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지지율②] 대통령 곁에서 사라진 반대 의견

‘명픽’ 논란과 충성 경쟁 사이에서 약해진 민주당의 조정 기능…청와대에 늦게 도착한 민심

2026-08-27     박준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 '친일 환수' 칼 빼들고 '다자 종전 대화' 띄웠다  [전문]이재명 대통령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  사진=2026. 08.15 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을 “오만한 권력자”라고 비판한 다음 날인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공개 반발이 이어졌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교한 대목을 “모욕적”이라고 했고, 박지원 의원은 “악담과 저주”보다 건설적인 비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도 유 작가가 당원과 호남 유권자의 선택을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반박은 유시민 작가의 판단이 사실과 맞는지를 따지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함께 지지했던 인물이 실패 가능성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 정치적 부담을 줘도 되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비판의 내용보다 발언자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따지는 반응이 앞섰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같은 시기 취임 후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청와대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민생 부담을 알고 있으며 정책 성과로 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 운영에 부족한 부분이 없었는지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과 민생은 지지율을 끌어내린 직접적인 원인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 의견을 다루는 방식은 정책 실패가 커지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지역과 계층의 불만이 정책 결정 전에 청와대로 전달되면 조정할 시간이 생긴다. 반대 의견이 대통령의 지도력을 흔드는 행동으로 분류되면 민심은 여론조사 수치가 떨어진 뒤에야 권력 중심부에 도착한다.

성과로 답하겠다는 청와대

8월 13일 청와대가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내놓은 설명은 부동산과 민생에 집중됐다. 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발표된 대책의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도 부동산 공급 확대를 직접 챙겼다. 8월 초 나흘 사이 두 차례 관련 회의를 주재했고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공급용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물량이 늘고 전·월세 가격과 물가가 안정되면 대통령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지지율 하락을 정책 성과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결과로만 받아들이면 청와대의 대응은 공급계획과 민생대책, 정책 설명에 머물게 된다.

8월의 부정 평가에는 부동산과 경제·민생 외에 독재·독단, 공정성 부족, 통합·협치 부족도 포함됐다. 응답 비중은 부동산과 경제보다 낮았지만 정책의 내용뿐 아니라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평가 대상에 들어왔다.

유시민 작가의 비판도 정책 목록보다 국정 운영 방식에 집중됐다. 대통령이 소통·교감·공감보다 의중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였고, 민주당 안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을 내는 사람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허리를 깊이 숙인 모습을 언급한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정치적 복종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행사에서 보인 인사 자세만으로 당정 관계를 판단할 수도 없다.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고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모습이 반복되는 동안 청와대와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는 여당 의원은 눈에 띄게 줄었다. 민주당의 역할도 지역과 계층의 요구를 조정하기보다 대통령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속보] 민주당 새 대표에 김민석… 선호투표 결선 54.08%로 당선 사진=2026. 08.17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영상 갈무리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명픽’이 덮은 8·17 전당대회

8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최종 득표율 54.08%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정청래 후보는 45.92%를 얻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정 후보와 가까운 최민희·한민수·이성윤 후보가 모두 당선됐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김용 후보는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했다.

전당대회 기간 김민석 후보에게는 ‘명픽’이라는 표현이 따라붙었다. 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김 후보를 칭찬한 일과 정청래 후보의 대통령 해외 순방 환송 행사 불참 논란이 겹치면서 대통령이 선호하는 후보라는 인식이 퍼졌다. 경선은 김민석·정청래 두 정치인의 경쟁을 넘어 대통령의 의중과 당원 선택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됐다.

김 대표는 권리당원 순회경선에서 49.91%를 얻어 정 후보의 41.51%를 앞섰다.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까지 합산한 1차 경선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고 선호투표를 거쳐 김 대표의 당선이 결정됐다.

김 대표의 승리만큼 정 후보가 얻은 45.92%도 비중이 컸다.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에게 당 대표직을 맡기면서도 다른 계파와 노선을 지도부에 남겨둔 결과였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특정 계파가 지도부 전체를 차지하지 못했다.

유시민 작가는 김 대표를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선택하려는 행위는 공화정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왕정’과 ‘귀족정’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여권의 반발을 불렀다.

전당대회 투표 결과에는 대통령 중심의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원하는 당원과 민주당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당원이 함께 존재했다. 김 대표에게 54.08%를 주면서 정 후보에게 45.92%를 준 선택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김 대표의 당선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협력은 강화될 수 있다. 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들어오면서 당 내부의 다른 요구도 남았다. 서로 다른 지지층을 연결하면 54%와 46%는 조정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쪽을 대통령에 대한 반대로 규정하면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균열은 더 깊어진다.

대통령이 강해질수록 좁아지는 정보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가까우면 정책 추진 속도는 빨라진다. 청와대가 정한 국정 방향을 여당이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정부 부처가 집행하는 구조가 안정되면 정책 지연도 줄어든다.

