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지지율③] 국민은 공급량보다 다음 월세를 봤다
세제개편에는 찬성하면서 전·월세 상승을 걱정한 민심…청년·무주택자·1주택 가구로 번진 비용 불안
[KtN 박준식기자]정부의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에는 찬성 46%, 반대 41%로 찬성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세제개편 이후 전세와 월세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7%, 내릴 것이라는 전망은 8%였다.
세제개편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이 부담할 주거비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주택자 과세와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는 찬성할 수 있지만 집주인에게 부과된 비용이 보증금과 월세로 넘어올 가능성까지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56%였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 34%보다 22%포인트 높았다. 세제개편안의 찬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격차다. 유권자는 정책의 명분보다 시행 뒤 자신이 부담할 비용과 주택시장 변화를 함께 평가했다.
8월 들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낮은 수준으로 내려온 과정에서도 부동산은 가장 큰 하락 요인으로 꼽혔다. 주거 문제는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세와 월세로 거주하는 청년, 대출을 받아 집을 산 30·40대, 재산 대부분이 한 채에 묶인 중산층까지 서로 다른 비용을 걱정했다.
정부가 공급 물량과 세제 원칙을 설명하는 동안 국민은 다음 임대차 계약과 대출이자, 세금 고지서를 먼저 계산했다.
정책 찬반보다 넓게 퍼진 전·월세 불안
8·3 세제개편안에 대한 찬성은 40대 56%, 50대 57%로 나타났다. 진보층에서는 75%가 찬성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에서도 세제개편 방향에 힘을 실었다.
부동산 정책 전체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부정 평가가 56%에 이르렀고 전·월세 상승 전망도 같은 수준으로 퍼졌다. 세제개편을 지지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도 임대료 상승 가능성을 걱정한 셈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존 정치 논쟁은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집주인과 세입자, 규제 찬성과 반대로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가계의 이해관계는 더 복잡하다. 세입자는 집값이 안정되기를 바라면서도 임대 매물이 줄어 전세와 월세가 오르는 상황을 우려한다. 1주택자는 투기 억제에 찬성하면서도 보유세와 대출이자,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한다.
무주택 청년에게 집값 하락이 곧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주택을 구입할 소득과 대출 여력이 부족하면 매매가격보다 월세와 전세대출 금리가 생활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집값이 안정되더라도 임대료와 이자가 오르면 한 달에 지출하는 주거비는 늘어난다.
세제개편의 비용이 실제로 임차인에게 모두 전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임대료는 주택 공급과 수요, 지역별 매물, 금리, 전세대출, 입주 물량이 함께 움직인 결과다. 유권자의 판단은 정책 시행 뒤 가격이 오른 사실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앞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평가를 바꾼다.
8월 여론은 정책의 목적보다 비용이 어디로 이동할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세금은 집주인이 내더라도 월세와 보증금은 세입자의 가계부에서 빠져나간다. 정부가 세제개편의 공정성을 설명하는 동안 임차인은 다음 계약에서 오를 금액을 먼저 떠올렸다.
20·30대에 먼저 나타난 부정 우세
8월 10~12일 조사에서 18~29세의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31%, 부정 51%였다. 30대는 긍정 40%, 부정 52%로 나타났다. 두 연령층 모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청년층 지지율 하락을 이념 변화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6년 7월 청년층 고용률은 44.2%로 전년 같은 달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청년 취업자는 19만1000명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는 10만8000명 늘었지만 청년층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취업이 늦어지면 독립과 결혼, 주택 마련 시기도 함께 밀린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청년에게 전세보증금과 대출 심사는 넘기 어려운 문턱이 된다. 월세 비중이 높아질수록 주거비가 매달 소득에서 차지하는 부담도 커진다.
청년층은 자산가격이 오르면 무주택자로서 소외되고, 가격이 내려가도 대출과 소득이 부족해 주택을 매입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는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커지고, 시장이 하락하면 뒤늦게 투자에 나선 청년층이 손실을 먼저 부담한다. 집값·주가·대출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자산이 적고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의 충격이 크다.
정부의 서민정책과 복지 확대가 청년층 평가를 되돌리지 못한 배경에도 정책의 체감 시차가 놓여 있다. 지원금과 세제 혜택은 대상과 시기가 제한돼 있지만 월세와 이자, 생활물가는 매달 지출된다. 정책 수혜를 받기 전부터 주거비와 생계비 부담이 반복된다.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도 2.5% 상승했다. 5월과 6월의 3%대 상승률보다 낮아졌지만 이미 오른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해도 식비와 교통비, 주거비에 쓰는 금액은 가계에 남는다.
국정 운영의 거시적 성과와 청년이 느끼는 생활의 간격은 취업과 주거에서 더 크게 벌어졌다. 대통령이 외교와 산업정책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도 월세와 취업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20·30대의 국정 평가는 움직이지 않는다.
대출금리 4.48%, 주택 보유자도 안심하지 못한 시장
7월 예금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48%로 올랐다. 전달보다 0.12%포인트 상승해 2023년 11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4.19%로 0.12%포인트 올랐다.
