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정책 진단③] ‘1주택자 보호’가 가린 자산 격차, 시가 20억원까지 종부세 밖
실거주 기본공제 14억원·비거주 12억원…주택 수는 같아도 가격대별 감세 효과 큰 차이
[KtN 박준식기자]이재명정부가 확정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인다. 정부 추산 시가 약 20억원 이하의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적용하려던 9억원 공제안도 철회돼 현행 12억원이 유지된다. ‘1주택자 보호’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주택가격에 따라 크게 벌어진 자산 격차는 세제 안에서 충분히 구분되지 않았다.
정부가 8월 3일 내놓은 원안은 실거주와 주택가격을 중심으로 종부세 부담을 조정하는 내용이었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시가 20억원 이하의 실거주 주택은 보호하되 비거주 주택과 고가주택에는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향이었다.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 축소는 빠졌다. 실거주 1주택자는 14억원,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의 기본공제를 적용받는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액도 원안의 1인당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조정됐다.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공제 차이는 당초 5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었다. 실거주 여부에 따른 차등은 남았지만 비거주 고가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폭은 크게 축소됐다.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세 부담 상한도 현행 150%를 유지한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를 서민·중산층 보호 대상으로 설명했다. 주택 한 채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의 세 부담을 줄이고, 일정 가격을 넘는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부담은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최종안에서는 실거주자의 공제 확대와 비거주자의 현행 공제 유지가 함께 확정됐다.
‘1주택자’라는 명칭에는 서로 다른 가격의 주택 보유자가 포함된다. 지방의 저가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과 서울의 시가 20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사람, 수십억원대 초고가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은 모두 1주택자로 분류된다. 보유 주택 수는 같아도 자산 규모와 소득, 부채, 납세 여력은 크게 다를 수 있다.
공시가격이 종부세 과세 기준보다 낮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기본공제 인상이 직접적인 감세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존에도 종부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제 확대의 혜택은 공시가격이 기존 기준인 12억원을 넘는 주택을 보유한 실거주자에게 돌아간다.
정부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를 14억원으로 높여 공시가격 12억∼14억원 구간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공시가격이 14억원을 넘는 실거주자도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공제액이 2억원 늘어난다.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실제 세액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연령·보유기간 공제 등에 따라 달라진다.
비거주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원까지 기본공제를 유지한다. 당초 원안대로 9억원이 적용됐다면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비거주 1주택자 가운데 일부는 새로 종부세 대상에 들어가거나 기존 세액이 늘어날 수 있었다. 최종안은 해당 변화를 없앴다.
참여연대는 시가 약 20억원 이하의 1주택자를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실거주자의 기본공제 확대와 비거주자의 현행 공제 유지가 함께 적용되면서 고가 1주택에 대한 보호 범위가 넓어졌다는 입장이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 이후 일정 가격 이상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추가 세금을 부과해 조세 부담의 형평을 높이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운용돼 왔다. 주택가격 상승과 공시가격 변화, 정부별 세율과 공제 조정이 반복되면서 과세 대상과 세 부담도 크게 달라졌다.
공제액은 종부세 납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인 동시에 정부가 보호하는 자산 범위를 보여준다. 기본공제가 오르면 과세 대상자가 줄고, 과세 대상에 남은 사람도 공제 확대만큼 과세표준이 낮아진다. 주택가격이 높더라도 한 채만 보유하면 다주택자보다 넓은 공제와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실거주 1주택자에게는 연령과 보유기간에 따른 세액공제도 적용된다. 소득이 줄어든 고령자가 오래 보유한 주택의 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부담을 지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일정 요건을 갖춘 고령자는 납부유예 제도도 이용할 수 있다.
고령·저소득 1주택자의 현금 부족과 고액 자산가의 세 부담은 같은 방식으로 다루기 어렵다. 주택가격은 높지만 정기 소득이 적은 은퇴자에게는 납부 시기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높은 소득과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가주택 소유자에게까지 기본공제를 일괄 확대하면 납세 여력과 관계없이 감세 혜택이 돌아간다.
