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MAN12, 10만원 조명의 조건③] 하나의 눈사람이 19개 조명으로…일광전구의 디자인 IP 전략
2021년 테이블 램프에서 포터블·플로어·펜던트·벽·천장 조명으로 확장 크기와 소재·용도 바꾸며 같은 형태 반복…해외 유통 이후 매출 다변화가 다음 변수
[KtN 정석헌기자]두 개의 둥근 덩어리를 위아래로 겹친 조명이 19개 제품군으로 늘어났다. 2021년 테이블 램프로 출발한 일광전구의 스노우맨(SNOWMAN) 시리즈는 포터블과 플로어, 펜던트, 벽·천장 조명으로 범위를 넓혔다. SNOWMAN12는 같은 형태를 지름 12㎝의 충전식 조명으로 옮긴 제품이다.
제품명 뒤에 붙는 숫자는 셰이드의 크기를 나타낸다. 포터블 제품은 8·12·15, 테이블 조명은 22, 벽·천장·펜던트 조명은 25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대형 펜던트 제품은 40·50·70까지 이어진다. 소비자는 숫자만으로 제품의 크기와 용도를 구분할 수 있다.
제품 하나가 판매될 때마다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대신, 이미 알려진 형태를 크기와 설치 방식에 맞춰 반복하는 구조다. 셰이드의 지름을 달리하고 포터블·테이블·플로어·펜던트로 기능을 바꾸면서도 두 개의 둥근 덩어리를 겹친 외형은 유지한다.
SNOWMAN12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보다 기존 제품군의 빈자리를 채운다. SNOWMAN8보다 크고 SNOWMAN15보다 작은 포터블 조명으로, 5000mAh 배터리와 지름 12㎝ 셰이드를 적용했다. 작은 휴대성과 상대적으로 넓은 조명 범위 사이에 중간 규격을 추가한 셈이다.
같은 형태를 여러 가격대와 크기로 나누면 소비자는 공간과 예산에 맞춰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작은 포터블 제품으로 브랜드를 처음 접한 소비자가 이후 테이블이나 펜던트 조명으로 이동하는 경로도 만들어진다. 하나의 디자인이 단일 제품 판매를 넘어 제품군 전체의 식별 표지가 된다.
1962년 설립된 일광전구는 오랫동안 백열전구를 생산해 온 대구 기반 제조업체다. 전구는 규격과 밝기, 소비전력으로 선택하는 교체 부품에 가깝다. 완성형 조명은 형태와 소재, 색상, 공간과의 관계가 구매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전구 제조에서 디자인 조명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판매 단위도 달라졌다. 소비자는 전구 한 개가 아니라 셰이드와 몸체, 광원, 배터리가 결합된 완제품을 구입한다. 가격에는 광원 성능뿐 아니라 형태 개발과 금형, 색상 구성, 유통, 수리 체계가 함께 들어간다.
SNOWMAN22 테이블 제품의 셰이드는 유리를 불어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포터블 제품에는 플라스틱 계열 소재가 사용된다. 같은 둥근 형태를 유지하더라도 크기와 용도에 따라 소재와 생산 공정이 달라진다. 유리 셰이드가 필요한 고정형 조명과 무게·충격을 고려해야 하는 포터블 제품을 하나의 제품군 안에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형태를 공유하면 제품 개발과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효율을 얻을 수 있다. 기존 제품의 비례와 결합 방식을 바탕으로 크기와 기능을 조정할 수 있고, 새 제품도 스노우맨 시리즈로 바로 인식된다. 반대로 규격이 늘어날수록 각 제품의 사용 목적과 가격 차이가 분명해야 한다. 크기만 조금씩 다른 제품이 쌓이면 제품끼리 수요를 나눠 가질 수 있다.
SNOWMAN12는 셰이드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몸체와 받침에 대비되는 두 가지 색상을 사용한다. 오트밀·코코아처럼 색상 조합을 하나의 선택 단위로 구성한다. 동일한 금형과 구조에서도 색상 배열을 바꾸면 제품 종류를 늘릴 수 있다.
색상 확대는 재고 운영에도 부담을 준다. 판매량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으면 인기 조합은 품절되고 판매 속도가 느린 조합은 재고로 남는다. 제품 수와 색상이 함께 늘어날수록 생산 수량과 유통 채널별 재고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크기와 색상만 바꾼 확장은 디자인 IP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지만 한 형태에 대한 의존도도 높인다. 스노우맨 제품군의 판매가 흔들리면 여러 규격과 용도에 걸친 재고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후속 디자인이 스노우맨과 별도의 수요를 만들지 못하면 브랜드 이미지도 하나의 형태에 고정될 수 있다.
일광전구는 스노우맨 형태를 국제 디자인으로 등록하고 해외 유통 범위를 넓혔다. SNOWMAN8과 SNOWMAN15는 뉴욕·도쿄·홍콩의 MoMA 디자인 스토어 판매 제품에 포함됐다. 스노우맨 시리즈는 미국과 일본, 홍콩, 중국, 대만으로 수출됐다.
2025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로루체(Euroluce)에는 포터블·테이블·플로어·펜던트·벽·천장 조명으로 구성한 스노우맨 제품 14종이 전시됐다. 국내에서 개발한 하나의 형태를 가정용 소형 조명부터 건축 공간에 설치하는 대형 조명까지 묶어 해외 시장에 제시한 구성이다.
해외 디자인 스토어 입점과 전시 참가가 곧바로 안정적인 수출 매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현지 판매량과 반복 주문, 유통 수수료, 물류비, 국가별 인증 비용이 더해져야 사업성이 결정된다. 포터블 제품과 대형 펜던트 제품은 포장 부피와 파손 위험, 설치 방식이 달라 해외 유통 비용도 같지 않다.
SNOWMAN12의 국내 판매가격은 10만원이다. 포터블 조명은 별도 설치가 필요 없고 배송 부피가 작아 해외 유통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진입 제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대형 펜던트와 플로어 조명은 단가를 높일 수 있지만 운송과 설치, 파손 대응이 더 복잡하다.
하나의 디자인을 크기별로 확장하는 전략은 패션과 가구, 생활용품 산업에서 반복돼 왔다. 조명에서는 전기 안전과 광원 성능, 설치 규격까지 함께 조정해야 한다. 외형이 같더라도 충전식 포터블과 천장에 고정하는 펜던트는 개발·인증·수리 체계가 다르다.
스노우맨 시리즈의 산업적 가치는 제품 수보다 같은 형태가 서로 다른 공간과 가격대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팔리는지에 달려 있다. 포터블 제품이 일시적인 생활용품 유행에 머물지 않고 테이블·플로어·건축 조명의 수요로 이어져야 제품군 확장의 효과가 커진다.
일광전구는 전구를 생산하던 회사명 위에 ILKW라는 완성형 조명 브랜드를 올렸다. SNOWMAN12는 배터리와 밝기를 개선한 신제품인 동시에 기존 디자인을 더 촘촘한 규격으로 나눈 제품이다. 전구 제조업체가 광원보다 형태를 앞세운 사업으로 이동한 흐름이 작은 포터블 조명에 담겼다.
2021년 하나의 테이블 램프에서 시작한 스노우맨은 19개 제품군과 해외 유통망으로 넓어졌다. 제품 수를 늘리는 단계 이후에는 국가별 반복 주문과 수익성, 스노우맨 밖의 후속 제품군이 일광전구의 디자인 조명 사업을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