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는 직원을 빠르게 했지만 회사를 바꾸지 못했다
생산성 향상 80%와 영업이익 기여 37%의 간극…기술 도입보다 더딘 조직 개편과 업무 재설계
[KtN 최기형기자]직원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한 뒤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AI가 영업이익(EBIT) 개선에 기여했다는 응답은 37%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의 5% 이상을 AI에서 얻고 상당한 기업가치를 창출한 고성과 기업은 전체의 6%였다.
맥킨지가 2026년 5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 97개국 기업 관계자 1719명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 조직의 89%가 적어도 한 개 업무에서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했다. 세 개 이상 업무에 AI를 투입한 조직도 56%에 달했다. 기업 현장에서 AI는 더 이상 낯선 신기술이 아니다. 사용 범위가 넓어진 속도에 비해 재무 성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았다.
80%, 37%, 6%로 좁아지는 숫자에는 기술보다 더디게 움직이는 조직의 시간이 담겨 있다.
생산성은 개인의 업무 시간에서 먼저 나타난다. 회의록 작성과 자료 요약, 문서 초안, 코드 생성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기업의 이익은 개인이 절약한 시간만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단축된 시간을 신규 고객 확보와 제품 개발에 배치하거나, 기존 업무 절차를 줄여 실제 비용을 낮춰야 손익계산서가 달라진다.
한 시간 걸리던 일을 30분 만에 끝내도 결재 단계가 그대로 남아 있고 수정 지시가 반복되면 조직 전체의 처리 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직원이 AI로 만든 초안을 상급자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고, 기존 보고서와 AI 산출물을 함께 제출하도록 요구하면 업무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AI 사용 횟수는 증가하지만 회의와 승인, 책임 배분 방식은 그대로인 조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고성과 기업과 나머지 기업의 격차도 업무 운영에서 벌어졌다. 고성과 기업의 약 4분의 3은 AI 도입과 함께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했다. 나머지 기업에서는 같은 응답이 약 4분의 1에 그쳤다. AI를 기존 업무 위에 추가한 조직과 기존 업무 자체를 줄이거나 바꾼 조직의 차이다.
투자 목적은 재무 성과의 방향까지 갈랐다. 효율 향상을 목표로 삼은 비율은 고성과 기업 78%, 나머지 기업 82%로 비슷했다. 성장을 목표로 내건 비율은 74%와 47%, 혁신에서는 65%와 49%였다. 비용 절감에만 집중한 기업보다 상품과 서비스, 수익 구조를 함께 바꾼 기업에서 높은 성과가 나왔다.
AI를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좁혀 보는 경영 전략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사람을 줄이면 단기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 줄어든 인력과 함께 고객 대응 능력, 품질 관리, 현장 지식까지 빠져나가면 장기 수익은 약해진다. AI가 아낀 시간을 어느 부문에 다시 투자할지 정하지 않은 감원은 생산성 향상을 비용 절감으로만 환산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구매 시장에서는 더 직접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조사 대상 조직의 32%가 AI 코딩 도구로 필요한 기능을 내부에서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소프트웨어 제품이나 기능 구매를 한 차례 이상 포기했다. 기술 기업은 41%, 의료 분야는 39%, 전문 서비스와 에너지·소재 분야는 각각 38%였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무거운 수치다. 경쟁 상대가 같은 업종의 다른 공급업체에서 고객사 내부 개발팀과 코딩 에이전트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러 기능을 묶어 사용자 수에 따라 비용을 받는 범용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필요한 기능만 직접 만드는 방식과 경쟁해야 한다. 실제 업무에 깊이 연결된 전문 기능과 보안, 유지·관리 능력이 부족한 제품부터 구매 목록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외부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는다고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체 개발에는 모델 이용료와 클라우드 비용, 보안 점검, 시스템 연동, 오류 수정,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응답자의 20%는 AI 운영비가 활용 확대를 막고 있다고 답했다. 기술업에서는 25%, 금융업에서는 24%였다.
정액으로 지급하던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사용량에 따라 변하는 연산비와 관리비로 옮겨가는 구조다. 구매 부서가 절감한 예산이 정보기술 부서의 클라우드 비용으로 넘어가면 회사 전체의 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내부에서 만든 기능이 늘어날수록 유지·보수 책임도 기업 안에 쌓인다. AI 자체 개발 능력이 곧 비용 경쟁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고용에서는 예상과 실제 사이의 간격이 더 컸다. 2025년 조사 당시 응답자의 32%가 앞으로 1년 동안 AI로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실제 인력 감소를 보고한 비율은 14%였다. 인원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66%였다.
감원 전망이 빗나갔는데도 향후 1년간 인력 감소를 예상한 비율은 2026년 39%로 높아졌다. AI로 대규모 일자리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은 매년 반복되지만 기업의 조직도는 기술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근로계약과 직무 체계, 업무 책임, 노동 규제, 현장 운영이 함께 얽혀 있어서다.
인원보다 먼저 달라진 것은 업무의 내용과 강도다. AI가 초안을 만들면 사람은 검토와 예외 처리, 최종 책임을 맡는다. 생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같은 시간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늘어날 수도 있다. 중간관리자와 일반 실무자의 47%가 AI 사용 과정에서 적어도 한 가지 부정적 영향을 경험했다. 경력 불안을 느낀 비율은 최고경영진 6%, 중간관리자 19%, 일반 실무자 18%였다.
경영진에게 AI는 투자와 효율의 언어로 다가온다. 실무자에게는 평가 기준과 업무량, 직무 존속의 문제로 이어진다. 같은 기술을 두고 조직의 위쪽과 아래쪽이 서로 다른 현실을 경험하는 셈이다. 생산성 수치가 높아질수록 절감된 시간을 누가 가져가고, 늘어난 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해진다.
기업의 60%는 앞으로 1년간 AI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정보통신기술 예산의 10% 이상을 AI에 쓰는 조직은 이미 28%에 이른다. 투자액 증가는 AI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기업에도 더 큰 압박으로 돌아온다. 도입 범위를 확대할수록 운영비와 보안 위험, 검증 책임도 함께 커진다.
AI 도입률 89%는 기술 확산의 숫자다. 생산성 향상 80%는 개인 업무의 변화를 나타낸다. 영업이익 기여 37%와 고성과 기업 6%는 기업 운영이 아직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AI 투자 경쟁의 다음 국면은 모델 성능이나 사용 인원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불필요한 결재를 줄이고, 절감된 시간을 성장 부문에 옮기며, 자체 개발 비용을 회사 전체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 자동화 이후에도 사람이 맡아야 할 판단과 책임에는 인력과 보상을 배정해야 한다.
직원을 빠르게 만드는 기술은 이미 널리 보급됐다. 빨라진 업무를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조직은 아직 6%에 머물러 있다. 2027년 기업 실적과 고용 통계에서는 늘어난 AI 예산이 업무 재설계와 신규 수익으로 이어졌는지, 운영비 증가와 업무 부담으로 남았는지가 수치로 드러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