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감각의 산업②] D.S. & Durga, 향수마다 음악을 만드는 이유

‘Ain’t That Sweet’ 위해 오리지널 곡 제작…냄새를 전할 수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 청각까지 제품 경험으로

2026-08-22     박채빈 기자
D.S. & Durga Bottles the Nostalgic Magic of 2000s New York Romance With “Ain’t That Sweet”. 사진=D.S. & Durg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D.S. & Durga의 신제품 ‘Ain’t That Sweet’에는 대추야자와 프랄린, 연유와 버번 바닐라가 들어간 향수 외에 별도의 음악이 따라붙는다. 조향사이자 음악가인 데이비드 세스 몰츠(David Seth Moltz)가 제품 출시를 위해 직접 만든 ‘파티 솔’ 계열의 곡이다.

기존 노래를 골라 향수의 분위기와 연결한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다. 향수와 같은 발상에서 출발해 캠페인을 위해 새로 작곡한 음악이다. 광고 영상과 소셜미디어에 사용된 짧은 사운드도 같은 작업에서 나왔다. 향수 한 병의 출시가 조향과 사진, 영상, 음원을 묶은 복합적인 콘텐츠 제작으로 넓어지고 있다.

데이비드는 최근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싱글이나 EP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광고와 소셜미디어용 사운드 비네트도 직접 제작한다. ‘Ain’t That Sweet’에서는 오리지널 곡이 캠페인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로 사용됐다.

제품을 위해 별도의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향수업계가 안고 있는 오래된 제약과 맞닿아 있다. 향수는 맡아야 알 수 있지만 온라인 판매 페이지와 소셜미디어는 냄새를 전달하지 못한다. 브랜드는 향료 이름과 문장, 사진과 영상으로 후각의 빈자리를 채워왔다. D.S. & Durga는 여기에 자체 제작한 음악을 더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두 예술

데이비드는 음악가로 활동한 뒤 독학으로 조향을 익혔다. 건축가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비 몰츠(Kavi Moltz)와 2008년 D.S. & Durga를 세운 뒤 음악과 문학,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향수에 반영해 왔다.

데이비드는 음악과 향수를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두 예술 모두 뚜렷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형태는 보이지 않으며, 사람에게 즉각적이고도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음악과 향수에는 분명한 구조가 있지만 눈으로 볼 수는 없다. 두 예술을 만나는 방식은 매우 직접적이면서도 신비롭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이미지와 감정이 갑자기 떠오른다.”

음악은 음이 시간에 따라 이어지며 전체 인상을 만들고, 향수는 처음 맡았을 때의 향에서 잔향으로 이동한다. ‘Ain’t That Sweet’도 미르와 스리랑카산 시나몬으로 시작해 대추야자와 프랄린, 백합을 거쳐 연유와 버번 바닐라, 넛메그로 마무리된다. 처음과 중간, 마지막이 구분된다는 점에서 조향은 곡을 구성하는 작업과 닮아 있다.

데이비드는 음악과 향수를 모두 직관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단어나 소리, 냄새가 떠오르면 최초의 발상에 가장 충실한 형태로 정리한다는 것이다. 음악에서 익힌 창작 방식이 향수의 제조법으로 그대로 옮겨진다기보다 두 작업이 하나의 감각과 태도에서 출발한다.

‘Ain’t That Sweet’의 음악도 향료의 느낌을 소리로 번역한 결과에 머물지 않는다. 2000년대 초 뉴욕의 젊은 연애와 밤,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 때의 들뜬 기분을 향수와 음악이 각각 나눠 표현한다. 대추야자 케이크와 골든 밀크가 후각과 미각의 기억을 자극한다면, 파티 솔의 리듬은 늦은 밤의 움직임과 활기를 맡는다.

플레이리스트에서 자체 음원으로

향수와 음악의 결합 자체는 낯선 방식이 아니다. 매장 음악과 광고곡, 아티스트가 고른 플레이리스트는 제품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D.S. & Durga가 택한 방식은 다른 사람의 음악을 빌리지 않고 제품을 만든 조향사가 직접 곡을 쓴다는 데 차이가 있다.

데이비드는 “‘Ain’t That Sweet’를 위해 만든 음악으로 향과 소리가 다른 사람의 곡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보다 더 밀접하게 연결됐다”고 말했다. 선곡이 이미 완성된 음악에 제품의 의미를 덧붙이는 작업이라면, 자체 음원은 향수 개발과 캠페인 기획 안에서 함께 출발한다.

