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F1 시계②] 싱가포르 난초를 입은 F1 시계, 개최지도 브랜드 자산으로

국화 반다 미스 조아킴에서 가져온 보라색…야간 그랑프리 앞두고 페트로나스 그린과 결합

2026-09-01     김상기 기자

[KtN 김상기기자]싱가포르의 국화가 F1 팀 워치의 다이얼 색상이 됐다. IWC 샤프하우젠(IWC Schaffhausen)은 새 Pilot’s Watch Chronograph 41 Mercedes-AMG PETRONAS Formula One™ Team에 짙은 보라색을 적용했다. 싱가포르에서 처음 교배된 난초 반다 미스 조아킴(Vanda Miss Joaquim·학명 Papilionanthe Miss Joaquim)의 색에서 가져왔다.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에 따르면 반다 미스 조아킴은 1893년 아그네스 조아킴(Agnes Joaquim)이 두 난초를 교배해 만든 싱가포르 최초의 난초 교잡종이다. 40종의 후보 가운데 선명한 색과 강한 생명력, 사계절 꽃을 피우는 특성을 인정받아 1981년 싱가포르 국화로 선정됐다.

IWC는 싱가포르 그랑프리를 앞두고 국화의 색을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시계에 넣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와 독일 자동차 계열 F1 팀이 동남아시아 개최 도시의 식물을 제품 서사로 끌어들인 구성이다. 경주가 열리는 장소는 일정표의 도시를 넘어 다이얼 색상과 판매 명분을 만드는 브랜드 자산이 됐다.

IWC 파일럿 워치에 처음 들어간 짙은 보라색

IW388121의 다이얼은 청색이나 자주색에 가까운 어두운 보라색이다. 숫자와 인덱스에는 메르세데스 F1 팀을 상징하는 페트로나스 그린을 사용했다. 시침과 분침에도 같은 색상의 야광 코팅을 적용했다. 스트랩은 다이얼과 맞춘 보라색 고무로 제작했다.

IWC’s New Pilot’s Watch for the Mercedes AMG PETRONAS Formula One™ Team Blooms in Purple. 사진=IWC,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IWC 파일럿 워치 컬렉션에 짙은 보라색 다이얼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기존 팀 워치가 검은색 다이얼과 페트로나스 그린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신제품은 보라색의 면적을 크게 넓혔다. 팀 고유의 색상은 숫자와 인덱스, 시곗바늘에 남겨 이전 제품과의 연결을 유지했다.

보라색은 단순히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한 색상이 아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라는 공개 시점과 반다 미스 조아킴이라는 설명이 결합되면서 특정 장소를 가리키게 됐다. 같은 시계를 다른 대회에 앞서 공개했다면 만들기 어려운 지역적 연관성이다.

메르세데스 F1 드라이버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Andrea “Kimi” Antonelli)는 보라색 계열 배경과 팀 유니폼 사이에 시계를 착용했다. 페트로나스 그린이 들어간 유니폼과 다이얼의 시간 표시가 연결되면서 팀 색상과 개최지 색상이 한 착장 안에 배치됐다.

세계 최초 F1 야간경기와 보라색 다이얼

2026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마리나베이 스트리트 서킷에서 열린다. 올해는 스프린트 일정도 포함됐다. 결승은 현지 야간에 치러진다.

싱가포르는 2008년 F1 역사상 처음으로 야간 그랑프리를 개최했다. 도심 도로를 경기장으로 바꾼 뒤 강한 인공조명 아래에서 경주를 진행한다. 경주차는 마리나베이의 고층 건물과 다리, 터널을 지나며 도심 야경 전체가 중계 영상의 배경으로 들어간다.

보라색 다이얼과 페트로나스 그린의 대비는 조명이 강한 야간 환경에서 더 선명해진다. 시곗바늘의 야광 코팅도 밤에 열리는 경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항공 계기판에서 출발한 파일럿 워치의 높은 판독성을 F1 야간경기의 색채와 결합한 방식이다.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고온다습한 기후와 도심 서킷의 좁은 폭, 야간 일정으로 F1 시즌에서도 까다로운 대회로 꼽힌다. IWC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반다 미스 조아킴의 특성을 F1 팀이 요구받는 내구성과 연결했다. 꽃의 색뿐 아니라 생육 특성까지 시계와 경주의 공통 언어로 사용했다.

난초와 F1 경주차 사이에 기술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반다 미스 조아킴은 제품의 기능을 높이는 소재나 설계가 아니라 색상과 이야기의 출처다. 개최 도시를 상징하는 꽃이 9200달러짜리 시계에 지역성을 부여한다.

