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14억원 공제 논란…‘똘똘한 한 채’에 다시 기운 부동산 세제

초고가·다주택 부담 높이면서 시가 20억~30억원 1주택은 감세…거주 여부·주택 수·보유가액 뒤섞인 과세체계 도마

2026-08-27     임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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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공시가격 14억원짜리 주택 한 채를 가진 가구는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는다. 시가로 환산하면 약 20억원에 이르는 주택이다. 시가 30억원대 실거주 주택도 세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일부 세율을 올려 종부세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고가 1주택자의 과세 문턱은 오히려 높아진다. 초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게 부담을 더 지우면서 그 아래 가격대의 1주택에는 감세가 적용되는 구조다.

부동산 세제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다주택 규제에서 고가 1주택 과세로 옮겨붙었다.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린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 거주·비거주 구분을 완화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다. 주택 수보다 가액에 따라 과세한다는 정부 방침과 1주택자 특례 확대가 한 개편안 안에서 충돌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차규근·김선민·서왕진·신장식·황운하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주거권네트워크·참여연대·포용재정포럼과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공제액 상향 재검토를 요구했다. 논란의 초점은 세율 자체보다 과세 대상을 가르는 기준에 맞춰졌다. 같은 가액의 부동산에는 비슷한 세 부담을 지운다는 원칙을 세울 것인지, 1주택과 실거주에 별도의 보호선을 둘 것인지를 놓고 부동산 세제의 방향이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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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원에서 14억원으로…세율보다 큰 공제의 효과

세금은 세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전에 얼마를 빼주는지, 공시가격에 어떤 비율을 적용하는지, 보유기간과 연령에 따른 세액공제를 얼마나 인정하는지가 실제 납부액을 좌우한다. 정부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정상화와 일부 세율 인상을 담았지만,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2억원 올렸다. 세율 인상과 공제 확대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차규근 의원은 공제 기준을 14억원으로 높이면 전국 7만5803호, 서울 5만6870호가 기존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고 밝혔다. 종부세가 전체 주택 소유자의 약 3%, 1세대 1주택자의 약 1%에게 부과되는 상황에서 과세 범위를 다시 좁히는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한창민 의원이 제시한 분석에서는 1세대 1주택 종부세 대상자의 82%가 평균 42만원의 감세 혜택을 받고, 24%는 과세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가격이 높은 주택이 밀집한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가 공제 확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가격대별 세액 변화는 개편안의 성격을 더 뚜렷하게 드러낸다. 김현동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종부세 28만원을 내던 시가 20억원 수준의 1주택이 비과세로 전환되고, 시가 30억원대 실거주 1주택의 세액은 16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시가 40억원에 이르러서야 실효세율이 0.25%에서 0.28%로 소폭 상승한다는 계산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고 세율을 조정했다는 사실만으로 보유세 강화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고가 구간의 부담은 커지지만 시가 20억~30억원대에서는 비과세 또는 감세가 발생한다. 정혜경 의원은 세율 인상 등은 종부세 정상화에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7만호 이상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공제 확대가 개편 효과를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발표된 과세 제외 주택 수와 가격대별 예상 세액은 의원과 시민단체·학계 관계자들이 이날 제시한 분석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연령·보유기간별 세액공제 조건에 따라 개별 납세자의 실제 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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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액 과세 내걸고 1주택 특례 확대…서로 다른 원칙의 충돌

정부는 다주택 여부보다 보유 부동산의 가액을 중심으로 세 부담을 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주택 두 채의 합산 가격이 한 채의 고가주택보다 낮은데도 다주택이라는 이유로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불균형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자산가치와 납세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주택 수에 따른 차등을 줄이는 조정에는 일정한 논리가 있다.

1주택 기본공제 확대는 같은 논리를 거꾸로 흔든다. 공시가격 합계가 같더라도 한 채로 보유하면 더 큰 공제를 받고, 여러 채로 나누어 보유하면 더 무거운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수 기준을 완화하면서 다른 조항에서는 1주택자 혜택을 넓히면 실제 세액 격차가 다시 벌어진다.

김현동 실행위원은 세율 체계를 가액 중심으로 바꾸더라도 기본공제액과 공정시장가액비율에서 주택 수에 따른 차이를 확대하면 최종 세액은 정책 목표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제도의 명목상 기준과 납세고지서에 찍히는 금액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구조다.

1주택자 우대는 주거 목적의 보유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2008년 이후 추가공제와 세액공제가 도입됐고 고령자·장기보유자 혜택도 더해졌다. 그러나 1주택의 가격 상한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무주택 가구와 저가주택 보유자, 시가 20억~30억원대 주택 소유자를 모두 같은 ‘1주택 실수요자’ 범주로 묶으면 자산 규모에 따른 납세 능력의 차이가 세제에서 희미해진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은 교통·학교·도로·공공서비스 등 사회적 투자가 주택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높은 부동산 가치를 보유한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주 사정과 주택 수를 일일이 구분하기보다 자산가치를 과세의 중심에 놓자는 주장이다.

