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타이머①] 160년 전 스톱워치를 다시 꺼낸 티파니

1866년 Timing Watch에서 2026년 티타늄 크로노그래프까지…보석 브랜드가 시계 역사를 현재 상품으로 복원

2026-08-31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1866년 티파니앤코(Tiffany & Co.)는 과학과 스포츠 현장에서 짧은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Tiffany & Co. Timing Watch를 선보였다. 티파니가 미국 최초의 스톱워치로 소개하는 제품이다. 2년 뒤 Tiffany Timer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시됐다.

160년이 지난 2026년, Tiffany Timer가 손목시계로 돌아왔다. 새 Navy Blue Timer Chronograph는 Grade 5 티타늄 케이스와 950 플래티넘 베젤, Zenith El Primero 400 무브먼트를 결합했다. 전 세계에서 100개만 제작하며 미국 가격은 2만8000달러다. 주문은 9월부터 티파니 매장에서 받는다.

19세기의 원형을 그대로 복제한 제품은 아니다. 회중시계 형태였던 스톱워치를 40㎜ 자동 크로노그래프로 바꾸고 네이비 블루 다이얼과 악어가죽 스트랩을 적용했다. 티파니가 현재 제품에 옮긴 대상은 1866년 시계의 외형보다 시간을 측정해 온 브랜드의 기록이다.

‘최초의 크로노그래프’보다 정확한 역사

Tiffany & Co. Timing Watch를 설명할 때는 크로노그래프와 스톱워치의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 크로노그래프는 현재 시각을 표시하면서 별도의 경과시간을 측정하는 시계를 뜻한다. 스톱워치는 경과시간 측정에 기능을 집중한 기구다.

1866년 제품은 티파니가 세계 최초로 만든 크로노그래프가 아니다. 티파니도 ‘세계 최초’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등장한 스톱워치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다. 브랜드 연혁에서는 미국 최초의 스톱워치라는 위치를 부여했다.

‘티파니 최초’와 ‘세계 최초’도 다르다. 160주년은 세계 크로노그래프 역사의 시작이 아니라 1866년 티파니가 Timing Watch를 내놓은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신제품의 의미를 과장하지 않으려면 티파니가 시간 측정 시계 시장에 진입한 지 160년이 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찰스 루이스 티파니(Charles Lewis Tiffany)는 1847년 뉴욕 브로드웨이의 두 번째 매장에서 미국과 유럽산 시계 판매를 시작했다. 1851년에는 미국에서 파텍필립(Patek Philippe) 시계를 취급했으며 1868년 제네바에 첫 사무실과 매장을 열었다. 1874년에는 제네바 코르나뱅 광장에 시계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티파니의 시계 역사는 보석 매장 한쪽에서 완제품을 판매한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제네바 시설에서는 복잡한 달력 기능과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를 갖춘 시계도 제작했다. 무브먼트와 시간 설정 장치에 관한 특허도 확보했다. 19세기 후반 티파니가 시계 소매업자와 제작자의 역할을 함께 맡았던 시기다.

생산시설은 1878년 파텍필립에 매각됐다. 이후 티파니는 자체 케이스와 다이얼을 스위스 무브먼트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계 사업을 이어갔다. 새 Tiffany Timer에 Zenith 무브먼트를 사용한 구조도 19세기 말부터 이어진 역할 분담과 맞닿아 있다.

1866년 외형 대신 2026년 소재

Tiffany & Co. Reimagines Its Heritage With a Modern Titanium Timer Chronograph. 사진=Tiffany & C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새 Tiffany Timer의 케이스는 지름 40㎜, 두께 13.05㎜다. 본체에는 새틴 마감한 Grade 5 티타늄을 사용했다. 베젤은 광택을 낸 950 플래티넘으로 제작했다. 방수 성능은 10기압이다.

가벼운 티타늄과 밀도가 높은 귀금속 플래티넘을 한 케이스에 배치했다. 차가운 회색 계열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표면의 질감은 다르다. 케이스 본체는 빛을 눌러 반사하고 베젤은 광택을 강조한다. 소재의 무게와 표면 마감으로 경계를 나눈 구성이다.

다이얼에는 선레이 마감을 적용한 짙은 네이비 블루를 사용했다. 세 개의 크로노그래프 카운터와 바깥쪽 초 표시, 날짜창 주변에는 Tiffany Blue®를 제한적으로 넣었다. 다이얼 전체를 상징색으로 채우지 않고 경과시간을 읽는 부분에 색을 집중했다.

길게 뻗은 크로노그래프 푸셔는 케이스의 곡선을 따라 이어진다. 푸셔가 크라운 양옆을 감싸면서 충격을 막는 크라운 가드 역할도 맡는다. 크라운의 형태는 티파니를 대표하는 여섯 발 솔리테어 반지 세팅에서 가져왔다.

티파니 세팅(Tiffany® Setting)은 1886년 등장했다. 여섯 개의 프롱이 다이아몬드를 밴드 위로 들어 올려 빛을 더 많이 받도록 만든 구조다. 신제품은 1866년 Timing Watch뿐 아니라 1886년 주얼리 디자인까지 한 케이스에 넣었다. 타이머의 시간 측정 역사와 솔리테어 반지의 형태가 20년의 간격을 넘어 결합됐다.

