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정책 진단②] 비거주 1주택자 공제 유지, 전월세 불안 근거는 공백

직장 이동·가족 돌봄부터 고가주택 임대까지 같은 기준 적용…과세 대상과 임차가구 규모 공개되지 않아

2026-09-03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이재명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 가능성을 주요 수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비거주자가 세 부담을 피하려고 임대하던 주택에 직접 들어가면 임대물량이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정책을 바꿀 때 필요한 비거주 1주택자의 인원과 임대주택 수, 예상 세액, 영향을 받을 임차가구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8월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다. 실거주자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었다.

실거주 1주택자는 공시가격 14억원, 정부 추산 시가 약 20억원까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비거주 1주택자는 공시가격에서 9억원을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액을 계산하도록 했다. 거주 주택은 보호하고 비거주 주택에 대한 보유세는 늘린다는 구조였다.

9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에서는 실거주자의 기본공제 확대만 남았다.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는 9억원이 아닌 현행 12억원으로 돌아갔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도 원안의 1인당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사태로 발생한 주식과 환율 같은 금융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최근 급등한 휘발유 가격 등 민생 침해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사진=2026. 03.05   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낮춰 전월세 시장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주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수정 요구 과정에서 나왔다. 종부세가 늘어난 집주인이 임대를 끝내고 직접 입주하면 시장에 나온 전월세 주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자기 집을 전세나 월세로 내놓고 다른 지역에 사는 1주택자에게 과도한 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이어졌다.

비거주 1주택자는 보유주택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만 같을 뿐, 주택을 떠난 사유와 보유 목적은 서로 다르다. 직장 발령과 사업장 이동, 자녀 교육, 부모 돌봄, 장기 입원, 해외 근무 등으로 거주지를 옮긴 소유자가 포함될 수 있다. 보유주택을 임대하고 더 작은 주택에 전세나 월세로 사는 가구도 비거주자에 해당할 수 있다.

고가주택의 가격 상승과 임대소득을 기대하며 다른 곳에 사는 소유자도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장기간 임대한 주택과 일시적으로 비운 주택, 전세를 놓은 주택과 월세를 받는 주택에도 같은 기본공제가 적용된다.

원안은 비거주 사유를 구분하지 않고 기본공제를 일괄적으로 9억원으로 낮췄다. 최종안은 비거주 기간과 임대 여부를 나누지 않은 채 현행 12억원을 유지했다. 불가피하게 거주지를 옮긴 소유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고가주택을 임대·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사람에게도 같은 공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월세 공급에 미칠 영향은 주택가격과 임대차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비거주 주택이 종부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공제액 변경에 따른 세 부담도 없다. 과세 대상이더라도 늘어나는 세액이 적으면 기존 임대차계약을 끝내고 직접 입주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집주인이 이미 다른 지역에서 주택을 임차하거나 직장과 가족 문제로 이동한 상태라면 종부세를 줄이기 위해 곧바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반대로 보유주택과 현재 거주지가 가깝고 임대차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소유자는 직접 입주를 선택할 여지가 있다.

전월세 물량 감소 규모를 산출하려면 비거주 1주택자의 주택가격과 임대 여부, 계약 만료 시기, 원안 적용에 따른 세액 증가분이 필요하다. 집주인이 현재 사는 주택의 소유·임차 형태와 가족 구성, 직장 위치도 거주지 이동에 영향을 준다.

정부의 최종안에는 비거주 1주택자 가운데 종부세를 내는 사람의 수와 임대 중인 주택의 비율이 제시되지 않았다.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출 때 새로 과세 대상에 들어오는 인원과 이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의 수도 공개되지 않았다.

원안이 시행되면 비거주 1주택자가 직접 입주할 것이라는 추계와 전월세 가격에 미칠 영향도 나오지 않았다. 임대물량 감소를 이유로 정책은 바뀌었지만, 감소가 예상되는 주택의 수와 지역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지역별 영향도 다를 수 있다. 고가주택과 전월세 수요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와 임대차계약이 맞물릴 여지가 크다. 공시가격이 종부세 과세 기준에 미치지 않는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기본공제가 9억원이나 12억원이더라도 세액에 변화가 없다.

전국 단위의 전월세 불안이라는 표현만으로는 과세 변경의 영향을 구분하기 어렵다.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 사이의 주택이 어느 지역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해당 주택 가운데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비율이 얼마인지가 함께 제시돼야 지역별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집주인이 늘어난 종부세를 월세나 관리비에 반영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대인이 세금 증가분을 임차인에게 모두 넘길 수 있는지는 해당 지역의 수요와 공급, 계약갱신 여부, 주변 임대료에 따라 달라진다.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세 부담이 늘어도 임대료를 올리기 어렵다. 전월세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세금과 관계없이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

세 부담을 이유로 임대주택을 매각할 경우에도 결과가 한 방향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사면 자가 보유가구가 늘고 임차 수요가 줄 수 있다. 다른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가 매입하면 전월세 물량이 유지될 수 있다. 기존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매매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참여연대는 비거주 1주택자 비중과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정부가 공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시장 불안이 실제로 예상됐다면 임차인 보호와 불가피한 비거주자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원안을 유지할 근거를 설명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주 여부에 따라 기본공제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에도 논란이 남는다. 같은 가격의 주택 한 채를 보유했더라도 한 사람은 직접 살고 다른 사람은 임대하면 종부세 부담이 달라진다. 실거주를 주거 안정의 기준으로 보는 정책과 경제적 가치가 같은 자산에는 비슷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조세 원칙이 맞서는 구조다.

비거주 사유에 예외를 두는 방안도 간단하지 않다. 직장 이동이나 가족 돌봄을 인정하려면 근무지와 가족관계, 실제 거주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해외 체류와 치료, 자녀 교육 등 사유마다 인정 기간과 증빙 기준도 정해야 한다. 예외 범위가 넓어질수록 세법은 복잡해지고 거주 사실을 둘러싼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분쟁도 늘어날 수 있다.

모든 비거주자에게 동일한 공제를 적용하면 행정은 단순해진다. 고가주택을 장기간 임대하면서 자신은 다른 곳에 사는 소유자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시 이주한 소유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실거주 보호라는 정책 목표도 공제액만으로는 세밀하게 구현하기 어렵다.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대로 유지한 최종안은 당장의 세 부담 증가를 막았다. 실거주자의 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 거주 여부에 따른 차이는 2억원이 됐다. 당초 원안의 5억원 차이보다 좁아졌지만, 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하는 종부세 구조는 남았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법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정기국회 심사를 받는다. 비거주 1주택자의 인원과 주택가격 분포, 임대차계약 현황, 공제액 변경에 따른 세수 차이는 국회 논의에서도 필요한 자료다.

전월세 시장의 변화를 이유로 공제 축소안을 철회한 만큼 임대 중인 비거주 1주택의 수와 지역별 분포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해당 통계가 빠진 상태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를 보호한 최종안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조정이었는지,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낮춘 결정이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