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Primavera④] 케이트 모스 영상에서 매장 판매까지, 뎀나 첫 컬렉션의 다음 단계
타잔의 검은 상의·보디백으로 젊은 K팝 팬층 보강 상반기 직영점 19곳 줄인 구찌, 광고 화제보다 가방·가죽 제품 판매가 관건
[KtN 박인경기자]케이트 모스(Kate Moss)가 검은 드레스를 입고 크리스 아이작(Chris Isaak)의 ‘Wicked Game’을 따라 부른다. 처음에는 서로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짝을 이루고 무대로 나와 춤을 춘다. 구찌 ‘Primavera’ 캠페인은 10명의 인물을 담은 정지 사진과 케이트 모스가 출연한 단편 영상으로 나뉜다.
사진에서는 BTS 진과 닝닝, 톰 브래디, 이영애, 샤오잔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각각 다른 옷과 가방을 보여준다. 영상은 여러 인물과 제품을 사랑과 춤이라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 묶는다. 출연자의 팬층을 따라 퍼지는 사진과 컬렉션 전체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영상을 동시에 내놓은 구성이다.
구찌가 광고에 기대하는 성과는 조회 수와 사진 공유에 머물 수 없다. 상반기 매출 감소 폭은 줄었지만 직영 매장 판매는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뎀나(Demna)의 첫 패션쇼에서 나온 의류와 가방이 온라인 검색과 매장 방문, 구매로 이어져야 광고 제작에 들어간 비용과 대규모 캐스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 멤버 타잔(Tarzzan)은 검은색 비대칭 상의와 넓은 바지를 입었다. 상의는 한쪽 어깨와 팔을 드러내고 반대쪽은 길고 넓게 떨어진다. 몸을 가로지른 보디백에는 붉은색을 넣어 검은 옷과 구분했다.
진의 가죽 모터스포츠 재킷, 숀 멘데스의 밀착 상의, 톰 브래디의 가죽 한 벌과 달리 타잔의 착장은 옷의 비대칭과 가방의 위치를 강조한다. 검은색 남성복이라는 공통점 안에서 재킷의 절개나 소재의 광택보다 상의가 몸을 덮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
가방을 가슴 앞에 둔 구성도 진의 작은 손가방이나 리코 내스티의 큰 토트백과 다르다. 춤과 이동이 잦은 젊은 소비자가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보디백 형식을 사용했다. 옷과 가방을 분리해 들지 않고 몸에 밀착시켜 한 착장 안에 넣었다.
타잔은 2025년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로 데뷔하기 전 모델과 무용 분야에서 활동했다. 음악 팬에게는 신인에 가깝지만 패션과 신체 움직임을 결합할 수 있는 이력을 갖췄다. 구찌는 세계적인 인지도가 이미 형성된 진과 닝닝 옆에 데뷔 2년 차인 타잔을 배치했다.
한국 출신 출연진도 진과 이영애, 타잔으로 세대와 활동 분야가 나뉜다. 진은 세계적인 K팝 팬덤, 이영애는 영화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쌓은 아시아 인지도, 타잔은 신인 혼성 그룹과 패션에 민감한 젊은 팬층에 닿는다. 같은 국가에서 세 명을 골랐지만 한류 스타라는 이름만으로 묶지 않고 제품과 스타일을 달리했다.
케이트 모스 한 명에게 맡긴 캠페인 영상
정지 사진에 등장한 10명은 단체 사진을 찍지 않았다. 미할 첼빈(Michal Chelbin)은 출연진을 한 명씩 촬영해 옷의 형태와 인물의 자세를 분리했다. 여러 스타가 한 컷에 모일 때 생기는 시선의 경쟁을 줄이고 출연자마다 대표 제품을 남겼다.
요한 렌크(Johan Renck)가 연출한 단편 영상 ‘And We Shall Dance Again’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케이트 모스가 무대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동안 낯선 사람들이 서로에게 다가가 춤을 춘다. 정지 사진에서 흩어진 인물과 제품을 음악과 움직임으로 연결한다.
케이트 모스는 2026년 2월 밀라노에서 열린 뎀나의 구찌 첫 패션쇼에서 마지막 순서로 등장했다. 긴소매와 높은 목선이 달린 검은 시퀸 드레스는 앞부분이 몸을 감싸지만 등과 옆선을 깊게 드러낸다. 허리 아래에는 구찌 로고가 들어간 검은 속옷을 배치했다.
같은 드레스를 캠페인 영상에도 사용했다. 패션쇼에서 한 차례 주목받은 옷을 영상의 중심 의상으로 다시 꺼내면서 런웨이와 광고 사이의 연결을 만들었다. 여러 스타에게 새 옷을 계속 갈아입히는 대신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드레스를 반복 노출했다.
케이트 모스는 1990년대부터 구찌와 인연을 맺어 온 모델이다. 톰 포드가 디자인을 총괄하던 시기와 뎀나의 첫 패션쇼를 잇는 인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드레스의 낮게 파인 뒷면과 몸에 붙는 실루엣, 구찌 로고 속옷은 톰 포드 시기에 형성된 관능적인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불러온다.
1989년 발표된 ‘Wicked Game’도 새로운 노래가 아니다. 오랫동안 대중에게 알려진 곡과 케이트 모스를 함께 내세워 중장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는 문화적 기억을 남겼다. 진·닝닝·타잔이 K팝의 젊은 팬을 끌어온다면 케이트 모스와 ‘Wicked Game’은 구찌의 과거를 기억하는 소비자와 만난다.