국화에서 세계 판매 상품의 색으로

IWC’s New Pilot’s Watch for the Mercedes AMG PETRONAS Formula One™ Team Blooms in Purple. 사진=IWC,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반다 미스 조아킴의 꽃은 분홍색과 보라색 계열이 섞여 있다. 측면 꽃받침은 옅은 자주색에 가깝고 입술꽃잎에는 장밋빛 보라색과 주황색, 짙은 자주색 점이 함께 나타난다. IW388121은 여러 색 가운데 짙은 보라색을 골라 다이얼 전체에 적용했다.

다이얼에는 꽃의 형태나 식물 문양을 직접 새기지 않았다. 난초 그림을 넣은 기념 시계와 달리 색상만 가져오면서 기존 파일럿 워치의 계기판식 구성을 유지했다. 제품을 처음 보면 F1 팀 워치가 먼저 드러나고, 반다 미스 조아킴과의 연관성은 설명을 통해 전달된다.

국화의 색은 싱가포르 안에 머물지 않는다. IW388121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다. 구매자는 싱가포르를 방문하거나 그랑프리를 관람하지 않아도 반다 미스 조아킴에서 가져온 색상을 소유할 수 있다.

F1의 세계 순회 일정은 시계 브랜드에 도시별 제품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모나코는 항구와 왕실, 몬차는 이탈리아 모터스포츠, 라스베이거스는 야간 조명과 오락 산업을 연결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국화와 야간경기가 신제품을 구분하는 요소로 선택됐다.

경기 개최지는 단순한 판매 지역보다 넓은 역할을 맡는다. 도시의 식물과 야경, 기후, 서킷 환경이 글로벌 브랜드의 캠페인에 들어간다. 제품은 여러 국가에서 판매되지만 색상의 출처는 한 도시로 좁혀 소비자가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싱가포르의 상징을 사용한 주체는 IWC

반다 미스 조아킴은 1981년부터 싱가포르를 대표해 온 국가 상징이다. 국화 선정에는 생명력과 강인함, 싱가포르 정신을 나타낸다는 설명이 붙었다. IWC는 생명력과 대담함, 혁신이라는 표현을 메르세데스 F1 팀의 가치와 연결했다.

싱가포르 정부와 관광기관, 국립공원위원회가 시계 개발에 참여했다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기관과 정식 협업을 맺었거나 국화 사용과 관련해 별도 승인을 받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제품 판매 수익 일부가 싱가포르의 식물 보전이나 문화사업에 돌아간다는 계획도 공개되지 않았다.

IW388121에서 반다 미스 조아킴은 공동사업의 대상보다 브랜드가 선택한 색상 서사에 가깝다. 싱가포르의 국가 상징이 제품을 다른 팀 워치와 구분하고 그랑프리 공개 시점에 지역성을 더하는 역할을 맡았다.

문화적 상징을 세계 판매 상품에 활용할 때는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 IWC는 꽃의 이름과 싱가포르 국화라는 사실, 1893년 아그네스 조아킴이 교배했다는 내용을 제품 설명에 포함했다. 다만 난초의 역사와 싱가포르 사회에서 지닌 의미보다 강인함과 혁신처럼 F1 팀에 연결하기 쉬운 특성이 앞에 놓였다.

개최 도시를 기억하게 하는 41㎜ 다이얼

F1 팀과 시계 브랜드의 협업 제품은 경주차 색상이나 팀 로고를 반복하는 데 머물기 쉽다. IW388121은 페트로나스 그린을 유지하면서 싱가포르 국화의 보라색을 더해 특정 대회와 출시 시점을 구분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가 끝나도 제품은 판매된다. 다이얼의 보라색에는 2026년 경기 일정과 야간 서킷, 반다 미스 조아킴을 연결한 상품 이야기가 남는다. 한 차례의 경주가 장기간 판매할 시계에 시간과 장소를 부여한 셈이다.

9200달러의 판매가격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Grade 5 티타늄 케이스와 자체 제작 69385 칼리버뿐 아니라 메르세데스 F1 팀과 싱가포르라는 이름도 포함된다. 제품 기능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같지만 보라색의 의미는 마리나베이에서 열리는 야간경기를 향한다.

10월 9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는 보라색 팀 워치와 같은 색상의 홍보물이 집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 출시 행사와 판매 계획, 싱가포르 기관과의 협력 여부는 확인 필요하다. 경기 이후에도 반다 미스 조아킴의 이름이 제품 설명에 유지되는 만큼 개최 도시의 문화적 상징이 세계 판매 상품에 사용되는 범위도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