연령과 소득, 부채, 보유기간에 따른 구분 없이 기본공제액을 높이는 방식은 대상이 단순하고 행정비용이 적다. 공제 기준을 넘는 모든 실거주 1주택자가 같은 제도 변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감세 규모는 주택가격과 기존 세액에 따라 달라진다.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자산 집중도 종부세 개편과 맞닿아 있다. 여러 채의 중저가주택을 보유하는 대신 서울과 수도권의 고가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기본공제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지역의 주택 한 채를 선택하려는 수요가 세제 혜택과 결합하는 구조다.
참여연대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공시가격 14억원으로 높인 원안부터 보유세 정상화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세 부담 강화가 사실상 시가 40억원 이상의 초고가주택에 집중되고, 그보다 가격이 낮은 고가 1주택은 보호 범위에 들어갔다는 이유다.
정부가 8월 발표한 개편안에서도 실거주 1주택자는 시가 20억∼30억원 구간에서 세 부담이 줄고, 30억∼40억원 구간에서는 변동이 최소화되도록 설계됐다. 세 부담 증가는 주로 시가 40억∼50억원을 넘는 주택에 집중됐다.
최종안은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 축소와 세 부담 상한 인상까지 철회했다. 실거주자의 부담을 낮추면서 비거주 고가주택의 부담을 높이려던 원안의 균형이 실거주·비거주 1주택자를 함께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공제 확대와 유지에 따른 세수 변화는 공개되지 않았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2억원 높이면서 줄어드는 세수와 수혜 인원,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를 9억원이 아닌 12억원으로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세수 차이도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가격 구간별 수혜 인원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개편안의 분배 효과도 파악하기 어렵다. 공시가격 12억∼14억원 구간의 실거주 1주택자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있는지, 소득과 연령 분포가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따라 감세의 성격은 달라진다.
서울과 수도권에 공시가격 12억원을 넘는 주택이 집중돼 있다면 공제 확대의 지역별 혜택도 수도권에 몰릴 수 있다. 지방의 다수 1주택자는 기존에도 종부세 과세 기준에 미치지 않아 개편에 따른 직접적인 혜택이 없다. 지역균형과 자산분포까지 포함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보유세 부담은 재산세와 종부세를 함께 놓고 봐야 한다. 종부세 기본공제가 높아져도 모든 보유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지방세인 재산세는 계속 부과된다. 반대로 종부세 납부 인원이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적다는 사실만으로 고액 부동산 보유자의 과세 형평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주택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보유 중 내는 재산세·종부세의 관계도 영향을 준다. 거래세 부담이 높고 보유세가 낮아지면 주택을 계속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1주택자 공제를 확대하면서 고가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추면 매물이 줄어드는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종부세만으로 부동산 자산 격차를 줄이기는 어렵다. 주택 공급과 대출,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가 함께 작용한다. 종부세의 과세 범위를 계속 좁히면 고액 부동산 보유에 대한 정기적인 과세 기능은 약해진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민주당이 일부 1주택자의 세 부담과 전월세 시장 불안 가능성을 앞세워 시가 20억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의 이해를 대변했다고 비판했다. 고액 자산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하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안은 국회 정기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 확대와 비거주 1주택자의 현행 공제 유지에 따른 수혜 인원, 가격 구간별 감세액, 세수 감소 규모는 국회 논의에서 다뤄질 쟁점으로 남았다.
1주택자 보호 범위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공시가격 14억원 이하 실거주 주택을 일괄 보호할지, 고령·저소득 장기보유자에게 지원을 집중할지에 따라 종부세 개편의 분배 효과가 달라진다. 국회가 확정할 기본공제액은 이재명정부가 일반 1주택자와 고액 부동산 보유자의 경계를 어디에 두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