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e SS27⑥] 자수 재킷 옆의 그래픽 티셔츠, 과거를 현재 상품으로 바꾸는 Bode
1950년대 로데오 인쇄물에서 수공예풍 장식까지…한 벌의 희소성과 반복 생산 가능한 기본복을 함께 둔 구성
[KtN 임우경기자]파란색 티셔츠의 등에는 ‘RODEO BODEO’라는 글자가 두 줄로 놓였다. 다른 티셔츠에는 말과 인물, 행사 문구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이 들어갔다. 같은 컬렉션에는 가슴 아래로 비즈와 프린지가 이어지는 브라톱, 포켓에 별 리벳을 박은 데님 재킷, 등판 전체를 꽃 자수로 채운 겉옷도 있다.
Bode SS27은 손으로 만든 듯한 장식성과 대량 생산에 적합한 기본복을 분리하지 않았다. 자수와 비즈, 프린지처럼 작업량이 많은 옷 옆에 인쇄 티셔츠와 단색 쇼츠를 배치했다. 과거의 직물과 인쇄물에서 가져온 시각 요소가 수공예풍 재킷에서 그래픽 티셔츠까지 서로 다른 가격대와 생산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 구성이다.
2016년 출범한 Bode는 미국 역사와 개인의 기억, 공예를 브랜드의 토대로 삼아왔다. 오래된 직물과 손바느질 기법을 현대적인 셔츠와 재킷에 적용하고, 한 점만 제작하는 옷과 반복 생산이 가능한 기성복을 함께 선보였다. 브랜드가 말하는 미국적 럭셔리는 새것의 매끈함보다 공예와 역사성, 손으로 만든 흔적에 가깝다. Bode 브랜드 소개,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Rodeo Bodeo’를 한 줄의 상표로
파란색 반소매 티셔츠의 등판에는 짙은 청색으로 ‘RODEO BODEO’가 인쇄됐다. 글자는 별도의 그림이나 테두리 없이 두 줄로 정렬됐다. 티셔츠와 글자색의 차이가 크지 않아 문구가 표면에서 강하게 튀어나오지 않는다.
FW26에서 컬렉션 제목으로 사용한 ‘Rodeo Bodeo’가 SS27에서는 티셔츠의 그래픽으로 남았다. 앞선 계절의 서사가 다음 계절의 기본복으로 이동한 셈이다. 프린지와 카우 프린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두 단어만으로 컬렉션의 웨스턴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FW26에 출시된 ‘Rodeo Bodeo Tee’는 1952년 로데오 프로그램의 글자에서 착안한 레터링을 사용했다. 공식 판매가는 220달러였다. ‘River City Roundup’ 문구와 로데오 삽화를 넣은 ‘River City Tee’는 250달러로 판매됐다. 역사적 인쇄물의 글자와 삽화를 티셔츠로 옮기는 방식은 ‘Rodeo Bodeo’가 런웨이의 주제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제품군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Bode FW26 ‘Rodeo Bodeo’, Rodeo Bodeo Tee
SS27 티셔츠의 가격과 발매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FW26의 판매 구조를 SS27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컬렉션 제목과 로데오 그래픽을 기본 티셔츠에 반복하는 방식은 이어졌다.
다른 파란색 티셔츠에는 가슴 중앙에 흰색 문구와 작은 그림이 들어갔다. 하의는 짧은 체크 쇼츠이며 흰색 양말과 어두운 샌들이 이어진다. 자수 재킷이나 가죽 팬츠보다 접근하기 쉬운 품목으로 컬렉션의 이미지를 압축한 착장이다.
티셔츠의 그래픽은 가슴 안쪽의 좁은 면적에 머문다. 카우 프린트처럼 옷 전체를 덮지 않고, 프린지처럼 실루엣을 바꾸지도 않는다. 단색 티셔츠와 작은 인쇄만으로 로데오의 문구와 기념품 문화를 불러온다.
행사 기념품을 닮은 그래픽
연한 파란색 티셔츠에는 분홍색과 녹색을 섞은 그림이 넓게 인쇄됐다. 가슴 위쪽에는 작은 글자가 들어가고, 중심에는 꽃과 인물을 연상시키는 형상이 놓였다. 검은색 팬츠를 더해 티셔츠의 색과 그림만 남겼다.
그래픽의 배치는 콘서트나 지역 축제, 스포츠 행사에서 판매하는 기념 티셔츠와 닮았다. 특정 행사의 정확한 명칭은 사진만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그림과 문구를 한 덩어리로 묶은 인쇄 방식은 로데오 포스터와 기념품의 시각 문법을 잇는다.
갈색 긴소매 티셔츠의 왼쪽 가슴에는 흰색 글자가 작게 들어갔다. 넓고 여유 있는 몸판, 깊게 내려온 어깨선, 목을 조이지 않는 브이넥이 오래 입은 티셔츠 같은 형태를 만든다. 앞선 파란색 티셔츠보다 그래픽의 크기가 작아 브랜드와 행사 문구가 가까이에서만 읽힌다.
빈티지 티셔츠의 분위기는 복잡한 가공보다 색과 실루엣에서 나온다. 선명한 원색 대신 바랜 갈색을 사용하고 몸에 맞춰 재단하지 않은 넓은 품을 택했다. 새 옷을 오래된 기념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Bode가 과거를 다루는 단위는 역사적 복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로데오 프로그램의 글자, 행사 티셔츠의 인쇄 위치, 오래 입어 색이 빠진 면직물도 컬렉션의 재료가 된다. 박물관에 남을 법한 복식과 일상에서 소비된 인쇄물이 같은 비중으로 현재의 옷에 들어간다.
