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의 질주③] 인간보다 빨라도 2시간…‘하루치 노동’은 못 넘었다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배터리 지속시간 1~3시간…반복 성공률·고장 간격·유지비 빠진 성능표로는 경제성 판단 어려워
[KtN 최기형기자]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슈퍼맨’은 최고속도 초속 12.66m, 제자리높이뛰기 2m를 기록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달리기와 도약만 놓고 보면 인간의 최고 성과를 넘어선 수치다.
공장과 물류센터의 계산법은 다르다. 순간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보다 한 번 충전해 몇 시간 일하는지, 같은 동작을 몇 차례 연속으로 성공하는지, 고장과 수리에 얼마가 드는지가 중요하다.
100m를 가장 빠르게 달리는 기계가 하루에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기계는 아니다. 달리기 기록은 한 번의 최고 성능으로 판정하지만 로봇 노동의 가치는 가동시간과 작업량, 실패율, 유지비를 합쳐야 계산된다.
슈퍼맨 발표에는 최고속도를 유지한 시간과 반복 주행 때의 성능 변화, 배터리 소모량, 전체 도약 시도 가운데 성공한 횟수가 제시되지 않았다. 실제 판매 모델로 이어질지, 어떤 작업에 투입될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유니트리는 슈퍼맨을 개발 중인 시제품으로 소개하고 추가 성능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간 기록을 넘어섰다는 주장은 내놨지만 하루치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지는 증명하지 않았다.
1시간·2시간·3시간으로 갈린 배터리
유니트리가 공개한 휴머노이드의 배터리 지속시간은 제품마다 다르다. 소형 휴머노이드 R1은 약 1시간, G1은 약 2시간, H2는 약 3시간이다.
R1은 모델에 따라 무게가 약 27~29㎏이며 가격은 4900달러부터 시작한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약 1시간, 보증기간은 등급에 따라 6개월에서 12개월이다.
G1에는 탈착식 9000mAh 배터리가 들어간다. 유니트리가 제시한 지속시간은 약 2시간이다.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하면 운용을 이어갈 수 있지만 추가 배터리와 충전 설비, 교체 작업이 필요하다.
H2의 배터리 지속시간은 약 3시간이다. 보증기간은 모델에 따라 8개월 또는 12개월이다. 유니트리는 실제 성능이 운용 환경과 제품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일부 시연 기능은 아직 개발·시험 중이라고 명시했다.
세 제품의 1~3시간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로봇의 크기와 배터리 용량, 수행하는 작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빈손으로 대기하거나 평지를 걷는 조건과 물건을 든 채 계단을 오르는 조건의 전력 소모도 같지 않다.
공장의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잡으면 배터리 지속시간이 1~3시간인 로봇은 한 근무조 안에서 여러 차례 충전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사람이 직접 배터리를 바꾼다면 로봇 운용에 다시 노동력이 들어간다. 자동 교환설비를 설치하면 초기 투자비와 공간이 추가된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다는 사실만으로 상품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로봇이 쉬는 동안 다른 로봇을 투입하거나 교대형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추가 로봇과 배터리, 충전설비 비용까지 계산해야 사람의 노동과 경제성을 비교할 수 있다.
‘약 2시간’이 말하지 않는 조건
배터리 지속시간은 어떤 조건에서 측정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평탄한 실내 바닥을 빈손으로 걷는 로봇과 10㎏짜리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로봇은 같은 시간 동안 다른 양의 전력을 쓴다.
이동보다 두 팔로 부품을 조립하거나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작업에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로 주변을 인식하고 인공지능 모델을 구동하는 연산장치도 배터리를 소모한다.
배터리가 남아 있어도 작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관절 모터의 온도가 높아지면 출력을 낮춰야 하고 센서가 먼지나 습기에 노출되면 인식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경사와 단차, 조명, 바닥 재질도 실제 가동시간에 영향을 준다.
