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임효민④] “원래는 진짜 진주만 했다”…임효민이 크리스펄을 만든 이유
양식진주·원석 중심에서 크리스탈 기반 인조 펄까지…수공품의 생산 한계를 넘어 대중 액세서리·대량 유통으로 사업영역 확장 “원래는 진짜만 했는데.”
[KtN 임우경기자] 제이아이티앤코(JIT&CO)·크리스펄 임효민 대표가 크리스펄의 출발을 설명하며 꺼낸 말이다. 임 대표가 말한 ‘진짜’는 조개에서 성장한 양식진주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을 뜻한다. 진주를 직접 고르고 가공해 금속 장식과 결합하는 일을 오래 해왔지만, 제품을 만들수록 수공으로 제작할 수 있는 수량과 판매가격 사이에는 간격이 생겼다. 임 대표는 진주를 가공하면서 축적한 장식과 틀, 부품 제작 기술을 다른 소재에도 적용했고, 크리스탈 소재를 기반으로 진주의 색과 광택을 구현하는 제품군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천연진주·양식진주와 인조 펄은 보석학적으로도 구별되는 상품이다. 천연진주는 사람의 개입 없이 연체동물 안에서 형성되고, 양식진주는 사람이 핵이나 조직 등을 삽입한 뒤 조개가 진주층을 형성한다. 인조 펄은 유리·플라스틱 등 여러 소재를 이용해 진주의 외관을 구현한 제조품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소비자가 구매 제품의 성격을 알 수 있도록 양식진주와 인조진주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안내한다.
크리스펄 역시 양식진주를 다른 이름으로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다. 임 대표는 크리스탈 소재를 사용하고 표면 가공을 거쳐 색감과 광택을 만드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양식진주와 다이아몬드·원석 등을 사용하는 기존 고가 제품군과 달리 크리스펄은 대중성과 액세서리 판매를 염두에 둔 상품으로 구분했다.
인조 펄이 진주의 외관을 구현해온 역사도 길다. 미국보석학회(GIA)는 전통적인 모조 진주가 구형 유리 비드에 진주광택을 내는 물질을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이후 플라스틱과 코팅된 조개 소재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면섬유를 중심체로 사용한 ‘코튼 펄’처럼 무게를 낮춘 제품도 패션 주얼리에 사용되고 있다. 소재를 달리하면 양식진주의 성장기간과 희소성에서 벗어나 크기와 무게, 색, 생산수량을 제품 기획 단계에서 조절할 수 있다.
임효민 대표에게 크리스펄은 진주를 포기하고 저가 제품으로 내려가는 선택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두 생산방식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사업 확장에 가깝다. 인터뷰에서 임 대표는 “진짜 시장도 있고 액세서리 시장도 있으니까 액세서리 시장까지 다 하려고” 제품군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바로크 형태처럼 비정형 진주의 외형을 응용한 제품도 대량 유통에 맞춰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는 공장에서 더 뚜렷해진다. 양식진주 가운데 임 대표가 직접 깎거나 형태를 맞추는 제품은 한 점을 만드는 데 긴 시간이 들어간다. 둥근 금속처럼 규격화된 소재가 아니라 진주 한 알마다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개별 원석에 맞춰 절삭과 조립을 반복해야 하는 제품도 있다. 많은 수량을 동일한 시간 안에 공급해야 하는 유통에서는 같은 제작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임 대표가 설명한 제조 방식은 제품에 따라 자동화와 손작업을 다시 나누는 구조다. 일정한 선이나 기본 형태는 설비로 만들고 기계가 처리하기 어려운 조립은 사람이 맡는다. 수공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제품을 대량 판매해야 할 경우에는 생산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한다. 실제로 일부 진주 제품을 대량 유통용으로 준비하면서 자동화 공정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크리스펄은 이 지점에서 다른 경제성을 갖는다. 양식진주는 원석의 크기와 색, 광택, 표면 상태가 각각 달라 선별부터 필요하지만 제조 펄은 일정한 규격과 색을 정해 생산할 수 있다. 여러 알을 사용하는 목걸이나 귀걸이를 동일한 사양으로 반복 생산할 때 규격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제품 크기를 키우거나 수량을 늘리는 기획도 가능하다. 소재비와 제작시간을 조절하면서 진주 디자인을 더 넓은 가격대로 가져갈 수 있는 조건이 생긴다.
임 대표는 소재가 달라지면서 가격대가 달라지지만 몸에 착용하는 장신구라는 점에서는 같은 액세서리 시장 안에서 움직인다고 봤다. 금과 은, 동과 다른 금속, 양식진주와 제조 펄이 각각 다른 가격대를 형성하고 소비자가 용도에 따라 선택한다는 시각이다. 크리스펄을 별도 상품군으로 구성한 이유도 고가 양식진주와 경쟁시키기보다 더 넓은 액세서리 유통에 맞추려는 데 있다.
생산지역도 제품에 따라 나뉜다. 임 대표는 크리스펄 제품 일부를 대만 생산 파트너와 진행하고 있으며 샘플과 코팅, 완제품 사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공장의 규모나 국제적 순위, 특정 해외 브랜드보다 코팅 횟수가 많다는 인터뷰 발언도 있었지만 객관적인 비교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내용은 이번 기사에서 제외했다.
크리스펄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임 대표가 양식진주를 다뤄온 경험도 반영됐다. 실제 진주의 광택과 색을 오래 살펴본 만큼 인조 펄에서도 어떤 빛과 색을 구현할 것인지에 관여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양식진주의 진주층에서 만들어지는 광택과 제조 과정에서 코팅으로 구현하는 광택은 생성 원리가 다르다. 소비 단계에서도 두 제품을 같은 소재로 혼동하지 않는 구분이 필요하다. FTC 역시 인조진주를 판매할 때 artificial, imitation, simulated 등 제품의 성격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표현을 사용할 것을 안내한다.
크리스펄의 또 다른 목적은 유통량이다. 임 대표는 홈쇼핑 공급을 염두에 둔 제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량 수공품은 한 점을 완성하는 시간과 희소성이 상품 가치에 들어가지만 대량 유통은 같은 사양을 일정한 품질과 납기로 반복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임 대표가 양식진주 가공과 크리스펄 생산을 한 사업 안에 두면서도 제조 방식을 나누는 이유다.
진주에서 출발한 임효민 대표의 사업은 제이아이티앤코의 금·원석 주얼리와 기능성 장식, 크리스펄의 대중 액세서리로 갈라지고 있다. 양식진주는 원석의 개별성과 수공 가공을 살리고, 크리스펄은 규격화와 생산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두 제품을 같은 가격과 같은 유통망에 밀어 넣기보다 소재와 제작시간, 소비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시장을 겨냥한다.
임효민 대표가 “원래는 진짜만 했다”고 말한 뒤 크리스펄을 만든 과정에는 제조업자의 사업 계산이 들어 있다. 한 알씩 골라 가공하는 진주를 계속 만들면서도 동일한 디자인을 더 많은 소비자가 착용할 수 있는 생산방식을 별도로 마련하는 선택이다. 양식진주의 희소성과 수공품을 유지하는 한편, 크리스탈 기반 인조 펄에는 규격·코팅·자동화와 유통량을 적용하는 두 갈래의 생산 구조가 임효민의 진주 사업 안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