전체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64%,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97%였다. 주택 구입과 전세 계약에 필요한 자금을 빌린 가구뿐 아니라 생활비를 신용대출로 보충하는 가구의 부담도 커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48%일 때 3억원을 빌리면 이자만 단순 계산해 연간 1344만원, 한 달 112만원에 이른다. 원금을 함께 갚는 방식에서는 매월 상환액이 더 커진다. 같은 금리에서 5억원을 빌리면 연간 이자 부담은 2240만원이다.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은 집값을 안정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능력도 떨어뜨린다.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는 대출 한도가 줄고 이자가 오른 상황을 동시에 맞는다. 이미 대출을 받은 1주택 가구는 금리 재산정과 생활비 상승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2026년 1분기 말 차주 한 명당 가계대출 잔액은 평균 9740만원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잔액은 1억6006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179만원 증가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30대와 수도권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불안은 다주택자 과세에 대한 반발만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무주택자는 임대료와 대출 한도를 걱정하고, 대출을 받은 1주택자는 이자와 세금을 함께 계산한다. 집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과 한 채를 가진 사람 사이에서도 정책 비용의 종류가 다를 뿐 부담이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의 공급 시계와 국민의 계약 시계
정부는 8월 13일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 가구와 기존 사업의 착공 조기화를 포함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제시한 2026~2030년 수도권 135만 가구 착공 목표에 신규택지와 도심 유휴부지, 정비사업 확대를 더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 시기를 1~2년 앞당기고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는 계획도 담겼다. 2026년부터 2030년 사이 추가 착공 물량은 공공택지 5만7000가구 이상, 민간 부문 5만9000가구 이상을 합쳐 12만 가구 이상으로 제시됐다.
공급 확대는 중장기 집값과 임대차시장 안정에 필요한 조치다. 착공은 입주가 아니다. 택지 지정과 보상, 인허가, 착공, 공사를 거쳐 실제 주택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정부의 공급 시계는 2030년을 향하지만 국민의 계약 시계는 1년 또는 2년 단위로 움직인다. 올해 가을과 겨울 전·월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에게 2030년 공급 목표는 당장의 선택지를 늘려주지 못한다. 내년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도 이번 달 납부하는 이자는 줄지 않는다.
공급계획이 발표된 뒤에도 전·월세 상승 전망이 55%에 이른 배경에는 시간 차이가 놓여 있다. 국민은 정부가 몇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는지뿐 아니라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 그때까지 자신이 부담할 임대료와 이자가 얼마인지 계산했다.
공급정책의 평가는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과 입주 실적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착공 시기를 1~2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 보상과 인허가 과정에서 실제로 지켜지는지, 민간 정비사업이 발표 일정대로 진행되는지에 따라 정책 신뢰도도 달라진다.
‘부동산 정책 반대’를 잘못 읽은 청와대
부동산 여론을 세제개편 찬반으로만 나누면 8월 민심의 움직임을 놓치게 된다. 세제개편안에는 찬성이 조금 더 많았지만 부동산 정책 전체에는 부정 평가가 크게 앞섰다. 전·월세 상승을 걱정한 사람은 세제개편 반대자보다 많았다.
정책 목표에 찬성하면서 집행 결과를 불안하게 보는 유권자가 존재했다. 다주택자 과세에는 동의하지만 임대 매물이 줄어드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고, 공급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입주까지 기다리는 동안 전세와 월세가 오르는 상황을 걱정했다.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의 정당성과 공급량을 반복해 설명해도 해당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국민이 평가한 대상은 정부가 세운 목표가 아니라 가계에 도착할 결과였다. 세금과 규제의 부담이 누구에게 이동하는지, 공급이 임대료를 안정시키기 전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대출금리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국정 평가에 반영됐다.
부동산은 자산정책이면서 생활비 정책이다. 다주택자의 보유와 거래를 조정하는 데 머물지 않고 무주택자의 월세, 신혼부부의 대출, 1주택자의 이자와 세금까지 건드린다. 정책의 한 부분을 바꾸면 다른 계층의 비용이 움직인다.
8월 지지율 하락은 부동산 정책의 목표보다 비용 배분에 대한 불신이 커진 시기와 겹쳤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이 전·월세 안정과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가능성까지 함께 담지 못하면 정책 지지층 안에서도 이탈이 발생한다.
지지율 반등보다 먼저 움직여야 할 숫자
대통령 지지율이 1~2%포인트 오르는 것만으로 부동산 민심이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월세 실거래가격과 임대 매물, 전세자금대출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청년 고용률이 함께 움직여야 생활경제의 변화가 나타난다.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도 2030년 총량보다 연도별 착공과 입주 실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8만9000가구의 착공 시기를 실제로 앞당겼는지, 신규 공공주택지구의 보상과 인허가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민간 정비사업의 공급 물량이 발표에 머물지 않는지가 남아 있다.
세제개편에 찬성하면서 전·월세 상승을 걱정한 8월 여론은 부동산 민심을 규제 찬반으로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여러 방향으로 얽힌 시장에서 정책의 평가는 명분보다 비용의 이동을 따라갔다.
4월 67%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8월 40% 안팎까지 내려온 과정에는 정치적 신뢰의 약화와 당정 관계의 변화가 함께 놓였다. 국민의 가계부에서는 월세와 이자, 물가가 먼저 움직였다. 전·월세 계약 갱신과 대출금리 조정, 정부 공급대책의 연도별 착공 실적이 이어지는 동안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시 수치로 나타나게 된다.
※ NBS 8월 둘째 주 조사는 8월 10~12일 전국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