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정책 진단①] 종부세 개편 29일 만에 원점, 비거주 1주택 과세 강화 철회

기본공제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복귀·세 부담 상한 150% 유지…전월세 영향과 변경 근거는 공개되지 않아

2026-09-02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이재명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겠다며 내놓은 개편안을 29일 만에 철회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고, 200%로 높이려던 세 부담 상한도 현행 150%를 적용한다.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실거주 중심 과세’는 비거주 1주택자의 규모와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이 공개되지 않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수정됐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과 소득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8월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부처협의와 입법예고를 거쳐 확정한 최종 정부안이다.

8월 개편안은 1주택자의 실거주 여부에 따라 종부세 기본공제를 달리 적용하는 내용이었다.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액은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거주 주택은 보호하되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늘린다는 방향이었다.

공시가격 14억원은 정부 추산 시가 약 20억원에 해당한다. 실거주 1주택자는 시가 약 20억원까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비거주 1주택자는 공시가격에서 9억원을 공제한 뒤 과세표준을 산출할 예정이었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액은 1인당 4억원으로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부는 8월 중순까지 비거주 주택과 일정 가격 이상의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정상화한다는 개편 방향을 유지했다.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고,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제공되던 공제 혜택은 줄인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9월 1일 확정된 정부안에서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만 14억원으로 확대됐다.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9억원이 아닌 현행 12억원으로 돌아갔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도 당초 1인당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아졌다. 부부 합산 공제액은 12억원이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 인상안도 철회됐다. 정부는 전년도 세액의 150%인 현행 상한을 200%로 높이려 했지만, 최종안에서는 주택분과 토지분 모두 150%를 유지했다. 기본공제 축소와 세 부담 상한 인상을 통해 비거주·고가주택의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던 당초 방안 가운데 비거주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내용이 빠졌다.

정부안 수정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비거주 1주택자의 부담과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들어 재검토를 요구했다. 비거주자가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하던 주택에 직접 들어가면 임대물량이 줄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직장 이동과 자녀 교육, 가족 돌봄 등으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정부가 최종안과 함께 밝힌 수정 사유는 1세대 1주택자와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부담 조정이었다. 부처협의와 입법예고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비거주 1주택자의 인원과 주택가격 분포, 원안 적용에 따른 세수 증가액, 임대물량에 미칠 영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비거주 1주택자에는 투자 목적으로 고가주택을 보유한 사람뿐 아니라 직장 발령과 자녀 교육, 가족 돌봄, 장기 입원, 해외 근무로 거주지를 옮긴 소유자도 포함될 수 있다. 임대소득을 받는 장기 비거주자와 일시적으로 집을 비운 소유자 역시 같은 공제 기준을 적용받는다.

원안은 비거주 사유를 구분하지 않고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췄다. 최종안은 비거주 사유와 주택가격을 세분화하지 않은 채 모든 비거주 1주택자에게 현행 12억원을 적용한다. 불가피하게 거주지를 옮긴 소유자와 임대·투자 목적으로 고가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같은 세제 안에 남았다.

전월세 시장 파급효과도 구체적인 수치 없이 정책 변경의 근거로 등장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인 비거주 1주택자 가운데 임대차계약을 맺은 소유자의 수와 계약 만료 시기, 예상 세액 증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종부세 증가를 피해 직접 입주할 가능성이 있는 소유자와 영향을 받을 임차가구의 규모도 확인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1일 정부가 관련 논란을 판단할 정보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여당의 수정 요구를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비중과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공개하고, 임대시장 불안이 예상된다면 별도의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정부는 원안과 달라진 근거를 소상히 밝히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했어야 한다”며 “일부 여론에 따라 흔들리는 세제 정책이 아니라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한 일관된 세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8월 원안에도 보유세 정상화와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높이면서 시가 약 20억원 이하 주택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는 주로 시가 40억∼50억원을 넘는 고가주택 구간에 집중되도록 설계됐다.

참여연대는 실거주 1주택 공제 확대가 초고가주택을 제외한 고가주택 한 채 보유를 세제상 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가격이 높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정부에서 자산과세 기준을 발표한 뒤 여당의 반대와 시장 반응을 거쳐 철회한 일은 앞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에서도 있었다.

정부와 민주당은 2025년 7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액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완화된 기준을 되돌려 고액 주식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방안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주주 기준 강화가 증시 활성화에 부담을 주고 연말 회피성 매도를 불러올 수 있다는 반대가 나왔다. 정부는 같은 해 9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요구와 여당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주식 대주주 기준과 비거주 1주택 공제는 서로 다른 세제다. 고액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안을 발표한 뒤 여당이 시장 충격과 납세자 부담을 이유로 수정을 요구했고, 정부가 기존 기준을 유지했다는 결정 과정은 닮았다.

세제 변경은 주식 매도와 주택 보유, 임대차계약, 거주지 선택에 영향을 준다. 대주주 기준과 종부세 공제액이 발표 직후 바뀌면 납세자는 정부가 제시한 세제 방향보다 정치권의 반응과 당정 협의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개편안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법과 소득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을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비거주 1주택자의 규모와 가격대별 세액, 원안과 최종안의 세수 차이, 전월세 시장 영향은 정기국회 심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