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타이머③] 100개뿐인 티타늄 시계, Bird on a Rock은 뒤에 숨었다

가벼운 Grade 5 티타늄에 950 플래티넘과 18K 금 장식…2만8000달러를 만든 소재와 희소성

2026-09-02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Tiffany Timer의 가장 비싼 소재는 한곳에 모여 있지 않다. 지름 40㎜의 케이스 본체는 Grade 5 티타늄으로 만들고 베젤에는 950 플래티넘을 둘렀다. 시계를 뒤집으면 Zenith El Primero 400의 회전추 위에 18K 옐로 골드로 만든 새가 나타난다.

가벼운 금속과 무거운 귀금속, 기능 부품과 주얼리 장식을 한 시계에 겹쳤다. 소재가 지닌 물리적 특성만으로 구성한 제품이라기보다 티파니앤코(Tiffany & Co.)의 시계 기술과 주얼리 역사를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조합이다.

Navy Blue Timer Chronograph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8000달러다. 전 세계 생산량은 100개로 제한된다. Grade 5 티타늄의 착용감과 플래티넘의 귀금속 가치, Zenith의 크로노그래프 기술, 장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의 Bird on a Rock이 가격을 나눠 구성한다.

티타늄 본체에 플래티넘 베젤

케이스 본체에는 새틴 마감한 Grade 5 티타늄을 사용했다. 티타늄은 강도에 비해 밀도가 낮고 열과 부식에 강하다. Grade 5는 티타늄에 알루미늄과 바나듐을 더한 합금으로 항공우주와 의료기기, 모터스포츠, 고급 시계에 사용된다.

손목시계에서는 같은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무게 부담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땀과 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도 높은 내식성을 제공한다. Navy Blue Timer는 10기압 방수를 갖춰 일상적인 물 접촉까지 고려했다.

베젤은 950 플래티넘으로 만들었다. 950은 전체 합금 가운데 플래티넘의 비율이 95%라는 뜻이다. 플래티넘은 밀도가 높고 가공이 까다로운 귀금속이다. 티타늄보다 무겁고 가격도 높다.

가벼운 시계를 만들려는 목적만 있었다면 베젤까지 티타늄으로 통일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티파니는 케이스 본체의 무게를 줄이면서 얼굴에 해당하는 베젤에는 플래티넘을 남겼다. 착용감과 귀금속의 상징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선택이다.

두 소재는 색상이 비슷하지만 표면에서 차이가 난다. 티타늄 본체에는 새틴 마감을 적용해 빛의 반사를 낮췄다. 플래티넘 베젤은 광택을 내 다이얼 주변을 강조했다. 케이스와 베젤의 경계를 색보다 광택으로 구분한다.

플래티넘 사용량과 무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완제품의 총중량도 확인되지 않았다. 티타늄으로 줄인 무게 가운데 플래티넘 베젤이 어느 정도를 다시 더하는지는 수치로 비교하기 어렵다.

Tiffany & Co. Reimagines Its Heritage With a Modern Titanium Timer Chronograph. 사진=Tiffany & C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계 앞에서는 크로노그래프, 뒤에서는 주얼리

정면의 다이얼은 세 개의 카운터를 갖춘 전통적인 크로노그래프 구성이다. 짙은 네이비 블루 바탕에 Tiffany Blue®를 제한적으로 넣었다. 바깥쪽 초 표시와 각 카운터, 날짜창 주변에서 티파니의 상징색을 확인할 수 있다.

티파니를 대표하는 주얼리 디자인은 다이얼에 없다. Bird on a Rock은 투명한 사파이어 글라스 케이스백 안에 배치됐다. 시계를 손목에 찬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으며 벗어 뒤집어야 확인할 수 있다.

Bird on a Rock은 장 슐럼버제가 1965년 티파니를 위해 만든 브로치다. 새가 커다란 보석 위에 앉아 있는 형태로, 슐럼버제가 아시아와 카리브 지역을 여행하며 본 희귀 조류에서 영감을 얻었다. 티파니는 현재도 다이아몬드와 유색 보석을 사용한 브로치와 목걸이, 반지 등에 같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원형 브로치에서는 새가 보석 위에 앉는다. Tiffany Timer에서는 보석의 자리를 Zenith 무브먼트가 대신한다. 18K 옐로 골드로 만든 작은 새가 자동 무브먼트의 오픈워크 로터 위에 놓였다.

