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자인에 대한 우리 시대의 착각

새로워 보이는 형태와 그럴듯한 이야기 너머…Bode SS27이 드러낸 창작과 상품의 조건

2026-08-24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갈색 가죽 바지에는 포켓을 따라 짧은 프린지가 달렸다. 말과 라소를 든 카우보이는 셔츠의 작은 무늬가 됐고, 소의 얼룩은 비키니와 재킷을 덮었다. 데님 포켓에는 별 모양 리벳이 박혔다. 카우보이모자와 웨스턴 부츠는 컬렉션의 중심에서 빠졌다.

보드(Bode)의 2027 봄·여름 컬렉션에는 처음 보는 요소가 거의 없다. 프린지와 장식 요크, 카우 프린트와 자수 데님은 미국 서부를 다룬 패션에서 오랫동안 반복됐다. 에밀리 애덤스 보드 아우즐라(Emily Adams Bode Aujla)가 택한 방법은 새로운 카우보이 상징의 발명이 아니라 익숙한 표식의 해체와 이동이다.

우리 시대는 디자인을 전에 없던 형태의 발명과 쉽게 동일시한다. 낯선 실루엣, 새로운 소재, 최신 기술이 보여야 창의적이라고 평가한다. 과거를 인용한 옷은 복고로 묶고, 익숙한 형태를 사용하면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내린다.

옷은 무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목선과 소매, 포켓과 여밈, 인체의 비례는 오랜 시간 반복돼왔다. 변화는 무엇을 새로 더했는가에만 달려 있지 않다. 무엇을 지우고, 남은 요소를 어디에 놓으며, 어떤 옷과 연결했는지가 결과를 바꾼다.

Bode Is in the Peak of Its Cowboy Era for SS27. 사진=Bo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갈색 카우 프린트 비키니는 Bode가 출발점으로 제시한 1865년부터 1890년대와 가장 멀리 떨어진 품목이다. 19세기 카우보이의 노동복을 충실하게 되살리려 했다면 등장하기 어려운 옷이다. 같은 무늬는 남성 재킷과 쇼츠로 옮겨가 녹색 줄무늬 티셔츠와 결합한다. 과거의 동물무늬와 현재의 수영복, 일상적인 여름 셋업이 한 컬렉션 안에서 만났다.

같은 무늬를 여성복에서는 비키니, 남성복에서는 재킷과 쇼츠로 바꾼 선택에 거대한 사회적 선언을 붙일 필요는 없다. 무늬가 차지하는 면적과 옷의 기능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디자인의 변화는 충분히 설명된다. 색 하나와 단추 하나까지 추상적인 의미로 확장하는 해석은 실제 옷의 구조를 가린다.

갈색 가죽 바지의 프린지는 다리선을 따라 짧게 내려가고, 재킷에서는 가슴과 소매를 가로질러 길어졌다. 데님에는 별 리벳과 배색 스티치가 들어갔다. 크림색 슈트의 라펠과 포켓에는 가는 자수가 이어졌다. 같은 장식도 길이와 위치, 밀도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옷이 된다.

Bode Is in the Peak of Its Cowboy Era for SS27. 사진=Bo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삭제도 설계다. 웨스턴 스타일을 가장 빠르게 완성하는 모자와 부츠가 빠지자 바지 밑단의 자수와 낮은 플랫슈즈가 드러났다. 넓은 반다나가 놓일 법한 목에는 가는 리본과 타이가 들어갔고, 곡선형 새들백 대신 사각형 대형 토트가 들렸다.

카우보이모자와 부츠를 함께 사용했다면 Bode SS27은 훨씬 빨리 웨스턴으로 읽혔을 것이다. 로데오 공연복이나 시대극 의상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커진다. 가장 알아보기 쉬운 표식을 걷어낸 뒤 포켓과 칼라, 커프스와 밑단에 작은 흔적을 나눈 선택이 컬렉션을 현재의 옷으로 돌려놓았다.

장식의 양을 디자인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관습도 남아 있다. 프린지와 자수가 많으면 디자인이 강하고, 단색 티셔츠와 팬츠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기본품으로 취급된다. Bode SS27에서 흰색 셔츠와 쇼츠, 얇은 카디건과 뉴트럴 톤 슈트를 빼면 카우 프린트와 장식 재킷은 지금보다 무겁고 단조롭게 남는다.

특별할 것 없는 기본복이 강한 옷과 강한 옷 사이에 간격을 만든다. 복잡한 상의에는 단순한 하의가 붙고, 자수 재킷 다음에는 티셔츠가 놓인다. 모든 착장이 같은 크기로 목소리를 내면 컬렉션은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 디자인은 시선을 독점하는 한 벌을 만드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옷과 옷 사이의 질서를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Bode Is in the Peak of Its Cowboy Era for SS27. 사진=Bo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파란색 티셔츠 등에는 ‘RODEO BODEO’가 두 줄로 인쇄됐다. FW26에 판매된 같은 이름의 티셔츠는 1952년 로데오 프로그램의 글자에서 착안했고 가격은 220달러였다. ‘River City Roundup’ 문구와 로데오 삽화를 넣은 티셔츠는 250달러에 판매됐다. 오래된 인쇄물의 글자와 그림이 현재의 고가 티셔츠로 전환된 셈이다.

