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딥티크는 욕실을 팔고, K뷰티는 기능을 판다

‘Les Rituels de Soin’에 향초·화장품·도구·수납용품 결합…한국형 보디케어와 갈리는 시간·공간의 상품화

2026-08-23     박채빈 기자
딥티크는 욕실을 팔고, K뷰티는 기능을 판다. 사진=Diptyqu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딥티크(Diptyque)가 2026년 9월 선보이는 ‘Les Rituels de Soin’에는 클렌징 젤과 오일, 보디밤만 들어 있지 않다. 향초와 드라이 보디 브러시, 세라믹 괄사, 트레이, 티슈 상자, 거울 상자, 약제사 용기, 포켓 거울, 여행용 가방까지 한 컬렉션에 배치됐다. 향수 브랜드가 몸에 바르는 제품을 추가한 수준을 넘어 목욕의 순서와 욕실의 외관까지 상품으로 만든 구성이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목욕 관습에서 착안한 컬렉션은 하루를 아침과 저녁으로 나눈다. 아침에는 식물 계열 향을 담은 ‘Le Matin’ 향초와 드라이 보디 브러시, 베르가모트·스위트 아몬드 밀크를 적용한 ‘Nurturing Cleansing Gel’을 사용한다. 저녁에는 캐모마일을 담은 ‘Le Soir’ 향초와 볶은 보리·장미를 적용한 ‘Rich Soothing Body Balm’, 세라믹 괄사가 놓인다.

클렌징 젤은 몸을 씻고 보디밤은 피부에 바른다. 브러시와 괄사는 손으로 사용하며 향초는 공간에 향을 낸다. 기능이 다른 품목을 아침과 저녁이라는 시간표 안에 넣으면서 개별 제품이 하나의 구매 순서로 연결된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가 목욕을 해석하는 방식과 한국 뷰티산업이 보디케어를 다뤄온 방식은 출발부터 다르다. 딥티크는 향과 동작을 더해 사용 단계를 늘린다. 한국 보디케어 시장은 세정과 보습, 저자극, 대용량, 올인원처럼 매일 반복하기 쉬운 기능에 무게를 둬왔다.

얼굴에는 여러 단계, 몸에는 속도와 용량

한국 화장품 산업은 여러 제품을 순서대로 사용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스킨과 에센스, 앰풀, 크림, 마스크로 이어지는 얼굴 관리는 K뷰티 성장 과정에서 하나의 제품 체계로 자리 잡았다. 기능과 제형을 세분화하고 사용 순서를 제안하면서 얼굴 관리에 필요한 제품군을 확장했다.

보디케어에서는 다른 소비 흐름이 형성됐다. 바디워시와 로션은 얼굴 화장품보다 한 번에 사용하는 양이 많고 소진 속도도 빠르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용량과 가격, 세정력, 보습력, 사용 편의성이 구매 판단에 크게 작용한다.

딥티크는 얼굴에 집중됐던 다단계 관리를 몸 전체로 옮긴다. 샤워 시간을 줄이기보다 늘리고, 여러 기능을 하나로 합치기보다 아침과 저녁을 분리한다. 향초를 켜고 브러시를 사용한 뒤 몸을 씻는다. 저녁에는 다른 향초를 켜고 보디밤을 바른 뒤 괄사를 움직인다. 단계가 추가될 때마다 필요한 제품도 늘어난다.

향수를 뿌리는 순간에 머물렀던 브랜드와의 접촉 시간도 길어진다. 향초를 켜는 때부터 샤워와 보습, 마사지, 제품 정리까지 딥티크 제품이 놓인다. 향을 고르던 소비가 브러시와 괄사, 트레이, 거울, 가방을 선택하는 소비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이 제품 구성만 옮겨오면 향초와 괄사, 트레이를 추가한 선물세트에 머물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경쟁력은 기능에 맞춘 제형과 빠른 사용, 다양한 가격대, 일상적인 구매 접근성에 있다. 아침 출근 전과 운동 후, 취침 전처럼 실제 생활과 연결되는 사용 순서가 빠진 채 제품 수만 늘어나면 루틴은 포장만 남는다.

딥티크는 욕실을 팔고, K뷰티는 기능을 판다. 사진=Diptyqu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서적 웰빙’으로 넓어진 향의 역할

조향사 나탈리 세토(Nathalie Cetto)가 총괄한 향은 컬렉션의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에 그치지 않는다. 딥티크는 향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활성 성분으로 설명하고 정서적 웰빙과 연결했다. 피부에 작용하는 성분을 설명할 때 익숙했던 과학의 언어가 후각과 감정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한국 보디케어는 보습과 진정, 피부 자극처럼 피부 상태를 중심으로 기능을 설명해 왔다. 딥티크는 향초와 클렌징 젤, 보디밤, 도구를 사용하는 전체 과정을 정서적 웰빙이라는 말로 묶는다.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화장품의 작용과 향을 맡은 뒤 느끼는 감정, 손으로 도구를 움직이는 만족감이 한 컬렉션 안에 놓인다.