금 장식의 폭은 약 1.4㎝다. 부리와 날개, 꼬리의 형태를 작은 크기로 조각하고 손으로 광택을 냈다. 손목이 움직일 때 로터도 회전하기 때문에 새의 위치가 계속 달라진다. 멈춰 있는 브로치의 형태를 시계의 움직이는 부품으로 바꾼 것이다.

기능 부품 위에 올린 금 장식

로터는 자동 무브먼트의 태엽을 감는 부품이다.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회전하며 발생한 힘을 태엽통에 전달한다. 장식용 배경이 아니라 시계 작동에 직접 관여한다.

18K 금으로 만든 새를 로터 위에 올리려면 장식의 무게와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회전 균형이 맞지 않으면 태엽을 감는 효율과 부품 마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장식은 작아도 무브먼트의 기능과 무관한 부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금 장식을 포함한 로터의 전체 무게와 균형 조정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본 El Primero 400 로터와 비교해 와인딩 효율이 달라지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파워리저브는 50시간으로 일반 El Primero 400의 주요 사양과 같은 수준이다.

티파니는 Bird on a Rock을 정면에 배치해 제품을 쉽게 알아보게 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시계 소유자와 가까운 사람만 볼 수 있는 케이스백에 숨겼다. 외부에 브랜드를 크게 드러내기보다 기계식 시계를 벗어 살펴보는 경험에 주얼리 디자인을 넣은 구성이다.

숨겨진 장식은 수집품의 성격도 강화한다. 정면만 보면 네이비 블루 티타늄 크로노그래프로 읽히지만 뒤집으면 다른 브랜드가 쉽게 재현하기 어려운 티파니의 대표 디자인이 나타난다. Zenith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다른 시계와의 차이도 로터에서 가장 분명해진다.

2만8000달러 가운데 귀금속이 차지하는 범위

Navy Blue Timer는 티타늄 시계지만 2만8000달러라는 가격은 일반적인 경량 스포츠 시계보다 높다. 플래티넘 베젤과 18K 금 장식, Zenith El Primero 400, 100개 한정 생산이 함께 반영됐다.

가격을 귀금속의 시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플래티넘 베젤과 금으로 만든 새의 정확한 중량이 공개되지 않았고 시계 전체가 귀금속으로 제작된 것도 아니다. 재료비 외에 소형 금 조각과 로터 가공, 케이스 마감, 무브먼트 조정, 한정 생산 비용이 포함된다.

Bird on a Rock 브로치는 티파니의 주얼리 시장에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현재 플래티넘과 금, 터키석, 다이아몬드로 만든 브로치는 미국에서 12만5000달러에 판매된다. Tiffany Timer의 금 장식은 보석을 세팅한 브로치와 크기와 재료가 다르지만 대표 디자인의 이름을 시계 가격에 더한다.

티파니는 Bird on a Rock을 반지와 목걸이, 고급 시계, 투르비용으로 넓혀왔다. 새가 앉는 대상을 유색 보석에서 무브먼트로 바꾸면서 주얼리 고객과 기계식 시계 수집가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게 됐다.

2만8000달러에 구입하는 대상은 티타늄과 플래티넘의 원재료만이 아니다. 1965년 브로치 디자인을 움직이는 금 장식으로 바꾼 제작 방식과 100개 가운데 하나라는 생산 조건이 함께 포함된다.

100개 한정판이 만드는 두 가지 사용법

Tiffany Timer는 손목에 착용하도록 만든 시계다. 40㎜ 크기와 13.05㎜ 두께, 10기압 방수, 네이비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을 갖췄다. 티타늄 본체는 일상적인 착용에서 무게 부담을 줄인다.

