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케팅이 된 인사, 30%대 지지율의 조급함

‘대체불가 대한민국’과 ‘메가프로젝트’ 앞세운 개각…정책 수정은 흐려지고 인물·직함·구호만 커진 국정 리브랜딩

2026-08-31     박준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 '친일 환수' 칼 빼들고 '다자 종전 대화' 띄웠다  [전문]이재명 대통령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  사진=2026. 08.15 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평가가 38.9%까지 내려간 직후 청와대는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대통령실·위원회·정무특보 인사를 발표했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취임 후 첫 30%대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긍정평가는 42%, 부정평가는 50%를 기록했다.

두 조사는 8월 30일 개각 발표 직전의 민심을 담았다. 부동산과 경제·민생, 형사사법 체계 개편, 대통령 개인을 향한 불신이 쌓인 상태에서 새 국정 운영팀이 출범 절차에 들어갔다.

강훈식 비서실장의 인사 발표에는 ‘전 사회적 대전환’, ‘대체불가 대한민국’, ‘국가 창업 시대’, ‘AI 3대 강국’, ‘메가프로젝트’가 연이어 등장했다. 후보자들은 ‘정책통’, ‘현장형 관료’, ‘차세대 정치인’, ‘해결사’로 소개됐다.

국정 운영의 책임자를 세우는 자리에 국가 브랜드와 인물 브랜드가 먼저 나왔다. 기존 정책의 결과와 새 책임자의 권한을 설명하는 언어는 뒤로 밀렸다. 인사 발표가 정책 전환보다 정부 이미지를 새로 포장하는 행사에 가까워진 이유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재정경제부 1차관으로 경제정책을 다뤘고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도 주택행정과 국토교통부 교통행정을 경험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한미연합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를 거쳤다. 김승원·이소영·용혜인 후보자는 국회에서 법률과 예산을 다룬 재선 의원이다.

개각의 설득력은 경력 다음 단계에서 갈린다. 기존 정책의 어느 부분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꾸며 결과에 누가 책임지는지가 인사의 성격을 결정한다. 이번 개각은 정책 수정보다 집행력 보강을 선택했다.

재정경제부 1차관을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국토교통부 제2차관을 장관 후보자로 올렸다.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다뤄온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국회에서 정부 정책을 다뤄온 현역 의원들도 행정부와 대통령실로 이동한다.

경제와 주택 분야의 현직 차관 승진은 업무 연속성을 높인다. 행정 공백을 줄이고 기존 정책을 곧바로 집행할 수 있다. 동시에 정부가 경제·주택정책의 방향을 유지한다는 뜻도 분명해졌다.

이형일 후보자는 현 정부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온 관료다. 정부는 경제지표를 국민 생활의 질적 변화로 연결하고 양극화를 줄일 경제 사령탑으로 소개했다.

성장률과 수출, 주가가 개선돼도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대출이자, 주거비가 유지되면 가계의 체감경기는 달라진다. 자영업자는 매출과 함께 임차료, 인건비, 원재료비, 금융비용을 감당한다. 경제지표와 국민 생활 사이의 간격은 현 경제정책이 떠안은 결과다.

현직 차관의 부총리 승진은 기존 경제정책에 대한 재신임이다.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수식어보다 어느 정책을 조정하고 어떤 결과에 책임질지가 먼저 제시돼야 했다. 연속성을 변화로 포장하는 순간 인사는 마케팅으로 기운다.

홍지선 후보자에게는 국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임무가 부여됐다. 주택과 교통행정을 경험한 관료를 장관 후보자로 올려 공급사업과 광역교통망의 집행력을 강화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의 27%를 차지했다. 검찰 권한 축소와 경제·민생,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를 합친 비중보다 높았다. 불만의 범위는 공급사업의 지연을 넘어 집값과 전·월세, 세금과 대출, 공급지역과 입주시기에 걸쳐 있다.

신규 주택 공급에는 토지 확보와 인허가, 착공과 입주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공급계획을 앞당겨도 현재 임차가구가 부담하는 보증금과 월세는 별도의 시장 여건에 따라 움직인다. 개발계획과 교통망 발표가 특정 지역의 가격을 먼저 자극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 차관의 장관 승진은 공급정책을 더 빠르게 집행하겠다는 선택이다. 국민이 표출한 불만은 정책의 속도와 함께 정책의 내용까지 향했다. 같은 방향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는 주거비와 정책 불신을 함께 다루기 어렵다.

법무부 인사에서도 기존 노선의 추진력이 강화됐다. 김승원 후보자는 판사 출신 민주당 의원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다. 형사사법 체계 개편 법안을 다뤄온 정치인이 법무부에서 제도 시행을 맡는다.

검찰 권한 축소는 한국갤럽의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에서 7%를 차지했다. 정부는 정책 조정보다 입법과 시행의 연결을 택했다. 지지층에는 개혁 의지를 유지한 인사로, 추진 방향과 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층에는 기존 노선을 강화한 인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책에 대한 반대가 커진 시기에는 추진력만큼 조정력도 중요하다. 반대받는 정책을 유능하게 집행하면 갈등의 속도까지 빨라진다. 실력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능력과 함께 여론의 반응을 읽고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는 능력으로 완성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정부는 ‘국가 창업 시대’와 소상공인 육성을 함께 내세웠다.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은 같은 부처에 속하지만 정책 수요는 다르다.

