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인사이트④] 액세서리는 ‘싼 주얼리’가 아니다…소재·공정이 가르는 가격 구조
금·은부터 크리스탈·비드·도금까지 선택 폭 확대…자동화와 수공, 코팅·조립·생산량 따라 같은 디자인도 원가 달라져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 2026년 주얼리에서는 귀금속과 비귀금속의 경계보다 소재를 어떻게 섞고 착용하느냐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 봄 컬렉션에서는 목재와 실, 로프 같은 소재가 금속·크리스탈·원석과 한 제품에 사용됐고 목걸이를 여러 줄 겹치거나 반지와 팔찌를 중첩하는 스타일이 부각됐다. 가을에는 크기가 큰 귀걸이와 장식이 많은 목걸이, 전통적인 진주를 비정형적으로 풀어낸 제품이 이어졌다. 고가 원석과 귀금속만으로 장신구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디자인이 런웨이에 넓게 등장한 셈이다.
관세 품목분류에서도 귀금속 주얼리와 이미테이션 주얼리는 다른 영역이다. HS 7113은 귀금속이나 귀금속을 입힌 금속으로 만든 주얼리를, 7116은 천연·양식진주와 천연·합성 보석을 사용한 제품을 다룬다. HS 7117의 이미테이션 주얼리에는 귀금속이 아닌 기본 금속을 사용하거나 귀금속을 도금한 목걸이·팔찌·귀걸이·브로치·반지 등이 포함된다. 소재가 달라지면 제조와 무역 단계에서부터 서로 다른 상품군으로 취급되는 구조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보는 최종 가격은 소재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황동이나 스테인리스스틸 같은 금속에 도금을 하고, 크리스탈이나 인조 펄·비드를 결합한 제품도 금형 제작과 절단, 연마, 도금·코팅, 조립, 검수 과정을 거친다. 소량으로 복잡한 형태를 만들면 사람의 작업시간이 길어지고, 같은 디자인을 수천 점 생산한다면 금형과 자동화 설비에 먼저 비용이 들어간다. 재료값이 낮다고 완제품의 생산비까지 같은 비율로 낮아지는 구조는 아니다.
제조 현장에서는 자동화와 수공이 한 제품 안에서 동시에 사용된다. 제이아이티앤코 공장에서 임효민 대표가 설명한 생산 방식도 선과 일정한 형태는 자동화 공정으로 만들고, 기계가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은 사람이 직접 끼우거나 조립하는 구조였다. 자동화 설비로 각을 만들고 표면을 가공할 수 있지만 세부 결합까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수공 비중이 높아지면 생산량과 납기도 달라진다. 임 대표가 직접 가공하는 일부 진주 제품은 제작시간이 길어 홈쇼핑처럼 한 번에 많은 수량을 요구하는 유통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대량판매가 필요한 제품은 자동화할 수 있는 공정으로 다시 설계하거나 파트너 업체에 일부 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실제 생산에서는 ‘수공이 고급이고 자동화가 저가’라는 단순한 구분보다 제품의 어느 부분을 사람이 맡고 어느 부분을 설비로 반복 생산할 것인지가 원가를 좌우한다.
금과 은을 사용하는 파인주얼리에서는 원재료 가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반대로 패션 액세서리는 금속과 도금, 비드, 크리스탈, 인조 펄 등으로 소재를 넓히면서 한 제품의 원재료 부담을 낮추고 생산 수량을 늘릴 수 있다. 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도 금 제품은 원재료 가격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실제 제조업체가 확보하는 이익과 매출 규모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나왔다.
2026년처럼 금과 은 가격 부담이 커진 시기에는 이런 차이가 더 뚜렷해진다. 올해 국제 주얼리 시장에서도 높은 귀금속 가격은 브랜드의 가격 정책과 상품 구성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는 주얼리를 자산 성격이 있는 하드럭셔리로 보는 흐름과 패션을 빠르게 바꾸는 액세서리 소비를 함께 이어가고 있다. 고가 귀금속과 패션 액세서리가 어느 한쪽으로 대체되기보다 구매 목적과 가격대에 따라 분화되는 구조다.
런웨이에서는 소재의 등급보다 조합이 앞에 놓이는 제품도 늘었다. 2026년 봄 컬렉션에서는 나무와 실, 로프가 광택 금속과 크리스탈·원석 옆에 놓였고, 비즈 목걸이와 투명한 커프, 여러 개를 겹친 장신구가 함께 등장했다. 여름에는 천연석과 금속, 조개, 비즈를 섞은 펜던트와 목걸이가 주요 스타일로 제시됐다. 같은 목걸이 안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재와 고가 소재가 함께 사용되는 ‘하이 앤드 로우’ 방식도 장신구의 디자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임효민 대표는 액세서리와 주얼리를 가격의 상하 관계로 나누기보다 소재에 따라 다시 세분화되는 장신구 시장으로 보고 있다. “액세서리가 제일 큰 틀”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금이나 은이 들어가면 주얼리로, 다른 소재를 사용하면 액세서리로 구분하는 제조 현장의 시각을 설명했다. 크리스펄 역시 양식진주 중심의 고가 제품과 달리 대중성과 액세서리 유통을 염두에 두고 별도의 생산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이 구분은 같은 디자인을 서로 다른 가격대로 만드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진주를 사용한 귀걸이라도 양식진주와 금을 사용해 수공으로 제작하는지, 크리스탈 기반 인조 펄과 기본 금속을 사용해 일정 수량을 생산하는지에 따라 소재비와 제작시간이 달라진다. 도금 두께와 코팅 횟수, 부품의 정밀도, 장식 연결 방식, 생산 수량과 불량률도 최종 원가에 들어간다. 소비자가 보는 외형이 비슷해도 생산 과정까지 같은 제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대량생산 역시 단순히 생산단가를 낮추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의 형태를 그대로 기계에 옮길 수 없다면 규격을 다시 만들고 부품과 결합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임 대표가 크리스펄과 액세서리 제품을 대량 유통에 맞추면서 파트너 업체와 생산공정을 나누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금 제품은 직접 제조 비중을 높이고, 자체 설비로 처리하기 어려운 제품은 파트너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생산 범위를 조정하고 있다.
올가을 패션에서는 1980년대풍의 볼드한 골드 장신구, 여러 겹의 진주, 브로치와 대형 귀걸이가 동시에 등장했다. 제품의 크기가 커지고 여러 개를 겹쳐 착용할수록 모든 장신구를 귀금속과 천연보석으로 구성할 필요도 줄어든다. 금과 은, 크리스탈과 비드, 인조 펄과 도금 금속을 서로 다른 가격대로 선택하면서 하나의 스타일을 만드는 소비가 가능해졌다.
2026년 액세서리 시장을 가르는 선은 ‘비싼 주얼리와 싼 액세서리’보다 더 복잡하다. 귀금속 함량이 가격을 크게 좌우하는 제품이 있는 반면 원재료 가격보다 디자인과 코팅, 세밀한 조립과 수공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가는 제품도 있다. 자동화로 수천 점을 공급하는 제품과 한 점을 만드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제품도 같은 액세서리 범주 안에 놓인다. 금·은·진주·크리스탈·비드로 소재가 세분화되고 수공과 자동화가 한 제품 안에서 교차하면서 장신구의 가격은 ‘무엇으로 만들었는가’에서 ‘어떻게 만들었는가’까지 함께 계산되는 구조로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