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경제③] 스위스 생산·말레이시아 설계, MING의 9년 성장 구조

공장 소유 대신 전문업체와 국제 분업 선택…100개 월드타이머에서 200개 57.05 Comet으로 넓힌 독립 시계 사업

2026-08-29     박인경 기자
MING Solves Daylight Saving Time With Its Ninth-Anniversary Worldtimer. 사진=M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MING 57.05 Comet은 스위스에서 생산·조립되고 말레이시아에서 디자인·엔지니어링·최종 품질관리를 거친다. 무브먼트는 스위스 업체 Sellita의 기반 기술을 사용하고, 가죽 스트랩은 프랑스 Jean Rousseau Paris가 제작한다. 가격은 스위스프랑으로 표시되며 주문은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식 웹사이트에서 받는다.

하나의 시계에 스위스와 말레이시아, 프랑스의 생산 기능이 결합됐다. MING이 모든 시설과 인력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분야별 전문업체와 기존 산업 기반을 연결한 결과다. 초기 설비투자와 상시 고정비를 줄일 수 있지만 외주 단가와 생산 일정, 환율, 부품 이동, 품질관리를 함께 다뤄야 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2017년 첫 제품을 내놓은 MING은 9년 만에 다섯 번째 디자인 세대와 세 번째 월드타이머 계열을 선보였다. 100개 한정으로 제작했던 29.01 Worldtimer보다 57.05 Comet의 생산량을 두 배 많은 200개로 늘렸다. 자체 생산시설을 대규모로 확장하기보다 기존 협력망 안에서 제품 수와 가격대를 넓히는 성장 방식이다.

라쇼드퐁과 쿠알라룸푸르로 나눈 기능

MING은 스위스 라쇼드퐁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거점을 두고 있다. 생산과 조립은 스위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최종 품질관리는 말레이시아가 맡는다. 스위스 법인 Horologer MING SA가 브랜드를 운영한다.

스위스 생산은 시계산업의 부품업체와 조립 기술, 전문 인력에 접근하기 유리하다. 무브먼트와 케이스, 다이얼처럼 전문 공정이 필요한 부품을 자체 공장 없이 조달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 생산·조립했다는 원산지 가치도 판매 가격을 지탱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제품의 형태와 기능을 설계하고 완성품의 품질을 최종적으로 관리한다. 디자인 권한과 출고 기준을 브랜드 내부에 남겨 외주 생산 제품이 공급업체의 표준 사양에 머무는 것을 막는 구성이다.

생산과 품질관리 기능이 다른 국가에 놓이면 이동 비용과 관리 단계가 늘어난다. 설계 변경이나 부품 불량이 발생했을 때 스위스 공급업체와 말레이시아 품질관리 조직 사이의 조정도 필요하다. 국제 분업으로 줄인 설비 부담이 물류와 소통, 검사 비용으로 일부 이동한다.

57.05 Comet은 지름 40㎜, 두께 10.33㎜의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9개 부품으로 만든 러그를 사용한다. 다층 래스터 다이얼과 레이저 가공 사파이어 크리스털, 움직이는 DST 베젤도 들어간다.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생산망에서는 부품 하나의 지연이 전체 조립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8~12주의 배송 기간에는 부품 조달과 조립, 최종 품질관리, 국제배송이 모두 포함된다.

공장 없는 브랜드가 줄이는 비용

무브먼트 공장을 새로 세우려면 설계 인력과 정밀 가공설비, 조립 공간, 시험장비, 재고, 유지보수 조직이 필요하다. 연간 생산량이 많지 않은 독립 브랜드에는 판매량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고정비가 무겁다.

MING은 Sellita를 비롯한 전문업체의 생산 기반을 이용한다. 필요한 수량을 발주하고 MING 전용 사양을 더하는 방식으로 설비투자 일부를 구매 단가로 전환한다. 제품 판매가 줄면 발주 물량을 조정할 수 있어 자체 공장보다 고정비 부담이 작다.

