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1001 Amadeus①] UR-1001 Amadeus, 인간의 생애를 넘어선 1,000년의 시간

39시간 동력과 1,000년 작동계를 한 몸에 배치한 포켓워치…시간의 길이보다 이어지는 관리의 무게

2026-08-27     박채빈 기자
URWERK Unveils the One-Of-A-Kind UR-1001 Amadeus Pocket Watch. 사진=URWE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UR-1001 Amadeus의 후면에는 1,000년을 표시하는 인디케이터가 있다. 100년 카운터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작은 표시가 한 단계씩 올라간다. 마지막 눈금에 도달하려면 같은 과정이 열 차례 반복돼야 한다. 최초 구매자는 물론 여러 세대의 후손도 끝을 볼 수 없는 시간이다.

전면의 파워리저브는 39시간이다. 완전히 감긴 태엽도 이틀을 넘기기 전에 동력을 잃는다. 한쪽에는 인간의 생애를 훌쩍 넘어선 1,000년이 놓였고, 다른 한쪽에는 매일 다시 이어줘야 하는 39시간이 놓였다. UR-1001 Amadeus가 다루는 시간은 긴 숫자 하나가 아니라 짧은 작동이 축적되는 구조다.

1,000년 인디케이터는 서기 연도를 가리키는 달력이 아니다. 무브먼트가 실제로 움직인 시간을 누적한다. 작동이 멈추면 기록도 멈춘다. 사람에게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지만 기계가 세는 시간은 동력이 공급될 때만 존재한다.

현재의 시간과 축적된 시간

세로 106㎜, 가로 62㎜, 두께 23㎜의 티타늄 케이스에는 서로 다른 시간 체계가 앞뒷면으로 나뉘어 있다.

전면 하단의 위성식 시 표시는 시간 숫자를 회전시킨다. 해당 시각을 맡은 숫자가 분 눈금을 지나가고, 레트로그레이드 분침은 60분에 도달한 뒤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상단에는 같은 회전 원리를 이용해 월과 날짜를 나타내는 위성 캘린더가 자리한다. 주야 표시와 초 표시, 남은 동력을 보여주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도 전면에 놓였다.

시와 분, 날짜와 달은 현재 생활에 필요한 시간이다. 약속과 이동, 노동과 휴식은 하루와 한 달의 단위로 움직인다. 전면의 표시는 소유자가 직접 읽고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속한다.

후면에서는 시간의 성격이 달라진다. 5년 눈금의 ‘Oil Change’ 인디케이터와 100년 카운터, 1,000년 인디케이터가 무브먼트의 작동과 정비 주기를 기록한다. 후면의 숫자는 당장의 시각을 알려주지 않는다. 기계가 지나온 기간을 쌓아 올린다.

한 점의 시계 안에서 시간은 두 방향으로 나뉜다. 전면은 반복되는 하루와 달을 표시하고, 후면은 되돌릴 수 없는 누적 시간을 기록한다. 레트로그레이드 분침은 매시간 원점으로 돌아가지만 100년 카운터는 이전 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5년이 모여 100년이 되는 구조

후면의 ‘Oil Change’ 인디케이터는 자동차의 정비 표시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작동 3년 뒤부터 점검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리고, 정비를 마치면 다시 0에서 출발한다.

100년 카운터는 5년 단위로 전진한다. 5년이라는 간격은 기계의 관리 주기인 동시에 사람의 생활에도 변화가 쌓이는 기간이다. 한 번의 점검 사이에 소유자의 직업과 거주지가 바뀔 수 있고, 가족 구성과 재산의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

100년 카운터가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정기 점검은 여러 차례 반복된다. 한 사람이 시계를 평생 관리하더라도 100년 작동계의 전 구간을 지켜보기는 어렵다. 1,000년 인디케이터는 100년이 모두 쌓인 뒤에야 한 단계 움직인다.

1,000년이라는 표시는 속도를 체감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인간이 확인할 수 없는 느린 변화를 기계 구조 안에 남긴다. 움직임은 존재하지만 한 사람의 시야에서는 거의 정지한 것과 같다.

초침은 눈앞에서 계속 움직이고, 분침은 한 시간마다 되돌아온다. 100년 카운터는 한 세대의 시간을 통과하며 전진하고, 1,000년 인디케이터는 여러 세대를 거쳐야 변화를 드러낸다. 동일한 무브먼트가 초와 밀레니엄을 함께 표시하면서 인간이 시간을 인식하는 범위도 드러난다.

39시간마다 다시 연결되는 천년

Calibre UR-10.01은 51개의 주얼을 사용하며 시간당 2만8800회, 4㎐로 움직인다. 단일 메인스프링 배럴과 단방향 자동 로터를 채택했다. 파워리저브는 39시간이다.

1,000년은 거대한 단위지만 실제 작동은 39시간마다 이어지는 동력에 의존한다. 포켓워치를 움직이지 않은 채 보관하면 자동 로터도 충분한 동력을 만들 수 없다. 태엽을 감지 않으면 무브먼트와 누적 작동계가 함께 멈춘다.

