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트렌드①] 첫사랑의 이름을 남기는 카페…구띠커피갤러리 ‘첫사랑찾기’

붉은 벽돌길 ‘첫담(첫사랑 담벼락)’에서 갤러리 안 ‘남과 여’ 게시판까지…커피·미술에 개인의 기억을 더하는 문화 프로젝트

2026-08-24     박준식 기자
구띠커피갤러리( GOUTER COFFEE GALLERY).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카페로 들어가는 붉은 벽돌길에 오래전 한 사람의 이름을 남긴다. 실내 갤러리에서는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짧은 메모를 적는다. 커피 한 잔을 미리 마련해 둘 수도 있다. 당장 연락하지 않아도 되고, 다시 만남을 약속할 필요도 없다. 구띠커피갤러리에서 시작하는 ‘첫사랑찾기’는 첫사랑이라는 개인의 기억을 카페의 공간 안에 머물게 하는 데서 출발한다.

구띠커피갤러리의 입구에는 붉은 벽돌 아치가 이어진다. 여러 겹의 아치와 벽돌 벽 사이로 난 좁고 긴 길을 지나야 카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첫사랑찾기’에서는 이 길이 ‘첫담(첫사랑 담벼락)’이 된다. 첫사랑을 떠올리는 글과 흔적을 담에 직접 남기는 공간이다.

구띠커피갤러리( GOUTER COFFEE GALLERY).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벽돌길은 새로 만든 무대나 별도의 이벤트 공간이 아니다. 평소 방문객이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 지나던 통로를 그대로 활용한다. 출입을 위한 길에 개인의 기록이라는 쓰임을 하나 더 얹는 셈이다. 붉은 벽돌의 질감과 반복되는 아치는 오래된 골목과 담장을 연상시키지만, ‘첫담’의 내용은 방문객이 무엇을 남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첫담에는 한 사람의 이름만 적힐 수도 있다. 함께했던 계절이나 장소, 오래전 전하지 못했던 한마디가 남을 수도 있다. 첫사랑을 반드시 아름다운 추억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고마움과 미안함, 다시 보고 싶은 마음과 잘 지내기를 바라는 인사까지 각자의 기억이 담의 내용을 만든다.

붉은 벽돌길을 지나 실내로 들어오면 첫사랑의 기록은 조금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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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띠커피갤러리는 작품이 상시 전시되는 갤러리형 카페다. 흰 벽을 따라 작품이 놓이고 카페 좌석과 전시 공간이 별도로 단절되지 않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 ‘첫사랑찾기’에서는 이 실내에 별도의 ‘남과 여’ 게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첫담’과 ‘남과 여’ 게시판의 역할은 다르다.

첫담은 카페로 들어오는 붉은 벽돌길 자체를 이용해 첫사랑의 흔적을 남기는 곳이다. ‘남과 여’ 게시판은 작품이 전시되는 카페 안에서 특정한 사람에게 건네고 싶은 메모를 남기는 자리다. 바깥의 담에는 기억을 새기고, 안쪽 게시판에는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말을 놓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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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에 마련되는 게시판에는 첫사랑에게 남긴 포스트잇이 붙게 된다. 방문객이 첫사랑을 위해 ‘첫사랑 스페셜 블렌드’를 미리 구매하면 선결제 사실도 해당 메모와 연결해 게시될 예정이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글과 아직 주인을 만나지 않은 커피 한 잔이 같은 공간에 남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주문과 소비가 거의 동시에 끝난다. 돈을 낸 사람이 커피를 받아 마시고 자리를 떠난다. 첫사랑 블렌드는 주문한 사람과 마시는 사람 사이에 시간을 둔다. 한 사람은 먼저 커피를 마련하고 떠나며, 다른 한 사람은 훗날 자신의 이름과 기억이 적힌 포스트잇을 발견할 수 있다.

첫사랑 스페셜 블렌드는 1만원에 제공할 예정이다. 소금을 가미한 커피라는 점도 일반 메뉴와 다르다. 다만 한 잔의 맛과 가격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매 방식이다. 자신이 지금 마시기 위한 커피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사람에게 남겨두는 한 잔이라는 점이다.

첫사랑찾기의 구조를 따라가면 카페 안에서 개인의 기억이 이동하는 순서도 드러난다.