19세기 제품과 직접 닮은 외형보다 티파니의 여러 시대를 한 시계에 모으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Timing Watch에서 이름과 160주년을 가져오고, 티파니 세팅에서 크라운을 만들었다. 다이얼에는 Tiffany Blue®를 넣고 케이스백에는 장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의 Bird on a Rock을 배치했다.

보석 브랜드가 다시 꺼낸 시계 제작사 기록

티파니는 다이아몬드와 약혼반지, Tiffany Blue Box®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계도 판매하지만 현재 브랜드 인지도에서 주얼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60주년 Tiffany Timer는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시계 제작 역사를 앞으로 끌어낸다.

시계 시장에서 역사와 연속성은 가격을 구성하는 자산이다. 오랜 기간 무브먼트를 개발하고 특정 모델을 이어 온 브랜드는 과거 제품과 현재 제품을 하나의 계보로 묶는다. 복각 시계와 기념 모델, 역사적 모델명을 다시 사용한 제품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배경이다.

티파니는 1866년 Timing Watch를 2026년 제품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과거 기록이 없다면 새 모델은 티타늄과 플래티넘을 섞고 Zenith 무브먼트를 넣은 한정판 크로노그래프에 그칠 수 있다. 160년이라는 시간이 더해지면서 제품은 티파니 시계 역사를 복원하는 기념물로 바뀐다.

복원된 역사가 곧 연속 생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Tiffany Timer가 1866년 이후 160년 동안 같은 형태와 무브먼트로 이어진 제품은 아니다. 생산이 중단된 기간과 다른 시계 컬렉션을 거쳐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현재 모델은 장기적인 제품 진화의 결과보다 기록 보관소에서 선택한 이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성격이 강하다.

티파니는 2020년대 들어 시계 사업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1965년 Bird on a Rock 브로치를 시계와 투르비용에 적용했고, HardWear와 Rope, Sixteen Stone 등 기존 주얼리의 형태도 손목시계로 옮겼다. Tiffany Timer는 주얼리 디자인에 더해 19세기 시간 측정 기록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티파니의 외형과 스위스의 무브먼트

새 Tiffany Timer의 내부에는 Zenith El Primero 400이 들어간다. 시간당 3만6000회 진동하는 자동 크로노그래프이며 파워리저브는 50시간이다. 티파니는 무브먼트를 제품에 맞게 변경하고 오픈워크 로터에 18K 옐로 골드 Bird on a Rock 장식을 올렸다.

160년 역사를 기념하는 제품이지만 1866년 무브먼트의 구조를 재현하지는 않았다. 현대 Zenith의 고진동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선택했다. 현재 사용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시계의 외형과 장식은 티파니가 맡는 방식이다.

티파니가 제네바 생산시설을 운영하던 기간에도 복잡한 시계를 만들었지만 1880년대 이후에는 자체 디자인한 케이스와 다이얼을 스위스 무브먼트와 결합해 왔다. El Primero 400을 사용한 신제품은 티파니가 오랫동안 취해 온 주얼리 디자인과 스위스 시계 기술의 결합을 다시 보여준다.

크로노그래프 기술의 출처가 Zenith라는 사실은 티파니의 160년 타이밍 역사를 바라보는 기준도 바꾼다. 티파니는 현대 무브먼트를 처음부터 독자 개발하는 대신 검증된 Zenith 칼리버를 가져왔다. 2026년 Tiffany Timer의 독자성은 무브먼트의 기본 구조보다 케이스와 다이얼, 크라운, 로터 장식에서 만들어진다.

100개로 제한한 역사 접근권

Navy Blue Timer Chronograph는 전 세계에서 100개만 제작된다. 한정 수량은 160주년을 기념하는 상품의 희소성을 높이지만 티파니 시계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소비자의 범위는 좁힌다. 미국 가격 2만8000달러도 일반적인 Tiffany 시계보다 높은 편이다.

티파니의 미국 판매 제품 가운데 스테인리스 스틸 Atlas 자동 시계는 5000달러대에 형성돼 있다. Tiffany Timer는 주얼리 워치와 고급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사이에 놓인다. 티타늄과 플래티넘, Zenith 무브먼트, 금으로 만든 Bird on a Rock, 100개 한정 생산이 가격을 구성한다.

한정판마다 개별 번호가 부여되는지는 확인 필요하다. 케이스백에는 100개 한정판이라는 문구가 들어가지만 각 제품을 구별하는 일련번호의 공개 방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구매 수량 제한과 국가별 배정 물량도 공개 전이다.

160주년이 지나면 Tiffany Timer가 정규 컬렉션으로 이어질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네이비 블루 모델이 일회성 기념 제품으로 끝나면 100개는 티파니 시계 역사에서 독립된 한정판으로 남는다. 후속 소재와 색상이 나오면 1866년 이름은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제품군의 기반이 된다.

티파니가 되살린 대상은 160년 전 스톱워치의 형태가 아니라 시간 측정 시계를 판매하고 제작했던 브랜드의 지위다. Grade 5 티타늄과 Zenith El Primero 400은 현재의 시계 기술을 담당하고, Tiffany Blue®와 솔리테어 크라운은 주얼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남긴다.

9월 판매가 시작되면 100개가 어느 시장에 배정되는지, 고객이 티파니의 역사와 Zenith의 기술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지가 드러날 전망이다. Tiffany Timer의 다음 제품이 이어질 경우 1866년의 기록은 한 차례 기념 문구를 넘어 티파니 크로노그래프 사업의 새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