100개 한정판이라는 조건은 사용 방식에 다른 기준을 더한다. 시계를 자주 착용하면 케이스와 베젤, 버클, 스트랩에 흔적이 남는다. 보존을 우선하면 외관은 지킬 수 있지만 티타늄을 사용해 착용감을 높인 의미는 줄어든다.

플래티넘은 스크래치가 생겨도 금속 일부가 떨어져 나가기보다 표면에서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반복해서 착용하면 광택을 낸 베젤에 특유의 사용 흔적이 쌓일 수 있다. 티타늄 본체와 플래티넘 베젤의 표면 변화도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악어가죽 스트랩은 교체가 필요한 소모품이다. 땀과 수분, 마찰에 따라 색이 변하거나 형태가 약해질 수 있다. 한정판의 전체 구성을 유지하려면 같은 색상과 규격의 정품 스트랩을 확보해야 한다.

전용 부품의 장기 공급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플래티넘 베젤과 티타늄 푸셔, 솔리테어 세팅을 닮은 크라운, 금으로 만든 Bird on a Rock 로터를 생산 종료 뒤에도 같은 사양으로 교체할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한정판 문구와 개별 번호의 차이

케이스백에는 100개 한정판이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전체 생산량이 100개라는 사실을 표시하지만 각 제품에 1번부터 100번까지 별도 번호를 부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00개 한정’과 ‘개별 번호 부여’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모든 제품에 동일한 한정판 문구만 새길 수도 있고, 각각 다른 번호를 표시할 수도 있다. 수집 시장에서는 개별 번호의 존재와 선호 번호 여부가 거래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가별 배정 물량과 고객 한 명당 구매 가능한 수량도 공개되지 않았다. 9월 티파니 매장에서 주문을 받지만 온라인 일반 판매 여부와 기존 고객 우선 배정, 예약금 조건은 확인 필요하다.

정품 인증서와 전용 포장, 구매 영수증의 구성도 중고 거래에서 중요해진다. 100개 한정판은 수량이 적어 위조품이나 부품 교체 제품을 구별할 수 있는 제조사의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보증기간과 중고 구매자에게 보증이 승계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정품이라는 사실과 무상수리를 받을 권리는 별개의 조건이다. 한정판 인증이 되더라도 최초 구매자에게만 보증이 적용된다면 다음 소유자는 수리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금으로 만든 새가 남기는 비용

El Primero 400은 오랜 기간 생산된 무브먼트 계열이어서 기본 부품의 정비 기반을 기대할 수 있다. Tiffany Timer 전용 로터는 사정이 다르다. 18K 금 장식과 오픈워크 구조가 결합돼 일반 Zenith 로터로 교체하면 시계의 수집 가치가 달라진다.

금으로 만든 새가 손상되거나 로터에서 분리됐을 때 복원 방식과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무브먼트 수리는 기계 기능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두지만 Bird on a Rock 로터는 금 세공과 표면 마감까지 복원해야 한다.

티타늄과 플래티넘을 함께 사용한 외장도 소재별 정비가 필요하다. 티타늄 케이스의 새틴 결을 복원하는 작업과 플래티넘 베젤의 광택을 다듬는 작업은 방식이 다르다. 과도한 연마는 원래 형태와 모서리를 바꿀 수 있어 한정판의 상태 평가에 영향을 준다.

100개 한정 생산은 판매 단계에서 희소성을 만들지만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부품 수량을 제한한다. 생산 종료 뒤에도 전용 부품을 충분히 보관하고 수리할 수 있는지가 장기적인 상품가치를 가른다.

Navy Blue Timer Chronograph는 가벼운 티타늄 시계에 귀금속을 덧붙인 제품이 아니다. 티타늄은 착용감을, 플래티넘은 베젤의 재료와 광택을, 18K 금은 티파니 주얼리의 정체성을 맡는다. Zenith 무브먼트는 세 소재가 시계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9월 주문이 시작되면 국가별 배정 물량과 개별 번호, 구매 제한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100개가 모두 판매된 뒤에는 최초 판매가격보다 전용 부품 공급과 정비 체계, Bird on a Rock 로터의 보존 상태가 중고 시장의 평가를 가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