스타트업에는 투자와 연구개발, 규제 개선, 해외 진출이 중요하다. 소상공인은 임차료와 인건비, 금융비용, 배달·중개 수수료, 내수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정책과 광범위한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정책은 예산 편성 단계부터 경쟁한다.

‘국가 창업 시대’라는 구호는 선택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투자와 보호 사이에서 어느 분야에 예산을 먼저 배분하고 어떤 사업자를 지원할 것인지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정책이다. 시대 전환이라는 표현보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AI 관련 인사에서는 직함과 구호가 더욱 커졌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 가칭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AI 정책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구개발, 인재 양성, 공공데이터, 정부 서비스, 안전 기준이 결합된 산업정책이다. 예산과 사업의 우선순위를 누가 정하고 부처별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며 결과를 누가 책임지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이해민 AI미래기획수석 내정자는 대통령실에서 범부처 정책을 조정하고 하정우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 지명자는 산학연 협력을 맡는다. 이원주 메가프로젝트 보좌관 내정자는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대형 국책사업을 조정한다.

대통령실의 조정 기능이 커지면서 부처 간 협의 속도도 높아질 수 있다. 대통령실과 위원회, 담당 부처가 같은 정책에 함께 들어가면 권한과 책임의 경계는 복잡해진다. 성과는 대통령실이 가져가고 지연과 실패는 부처가 떠안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결정권과 책임을 한 묶음으로 세워야 한다.

‘메가프로젝트’라는 이름은 사업의 규모를 먼저 부각한다. 대형 국책사업의 정당성은 크기보다 타당성과 예산, 추진 일정,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에서 나온다. ‘메가’라는 수식어가 커질수록 비용과 책임을 설명하는 문장은 더 정교해야 한다.

이번 인사 발표에서는 정책의 구체성보다 국가적 포부가 앞섰다. ‘AI 3대 강국’과 ‘대체불가 대한민국’은 목표를 크게 만들었지만 어느 조직이 무엇을 결정하고 책임지는지는 인물 소개 뒤로 밀렸다. 구호가 정책의 빈자리를 채우면 비전은 마케팅이 된다.

범여권 의원들의 기용도 개각의 외관을 넓혔다. 민주당 이소영·김승원 의원,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내각과 대통령실에 들어간다. 민주당 단독 구성보다 국정 운영에 참여하는 정당의 폭은 넓어졌다.

범여권 인사의 참여는 넓어졌지만 정책 결정권은 대통령실로 더 가까이 모였다. 국회에서 정부 정책을 심사하고 수정하던 의원들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과 수석으로 이동한다. 여러 정당의 인재를 기용한 연합정치의 외형과 대통령 중심의 권력 집중이 한 인사 안에 겹쳤다.

김경수 전 지방시대위원장의 정무특보 위촉에는 국회와 지역의 목소리를 국정에 연결하고 국민 통합의 가교를 맡긴다는 설명이 붙었다. 정무특보는 대통령과 정치권 사이에서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정책 조정으로 이어지게 하는 자리다.

대통령실의 결정을 국회와 지역에 설명하는 역할이 커지면 정무는 홍보에 가까워진다. 지역과 국회에서 제기된 반대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정책의 수정까지 연결해야 정무 기능이 살아난다.

유시민 작가는 개각 발표 엿새 전 이 대통령을 “오만한 권력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와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 집권연합의 변화를 함께 거론했다. “왕정, 귀족정”이라는 표현은 당대표 선거를 국정 운영 전체의 권력 문제로 확장했다.

민주당 일부 인사는 유 작가의 주장보다 발언자의 의도와 정치적 위치를 공격했다. 비판자를 여권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대응은 당장의 결속을 높일 수 있다. 대통령과 다른 의견이 사라질수록 권력은 현실을 늦게 듣는다.

김민석 대표는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각으로 이동하고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의원도 대통령실과 행정부에 합류한다. 김경수 특보는 대통령실과 국회·지역 사이에 배치됐다.

당·정·청의 인적 거리는 짧아졌다. 대통령의 정책을 빠르게 처리할 체계는 강해졌다. 대통령의 선택을 수정할 정치적 공간은 줄었다.

30%대 지지율에서는 정책 집행자와 함께 기존 방향을 수정할 내부 견제자가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수치를 설명하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며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도 국정 운영의 실력이다.

이번 개각은 후보자의 경력을 앞세운 대신 정책 수정과 책임의 재배치를 뒤로 미뤘다. 현직 차관을 승진시키며 새로운 리더십을 말했고 기존 개혁 노선을 강화하면서 국민 안전을 내세웠다. 대통령실 직함을 늘리며 국가 대전환으로 포장했다.

정책의 변화가 작을수록 이름은 커졌다. AI미래기획과 국가AI전략, 메가프로젝트, 국가 창업 시대, 대체불가 대한민국이 정책 수정의 자리를 채웠다.

인사는 기존 정책의 책임선을 다시 긋고 새 책임자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맡기는 일이다. 국민은 정부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물가와 주거비, 대출이자, 사건 처리, 소상공인의 영업비용이 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30%대 지지율이 요구하는 것은 더 정교한 마케팅이 아니라 더 분명한 책임이다. 사람은 바뀐 듯하고 직함은 커졌지만 정책은 같은 방향을 향한다. 이번 인사가 힘겨워 보이는 이유는 지지율 숫자에만 있지 않다. 바꾸지 않은 것을 바꾼 것처럼 설명해야 하는 정부의 조급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