구매자에게 필요한 숫자는 단순한 ‘약 2시간’이 아니다. 지정된 무게의 물건을 들고 정해진 거리를 이동하거나 특정 작업을 반복했을 때의 유효 작업시간이 필요하다. 배터리 교체와 충전에 걸리는 시간, 충·방전이 반복되면서 줄어드는 용량도 운영비에 포함된다.
같은 2시간이라도 한 대가 작업을 멈춘 채 대기하는 시간이 많다면 유효 노동시간은 짧아진다. 반대로 짧은 시간에 높은 정확도로 많은 작업을 처리한다면 상품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배터리 시간이 아니라 해당 시간 동안 완료한 작업량이 생산성을 결정한다.
한 번의 성공과 1000번의 성공
휴머노이드 시연 영상은 성공한 동작을 보여준다. 공장에서는 같은 동작을 수백·수천 차례 반복해도 성공률이 유지돼야 한다.
로봇이 상자를 한 번 옮기는 것과 하루 동안 계속 옮기는 것은 다른 시험이다. 상자의 위치와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주변에는 사람이 오간다. 조명과 바닥 상태가 바뀌고 물건이 찌그러지거나 손잡이가 돌아갈 수도 있다.
작업 성공률이 99%라면 1000차례 가운데 평균 10차례 실패가 발생한다. 실패할 때마다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면 로봇을 감독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넘어지면 생산 지연뿐 아니라 제품 손실과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성공의 정의에 따라서도 수치는 달라진다. 물건을 목적지까지 옮기기만 하면 성공인지, 정해진 시간 안에 정확한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 사람이 한 차례 원격으로 개입해도 자율작업으로 인정하는지 구분해야 한다.
로봇이 작업을 수행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자율성의 수준도 알 수 없다. 사전에 입력된 동작을 반복했는지, 사람이 원격조종했는지,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판단했는지가 분리돼야 한다. 원격 개입 횟수와 실패 후 복구시간은 감독 인력과 운영비를 결정한다.
구매가격 뒤에 남는 수리비
로봇 가격은 전체 비용의 일부다. 추가 배터리와 충전설비, 관절 모터와 감속기 교체, 정기점검, 소프트웨어 사용료, 수리 기간의 가동 중단까지 합쳐야 실제 비용이 나온다.
휴머노이드는 다수의 관절과 센서, 연산장치로 구성된다. 걷는 동안 관절에는 충격이 반복되고 넘어지면 몸체와 카메라, 라이다가 손상될 수 있다. 고장 난 부품을 현장에서 교체할 수 있는지, 제조사의 서비스센터로 보내야 하는지에 따라 가동 중단시간도 달라진다.
산업용 설비는 평균고장간격과 평균수리시간을 이용해 가동 가능성을 계산한다. 휴머노이드에도 같은 수치가 필요하다. 몇 시간 운용한 뒤 고장이 발생하는지, 수리에 평균 며칠이 걸리는지, 주요 부품의 교체주기와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야 총비용을 산출할 수 있다.
유니트리 R1과 H2의 보증기간은 모델에 따라 6~12개월이다. 보증이 끝난 뒤 관절이나 센서가 고장 나면 부품 가격과 수리비, 운송비가 추가된다. 수리 기간에 대체 로봇을 투입해야 한다면 구매 대수도 늘어난다.
소프트웨어도 비용과 수명에 영향을 준다. 새로운 작업 기능을 사용하려면 별도 연산장치나 응용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 있다. 업데이트가 중단되거나 구형 제품이 새 제어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못하면 하드웨어가 작동해도 경제적 수명은 끝날 수 있다.
5500대 판매와 5500개의 일자리 사이
유니트리는 2025년 휴머노이드 로봇 5500대 이상을 출하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휴머노이드 판매량은 5632대다. 세계 최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판매업체 가운데 하나로 올라선 배경이다.