과거의 자료를 발견해 새로운 제품으로 옮기는 능력은 Bode의 중요한 자산이다. 출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격의 타당성까지 확보되지는 않는다.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 옷과 실제 오래된 직물로 만든 옷, 손바느질을 연상시키는 장식과 실제 수작업은 서로 다르다. 공예의 분위기는 공예가 아니다.

2016년 출범한 Bode는 이야기와 공예, 미국 역사를 브랜드의 토대로 삼아왔다. 오래된 직물을 사용한 한 점짜리 제품과 반복 생산하는 기성복을 함께 운영하고, 역사성과 손으로 만든 흔적을 미국적 럭셔리의 근거로 제시한다.

Bode Is in the Peak of Its Cowboy Era for SS27. 사진=Bo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SS27에는 등판 전체를 꽃 자수로 채운 재킷과 두 줄의 글자만 넣은 티셔츠가 함께 놓였다. 자수 재킷은 한 벌의 희소성을 강조하고, 그래픽 티셔츠는 ‘Rodeo Bodeo’라는 이야기를 더 넓은 제품군으로 옮긴다. 별 리벳을 박은 데님과 붉은색 테두리를 두른 카디건은 두 방향의 중간에 있다. 익숙한 기성복에 작은 차이를 더해 브랜드의 표정을 남긴다.

한 점짜리 옷의 희소성과 티셔츠의 반복 가능성은 대립하지 않는다. 희소한 옷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기본품이 이미지를 시장으로 넓힌다. 럭셔리 브랜드가 공예와 역사를 말할 때 함께 살펴야 할 부분도 여기다. 장인의 손길을 강조하는 이야기와 실제 판매를 떠받치는 제품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 서사의 아름다움이 소재와 봉제, 생산 조건을 가리는 순간 공예는 가치가 아니라 분위기로 소비된다.

Bode가 제시한 1865년부터 1890년대는 미국 남북전쟁 이후 장거리 소몰이와 대평원 목축업이 성장한 시기와 겹친다. 당시 카우보이는 긴 노동시간과 거친 날씨, 먼지와 가축의 돌진을 견딘 저임금 노동자였다. 스페인·멕시코의 바케로(vaquero) 전통과 흑인 카우보이의 노동도 미국 서부 문화에 포함된다. 오늘날 익숙한 백인 남성 총잡이의 모습은 소설과 공연, 영화를 거치며 커졌다.

SS27에는 19세기 노동복만 담기지 않았다. 프린지 승마 바지와 웨스턴 요크, 20세기 로데오 인쇄물을 닮은 그래픽, 현대적인 비키니와 플랫슈즈가 한자리에 놓였다. 특정 시대의 복원보다 미국 서부를 둘러싼 노동과 공연, 기념품과 대중문화의 기억을 편집한 컬렉션이다.

인용은 창작을 약화하지 않는다. 출처를 지우고 모양만 가져오거나 역사적 배경을 상품의 장식으로만 소비할 때 문제가 생긴다. 라소와 말, 카우 프린지가 아름다운 무늬가 되더라도 카우보이를 만든 노동과 인종적 배경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과거를 사용할 자유에는 출처와 맥락을 현재의 제품 안에서 감당할 책임이 따른다.

우리 시대가 디자인에 품은 가장 큰 착각은 새로움을 낯선 외형에서만 찾는 데 있다. 전에 없던 모양은 빠르게 시선을 끌지만 오래 남는 옷을 보장하지 않는다. 익숙한 요소를 그대로 반복하는 일도 창작이 아니다. 무엇을 남기고 지우며 어느 자리에 어떤 크기로 다시 놓았는지가 수준을 가른다.

Bode SS27은 완전히 새로운 웨스턴을 만들지 않았다. 카우보이모자와 부츠를 지우고 프린지를 짧게 잘랐다. 라소를 셔츠의 작은 무늬로 줄이고 로데오의 글자는 티셔츠로 옮겼다. 비키니 옆에는 슈트를, 자수 재킷 옆에는 단색 기본복을 놓았다. 발명보다 편집에 가까운 작업이지만 편집은 창작보다 낮은 단계가 아니다.

SS27의 가격과 소재, 생산 국가, 자수와 비즈의 제작 방식은 정식 출시와 함께 드러난다. 공예를 연상시키는 외형이 실제 제작 과정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역사적 이야기가 품질과 가격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제품과 함께 평가받는다. 처음 보는 옷인가보다 무엇을 가져와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살피는 기준이 디자인을 유행의 외형에서 창작과 산업의 영역으로 되돌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