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감각의 산업①] D.S. & Durga ‘Ain’t That Sweet’, 2000년대 뉴욕의 연애를 팔다
연인의 쪽지와 늦은 귀가, 대추야자 케이크로 구성한 사랑의 초입…도시의 기억까지 상품이 된 니치 향수
[KtN 박채빈기자]먼저 집을 나선 연인이 짧은 쪽지를 남긴다. 부엌에는 대추야자 케이크 한 조각과 골든 밀크 한 잔이 놓여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친 두 사람은 늦은 밤 다시 만나 같은 침대에 눕는다. D.S. & Durga가 2026년 8월 25일 출시하는 ‘Ain’t That Sweet’에 담은 연인의 하루다.
향은 미르와 스리랑카산 시나몬으로 시작해 대추야자와 프랄린, 백합을 거친다. 연유와 버번 바닐라, 넛메그가 마지막을 받친다. 음식과 디저트를 연상시키는 구르망 계열이지만, 머스크와 패출리, 천연 바닐라 앱솔루트를 더해 단맛에 무게를 보탰다.
조향사 데이비드 세스 몰츠(David Seth Moltz)는 “퇴폐적인 대추야자 케이크의 향을 머스크와 패출리, 천연 바닐라 앱솔루트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향료와 조합했다”며 “달콤하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다”고 설명했다. D.S. & Durga는 구르망 향수를 평소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까지 새 제품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Ain’t That Sweet’에서 향료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2000년대 초 뉴욕이다. 문자메시지가 연인의 하루를 빈틈없이 연결하기 전 남겨둔 쪽지, 늦은 귀가와 기다림, 젊은 창작자들이 모였던 브루클린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였다. 향수병 안에는 대추야자와 바닐라뿐 아니라 특정 시대와 도시를 바라보는 감각도 함께 들어갔다.
문자메시지 이전의 사랑
D.S. & Durga는 독학으로 조향을 익힌 음악가 데이비드와 건축가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비 몰츠(Kavi Moltz)가 2008년 설립했다. 두 창업자는 장소와 음악,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제품명과 향의 구성에 반영해 왔다. ‘Ain’t That Sweet’에는 두 사람이 활동 기반으로 삼은 뉴욕과 브루클린의 젊은 문화가 자리 잡았다.
새 향수에 등장하는 연인은 하루 종일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는다. 먼저 외출한 사람이 메모를 남기고, 상대가 돌아올 시간을 헤아려 음식을 준비한다. 짧은 쪽지 한 장은 스마트폰 보급 이전의 생활을 표시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 시간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남긴다.
데이비드는 연애 초기에 상대를 위해 케이크를 굽고, 노래를 쓰고, 뜻밖의 일을 준비하던 감정을 향수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출근한 뒤에도 밤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도 제품의 출발점이 됐다.
“새로운 사랑을 위해 기꺼이 지나칠 만큼 애쓰는 초반의 설렘이 있다. 케이크를 굽고, 노래를 쓰고, 상대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다. 직접 겪을 때는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Ain’t That Sweet’는 그런 감정처럼 따뜻하고 익숙하다.”
쪽지는 2000년대 초라는 시점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물건이다. 메신저의 대화 기록이나 스마트폰 알림 대신 종이에 남은 글씨가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준다. 곧바로 답을 받을 수 없는 몇 시간은 부재가 아니라 귀가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묘사된다.
데이비드는 지나간 시대 자체를 그리워하려는 의도와는 거리를 뒀다. 뉴욕에서 사랑이 시작될 때 생기는 기대와 가능성을 담고, 새로운 소비자가 향수를 사용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는 되돌아가야 할 시절보다 현재의 소비자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감정의 배경으로 다뤄진다. 당시 뉴욕에서 20대를 보낸 세대에게는 개인적인 기억을 불러내고, 해당 시기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영화와 음악, 패션으로 접한 도시의 분위기를 건넨다. 같은 향수가 한쪽에는 회상을, 다른 한쪽에는 상상을 제공한다.
뉴욕에서 골라낸 젊음과 연애
‘Ain’t That Sweet’가 선택한 뉴욕에는 젊음과 야간 활동, 창작과 연애가 집중돼 있다. 새로운 목적을 찾아 매년 도시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이동도 향수의 배경에 포함됐다. 뉴욕은 두 연인이 생활하는 공간이자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시작하는 장소로 쓰였다.
