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MAN12, 10만원 조명의 조건④] MoMA의 스노우맨8은 중국산…‘K조명 수출’의 부가가치 배분

한국에서 디자인한 스노우맨, 미국·일본·홍콩·중국·대만으로 유통 확대 모델별 생산국 달라지는 글로벌 조달…입점 국가보다 디자인·제조 수익 배분 중요

2026-08-26     정석헌 기자

[KtN 정석헌기자]뉴욕 MoMA 디자인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ILKW(ILKWANG Lighting)의 SNOWMAN8 포터블 램프에는 디자이너 권순만(Sunman Kwon)과 원산지 중국이 함께 표기돼 있다. 판매가격은 일반 고객 기준 50달러다. 한국 조명 브랜드의 제품이지만 디자인 주체와 생산국은 일치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SNOWMAN12는 원산지가 한국으로 표시된다. 가로·세로 12㎝, 높이 15.5㎝의 몸체에 5000mAh 배터리와 LED 광원을 결합했고 판매가격은 10만원이다. 같은 스노우맨 제품군 안에서도 모델과 판매 시장에 따라 생산 구조가 달라진다.

‘K조명 수출’을 완제품의 국경 이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에서 형태와 브랜드를 만들고 중국에서 생산한 뒤 미국 유통업체가 판매할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다른 모델이 해외 편집숍으로 나갈 수도 있다. 디자인과 제조, 유통이 서로 다른 국가에서 이뤄지면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도 각 단계로 나뉜다.

ILKW Upgrades Its Beloved SNOWMAN Lamp With 260 Hours of Battery Life. 사진=ILKWA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일광전구는 1962년 설립 이후 대구에서 백열전구를 생산해 왔다. 전구 제조업체가 ILKW라는 완성형 조명 브랜드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해외 판매의 성격도 바뀌었다. 규격화된 광원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형태와 색상, 사용 경험까지 포함한 완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스노우맨 시리즈는 2021년 테이블 램프로 시작했다. 포터블과 플로어, 펜던트, 벽·천장 조명으로 확대돼 19개 제품군을 구성한다. 제품명 뒤의 숫자는 셰이드 크기를 나타낸다. 같은 외형을 여러 크기와 용도로 반복하면서 하나의 디자인을 제품군 전체에 적용했다.

해외 유통망은 미국과 일본, 홍콩, 중국, 대만으로 넓어졌다. 뉴욕·도쿄·홍콩의 MoMA 디자인 스토어가 스노우맨 제품을 취급하고, 일본에서는 더 콘란숍(The Conran Shop)을 비롯한 여러 디자인·리빙 매장으로 판매 접점이 이어졌다. 중국과 대만에도 현지 판매처가 마련됐다.

MoMA 디자인 스토어 입점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만 입점 국가의 수가 수출 수익을 그대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소비자가 지불한 판매가격에는 생산비와 국제 운송비, 관세, 유통업체의 마진, 현지 반품·고객 대응 비용이 포함된다. 한국 브랜드에 돌아오는 몫은 납품가격과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SNOWMAN8의 미국 판매가격 50달러도 국내 가격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제품 생산국과 판매 조건, 현지 재고 운영, 환율이 가격에 함께 작용한다. MoMA 회원에게는 45달러가 적용되고, 미국 내 반품 기간은 90일이다. 현지 유통업체가 할인과 반품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는 제조사 직접 판매와 수익 계산이 다르다.

ILKW Upgrades Its Beloved SNOWMAN Lamp With 260 Hours of Battery Life. 사진=ILKWA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제품 종류와 색상이 늘어나면 해외 판매를 위한 재고도 함께 세분화된다. 국가마다 선호하는 색상과 판매 속도가 다르면 생산량을 한꺼번에 정하기 어렵다. 인기 색상은 재주문이 이어지지만 판매가 느린 조합은 현지 매장과 창고에 남는다. 할인 판매와 반품 비용도 유통 단계에서 발생한다.

포터블 조명은 대형 조명보다 해외 운송에 유리한 제품군이다. 부피가 작고 별도 설치 공사가 필요하지 않으며, 소비자가 구입한 뒤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주택의 전압과 천장 배선 방식이 달라도 USB 충전식 제품은 시장 진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점은 별도의 부담을 만든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국제 운송 과정에서 포장과 취급 조건이 추가되고, 국가별 전기·전자제품 안전 규정도 거쳐야 한다. 불량이나 충전 장애가 발생하면 현지 소비자가 제품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대형 펜던트와 플로어 조명은 계산이 더 복잡하다. 유리 셰이드는 포장 부피와 파손 위험이 커지고, 천장에 설치하는 제품은 현지 전기 규격과 시공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 판매 단가는 높아질 수 있지만 국제 운송과 인증, 설치 대응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2025년 4월 밀라노에서 열린 유로루체(Euroluce)에는 스노우맨 시리즈 14종이 출품됐다. 포터블과 테이블, 플로어, 펜던트, 벽·천장 조명을 한 공간에 전시해 단일 제품보다 제품군 전체를 해외 바이어에게 제시했다.

전시 참가 뒤 사업 성과를 가르는 것은 반복 주문이다. 첫 납품으로 현지 매장에 제품을 배치하는 단계와 판매 속도를 바탕으로 추가 주문을 받는 단계는 다르다. 정기적인 재주문과 판매처 확대가 이어져야 전시·운송·현지 영업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ILKW Upgrades Its Beloved SNOWMAN Lamp With 260 Hours of Battery Life. 사진=ILKWA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노우맨은 광원을 파는 제품보다 생활용품에 가까운 방식으로 유통된다. 조명 전문점뿐 아니라 디자인 스토어와 편집숍, 미술관 매장에 들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기능 경쟁이 중심인 전구와 달리 외형과 색상, 포장, 브랜드 설명이 판매가격에 영향을 준다.

디자인 중심의 수출에서는 국내 생산량만으로 산업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해외 생산을 활용하더라도 디자인 개발비와 상표·디자인권 수익, 본사 고용, 유통 계약에서 발생한 이익이 국내에 남을 수 있다. 반대로 해외 매장에 제품이 진열돼도 낮은 납품가격과 높은 유통비가 이어지면 브랜드가 얻는 수익은 제한된다.

국내 생산 모델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국내 공장과 협력업체로 이어진다. 해외 생산 모델은 원가와 생산량을 조정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품질관리와 납기, 환율, 공급망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모델별 생산국을 달리하는 방식은 두 구조를 함께 운영하는 선택이다.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 배경을 판단하는 최소 정보다. 같은 스노우맨 시리즈라도 SNOWMAN8과 SNOWMAN12의 생산국이 다르면 ‘한국 조명’이라는 표현은 디자인과 브랜드의 국적을 가리킨다. 제조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제품과는 구분된다.

스노우맨의 해외 사업은 MoMA 디자인 스토어 입점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별 판매량과 재주문, 납품가격, 물류·인증 비용, 현지 수리 비용을 합친 뒤 남는 수익이 사업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을 나눈 기준도 제품군이 커질수록 중요해진다.

1962년 백열전구 제조에서 출발한 일광전구는 스노우맨을 통해 한국에서 만든 형태를 해외 디자인 유통망에 올렸다. 다음 단계는 입점 국가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디자인 수익과 제조 수익, 유통 수익 가운데 국내에 남는 몫을 키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