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경제②] Sellita 위에 DST 특허, MING이 개발비를 쓰는 법
자체 무브먼트 공장 대신 검증된 기반 기술 채택…베젤·다이얼·9피스 러그에 차별화 비용 집중
[KtN 박인경기자]MING 57.05 Comet의 판매가는 가죽 스트랩형 6950스위스프랑, 티타늄 Polymesh형 7950스위스프랑이다. 7000스위스프랑 안팎의 가격을 받지만 동력계 전체를 처음부터 자체 개발한 시계는 아니다. 자동식 Sellita 기반 무브먼트에 MING 전용 사양을 적용하고, 서머타임 조정 베젤과 다층 다이얼, 9개 부품으로 구성한 러그를 결합했다.
독립 시계 브랜드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기는 어렵다. 무브먼트 자체 개발에는 설계와 시제품 제작, 내구성 시험, 가공설비, 조립 인력, 장기 부품 공급이 뒤따른다. 생산량이 200개인 57.05 Comet에만 투입하면 제품 한 개가 부담해야 할 개발비가 급격히 커진다.
MING은 검증된 무브먼트 공급망을 이용하면서 소비자가 바로 구분할 수 있는 기능과 외관에 개발비를 집중했다. 제조업의 ‘직접 생산’과 ‘외부 조달’ 가운데 후자를 선택하되, 완제품이 공급업체의 범용 제품처럼 보이지 않도록 독자 설계를 더한 구조다.
200개 생산에 자체 무브먼트가 무거운 이유
57.05 Comet에는 Sellita for MING Calibre 330.M2가 들어간다. 자동 와인딩 방식이며 시간당 2만8800회 진동하고 약 5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무브먼트는 25개 보석을 사용하며 스켈레톤 구조의 브리지와 안트라사이트 코팅을 적용했다.
Sellita 기반을 이용하면 무브먼트 생산설비를 직접 구축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작동 안정성과 부품 조달, 조립 공정이 이미 형성된 기반도 활용할 수 있다. 독립 브랜드는 디자인과 기능 개발에 더 많은 자금을 배분하면서 시장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자체 무브먼트는 개발을 마친 뒤에도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 생산 수량이 적으면 부품 단가가 높아지고, 수년 뒤 수리를 위한 부품도 따로 보관해야 한다. 설계 변경이나 부품 불량이 발생하면 손실을 나눠 부담할 생산량이 부족하다. 200개 한정판에서는 자체 생산을 강조해 얻는 가격 상승보다 개발·유지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Sellita를 선택했다고 모든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MING 전용 브리지와 표면 마감, 품질관리, 케이스와의 결합 작업에는 별도의 설계와 생산비가 든다. 공급업체의 납기와 단가에도 영향을 받는다. 같은 기반 무브먼트를 쓰는 다른 브랜드와 가격을 비교당하는 부담도 생긴다.
소비자는 ‘인하우스 무브먼트’에 높은 희소성과 기술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외부 기반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가 같은 가격을 받으려면 무브먼트 밖에서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57.05 Comet에서는 서머타임 베젤과 다이얼, 케이스 구조가 해당 역할을 맡았다.
한 시간의 오차를 상품으로 바꾼 DST 베젤
세계시간 시계는 24시간 표시와 도시 이름을 조합해 여러 지역의 시간을 한꺼번에 읽는다. 서머타임 시행 여부와 전환 시기가 국가·지역마다 달라지면서 실제 시각과 표시 사이에 한 시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사용자가 해당 지역의 서머타임 적용 여부를 기억해 따로 계산해야 했던 영역이다.
57.05 Comet은 도시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서머타임을 시행하지 않는 도시는 내부 베젤에 고정하고, 시행하는 도시는 움직이는 외부 베젤에 배치했다. 외부 베젤을 15도 돌리면 해당 도시만 24시간 표시를 기준으로 한 시간 이동한다. 베젤은 표준시와 서머타임 위치에서 고정되며 8시와 9시 방향 사이의 표시창은 작동 상태를 붉은색으로 알린다.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복잡한 기계 부품의 수보다 사용자가 불편을 얼마나 쉽게 줄일 수 있느냐에서 형성된다. DST 베젤은 세계시간 시계에 남아 있던 한 시간의 계산을 한 번의 조작으로 바꿨다. 설명하기 쉽고 시연도 가능해 온라인 판매에서도 제품 차이를 전달하기 유리하다.
기술이 작동하려면 베젤의 회전 각도와 고정 위치가 정확해야 한다. 움직이는 외부 베젤과 고정된 내부 베젤, 24시간 링의 글자가 어긋나면 세계시간을 읽기 어려워진다. 부품의 가공 오차와 조립 정밀도가 품질과 생산비에 직접 연결된다.
200개만 생산하더라도 베젤 설계와 시제품, 작동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은 필요하다. 개발비가 200개에 나뉘면 개당 부담이 커진다. 같은 구조를 후속 제품에 다시 적용할 수 있다면 초기 개발비를 더 많은 제품에 분산할 수 있다. 57.05 Comet 한정판에서 시작한 기술이 제품군으로 이어질 때 연구개발 투자의 회수 범위도 넓어진다.