출하량은 시장 진입 속도를 보여주지만 로봇이 만들어낸 노동시간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연구기관이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구입한 한 대와 공장이 생산라인에서 매일 운용하는 한 대는 경제적 의미가 다르다.
유니트리 제품 가운데 상당수는 대학과 연구기관, 전시와 공연 분야 등에 공급됐다. 회사도 투자설명서에서 휴머노이드의 대규모 상업 도입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작업 일반화와 배터리 지속시간, 안전성, 정형화되지 않은 환경에서의 신뢰성이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용 판매는 개발자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 대학과 기업이 유니트리 하드웨어를 활용해 새로운 동작과 작업 기능을 개발하면 제조사가 직접 만들지 않은 기능도 제품에 추가될 수 있다. 초기 시장에서는 연구용 판매가 상용화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산업적 가치는 판매 이후 판정된다. 구매한 로봇이 실험실에서 알고리즘 개발용으로 사용됐는지, 생산 현장에서 사람의 작업시간을 줄였는지, 추가 구매로 이어졌는지가 구분돼야 한다. 판매 대수가 곧 대체한 노동자의 수를 뜻하지는 않는다.
최고속도 아닌 ‘노동 성적표’
국제표준화기구는 2026년 다리형 로봇의 이동 성능을 평가하는 ISO 18646-5를 발행했다. 완성된 로봇의 보행 성능을 명시하고 평가하는 시험 방법을 담았다. 샘플시험과 자격시험, 제품 인수시험 등에 활용할 수 있지만 안전요건을 검증하는 표준은 아니다.
공통된 시험 방식이 적용되면 제조사마다 다른 조건에서 발표하는 최고속도와 보행 성능을 비교할 수 있다. 빈손과 적재 상태, 평지와 경사, 순간 최고속도와 연속 운행을 구분해야 구매자가 실제 작업에 가까운 수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동 성능만으로 로봇의 노동 능력을 비교할 수는 없다. 물건을 집는 정밀도와 반복 작업 성공률, 자율운전 비율, 사람의 개입 횟수, 배터리와 고장 빈도까지 포함해야 한다.
자동차 구매자는 가격과 최고속도만 보지 않는다. 공인 연비와 제동거리, 적재량, 보증기간과 안전등급을 함께 비교한다. 산업용 기계 구매자는 시간당 생산량과 불량률, 가동률, 유지비를 확인한다. 휴머노이드에도 같은 수준의 성능표가 필요하다.
첫 번째 항목은 유효 작업시간이다. 무부하 대기시간이 아니라 정해진 무게의 물건을 들고 지정된 작업을 수행할 때의 배터리 지속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충전과 배터리 교체시간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반복 성공률이다. 같은 작업을 수백·수천 차례 수행했을 때의 성공 횟수와 평균 처리시간, 사람의 개입 횟수와 실패 후 복구시간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가동 신뢰성이다. 평균고장간격과 평균수리시간, 주요 부품의 교체주기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온도와 먼지, 습도, 조명과 바닥 상태에 따른 성능 변화도 포함된다.
마지막은 총운영비다. 구매가격뿐 아니라 배터리와 충전설비, 소프트웨어, 정기점검, 수리비, 감독 인력까지 합쳐야 한다. 로봇 한 대가 사람 몇 명을 대체한다는 계산보다 1년 동안 생산한 유효 작업시간과 작업 한 건당 비용을 비교하는 편이 정확하다.
유니트리 슈퍼맨의 초속 12.66m는 휴머노이드의 운동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당 로봇이 경제성 있는 노동력이 됐다는 뜻은 아니다.
달리기 기록은 한 번의 최고 성능으로 결정된다. 공장의 기록은 수천 번의 반복 작업과 고장 없이 버틴 시간으로 결정된다. 휴머노이드 시장의 다음 경쟁은 인간보다 빠르게 달리는 로봇이 아니라 더 낮은 비용으로 하루치 일을 끝내는 로봇에서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