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GHBORHOOD②] 32년째 같은 가죽, 유산인가 답습인가

하라주쿠의 바이커 문화에서 출발한 NEIGHBORHOOD…FW26도 검은 재킷과 워싱 데님을 되풀이했다

2026-08-21     박인경 기자
NEIGHBORHOOD Delivers Elaborate Yet Rugged Staples for FW26. 사진=Tak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검은 가죽 재킷, 군복형 보머, 낡게 가공한 데님과 니트. NEIGHBORHOOD가 8월 22일 출시하는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중심 품목이다. 1994년 도쿄 하라주쿠에서 브랜드를 시작할 때 사용했던 바이커·밀리터리·펑크의 문법이 32년 뒤에도 전면에 놓였다.

달라진 부분은 실루엣과 유통 방식이다. 바지는 넓어졌고 여러 겹을 포개는 착장이 늘었다. 작은 매장에서 팔던 옷은 세계 소비자를 상대하는 온라인 상품이 됐다. 반면 디자인의 중심은 창립기의 범위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오랜 정체성을 지킨 결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가죽 재킷과 자수 보머, 워싱 데님은 NEIGHBORHOOD의 과거 컬렉션뿐 아니라 스트리트웨어 시장 전체에서 반복돼 온 품목이다. FW26은 브랜드의 역사를 잇는 컬렉션인 동시에 새 시즌의 필요성을 묻게 한다.

1994년에는 생활이 옷보다 먼저였다

NEIGHBORHOOD는 1994년 10월 28일 하라주쿠에서 창립됐다.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다키자와 신스케는 모터사이클로 연결된 세 친구와 작은 매장에서 브랜드를 시작했다.

제품의 출발점은 다키자와와 주변 사람들이 즐기던 모터사이클과 음악이었다. 가죽 재킷과 데님, 군복과 작업복이 초기 디자인의 바탕이 됐다. 펑크에서 가져온 해골과 금속 장식, 어두운 색상도 브랜드를 구분하는 표식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하라주쿠 뒷골목에는 서구의 펑크와 힙합, 바이커 문화, 군복과 작업복을 재해석한 매장과 브랜드가 모였다. 디자이너와 음악가, 소수 소비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관계를 맺었다. 옷은 판매 상품이면서 같은 문화와 취향을 공유한다는 표시였다.

초기의 가죽과 데님에는 실제 사용이 뒤따랐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작업복을 반복해서 입는 동안 주름과 마모가 생겼다. 색 빠짐과 손상은 착용자가 보낸 시간의 결과였다.

NEIGHBORHOOD Delivers Elaborate Yet Rugged Staples for FW26. 사진=Tak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FW26에서는 순서가 뒤집혔다. 새 가죽 재킷에는 금속 장식을 미리 박고 데님에는 시간이 흐른 것처럼 색을 입혔다. 니트는 오래 입어 헤진 듯 표면을 처리했다. 소비자는 옷을 낡게 만드는 대신 완성된 낡음을 구매한다.

생활에서 생긴 흔적이 판매용 디자인으로 바뀐 셈이다. 바이커와 펑크의 문화적 배경은 줄고, 검은색과 손상 효과가 만드는 외형은 남았다.

군복의 기능은 사라지고 형태만 남았다

FW26 전반부는 검은 가죽 재킷이 이끈다. 금속 장식을 어깨와 소매에 촘촘하게 부착한 제품과 광택을 강조한 제품이 이어진다. 중반에는 자수 보머와 바시티 재킷, 후반에는 워크 재킷과 데님, 손상 처리한 니트가 등장한다.

군복과 작업복에서 가져온 형태가 많지만 기능보다 이미지에 무게가 실렸다. 보머와 워크 재킷, 큰 주머니와 패치는 남았지만 군용이나 작업용 제품은 아니다. 가죽 재킷도 모터사이클 보호 장비보다 검은색과 금속 장식이 만드는 인상을 앞세운다.

NEIGHBORHOOD Delivers Elaborate Yet Rugged Staples for FW26. 사진=Tak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실루엣은 최근 남성복 흐름을 따랐다. 짧고 무거운 재킷 아래에 통이 넓은 바지를 배치하고 셔츠와 니트, 패딩을 겹쳤다. 몸에 붙는 라이더 복장보다 여유 있는 비율이 두드러진다.

실루엣 변화만으로 새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지의 폭과 착장법은 달라졌지만 컬렉션의 중심에는 다시 가죽 재킷과 보머, 가공 데님이 놓였다. 기존 제품을 현재의 비율로 조정한 수준에 가깝다.

색상도 같은 범위를 맴돈다. 검정과 차콜, 빛바랜 인디고와 짙은 갈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청록색 패딩과 흑백 체크가 변화를 주지만 전체 흐름을 바꾸지는 않는다.