“나라 팔아먹는 매국노”… 조국혁신당, 한덕수에 탄핵 최후통첩 사진=2025 03.29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 대표 대행  국회 유튜브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실거주 보호와 투자수요 억제 사이에 놓인 비거주 1주택

거주 여부에 따른 차등 과세는 공제액 인상보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안고 있다. 정부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혜택을 확대하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부담을 일부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후 당정 논의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에게 현행 12억원 또는 실거주자와 같은 14억원의 공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거주 우대에는 주거 안정이라는 명분이 있다.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고령자나 장기 거주자가 집값 상승만으로 세 부담을 크게 떠안는 상황을 완화할 수 있다. 비거주 고가주택의 부담을 높이면 임대수익이나 양도차익을 겨냥한 투자 보유와 실제 생활 근거지로서의 주택도 구분할 수 있다.

정세은 포용재정포럼 운영위원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 방식의 기대수익을 낮추려면 비거주 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1주택이라도 직접 사는 주택과 임대수익·양도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한 고가주택을 동일하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다.

반대편에는 임대차시장 불안 우려가 놓여 있다. 비거주 1주택의 세 부담이 커지면 집주인이 임대주택을 처분하거나 실거주로 전환해 전월세 물량이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은 2024년 기준 전체 가구의 53.4%가 전·월세 등 임차 형태로 거주한다. 공급 감소가 현실화하면 보유세 인상이 임대료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세제와 임대차시장의 연결고리는 주장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비거주 주택이 전체 임대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세 부담 변화에 따른 매도와 실거주 전환 규모, 지역별 자가점유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 김현동 실행위원은 정부가 객관적인 자료로 전월세시장 영향을 검증한 뒤 공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임대료 전가 가능성을 보유세 완화의 근거로 삼기보다 임차인 보호 제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인의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간다면 임대료 상승 억제와 거주기간 보호,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유세와 임대차 정책을 분리한 채 어느 한쪽만 조정하면 집을 소유한 계층과 빌려 사는 계층 사이의 부담 배분은 달라지기 어렵다.

용혜인 의원의 시위는 MZ세대에게 '보여주는 정치'가 아닌 '존재하는 정치'로 다가갔다./사진=용혜인 국회의원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집값이 오르면 공제도 오른다는 기대

종부세 기본공제는 세 부담뿐 아니라 주택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집값 상승 때마다 과세 기준이 함께 높아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비과세 구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주택의 투자 매력은 유지된다. 지방의 주택 여러 채를 처분하고 서울의 고가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선택도 세제상 유리해질 수 있다.

정세은 운영위원은 공시가격 14억원, 시가 약 20억원 수준의 주택까지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 구조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가격이 과세 기준을 넘어설 때마다 정부가 공제액을 다시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보유세가 가격 상승 기대를 낮추는 기능도 약해진다.

세 부담의 절대액보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정하는 비과세 경계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납세자는 현재 세액만 계산하지 않는다. 향후 집값이 올랐을 때 보유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세 부담이 커지면 정치권이 다시 완화할지를 함께 판단한다. 공제 기준이 가격 상승을 따라 움직이면 고가주택을 계속 보유해도 부담이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가 남는다.

초고가주택의 세율을 올리면서 바로 아래 가격대의 부담을 낮추는 방식도 수요 이동을 낳을 수 있다. 가장 높은 가격대의 수요가 감세 구간으로 내려오면 시가 20억~30억원대 주택의 가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세율 인상 대상만 놓고 정책 효과를 평가하기보다 비과세 경계 주변에서 나타날 거래와 가격 변화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용혜인 의원은 보유세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큰 서울 강남·서초 지역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실거주 주택의 부담이 낮아진 서울·수도권 공동주택에서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별 가격 변동과 세제개편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조사 기간과 세부 통계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보유할 때는 감세, 팔 때도 완화…흐려지는 정책 목적

양도소득세 개편까지 더하면 부동산 세제의 방향은 한층 복잡해진다. 보유세를 올려 장기 보유의 비용을 높이면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방식은 시장에 매물을 유도할 수 있다. 보유 부담이 실제로 증가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작동하는 조합이다.

정부안에서는 모든 가격대의 보유세가 오르지 않는다. 일부 초고가·다주택 구간은 늘지만 시가 20억~30억원대 1주택은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세가 낮아지는 구간까지 양도세 완화가 함께 적용되면 매도 유도라는 정책 근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김현동 실행위원은 양도세 한시 완화가 보유세 인상 전인 올해와 일부 인상이 시작되는 내년에도 적용돼 사실상 다주택자 중과 유예의 연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9년 양도세 중과세율이 환원될 때 종부세가 오른 구간과 내려간 구간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정리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보유세와 거래세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보유 부담은 낮고 처분 단계의 세금만 높으면 소유자가 매물을 거둬들이는 동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낮추면 부동산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감세가 된다. 보유세를 높이고 일정 기간 거래세를 낮추는 조합은 매도 선택을 유도할 수 있지만, 적용 대상과 기간이 정확히 맞물려야 한다.

이번 개편안은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과세 기준을 옮기고, 실거주를 보호하며, 초고가·다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높이고, 시장에는 매물을 공급한다는 여러 목표를 한꺼번에 담았다. 목표마다 사용하는 공제와 세율, 거주 기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세제의 일관성이 약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 세법 심의에서는 1세대 1주택 기본공제 14억원과 비거주 주택의 공제 기준이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공제액 인상으로 과세 대상에서 빠지는 주택의 지역별 분포, 비거주 주택이 임대차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 가격대별 실효세율, 양도세 완화에 따른 매물 변화가 판단 근거가 된다. 고가 1주택을 어디까지 실수요로 보호할지에 따라 종부세 정상화의 범위와 부동산시장에 전달되는 신호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