음악은 광고가 끝난 뒤에도 스트리밍 플랫폼에 남는다. 향수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곡을 들을 수 있고, 청취자는 음원을 통해 제품명과 캠페인의 분위기를 반복해서 접한다. 매장과 제품 페이지에 한정됐던 향수의 접점이 스트리밍과 소셜미디어로 늘어나는 구조다.

한 번의 제품 출시를 위해 제작한 음악은 광고 영상과 짧은 소셜미디어 콘텐츠, 매장 연출에 나눠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리듬과 음색을 반복하면 서로 다른 형식의 콘텐츠도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인다. 음악은 향수의 분위기를 보충하는 동시에 여러 유통 채널을 연결하는 식별 요소가 된다.

조향사의 역할도 향료 배합에 머물지 않는다. 데이비드는 향수의 발상과 제조, 제품을 설명하는 문장, 캠페인 음악에 모두 참여한다. 한 사람이 냄새와 소리를 함께 설계하면서 향수의 창작자와 브랜드 콘텐츠 제작자의 경계가 겹친다.

D.S. & Durga Bottles the Nostalgic Magic of 2000s New York Romance With “Ain’t That Sweet”. 사진=D.S. & Durg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향에 앞서 형성되는 인상

온라인에서 ‘Ain’t That Sweet’를 처음 접한 소비자는 향을 맡기 전에 호박색 액체와 주황빛 조명, 대추야자와 바닐라, 설탕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본다. 이어 캠페인 음악을 들으며 제품이 설정한 2000년대 뉴욕의 밤과 연애 이야기를 접한다.

향료 정보는 미르, 시나몬, 대추야자, 프랄린, 백합, 연유, 버번 바닐라, 넛메그로 구체적이다. 그러나 같은 향료를 맡아본 경험이 없는 소비자에게 목록만으로 냄새의 전체 인상을 전달하기는 어렵다. 음악과 사진은 향의 성분을 설명하는 대신 제품이 속한 정서와 사용 상황을 먼저 제시한다.

데이비드는 ‘Ain’t That Sweet’를 밤 외출에 어울리는 향으로 소개했다. 풍부한 향신료와 길게 남는 향을 특징으로 들었다. 파티 솔 계열의 음악도 늦은 밤과 외출이라는 사용 상황에 맞춰졌다. 소비자는 제품을 맡기 전부터 향수를 사용할 시간과 장소를 전달받는다.

시각과 청각이 먼저 설정한 인상은 시향의 순서도 바꾼다. 향을 맡은 뒤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사진, 서사를 접한 상태에서 향을 만난다. 후각만으로 평가하던 제품이 여러 감각이 차례로 개입하는 경험으로 재구성된다.

D.S. & Durga가 음악을 모든 향수 출시로 확대하면서 음원은 일회성 광고곡을 넘어 브랜드가 축적하는 콘텐츠가 됐다. 향수마다 서로 다른 곡이 생기고, 개별 제품은 향조뿐 아니라 고유한 소리로도 구분된다. 제품군이 늘어날수록 브랜드의 향 목록과 음악 목록이 함께 쌓이는 방식이다.

향수회사가 제작하는 소리

‘Ain’t That Sweet’는 50㎖ 225달러, 100㎖ 300달러에 판매된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 안에는 향수 제조뿐 아니라 사진과 영상, 포장, 음악을 포함한 출시 작업이 놓여 있다. D.S. & Durga는 향수와 음원을 별개의 상품으로 분리하기보다 하나의 발상을 전달하는 서로 다른 매체로 다룬다.

자체 음악은 제품의 분위기를 통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다른 음악가의 곡을 사용할 때 이미 형성된 대중적 이미지에 기대야 하지만, 새로 만든 곡에는 제품의 속도와 정서를 처음부터 반영할 수 있다. ‘Ain’t That Sweet’의 파티 솔은 젊은 연애와 뉴욕의 밤이라는 설정을 소리로 반복한다.

향수 브랜드가 만든 음악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방식도 바꾼다. ‘달콤하다’, ‘따뜻하다’, ‘관능적이다’ 같은 형용사를 늘어놓는 대신 리듬과 음색으로 감정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냄새를 직접 전달할 수 없는 환경에서 소리는 향의 대체물이 아니라 향수를 둘러싼 맥락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D.S. & Durga는 8월 25일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일부 판매처에서 ‘Ain’t That Sweet’를 출시한다. 캠페인을 위해 만든 음악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됐다. 조향사가 만든 냄새와 음악은 서로 다른 경로로 소비자에게 도달한 뒤 하나의 제품명 아래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