외부 조달은 생산량이 적을 때 유리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조건이 달라진다. 발주 물량이 늘어날수록 외부 업체에 지급하는 단가도 누적된다. 생산 일정은 협력업체의 설비 가동률과 다른 고객사의 주문에도 영향을 받는다. 핵심 부품 공급이 늦어지면 브랜드가 주문을 확보하고도 배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교섭력도 제한된다. 부품 가격 인상이나 최소 주문량 변경, 생산 중단이 완제품 가격과 납기에 반영될 수 있다. 새로운 공급업체로 바꾸면 시제품 제작과 품질시험을 다시 거쳐야 한다.

MING은 생산설비를 직접 소유하는 대신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품질 기준, 고객 관계를 내부 자산으로 쌓았다. 공장과 기계를 늘리는 성장보다 제품 설계와 브랜드 식별성을 강화하는 데 자금을 배분한 셈이다.

전문업체 이름도 제품 가격의 일부

57.05 Comet의 가죽 스트랩은 Jean Rousseau Paris가 제작한다. 무브먼트에는 Sellita for MING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품업체를 감추지 않고 제품 사양에 드러내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MING이라는 브랜드뿐 아니라 무브먼트와 스트랩을 만든 업체의 기술과 평판도 함께 구매한다. 신생 독립 브랜드가 모든 생산 이력을 자체적으로 축적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외부 전문업체의 경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

협력업체의 이름은 공급 비용과 함께 따라온다. 수작업 비중이 높은 스트랩, 소량 주문 무브먼트, 특수 마감 부품은 범용 대량생산품보다 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 스위스프랑과 유로, 말레이시아 링깃 등 여러 통화로 비용이 발생하면 환율 변화도 원가에 영향을 준다.

MING은 완제품 가격을 스위스프랑으로 표시한다. 판매 통화를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하면 국가별 가격을 따로 관리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원화나 달러, 유로 가치가 스위스프랑에 비해 떨어지면 해당 국가 소비자의 구매비용은 높아진다. 환율이 판매 지역별 수요를 다르게 움직이는 구조다.

온라인 직접판매로 세계 수요 한곳에 집중

57.05 Comet의 주문 접수 시각은 2026년 8월 27일 오후 1시(GMT)로 설정됐다. 국가별 대리점에 물량을 배분하는 대신 세계 소비자가 같은 시각에 공식 웹사이트로 접속하는 방식이다.

직접판매는 도매업체와 소매점에 나눠줄 유통 마진을 줄인다. 국가별 판매처에 제품을 미리 보내 보관할 필요도 작아진다. 200개라는 적은 수량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면 특정 국가에서는 재고가 남고 다른 국가에서는 물량이 부족해지는 불균형도 줄일 수 있다.

브랜드가 판매 과정을 직접 맡으면 구매자의 국가와 제품 선택, 스트랩 규격 같은 주문 정보가 내부에 쌓인다. 후속 제품의 생산량과 사양을 정할 때 유통업체의 주문량이 아니라 최종 구매자의 선택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매장을 통하지 않는 구조는 소비자가 제품을 손목에 올려보지 못한 채 수천 스위스프랑을 결제하게 만든다. 사진과 제품 설명, 이전 구매 경험, 브랜드 평판이 매장과 판매직원의 역할을 대신한다. 2017년부터 축적된 제품 이력과 기존 고객층이 직접판매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배송과 보험, 반품, 보증수리는 MING이 맡는다. 유통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비용이 모두 이익으로 남지는 않는다. 제품 수가 늘어날수록 고객 문의와 주소 변경, 통관, 배송 지연, 수리 요청을 처리할 운영 인력도 필요해진다.

MING Solves Daylight Saving Time With Its Ninth-Anniversary Worldtimer. 사진=M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00개에서 200개로 넓어진 월드타이머

MING은 2019년 19.02 Worldtimer를 선보였고 뒤이어 29.01 Worldtimer를 100개 한정으로 제작했다. 57.05 Comet은 200개 한정으로 생산된다. MING은 57.05를 자사 월드타이머 가운데 가장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 놓았다.

