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전환③] 기업 56%는 AI 보조 선택, 숙련도 저하 대응은 40%
CIO 절반 이상이 AI 역량과 보유 인력의 격차를 최대 부담으로 지목…자동화 확산 속 직무·교육·평가체계 재편
[KtN 전성진기자]최고정보책임자(CIO)의 51%가 빠르게 달라지는 인공지능(AI) 기술 수요와 기업이 보유한 인력 사이의 격차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기업의 56%는 AI로 직원을 대체하기보다 기존 인력의 업무 능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직원의 숙련도가 AI 사용 과정에서 약해지는 현상에 대비한 기업은 40%에 그쳤다.
AI를 활용할 인력은 부족하고, 대규모 교체보다 기존 직원과 AI의 협업을 택한 기업이 많지만 교육과 직무 재설계는 충분히 뒤따르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이 AI 이용권을 지급하고 업무 도구를 배포하는 단계를 넘어 사람과 자동화 시스템 사이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나눠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
AI는 반복 업무와 대량 처리를 빠르게 수행한다. 자료를 검색하고 문서 초안을 작성하며 프로그램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 고객 문의를 분류하거나 수요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도 활용된다. 사람은 업무의 맥락을 해석하고 예외 상황을 판단하며 결과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업무 분담만 놓고 보면 AI는 속도와 처리량을 담당하고 직원은 판단과 책임에 집중하는 구조다. 실제 현장에서는 두 영역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AI가 만든 결과를 검토하려면 직원이 해당 업무의 원리와 절차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검토 능력이 부족하면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채 결과를 승인할 가능성이 커진다.
AI가 회계 자료를 분류하더라도 회계 기준을 해석하는 일은 사람에게 남는다. 프로그램 코드를 생성해도 기존 시스템과 충돌하는지 판단할 개발 지식이 필요하다. 고객 상담 문안을 작성해도 계약 조건과 소비자 보호 기준에 맞는지는 담당자가 확인해야 한다. AI의 처리 범위가 넓어질수록 결과를 판별하는 직원의 전문성은 더 중요해진다.
직접 수행하는 업무가 줄어들면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역설도 생긴다. 초급 직원은 반복 업무를 맡으며 업무 구조와 예외 상황을 익혀 왔다. AI가 자료 조사와 초안 작성, 기본 분석을 대신하면 업무 속도는 빨라지지만 숙련 형성에 필요한 경험은 감소할 수 있다.
경력 초기 직원이 기본 업무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채 AI 결과의 검토를 맡는 구조도 우려된다. 검토는 작성보다 높은 수준의 판단을 요구하지만, 판단 능력은 기본 업무를 반복하며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자동화로 입문 단계의 업무를 줄이면서 상위 단계의 책임을 그대로 요구하면 조직 내부의 인력 육성 경로가 끊길 수 있다.
기업의 40%만 직원 숙련도 저하를 막기 위한 전략을 갖추고 있다는 수치는 AI 교육의 공백을 드러낸다. 나머지 기업에서는 AI 사용이 늘어나더라도 어떤 능력을 유지해야 하는지,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할 업무를 어느 정도 남길지, 오류 대응 훈련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정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AI 교육은 도구 사용법에 머물기 쉽다. 지시문 작성법과 기능 소개, 업무별 활용 방법을 가르치면 단기간에 사용률을 높일 수 있다. 사용 빈도가 늘었다고 직원의 판별 능력과 책임 수행 능력이 함께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가트너는 기술 인력에게 필요한 생성형 AI 역량으로 활용 업무 선정, 기술 이해, 효과적인 지시, 결과 판별을 제시했다. 활용 업무 선정은 AI를 쓸 수 있는 업무와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할 업무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기술 이해는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며 어느 조건에서 오류가 커지는지를 파악하는 역량이다.
효과적인 지시는 원하는 결과와 제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뜻한다. 결과 판별은 생성된 내용의 정확성과 위험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네 가지 가운데 결과 판별이 부족하면 앞선 세 가지 능력이 높아도 잘못된 결과가 실제 업무에 반영될 수 있다.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교육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별도의 강의를 한 차례 이수한 뒤 업무에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빠르게 바뀌는 모델과 기능을 따라가기 어렵다. 실제 업무 안에서 AI를 사용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오류를 다시 수정하는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기업 운영을 중단하고 전 직원을 장기간 교육하기는 어렵다. 초기에는 직원의 판단을 보조하는 AI 도구를 투입하고, 활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식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교육용 모의 상황과 실제 업무 데이터를 이용한 훈련을 일상 업무에 배치하면 직원은 서비스 운영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다.
교육 대상을 실무자에게 한정해서도 조직 전환을 이루기 어렵다. 관리자는 AI를 적용할 업무와 사람이 맡을 업무를 나누고, 처리 속도와 품질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경영진은 생산성 향상으로 확보된 시간을 감원이나 업무량 증가에만 사용할지, 신규 사업과 고객 서비스 개선에 배치할지 결정해야 한다.
