있는데도 로봇이 감속하지 않았다면 센서와 인식 소프트웨어, 제동 명령의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운영자가 안전 모드를 해제했거나 허용된 장소 밖에서 최고속도를 사용했다면 운용 책임이 쟁점이 된다.

원격조종으로 움직였다면 조종자의 과실뿐 아니라 통신 지연과 화면에 제공된 정보도 사고 원인에 포함될 수 있다. 자율제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동작이 발생하면 제조사가 예견할 수 있었던 위험인지, 운영자가 추가로 학습시킨 행동인지도 가려야 한다.

피해자는 이런 기술적 분업 구조를 알기 어렵다. 로봇 내부의 작동 기록과 센서 데이터, 소프트웨어 변경 이력에 접근하지 못하면 사고 원인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자동차 사고에서 블랙박스와 운행기록이 사용되는 것처럼 휴머노이드에도 동작 명령과 제어 모드, 센서 판단, 원격개입 여부를 남기는 장치가 필요하다. 사고 직전 적용된 속도 제한과 소프트웨어 버전, 안전장치 해제 여부도 보존돼야 한다.

기록을 누가 보관하고 피해자나 조사기관이 어떤 절차로 열람할 수 있는지도 정해져야 한다. 로봇은 사업자의 시설에서 움직이고, 제어 데이터는 제조사 서버에 저장되며, 동작 프로그램은 별도 개발사가 공급하는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고속도와 함께 제동거리를 공개해야

슈퍼맨의 초속 12.66m는 시제품의 최고 성능이다. 실제 판매 제품이나 작업 현장의 상시 운행속도를 뜻하지 않는다. 유니트리는 슈퍼맨이 개발 중이며 추가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발표 자료에는 로봇의 전체 중량과 가속 거리, 최고속도 유지시간, 제동거리가 제시되지 않았다. 사람을 감지한 뒤 제동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센서나 통신이 끊겼을 때의 동작도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는 휴머노이드라면 최고속도와 함께 정지 성능을 공개해야 한다. 마른 바닥과 젖은 바닥에서 멈추는 거리, 사람과의 최소 안전거리, 넘어질 때 충격을 줄이는 방식, 비상정지 장치의 위치와 작동 조건이 필요하다.

운영 단계에서는 속도와 출력 제한을 임의로 풀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안전에 영향을 주는 소프트웨어와 부품이 변경되면 변경 이력을 남기고 필요한 경우 다시 인증받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사고 이후에는 책임 주체를 가릴 수 있도록 센서와 제어 기록이 보존돼야 한다.

로봇의 성능 경쟁은 인간의 달리기 기록을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안전 기준은 로봇이 사람을 발견한 뒤 얼마나 빨리 멈출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따라가야 한다.

유니트리가 발표한 최고속도는 시속 45.6㎞다. 해당 속도가 시험장 밖에서 허용될 필요는 없다. 로봇이 인간보다 빨라진 뒤 필요한 기술은 더 강한 모터가 아니라 사람 앞에서 스스로 속도를 낮추는 장치다. 그 제한을 누가 풀었는지 기록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를 가려내는 제도도 함께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