골목의 희소성은 발매 전략이 됐다

1990년대에는 하라주쿠라는 장소가 진입 장벽이었다. 소비자는 매장을 직접 찾거나 일본 패션 잡지와 현지 방문객을 통해 제품 정보를 얻었다. 작은 매장과 제한된 유통망은 의도와 관계없이 희소성을 만들었다.

이후 NEIGHBORHOOD는 여러 기업·인물과 협업하며 해외 접점을 넓혔다. 2018년 아디다스와 협업했을 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매 행사가 열렸다. 다키자와는 당시 일본 밖의 소비자에게 제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협업은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이었다. 반면 정규 컬렉션보다 협업 상대의 이름과 로고, 한정판이라는 조건이 더 강하게 소비되는 구조도 만들었다. 외부의 이름은 계속 바뀌었지만 NEIGHBORHOOD 내부에서는 검은색과 가죽, 군복과 바이커 문화가 반복됐다.

NEIGHBORHOOD Delivers Elaborate Yet Rugged Staples for FW26. 사진=Tak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FW26은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일부 해외 판매점을 통해 출시된다. 온라인 판매 개시 시각은 8월 22일 일본시간 낮 12시다. 브랜드는 전날 낮 12시부터 온라인 스토어 전체를 닫고 발매를 준비한다. 일부 매장도 전날 임시 휴점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인다.

1990년대 소비자가 매장 위치를 찾아야 했다면 2026년 소비자는 발매 시각에 맞춰 접속해야 한다. 희소성을 만드는 조건이 장소에서 시간과 재고로 옮겨갔다.

발매 직후 품절되더라도 수요의 크기를 그대로 뜻하지는 않는다. 생산 수량과 지역별 배정량이 공개되지 않으면 적은 물량이 소진된 것인지 넓은 소비층이 움직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희소성이 제품 평가보다 먼저 작동하는 시장이다.

첫 매장도 판매할 수 있는 역사가 됐다

NEIGHBORHOOD는 창립 30주년 기념 기간의 마지막 행사로 2025년 9월 하라주쿠 라포레뮤지엄에서 전시를 열었다. 행사장에는 첫 매장을 재현한 약 6장 다다미 규모의 공간이 설치됐다.

오사무 나가하마가 촬영한 사진집 《THE TOKYO HUNDREDS 2》 관련 전시도 열렸다. 하라주쿠를 매개로 브랜드와 관계를 맺은 음악·미술·디자인 분야 인물 100명의 초상이 전시장을 채웠다.

세계로 판매망을 넓힌 브랜드가 30주년을 설명하기 위해 다시 작은 매장과 하라주쿠 공동체를 꺼냈다. 1994년에는 옷을 팔던 실제 공간이었지만 2025년에는 브랜드의 출발을 상징하는 전시물이 됐다. 작고 임대료가 저렴했던 첫 매장까지 브랜드 서사의 일부가 됐다.

NEIGHBORHOOD Delivers Elaborate Yet Rugged Staples for FW26. 사진=Tak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공동체의 의미도 바뀌었다. 초기에는 같은 지역에서 모터사이클과 음악, 옷을 공유한 사람들이 중심이었다. 현재는 온라인 스토어와 해외 편집숍, 협업 제품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가 연결된다.

하라주쿠는 옷을 만들고 소비하는 실제 장소에서 브랜드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상징으로 이동했다. 판매 범위가 넓어질수록 지역적 출발점은 마케팅에 다시 호출됐다.

넓어진 것은 시장과 바지의 폭

NEIGHBORHOOD Delivers Elaborate Yet Rugged Staples for FW26. 사진=Tak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994년과 2026년 사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제품을 둘러싼 구조다. 작은 매장은 온라인 스토어와 해외 판매망으로 바뀌었다. 친구와 지역 소비자가 중심이던 관계는 세계 각지의 구매자와 협업 상대까지 넓어졌다.

옷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다. 검은 가죽과 데님, 군복형 아우터, 자수와 금속 장식이 32년 동안 중심을 지켰다. FW26도 같은 품목에 넓어진 바지와 현재의 레이어링을 붙였다.

바이커 재킷과 워크웨어, 인위적으로 낡힌 데님은 이제 여러 브랜드가 판매하는 기본 상품이다. 1990년대 하라주쿠에서 차별점이 됐던 디자인은 2026년 스트리트웨어 시장에서 익숙한 공식이 됐다.

NEIGHBORHOOD가 FW26에서 넓힌 것은 시장과 바지의 폭이다. 가죽과 군복, 워싱 데님이라는 중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32년의 지속을 가능하게 한 반복이 이제 새 제품을 사야 할 이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