AI를 사용하지 않았던 관리자가 결과물의 품질과 직원의 활용 역량을 평가하면 사용 횟수와 처리 속도에 의존하기 쉽다. 직원은 정확성을 높이기보다 더 많은 결과를 빠르게 만드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오류를 발견해 AI 결과를 수정한 직원보다 자동 생성물을 많이 제출한 직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검증 업무의 가치는 조직 안에서 낮아진다.
직무기술서와 성과평가 기준도 AI 도입 이후의 업무를 반영해야 한다. 기존에는 문서 작성이나 코드 생산량, 고객 처리 건수처럼 사람이 직접 만든 결과를 평가했다. AI가 생산 과정의 일부를 맡으면 직원의 기여는 업무 선정과 지시, 검증, 예외 처리, 최종 판단으로 옮겨간다.
처리량만 측정하면 AI가 맡은 부분과 직원이 기여한 부분을 구분하기 어렵다. 정확도와 재작업률, 오류 발견 건수, 고객 불만, 규정 위반 가능성처럼 품질과 위험을 함께 반영할 지표가 필요하다. 사람과 AI가 공동으로 만든 결과의 책임을 누구에게 부여할지도 직무별로 정해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여러 업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하면 책임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 직원의 지시를 받아 자료를 찾는 수준에서는 사람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AI가 기업 시스템에 접속해 주문을 처리하거나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외부 서비스와 통신하면 모든 단계를 사람이 실시간으로 검토하기 어려워진다.
자동 실행을 허용할 업무와 사전 승인이 필요한 업무, 실행 이후 감사가 필요한 업무를 구분해야 한다.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와 지출 한도, 변경 가능한 시스템 범위도 정해야 한다. 사람에게 적용하던 직무 분리와 접근 권한 관리가 AI 에이전트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CIO와 최고인사책임자(CHRO)의 협업도 필수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다. CIO가 AI 도구와 기술 인력을 담당하고 CHRO가 채용과 교육을 별도로 운영하면 기술 투자와 인력 전략이 어긋날 수 있다. AI가 바꿀 업무와 필요한 역량을 먼저 정한 뒤 채용, 재교육, 배치, 평가 기준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에서는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과 AI가 생성한 코드를 검토하는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IT 운영 조직은 시스템 장애에 대응하는 기술뿐 아니라 AI가 수행한 작업을 추적하고 복구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구매 조직은 AI 공급업체의 계약과 서비스 수준을 관리하면서 자동화 도구가 만든 결과의 책임 조건도 살펴야 한다.
기존 직원을 AI 인력으로 재교육하는 방식은 신규 채용보다 조직의 업무 지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랫동안 특정 업무를 담당한 직원은 공식 문서에 담기지 않은 예외 상황과 고객 특성, 부서 간 협업 구조를 알고 있다. AI 기술만 이해하고 업무 경험이 부족한 외부 인력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지식이다.
재교육이 모든 직무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복 처리 비중이 높은 업무는 줄어들고, 검증과 데이터 관리, AI 운영, 위험 통제와 관련된 역할은 늘어날 수 있다. 직무 이름이 유지되더라도 실제 업무와 필요한 능력은 달라진다. 기업은 인원 증감뿐 아니라 직무별 업무 구성의 변화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직원에게 요구되는 책임이 늘어나는 만큼 권한과 보상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AI가 만든 결과를 최종 승인하도록 하면서 충분한 검토 시간과 수정 권한을 주지 않으면 책임만 개인에게 집중된다. 생산 속도가 빨라졌다는 이유로 처리량 목표만 높이면 직원은 오류를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AI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개인의 실수로만 처리하면 직원은 활용을 꺼리거나 잘못된 결과를 숨길 수 있다. 모델의 한계와 데이터 품질, 시스템 설정, 관리 절차를 함께 살피는 기준이 있어야 조직 차원의 개선이 가능하다. 오류를 보고하고 수정한 기록을 학습 자료로 축적하는 운영 방식도 필요하다.
기업의 56%가 직원 대체보다 업무 능력 보강을 선택했다는 수치는 AI 전환이 당분간 인간과 기술의 병행 구조로 진행될 가능성을 나타낸다. CIO의 51%가 인력 격차를 최대 부담으로 꼽은 상황에서 신규 AI 인재 채용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인력의 업무 경험을 유지하면서 기술 활용과 결과 판별 능력을 높이는 방안이 기업별 실행력을 가르게 된다.
숙련도 저하 방지 전략을 마련한 기업은 아직 40%다. AI 도입 이후 성과는 사용 인원과 생성량만으로 판별하기 어렵다. 오류를 찾아낸 비율과 재작업 감소, 업무 품질, 사고 발생 시 복구 능력까지 측정해야 사람과 AI의 결합이 실제 조직 역량으로 이어졌는지 알 수 있다.
향후 기업의 인력 운영은 AI 사용률보다 직무별 책임 범위와 교육 시간, 검증 권한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AI가 처리량을 높이는 동안 사람이 유지해야 할 전문성을 남겨두지 못하면 단기 생산성은 오르더라도 장기적인 판단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 기업의 40%에 머문 숙련도 보호 전략이 얼마나 확대되는지가 인간·AI 협업의 지속성을 가를 지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