특허 출원은 미래 수익을 위한 선택권
MING은 DST 조정 베젤을 특허 출원 중인 기술로 내세웠다. 특허는 등록된 국가와 권리 범위 안에서 경쟁사의 모방을 제한할 수 있다. 등록 이후 같은 기술을 후속 월드타이머에 적용하면 제품군 전체의 차별화 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외부 업체에 사용권을 제공하는 방식도 제도상 가능하다.
출원 단계에서는 독점권이 확정되지 않는다. 심사 과정에서 권리 범위가 줄어들거나 등록되지 않을 수 있다. 출원과 심사, 국가별 등록, 권리 유지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57.05 Comet의 판매가에 ‘등록 특허의 가치’가 이미 확정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허 출원에는 기술을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 기간 권리를 확보한다는 성격도 있다. 경쟁사가 동일한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서머타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술 자체만큼 베젤의 조작감과 다이얼 구성, 제품 디자인을 함께 묶어 브랜드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이 중요해진다.
MING에는 특허 출원 사실만으로도 당장의 상품 효과가 생긴다. 기존 월드타이머와 구분되는 개발 배경을 제시하고, 9주년 모델의 가격을 설명할 근거를 더할 수 있다. 장기적인 경제 가치는 등록 여부와 권리 범위, 후속 제품 적용 수량에 따라 달라진다.
기능을 둘러싼 디자인도 개발비의 일부
57.05 Comet의 중앙에는 여러 겹의 래스터 구조를 겹친 ‘Comet Tail’ 다이얼이 놓였다. 미세한 무늬의 정렬 관계가 달라지면서 간섭 효과가 나타나는 방식이다. 24시간 링에는 낮과 밤을 구분하는 두 가지 색의 Super-LumiNova X1을 적용했다. 낮 시간은 파란색, 밤 시간은 주황색으로 빛난다.
앞면 사파이어 크리스털에는 MING Polar White 야광 소재를 채운 12시간 인덱스를 레이저로 가공했다. 인덱스를 일반적인 다이얼 표면에 인쇄하거나 부착하지 않고 크리스털에 배치해 떠 있는 듯한 구조를 만들었다.
다층 다이얼과 레이저 가공 크리스털은 시간을 읽는 기능과 브랜드를 식별하는 외관을 동시에 담당한다. 같은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라도 다이얼과 인덱스, 야광 색상에서 제품을 구분할 수 있다. 무브먼트 공급업체가 아니라 MING의 이름으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다.
다층 구조는 생산 난도도 높인다. 각각의 무늬와 24시간 표시가 정확히 맞아야 하고, 야광 소재의 색과 도포 상태도 일정해야 한다. 부품 수와 검사 항목이 늘어나면 불량 발생 가능성과 재작업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디자인 차별화가 강해질수록 생산 효율과 품질관리 사이의 조정이 필요해진다.
9개 부품의 러그가 만드는 가격과 부담
316L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는 세 단계로 나뉜 러그가 결합된다. 러그에만 9개 부품이 들어가며 인접한 면에는 브러시 마감과 거울광택을 다르게 적용했다. 하나의 금속 덩어리를 단순 가공하는 방식보다 부품 제작과 표면 마감, 조립 단계가 늘어난다.
스테인리스스틸은 희귀한 귀금속이 아니다. 57.05 Comet의 가격을 소재 중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9개 부품을 각각 가공하고 서로 다른 표면을 마감한 뒤 일정한 간격으로 조립하는 공정이 부가가치를 만든다.
복잡한 러그는 생산비만 높이지 않는다. 조립 과정에서 흠집이나 단차가 생기면 재작업이 필요하고, 부품 하나의 불량이 완성품 전체의 납기를 늦출 수 있다. 수리 과정에서도 구조에 맞는 부품과 작업 절차가 필요하다. 시각적 차별화를 위해 늘린 부품 수가 생산성과 유지비에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MING은 금이나 플래티넘 대신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하면서 소재비보다 가공과 마감에 가격의 근거를 뒀다. 소비자가 소재의 희소성보다 설계와 제작 난도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기술 투자와 7000스위스프랑대 가격의 간격
57.05 Comet의 가격은 무브먼트 원가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해지는 단순 구조가 아니다. Sellita 기반 무브먼트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줄이고, 절감한 부담을 DST 베젤과 다층 다이얼, 사파이어 인덱스, 9피스 러그에 배분했다. 검증된 기반 기술과 소량 맞춤 생산을 결합해 제품의 식별성을 높였다.
외부 무브먼트는 생산 안정성과 정비 접근성에서 유리하지만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주는 상징성은 약하다. 독자 베젤과 케이스는 해당 간격을 메우지만 부품 수와 조립 난도, 품질관리 비용을 높인다. 특허 출원은 모방을 막을 가능성을 더하지만 등록 전까지 권리 범위는 확정되지 않는다.
200개 한정 생산에서는 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는 판매 수량도 200개로 제한된다. DST 기술을 후속 모델에 적용하면 개발비를 더 넓게 나눌 수 있고, 57.05 Comet에만 사용하면 한정판의 희소성은 커지는 대신 회수 범위는 좁아진다.
57.05 Comet은 무브먼트 전체를 소유하는 대신 소비자가 만지고 보는 부분을 소유하는 전략에 가깝다. 8~12주 뒤 제품 배송이 시작되면 2년 보증 기간도 함께 움직인다. 베젤의 반복 작동과 다층 표시의 품질, 복잡한 러그의 내구성은 개발비가 브랜드 가치로 남을지 보증 비용으로 돌아올지를 가르는 생산 지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