입구에서는 첫담에 흔적을 남긴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오면 ‘남과 여’ 게시판에 조금 더 구체적인 메모를 적는다. 커피를 남기고 싶은 사람은 첫사랑 스페셜 블렌드를 미리 마련한다. 담벼락의 글에서 포스트잇으로, 포스트잇에서 한 잔의 커피로 기억이 형태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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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전시해 온 공간에 방문객의 손글씨가 들어온다는 점도 기존 갤러리카페와 다른 부분이다. 갤러리에서는 작가가 만든 작품을 방문객이 감상하는 관계가 일반적이다. ‘남과 여’ 게시판에서는 카페를 찾은 사람이 직접 한 줄을 남기며 공간의 내용에 참여한다.

작품과 개인의 메모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전시는 작가의 창작 활동이고 첫사랑 메모는 방문객의 사적인 기록이다. 두 가지를 섞기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콘텐츠가 한 공간 안에서 나란히 존재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띠커피갤러리( GOUTER COFFEE GALLERY).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구띠커피갤러리는 이전부터 작품을 카페 영업과 함께 배치해 왔다. 전시 작품이 놓인 벽과 좌석, 긴 테이블이 일상의 카페 동선 안에 들어와 있다. 첫사랑찾기는 여기에 또 다른 전시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다. 작품을 보는 방문객이 자신의 기억도 한 줄 남길 수 있도록 참여의 방향을 더한다.

카페가 문화와 만나는 방식도 조금 달라진다. 작품을 걸고 음악을 틀어주는 것만으로는 문화의 공급자가 카페이고 방문객은 감상자에 머문다. 첫담과 게시판에서는 방문객의 말과 기억이 공간 안으로 들어온다. 운영자가 모든 내용을 완성해 제공하는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온 사람들의 기록이 일부를 채워가는 구조다.

밤에는 음악이 더해질 예정이다. 카페를 보다 열린 형태로 운영하고 음악을 들으며 각자가 간직해 온 첫사랑과 지나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저녁의 와인과 맥주 할인도 함께 적용되지만 주류 판매가 프로젝트의 중심은 아니다. 낮에 글과 메모로 남긴 기억이 밤에는 음악과 대화로 이어지는 구성에 가깝다.

첫사랑과 음악은 서로 다른 세대의 기억을 연결할 수 있다. 같은 사랑을 겪지 않았어도 특정한 노래를 들으며 한 사람을 떠올린 경험은 공유할 수 있다. 어떤 세대에는 오래된 가요가 첫사랑의 음악이고, 다른 세대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OST가 같은 역할을 한다. 구띠커피갤러리가 준비해 온 음악 프로그램도 이런 개인의 기억과 만날 여지가 있다.

‘첫사랑찾기’라는 이름 때문에 실제 재회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곳은 사람을 찾아내는 순간보다 훨씬 앞이다. 첫사랑을 기억하고, 손으로 적고, 카페라는 장소에 남겨두는 과정이 먼저 놓인다.

누군가는 상대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이름 한 줄을 남기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첫사랑은 현재의 삶과 떨어져 존재하는 낭만적인 인물만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른 시간과 관계가 얽혀 있는 개인의 기억이기 때문에 재회 여부만으로 프로그램의 결과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구띠커피갤러리에서 시작되는 문화적 시도는 이처럼 카페의 기능을 한꺼번에 크게 바꾸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기존의 입구에는 첫담이라는 새로운 쓰임을 넣고, 작품이 있는 실내에는 방문객의 메모가 머무는 자리를 마련한다. 커피 한 잔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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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 아치를 지나 카페에 들어와 작품을 보고 커피를 마시는 익숙한 동선 사이에 첫사랑의 이름과 짧은 문장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간은 그대로지만 방문객이 남기고 가는 것은 달라진다.

커피는 마시면 사라지고 전시는 일정이 끝나면 작품이 바뀐다. 첫담의 글과 ‘남과 여’ 게시판의 포스트잇은 한동안 그 자리에 남아 다음 사람을 기다린다. 구띠커피갤러리의 ‘첫사랑찾기’는 카페에서 무엇을 더 소비하게 할 것인가보다, 한 사람이 무엇을 남기고 돌아가게 할 것인가에서 첫발을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