인쇄로 반복하고, 자수로 차이를 만든 옷
가는 끈의 브라톱에는 작은 비즈 장식이 촘촘히 붙고 가슴 아래로 긴 프린지가 내려온다. 크림색 긴 스커트에는 같은 밀도의 장식을 반복하지 않았다. 상의의 좁은 면적에 작업을 집중하고 하의는 단색으로 비운 구성이다.
비즈와 프린지는 그래픽 티셔츠보다 제작 과정이 복잡한 옷이라는 인상을 준다. 다만 사진만으로 수작업 여부나 제작 시간을 단정할 수는 없다. SS27의 소재 구성과 생산 방식도 공개 전이다. 기사에서는 ‘핸드메이드’로 확정하기보다 손바느질과 수공예를 연상시키는 장식으로 구분하는 편이 정확하다.
데님 재킷은 칼라와 포켓, 커프스에 밝은 스티치와 장식선을 둘렀다. 가슴 포켓에는 작은 별 모양 리벳이 들어갔다. 단색 데님 위에서 포켓과 소매 끝의 작업이 가까이에서 드러난다.
별 리벳은 티셔츠의 대형 그래픽과 반대되는 방식으로 서부를 표시한다. 멀리서는 평범한 데님 재킷에 가깝고, 세부를 살피면 포켓과 커프스에 웨스턴의 기호가 나타난다. 기본적인 작업복을 유지하면서 작은 부자재로 제품의 차이를 만든 옷이다.
크림색 재킷에는 붉은색 테두리가 칼라와 앞여밈, 포켓, 소매 끝을 따라 이어진다. 장식선이 옷의 구조를 그대로 되짚기 때문에 별도의 대형 그림 없이도 재킷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복잡한 자수나 비즈가 없어도 배색 테두리만으로 수공예풍 인상을 만들 수 있다. 같은 디자인을 반복 생산할 수 있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봉제선의 색과 폭으로 일반적인 카디건과 차이를 뒀다.
밝은 크림색 슈트 재킷에는 라펠과 포켓 가장자리를 따라 가는 자수와 작은 문양이 이어진다. 장식은 재단선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선의 위치를 강조한다. 단색 슈트라는 익숙한 품목에 작은 작업을 더해 Bode의 옷으로 구분한 구성이다.
한 벌의 희소성을 만드는 등판 자수
밝은색 재킷의 등판은 녹색 잎과 붉은 꽃, 청록색 테두리로 채워졌다. 앞면의 작은 포켓 장식과 달리 등 전체를 하나의 넓은 작업 면으로 사용했다. 밑단에는 짧은 프린지가 이어져 자수의 경계를 만든다.
그래픽 티셔츠가 같은 그림과 문구를 여러 벌에 반복할 수 있는 옷이라면 대형 등판 자수는 한 벌의 존재감을 높인다. 실제 생산 수량이나 자수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각적으로는 컬렉션 안에서 희소성이 높은 품목의 역할을 맡는다.
Bode는 오래된 직물로 만든 한 점짜리 제품과 기성복을 함께 운영해왔다. 한 벌만 존재하는 옷은 소재의 출처와 손작업이 가치를 만들고, 티셔츠와 셔츠는 같은 역사와 이야기를 더 넓은 제품군으로 옮긴다. 두 체계를 따로 떼지 않는 운영 방식이 Bode가 말하는 미국적 럭셔리의 기반이다.
SS27에서도 대형 자수 재킷과 그래픽 티셔츠가 같은 컬렉션에 놓였다. 하나는 등판의 넓은 면적과 세부 작업으로 시선을 붙잡고, 다른 하나는 두 줄의 글자와 작은 삽화로 ‘Rodeo Bodeo’를 전달한다. 모든 고객이 자수 재킷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티셔츠와 가방, 셔츠를 통해 같은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다.
역사와 기억을 제품군으로 넓힌 ‘Rodeo Bodeo’
Bode SS27의 로데오는 한 시대의 복식을 재현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19세기 후반 카우보이의 승마복은 프린지 바지와 요크 재킷으로 남고, 20세기 로데오의 공연성과 인쇄물은 그래픽 티셔츠와 가방으로 옮겨갔다. 서로 다른 시기의 자료가 하나의 웨스턴 이미지 안에 포개졌다.
브랜드가 제시한 1865년부터 1890년대와 1952년 로데오 프로그램은 같은 시대의 자료가 아니다. SS27을 역사적으로 정확한 카우보이 복식의 복원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Bode는 특정 연도의 복장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미국 서부를 둘러싼 노동복, 공연 의상, 기념품과 대중문화의 기억을 함께 사용했다.
그래픽 티셔츠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Rodeo Bodeo’를 반복하고, 자수 재킷과 장식 슈트는 Bode의 공예적 성격을 보여준다. 데님과 카디건은 두 방향의 중간에 놓인다. 포켓의 별 리벳과 붉은색 테두리처럼 생산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작은 차이를 더한 옷이다.
SS27의 가격과 출시 제품이 공개되면 자수 재킷, 장식 데님, 그래픽 티셔츠가 실제 판매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드러난다. 공개 전인 현재에는 각 제품의 생산 수량과 수작업 범위를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컬렉션 안에서 과거를 전달하는 방식은 분명히 나뉜다. 한 벌의 자수와 프린지는 희소성을 만들고, 티셔츠의 글자와 그림은 ‘Rodeo Bodeo’를 반복 가능한 현재의 상품으로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