기계가 세는 천년은 처음부터 주어진 시간이 아니다. 39시간의 동력이 수없이 연결된 결과다. 정지와 재가동이 반복되면 달력상의 1,000년과 작동계의 1,000년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UR-1001 Amadeus가 기록하는 대상은 세상의 경과 시간이 아니라 기계가 움직인 시간이다.

인간은 잠을 자거나 의식을 잃어도 나이를 먹는다. 기계는 움직이지 않는 동안 작동 시간을 쌓지 않는다. 사람에게 시간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기계에게 시간은 외부에서 공급되는 동력의 결과다.

39시간과 1,000년의 간격은 초복잡 시계의 기능을 과시하는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하루를 조금 넘는 동력을 계속 보태야만 세기를 기록할 수 있다는 구조가 장기 보존의 실체를 드러낸다. 오랜 시간은 한 번의 설계로 완성되지 않고 반복되는 관리로 만들어진다.

한 사람의 소유에서 여러 세대의 관리로

UR-1001 Amadeus는 한 점만 제작됐다. 한 명의 구매자가 소유권을 가질 수 있지만 1,000년 작동계 전체를 개인의 시간 안에 둘 수는 없다. 소유 기간은 시계가 표시하도록 설계된 시간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소비재는 구매와 사용, 폐기의 순서로 생애를 마친다. UR-1001 Amadeus는 소비 주기보다 긴 작동 시간을 전제로 한다. 최초 소유자가 시작한 기록을 다음 소유자가 이어받고, 다시 다음 세대로 넘기는 구조가 기계 안에 들어 있다.

상속되는 대상도 물건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태엽을 감는 습관과 정기 점검, 보관 환경과 작동 이력이 함께 이어져야 카운터가 계속 움직인다. 소유권은 법률상 한 시점에 이전되지만 기계의 시간은 앞선 관리와 뒤이은 관리가 끊기지 않을 때 축적된다.

1,000년 인디케이터의 마지막 눈금은 소유의 한계도 보여준다. 구매자는 시계를 가질 수 있지만 시계가 품은 전체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사람은 일정 기간 머물다 떠나고, 기계는 다음 사람에게 넘어간다. 소유자는 바뀌어도 누적 작동계에는 앞선 세대의 시간이 남는다.

티타늄에 새긴 시간

티타늄 케이스의 조각은 플로리안 귈러트(Florian Güllert)가 맡았다. 레이저로 기본 형태를 잡은 뒤 공압 끌과 줄을 사용해 부조와 문양을 마감했다. 디자인 단계를 포함한 작업에는 약 3개월, 500시간이 투입됐다.

바로크풍 문양은 케이스 표면에 얕게 덧붙인 장식이 아니라 금속을 파내 높이와 깊이를 만든 부조 형태다. 점각과 새틴 브러시, 무광 마감이 구역별로 나뉘어 빛의 반사를 달리한다.

기계 내부의 1,000년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지만 케이스에는 이미 한 사람의 노동 시간이 축적돼 있다. 귈러트가 투입한 500시간은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제작 시간이면서 손의 압력과 공구의 흔적이 금속에 남은 물리적 기록이다.

무브먼트는 초를 반복해 100년과 1,000년으로 확대한다. 조각은 500시간의 노동을 티타늄 표면에 압축한다. 내부의 시간은 앞으로 쌓이고, 외부의 시간은 제작이 끝난 순간부터 흔적으로 남는다.

2011년의 기계와 2026년의 외장

UR-1001의 기본 구조는 2011년 공개된 UR-1001 Zeit Device에서 시작됐다. 위성식 시간과 캘린더, 점검 인디케이터, 100년·1,000년 작동계도 당시 모델에 적용됐다.

2026년 공개된 Amadeus는 기존 UR-1001의 기계 구조를 티타늄 조각 케이스와 결합한 모델이다. 15년 전 설계된 시간 체계가 한 점 제작 외장을 만나 다른 물리적 형태를 갖게 됐다.

2011년부터 2026년까지 15년은 1,000년의 1.5%다. 같은 기간은 한 사람이 유년기에서 성인이 되거나 한 세대의 생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이다. 1,000년 인디케이터의 눈금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 길이다.

UR-1001 Amadeus의 가장 긴 시간 단위는 소유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하지 않는다. 첫 구매자는 100년 카운터의 완주도 보기 어렵고, 1,000년 인디케이터의 마지막 위치는 더욱 멀리 있다. 눈앞의 완성을 전제로 하지 않은 기능이 기계 안에서 계속 움직인다.

39시간의 동력, 3년 뒤 시작되는 점검 알림, 5년 단위의 100년 카운터가 먼저 도착한다. 1,000년은 짧은 주기의 작동과 관리가 세대를 건너 반복된 뒤에야 완성된다. UR-1001 Amadeus가 세는 시간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기간보다 길지만, 기록을 이어가는 행동은 매번 현재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