대통령의 의중이 당 대표와 지도부 구성, 공천과 당직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커지면 다른 흐름이 시작된다. 참모와 관료는 정책의 위험보다 기대되는 성과를 먼저 보고하게 된다. 여당 의원도 지역과 계층의 반발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보다 이미 결정된 정책을 설명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다.

청와대에 부동산 정책 부정 평가 56%라는 숫자가 보고되더라도 정책 방향 자체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같은 무게로 전달된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 여론을 성과가 나타나기 전의 일시적 불안이나 정책 설명 부족으로 받아들이면 기존 방향은 유지된다.

정책 추진 초기에는 대통령과 여당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안정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집행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기 시작하면 이견이 사라진 구조는 약점으로 바뀐다.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오류를 줄일 기회가 사라지고, 실패 뒤에는 책임이 대통령에게 곧바로 집중된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지역과 계층의 불만을 청와대에 전달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무조건 방어하면 민심을 조정할 수 없고,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일에만 집중하면 집권당의 책임을 잃는다.

8·17 전당대회에서 갈라진 투표는 두 역할 사이에 놓인 민주당의 상태와 맞닿아 있다. 김 대표를 선택한 당원들은 안정적인 당정 협력을 원했고, 정 후보와 비주류 최고위원에게 표를 준 당원들은 대통령실과 다른 정치적 공간도 남겨뒀다. 새 지도부가 어느 한쪽을 배제하면 대선 승리를 만들었던 진보·중도 연합의 범위도 좁아진다.

유시민 "훗날 인간 이재명에게 미안할까봐…" 유튜브 채널 ‘매불쇼’ 수요난장판. 사진=[팟빵] 최욱의 매불쇼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비판의 근거보다 먼저 호출된 충성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는 여권이 반박할 대목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같은 분석 틀에 놓은 평가는 두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과 정치적 조건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전당대회를 ‘왕정’이나 ‘귀족정’에 빗댄 표현도 당원들의 투표와 후보 선택을 대통령 의중만으로 해석할 위험이 있다.

1년여의 국정 운영을 두고 이 대통령의 학습이 중단됐다고 평가한 대목 역시 유시민 작가의 판단이다. 대통령이 김민석 대표의 출마와 당선을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도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당의 반응은 유시민 작가가 사용한 표현의 적절성을 따지는 데 머물지 않았다. 함께 지지했던 정부에 실패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 같은 정치적 기반을 공유한 사람이 정부를 공격했다는 반발, 결과적으로 보수 진영을 돕는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해당 대응은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에게 더 좁은 비판의 범위를 요구한다. 정책과 인사에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일 수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비판의 강도가 곧 충성의 정도로 해석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비판자를 여권 밖으로 밀어내면 대통령 주변에는 공개적인 지지와 침묵만 남는다. 불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달 경로가 줄어든다. 지역구와 당원 사이에서 먼저 감지된 변화가 청와대에 올라가지 못하면 여론조사 수치가 내려간 뒤에야 민심의 이동을 알게 된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받아들일지 여부와 여권 내부의 비판을 보장하는 일은 별개다. 발언에 반박하면서도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당 운영에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비판이 실제 정책 조정으로 이어지는지, 발언자의 정치적 위치를 가리는 논쟁으로 소진되는지는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질과 연결된다.

대통령 지지율과 따로 움직인 민주당

8월 셋째 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1%, 국민의힘 25%였다.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의힘을 크게 앞섰지만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5%에 머물렀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39%, 국민의힘 20%, 무당층 33%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이 대통령에게서 멀어진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야당의 지지율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대통령의 특정 정책과 국정 운영 방식에는 부정적인 유권자도 존재한다.

여권이 지지율 하락을 야당의 공세와 언론 보도, 정책 홍보 부족에서만 찾으면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의 조정 기능은 달라지지 않는다. 부동산과 민생 대책을 추가로 내놓더라도 정책을 결정하고 반대 의견을 다루는 방식이 그대로라면 비슷한 갈등이 다른 분야에서 반복될 수 있다.

김민석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친명계와 친정청래계가 함께 지도부에 들어선 구조로 출범했다. 당 대표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최고위원들이 다른 지지층의 요구를 전달하면 전당대회에서 나뉜 표는 당정 조정의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다. 지도부 내부의 이견을 계파 갈등이나 대통령 흔들기로 분류하면 54%와 46%의 간격은 더 벌어진다.

청와대는 지지율 하락에 정책 성과로 답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공급과 민생정책의 집행 결과는 향후 여론에 직접 반영될 사안이다. 민주당 새 지도부의 첫 인선과 당정협의 운영, 부동산 세제·공급정책 조정 과정도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가늠할 일정으로 남아 있다.

청와대가 받는 보고의 양보다 불편한 의견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살아남는지가 중요해졌다.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가 민주당 안에서 공개되고 실제 정책 수정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당정 관계와 지지율의 다음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