29.01은 Grade 5 티타늄 케이스와 독자적인 회전 다이얼 구조를 사용한 100개짜리 제품이었다. 57.05는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와 Sellita 기반 Calibre 330.M2를 채택하면서 생산 수량을 두 배로 늘렸다. 고가·극소량 제품에서 쌓은 세계시간 시계의 이미지를 더 넓은 구매층으로 옮기는 구성이 마련됐다.

생산량이 두 배로 늘었다고 사업 규모가 자동으로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별 판매가와 제조원가, 부품 구성, 유통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57.05 Comet은 가죽형 6950스위스프랑과 Polymesh형 7950스위스프랑으로 나눠 판매한다. 200개 전량 판매를 전제로 한 소비자 판매가 합계는 139만~159만 스위스프랑이다.

가격대를 낮추고 수량을 늘리면 처음 MING을 구매하는 고객이 들어올 여지가 커진다. 기존 고객에게는 9주년 모델과 새로운 DST 기능이 다시 구매할 이유를 제공한다.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을 같은 200개 안에서 받는 구조다.

생산량 확대에는 브랜드 희소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따른다. 수량을 지나치게 늘리면 한정판의 긴장감이 약해지고 재고 부담이 커진다. 지나치게 적게 만들면 판매 기회를 놓치고 신규 고객이 들어올 통로도 좁아진다. 100개에서 200개로의 변화는 희소성을 유지하면서 고객 기반을 넓히려는 수량 조정으로 읽힌다.

독립 시계 브랜드가 축적하는 무형자산

MING이 9년 동안 축적한 자산은 생산설비보다 디자인 언어와 제품 이력, 공급업체 관계, 고객 신뢰에 가깝다. 57.05 Comet에는 다섯 번째 세대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세 단계로 나뉜 러그, 크리스털에 새긴 야광 인덱스, 빛에 따라 달라지는 다층 다이얼은 모델이 바뀌어도 브랜드를 식별하게 하는 요소다.

디자인 요소를 여러 제품에 이어 쓰면 초기 개발비를 후속 제품에도 나눌 수 있다. 소비자는 새로운 모델을 처음 보더라도 MING 제품임을 알아볼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신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협력업체와의 거래 이력도 무형자산으로 남는다. 소량 생산을 안정적으로 맡길 업체를 찾고 품질 기준을 맞추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복 거래를 통해 부품 사양과 검사 기준이 정리되면 새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시작하기 쉬워진다.

고객 관계는 온라인 직접판매와 결합한다. 과거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신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주문을 공식 웹사이트로 다시 모을 수 있다. 독립 브랜드가 대규모 광고와 세계 소매망 없이도 한정판을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이다.

8~12주 뒤 시작되는 다음 비용

57.05 Comet 200개는 스위스 생산과 말레이시아 품질관리, 국제 온라인 판매를 거쳐 구매자에게 전달된다. 주문 이후 배송까지 제시된 기간은 8~12주다. 제품이 출고되면 국제배송과 통관, 반품, 2년 보증에 따른 비용이 이어진다.

한정판 사업은 주문 접수로 끝나지 않는다. 생산량을 200개로 제한해 재고 범위를 통제하더라도 납기와 품질, 수리 부품 공급은 제품 수명 동안 남는다. 외부 업체가 만든 부품을 사용해도 완성품에 대한 책임은 MING 브랜드에 귀속된다.

스위스 생산과 말레이시아 설계, 전문업체 조달, 온라인 직접판매는 MING이 9년 동안 구축한 사업 구조를 압축한다. 대규모 공장을 갖추지 않고도 7000스위스프랑 안팎의 시계를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구조다. 고정비를 줄인 자리에는 외주 단가와 환율, 납기, 품질관리 비용이 들어섰다.

57.05 Comet의 200개 생산은 100개짜리 월드타이머에서 한 단계 넓어진 규모다. 8~12주 동안 스위스 조립과 말레이시아 최종 품질관리, 국제배송이 이어지고 이후 2년의 보증 기간이 시작된다. MING의 다음 성장 폭은 공장 면적보다 같은 생산망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량과 품질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