높은 주거비와 불안정한 노동, 지역과 계층의 격차는 제품이 구성한 뉴욕에서 빠져 있다. 2000년대 초 도시를 이루던 여러 현실 가운데 두 연인이 공유하는 사적인 시간이 앞에 놓였다. 늦은 귀가와 부엌의 불빛, 손으로 쓴 메모, 달콤한 음식이 뉴욕을 설명하는 표지가 됐다.
향수가 옮긴 대상은 도시의 역사보다 사랑에 빠진 20대가 바라본 뉴욕에 가깝다. 경제적 부담과 생활의 불안은 뒤로 물러나고,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밤이 남는다. 복잡한 도시는 연애 초기의 기대를 강조하는 배경으로 정리됐다.
데이비드는 20대를 “우주를 향해 열린 통로를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는 알지 못하는 시기”라고 표현했다. 많은 노래와 시, 이야기가 창작자의 20대에서 나온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20대의 미숙함보다 감각과 가능성이 넓게 열려 있는 상태에 주목한 발언이다.
‘Ain’t That Sweet’는 소비자가 대추야자와 바닐라 향을 사용하는 동안 브랜드가 구성한 시간으로 들어가도록 설계됐다. 누군가에게는 실제 연애의 기억과 겹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험하지 않은 2000년대 뉴욕을 대신한다. 개인이 살아온 기억과 브랜드가 만든 기억이 하나의 향수 안에서 만난다.
니치 향수시장에서 도시와 시대는 향료만큼 제품을 구별하는 요소로 쓰인다. 한 병을 둘러싼 이야기는 향을 맡기 어려운 온라인 공간에서 제품의 성격을 먼저 전달하고, 소비자가 향수를 자기 경험과 연결할 근거를 제공한다. 2000년대 뉴욕의 청춘도 문화적 배경을 넘어 제품의 정체성과 가격을 구성하는 자산이 됐다.
향료 밖에서 만들어진 225달러의 상품
‘Ain’t That Sweet’의 가격은 50㎖ 225달러, 100㎖ 300달러다. 소비자가 만나는 상품에는 향료와 용기 외에도 캠페인 사진과 음악, 포장, 창업자의 이야기가 결합돼 있다. D.S. & Durga는 조향 결과를 단독으로 내놓기보다 여러 감각을 하나의 제품 아래 배치했다.
데이비드는 캠페인에 사용할 ‘파티 솔’ 계열의 곡을 직접 만들었다. 다른 음악가의 노래를 묶은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향수 출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음원이다. 최근에는 향수마다 싱글이나 EP를 만들고 광고와 소셜미디어에 사용할 짧은 음악도 제작한다고 밝혔다.
음악과 향수는 형태가 보이지 않지만 구조를 지닌 예술이라는 것이 데이비드의 설명이다. 두 감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사람에게 즉각 작용하고, 예상하지 못한 이미지와 감정을 불러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Ain’t That Sweet’에서는 음악이 향수의 부속 홍보물이 아니라 같은 발상에서 갈라져 나온 캠페인 요소로 배치됐다.
소비자는 향을 맡기 전에 음악의 리듬과 포장의 색상, 대추야자 케이크와 골든 밀크 이미지를 접한다. 후각을 전달할 수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 시각과 청각이 제품의 분위기를 먼저 설정한다. 향료 목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연애의 온도와 밤의 기분을 사진과 음악이 보충한다.
카비는 브랜드가 사용해온 ‘피치 콘크리트’ 색상을 새 포장 전면에 적용했다. 향수마다 가진 색과 이미지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사용 후 다른 물건을 담을 수 있도록 상자를 견고하게 제작하고 브랜드 표시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연인의 쪽지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대추야자와 바닐라, 음악과 사진, 복숭아색 상자를 거쳐 하나의 상품으로 묶였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대상도 향료의 조합에 머물지 않는다. D.S. & Durga가 선별한 뉴욕과 청춘, 사랑의 이미지를 몸에 지니는 경험까지 225달러라는 가격 안에 놓인다.
‘Ain’t That Sweet’는 8월 25일부터 D.S. & Durga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일부 판매처에서 판매된다. 50㎖와 100㎖ 두 가지 용량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225달러와 300달러다. 2000년대 뉴욕의 쪽지에서 출발한 사랑 이야기는 출시와 함께 새로운 소비자의 기억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