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태 '별을 찾아가다', 어린 왕자와 다시 걷는 24년

2002년 첫 개인전 제목으로 돌아온 초대전…먹·탁본·채색과 설치작품 40여 점 공개

2026-08-26     김성은 기자

[KtN 김성은기자]강석태 작가가 2002년 첫 개인전에 붙였던 '별을 찾아가다'를 24년 만에 다시 꺼냈다.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의 소설 '어린 왕자'와 나눈 오랜 대화가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1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 재희에서 이어진다.

강석태, '별을 찾아가다', 한지에 먹, 291×224㎝, 2026. 사진=갤러리 재희

전시와 같은 제목의 2026년작 '별을 찾아가다'에는 밝고 어두운 먹빛이 위아래로 맞닿아 있다. 네 장의 한지를 연결한 작품 전면에 별이 반복되지만, 모든 별이 같은 모습으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옅은 먹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별과 짙은 먹 속에 잠긴 별이 한지의 세로 결을 따라 흩어진다. 빛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과 어둠을 통과한 흔적이 절제된 먹의 농담 안에서 겹친다.

어린 왕자는 강석태에게 일회적인 소재가 아니었다. 중학생 시절 처음 읽은 '어린 왕자'는 위로가 필요한 순간마다 다시 펼쳐보는 책이었고, 어두운 시기를 건널 때는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빛이 됐다. 문학에서 시작된 교감은 2002년 첫 개인전 '별을 찾아가다'로 이어졌고, 작가는 이후에도 어린 왕자의 여행과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작품 안에서 함께 다뤄왔다.

강석태, '어린 왕자와 여행하기', 장지에 아크릴채색, 90.9×72.7㎝, 2026. 사진=갤러리 재희

'어린 왕자와 여행하기'에서는 빨간 비행기에 올라탄 어린 왕자와 여우가 푸른 하늘을 가로지른다. 하늘과 풀밭에는 분홍과 초록, 노랑, 파랑의 물감이 점과 선으로 흩뿌려져 있다. 촘촘하게 중첩된 색은 비행기의 진행 방향과 맞물리며 여행의 경쾌한 속도를 만든다. 장지 위에 펼쳐진 선명한 색채는 낯선 세계로 향하는 어린 왕자의 선택을 생동감 있게 풀어낸다.

강석태가 어린 왕자에게서 오래 바라본 마음은 용기였다. 세상에 하나뿐인 장미가 있고, 원할 때마다 의자를 옮겨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별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향한 결단이다. 작가는 어린 왕자의 출발을 스스로 더 단단해지기 위한 여정으로 받아들였다. 첫 전시 이후 20여 년 동안 이어진 작업도 익숙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별을 찾아가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백철준 갤러리 재희 관장은 “이번 전시 '별을 찾아가다'는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 온 질문에 대한 용기이자 응답”이라며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을 복기하며 걸어온 20여 년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 각자의 마음에도 잠시 떠나온 자신만의 별 하나가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태, '밀밭에 구름이 분다', 장지에 탁본·채색, 132×652㎝. 사진=갤러리 재희

'밀밭에 구름이 분다'에는 하늘과 밀밭이 긴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다. 탁본으로 새긴 밀 이삭은 일정한 방향으로 기울며 바람의 흐름을 만들고, 흰 구름은 짙고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번진다. 반복되는 밀의 결, 넓게 비워둔 하늘, 길게 이어지는 구도는 한순간의 풍경보다 그곳을 지나가는 시간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전시장에는 한지와 먹으로 완성한 작업, 장지에 아크릴채색을 더한 작품, 탁본과 채색을 결합한 대형 작품과 설치작품 등 40여 점이 놓인다. 먹의 미세한 농담과 한지의 결, 밝은 원색, 반복된 탁본의 흔적이 어린 왕자를 둘러싼 기억과 여행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펼쳐낸다.

강석태는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세종대학교 대학원 동양화전공을 졸업하고 추계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2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22회 중앙미술대전 특선과 한·독미술협회 공모전 특별상 등을 받았다.

가족 에세이 '어린 왕자에게 말을 걸다'와 'AI 시대의 문화예술 읽기'도 펴냈다. 2023년부터는 사단법인 공존과 이음의 후원으로 강원도 양구군과 함께 '리틀 박수근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며 지역 어린이 미술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강석태 초대전 '별을 찾아가다' 포스터. 사진=갤러리 재희

전시는 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8번길 49, 2층 갤러리 재희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매주 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하며, 오프닝 리셉션은 8월 28일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