사진은 팬 계정으로, 영상은 컬렉션 전체로
‘Primavera’ 광고는 출연자별 사진을 따로 배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진의 팬은 진의 가죽 재킷 사진을, 닝닝의 팬은 검은 보디슈트와 체인백 사진을, 샤오잔의 팬은 금색 바지 사진을 선택해 공유할 수 있다. 전체 출연진을 모두 알지 못해도 각자의 관심 분야를 통해 광고에 들어오게 된다.
팬 계정을 따라 확산되는 사진은 속도가 빠르지만 컬렉션의 설명을 충분히 담기는 어렵다. 스타의 이름과 얼굴이 먼저 소비되면 가방의 명칭이나 소재, 가격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출연자가 10명으로 늘어난 만큼 구찌가 대표 제품을 집중적으로 알리기 어려워지는 부담도 생긴다.
영상은 개별 스타의 팬덤보다 ‘Primavera’ 전체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케이트 모스의 검은 드레스와 춤추는 인물들, 오래된 실내와 음악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사진에서 따로 놓인 가죽과 시퀸, 드레스와 남성복이 영상 속에서는 같은 공간에 등장한다.
사진과 영상이 맡은 역할은 판매 단계에서 다시 갈린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사진은 특정 인물이 입은 제품 검색을 유도할 수 있다. 영상은 소비자가 구찌의 새 이미지를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두 형식 모두 매장과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서 제품명과 가격, 색상, 재고로 연결되지 않으면 화제성이 매출로 옮겨가기 어렵다.
상반기 직영점 19곳 순감, 적어진 매장에서 더 팔아야
구찌는 2026년 상반기 직영점을 19곳 줄였다. 매장을 넓혀 매출을 늘리기보다 기존 점포의 생산성과 온라인 판매, 제품별 구매 전환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직영 매장 매출은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6%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27억5700만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9% 줄었다. 환율과 매장 변동 영향을 제외한 비교 가능한 기준 감소율은 5%였다. 도매 매출은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7% 늘었지만 구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영 매장의 감소분을 메우지는 못했다.
2분기 매출 감소율은 비교 가능한 기준 2%로 1분기보다 6%포인트 줄었다. 직영 매장 매출 감소율도 1분기보다 7%포인트 개선됐다. 새 컬렉션에 대한 관심과 매장 방문객의 구매 전환율이 높아지면서 하락 폭이 줄었지만 지역별 차이는 이어졌다.
북미 매출은 상반기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8% 증가했다. 평균 구매 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가 함께 반영됐다. 아시아·태평양은 10%, 일본은 17%, 서유럽은 8% 감소했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매장 방문객이 줄었고 서유럽에서는 아시아와 중동 관광객 감소가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톰 브래디와 숀 멘데스, 리코 내스티는 성장세를 보인 북미에서 광고 노출을 넓힐 수 있다. 진·닝닝·샤오잔·이영애·타잔은 매장 방문객이 감소한 아시아 소비자와 접점을 만든다. 지역별 스타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이후에는 팬의 관심을 가까운 매장과 온라인 판매로 연결하는 유통 운영이 뒤따라야 한다.
의류가 화제를 만들고 가방이 매출을 받치는 구조
‘Primavera’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옷은 케이트 모스와 알렉스 콘사니의 시퀸 드레스, 리코 내스티와 이영애의 퍼 스타일링, 톰 브래디의 가죽 한 벌이다. 사진과 영상에서 형태가 분명하고 다른 브랜드 광고와 구분하기 쉽다.
매출을 받칠 제품은 가방과 작은 가죽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의 작은 가방, 닝닝의 체인백, 이영애와 리코 내스티가 든 홀스빗 가방, 타잔의 보디백이 모든 회차에 걸쳐 배치됐다. 강한 의상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크기와 착용 환경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방을 함께 보여준 구성이다.
구찌는 2025년에도 새 가죽 제품인 질리오(Giglio) 가방의 초기 판매 성과를 공개했다. 의류보다 반복 구매와 지역별 판매가 쉬운 가방은 실적 회복 과정에서 비중이 크다. ‘Primavera’도 드레스와 퍼 코트만으로 끝나지 않고 출연자 대부분에게 가방을 들거나 몸에 착용하게 했다.
광고 속 가방이 모두 같은 수준의 판매를 기록할 수는 없다. 손에 드는 작은 가방과 큰 토트백, 체인백, 보디백은 가격과 사용 목적이 다르다. 출연자의 팬층과 실제 구매자의 연령·소득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사진과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달라질 수 있다.
구찌는 2026년 하반기에 뎀나의 첫 패션쇼 제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한다. 직영점 수를 줄인 상태에서 매장별 판매액과 온라인 구매 전환율을 높여야 한다. 북미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아시아·태평양과 일본의 매장 방문 감소를 되돌리는 일도 실적에 직접 반영된다.
케이트 모스의 영상과 10명의 초상은 뎀나의 첫 구찌 컬렉션을 여러 세대와 지역에 알리는 출발점이다. 광고의 최종 성과는 출연자의 이름이나 영상 조회 수보다 가방과 가죽 의류의 판매, 기존 매장의 생산성, 아시아 소비자의 매장 복귀에서 드러난다. 구찌의 3분기와 하반기 실적에는 ‘Primavera’가 만든 관심이 제품 구매로 옮겨간 규모가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