향을 맡고 편안함을 느끼는 경험과 화장품의 객관적인 효능은 구분돼야 한다. 향에 대한 선호와 사용 뒤 느끼는 감정에는 개인차가 있다. 향초는 공간에 향을 내고 브러시와 괄사는 사용자가 직접 움직이는 도구다. 여러 품목을 정해진 순서로 사용하는 만족감이 개별 화장품의 피부 작용과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 웰빙’은 향기 제품이 설명하는 효능의 범위를 피부 밖으로 넓힌다. 화장품의 기능이 피부 상태에 머물지 않고 휴식과 기분, 하루의 생활 리듬으로 이동한다. 향과 취침 전 관리, 휴식용 제품이 결합될수록 감각적인 만족과 객관적인 효능을 구분하는 설명도 중요해진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성분과 제형, 피부 변화를 세밀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향기 중심의 보디케어가 확대되더라도 과학의 외형을 빌린 모호한 심리 효능까지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향이 주는 즐거움은 감각의 가치로 설명하고, 화장품의 기능은 피부에 미치는 작용으로 제시하는 구분이 필요하다.

한국은 내용물을 채우고, 딥티크는 욕실을 채운다

‘Les Rituels de Soin’에는 재활용 굴 껍데기로 만든 테라초 포켓 거울과 재활용 캔버스를 사용한 투톤 ‘Oval Travel Bag’이 포함됐다. 일부 제품에는 리필 가능한 포장을 적용했다. 내용물이 소진된 뒤 외부 용기를 유지하고 다시 채우는 방식이다.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리필은 샴푸와 바디워시처럼 사용량이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용기를 다시 사용하고 필요한 내용물을 구매하는 구조는 포장과 가격, 반복 구매의 효율에 초점을 맞춘다. 딥티크의 리필은 장식성이 강한 본품 용기를 욕실에 남겨두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같은 리필이라도 강조점은 다르다. 한국형 리필은 내용물의 반복 구매와 용기 재사용에 무게를 둔다. 딥티크는 용기의 외관과 욕실의 구성을 유지하면서 내용물을 교체한다. 실용적 소비와 장식적 소비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리필을 이용한다.

재활용 소재와 리필 포장은 컬렉션의 한쪽에 놓여 있다. 다른 쪽에서는 새 생활용품이 늘어난다. 래커 처리한 목재 트레이와 티슈 상자, 거울 상자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줄리 세르(Julie Serre)의 그림을 적용했다. 프랑스 도자기 제작사 마뉘팍튀르 드 쿨뢰브르(Manufacture de Couleuvre)는 비스킷 포슬린 약제사 용기를 제작했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는 사실과 소비되는 물건의 수가 줄었다는 판단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리필은 기존 용기의 반복 사용을 전제로 하지만 트레이와 수납용기, 포켓 거울, 가방은 새로 추가된 상품이다. 포장 일부에서는 재사용을 내세우고 화장품 주변에서는 구매할 수 있는 생활용품을 늘리는 구조가 동시에 작동한다.

욕실용품은 화장품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트레이와 도자기 용기, 거울, 가방을 장기간 사용한다면 소모성 화장품과는 다른 소비가 가능하다. 컬렉션이 바뀔 때마다 욕실의 외관까지 교체하는 소비가 이어지면 재활용 소재라는 설명만으로 제품군 확대의 부담을 덜기는 어렵다.

딥티크는 욕실을 팔고, K뷰티는 기능을 판다. 사진=Diptyqu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뷰티가 가져올 것은 제품 수가 아니다

딥티크는 향수 브랜드의 영역을 몸과 시간, 공간으로 넓혔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다단계 스킨케어와 세분화된 기능, 대용량 보디 제품, 리필 방식을 경험했다. 두 시장의 차이는 기술보다 소비를 조직하는 방식에 있다. 딥티크는 욕실을 하나의 미적 공간으로 묶고, 한국은 세정과 보습의 기능과 효율을 중심으로 욕실을 구성해 왔다.

한국형 보디케어가 딥티크에서 가져올 부분은 향초나 도자기 용기의 외관이 아니다. 제품을 실제 사용 시간과 연결하고 향과 촉감의 차이를 세정·보습 기능과 무리 없이 결합하는 설계다. 긴 사용 순서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출근 전과 운동 후, 취침 전처럼 생활 리듬에 맞는 짧은 구성이 한국 시장에 가깝다.

보디워시와 로션을 묶어 놓는 것만으로 루틴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각 단계의 역할이 분명해야 하고 향에 관한 감각적 설명과 피부 효능을 구분해야 한다. 리필은 소비자가 반복해서 구매할 수 있는 가격과 유통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면서 주변 생활용품의 구매를 계속 늘리는 방식도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보디케어의 수준도 보습과 대용량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향수와 섬유 향, 홈프래그런스를 통해 향을 일상에 사용하는 소비는 이미 넓어졌다. 얼굴에 집중됐던 관리 수요가 두피와 손, 발, 몸으로 세분화되면서 보디 제품의 기능과 향을 함께 따지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

딥티크가 판매하는 가장 큰 상품은 보디밤이나 괄사 하나가 아니다. 딥티크 제품으로 채운 아침과 저녁, 욕실 전체다. K뷰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프랑스식 목욕 의식을 복제할 필요는 없다. 기능과 속도를 지키면서 향과 사용 시간을 정교하게 연결하고, 제품의 수보다 매일 사용할 이유를 만드는 데서 한국형 보디케어의 다음 경쟁이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